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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에게 바치는 헌사(獻辭)
2014년 03월 20일 08시 16분  조회:2175  추천:12  작성자: 김혁
 

김혁 독서칼럼 3
 
원숭이에게 바치는 헌사(獻辭)
영원한 고전 서유기






 흑룡강민족춢판사에서 출간한 "서유기"

 
 
동년시절 아버지가 신발장을 고쳐 만들어주었던 내 서가에 꽂혀있는 책등중에서“보물 1호”는 단연 “손오공이 백골정을 세번 치다”라는 련환화였다.

동네애들이 감질내며 보여 달라 지청구를 들이대도 다른 그림책에 비해 절대로 빌려 안주던 책, 요즘처럼 아동을 상대로 한 읽을거리가 풍성하지 못해 어른들의 책을 빌어 독서욕구를 간신히 말리던 그 시절, 그야말로 독실한 신자가 경서를 어루만지듯  그 그림책을 보풀이 일도록 보고 또 보았었다. 
그러다 완정하게 제대로 읽은건 1983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간한 3권본 “서유기”를 읽고서였다.
 
 
 


어린시절 그림책으로 맨 처음 접했던 "서유기"
 
 
그동안 “서유기”를 그저 당승과 그의 세 제자들이 서역으로 불경을 얻으러 가는 모험담으로만 읽어왔었다. 하지만 단순히 현란한 환상으로 이어지는 려행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자기 극복과 구도의 과정으로 다시 읽은것은 근자의 일이다.
오승은의 천재적인 필끝에 의해 “서유기”에는 정말로 정채로운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이들의 성격 또한 판이한데 오공은 용맹하지만 외골수이고 저팔계는 탐욕스러우면서도 간계한 일면이 있고 사승은 충직하지만 약간 미련한 구석이 보이고 당승은 독실하고 진지하지만 무능력자로 그려진다.
여기서 자연히 주인공인 손오공이라는 원숭이를 다시금 괄목(刮目)하게 되였다.
생명을 점지해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돌에서 태여난 원숭이, 치기가 넘쳐 흘렀던 시절 미후왕(美猴王)이라는 용모보다는 우미한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는 아름찬 작위를 스스로 내려 자신의 위력을 뽐내기도 한다.
근면이 결여 한지라 수보리조사의 문하에서 쫓겨난 뒤에도 약간의 재주와 도술(道術)을 믿고 룡궁의 보배 여의봉을 빼앗는가하면 하늘의 천도복숭아와 미주, 금단을 훔쳐 먹는등 온갖 난장판을 벌린다. 천지높은줄을 모르고 석가여래와 맞장뜨다가 “부처님 손바닥우의 손오공”이라는 천고의 속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바위속에 갇혀버리는 형벌을 받게 되고 만다. 치기와 속안으로 우쭐대다가 꼼짝 못하고 다시 본래 태여났던 대로 돌이 되는 운명에 처하는것이다.
바위틈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고 500년이라는 몇겁의 시간을 지내다 드디여 당승을 만난다.  이로서 손오공은 그 운명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손오공은 부처의 손바닥에서 들까부는 잔나비에 불과했다. 그러다 언제 끝날지 모를 징벌을 온몸으로 겪고 서역으로 가는 길에서 구구 팔십일 의 난(難)을 거치고 갖가지 요괴를 퇴치하면서 결국 득도(得道)를 하게 된다. 이로서 “서유기”는 한 원숭이의 성장사(成長史)라는 보편적인 의미와 가치를 갖고있는 명작이기도 하다.
 
  “서유기”는 남녀로소가 모두 좋아하는 뛰여난 고전이다. 요즘 판타지물의 흥행으로 “반지제왕”과 “해리포트”등 해외의 판타지물을 읽는 열조가 일고 있지만 이들은 그 수천년전에 나온 동양 최고의 판타지 “서유기”에 대해서 그처럼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서유기”를 단순한 랑만주의 색채로 충만한 신화소설로 여기며 단지 온갖 기괴한 요괴와 마귀들이 기묘하게 변신하는 렵기적인 이야기로만 감상하면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손오공이라는 이 립체적인 인물에 대해 다 아지 못했다.
당승은 자기 일생을 걸고 서역으로 가서 불경을 갖고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안고 길을 떠났고 그 와중에 시종 선두에서  그의 안위를 보필한 이는 손오공이다.
읽는 이들은 재미있어도 오공에게는 무지하게 어려운 고행의 나날들임에 틀림없다. 살이 타들어 가는 열기를 내뿜는 사막, 깊이를 알수 없는 누른 강에는 어김없이 푸른 털 요괴, 꼬리 아홉 개 달린 요괴,들이 칩복해 있으면서 손오공을 기다렸다. 당승 일행의 후견인격인 관음보살과 석가여래는 때때로 의도적으로 요괴들을 사주하여 일행의 길목을 지키게 만든다. 불법을 향해 떠나는 당승 일행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다.
그 요괴들은 서천으로 구법의 길에 오른 이들의 허점만을 노려 파고 든다. 당승의 자비심, 저팔계의 탐욕, 사승의 어리석음등 허점들을 온갖 수단으로 파고든다. 공공연한 랍치와 협박, 부귀영화를 눈앞에서 흔들어대는 유혹, 살 떨리는 미인계 등등… 이러한 무차별 공격에 선두에서 대응한 이가 바로 손오공이다.
81난의 어려움에 당착한 오공, 하지만 손오공은 힘껏 변신술을 부리고 여의봉을 사납게 휘두르면서 악착빼기 요괴들을 하나 둘 섬멸해 간다.
손오공이 요괴를 물리치는 장면은 사실 구도자를 시험하는 심마(心魔)를 물리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때로는 저돌적으로 보이는 오공이지만 취경의 의지와 우직함은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원숭이의 속태를 벗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운다. 두려움과 고통과 힘듦을 직시하면서 말이다. 그는 스승과 팔계, 사승의 무정함과 몰리해에도 도망가지 않고 자기를 시험하는 81난을 스스로 한몸으로 받아가며 깨달음의 계기로 삼았다.
 하기에 다시 읽어보면 “서유기”는 한 원숭이의 성장기요, 깨달음의 지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구법기(求法記)로 읽을수도 있다.
 
 
 


갑오년 음력설을 맞아 새로 개봉된 "서유기"소재의 영화 "대뇨천궁"의 포스터
 
 
요즘 들어서도 “서유기”에 대한 독자들의 애대는 변함없다.

갑오년을 맞아 설기간에 개봉된 영화 "서유기- 대뇨천궁(大闹天宫)"이 흥행 수입 1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중국영화의 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독자들의 “서유기”에 대한 세기를 넘는 지속적인 애대를 보여준다.
그동안 오승은의 이 경전은 손오공의 72가지 술법의 그 유명한 분신처럼 하나의 손오공 이야기가 끝나기도전에 또다른 손오공을 볼수있을 만치 끊임없이 반복되며 모든 세대를 거쳐 사랑받아왔고 수없이 번안되고, 리메이크 되여 왔다. 홀리우드의 영화 “아바타”를 보았지만 돈을 퍼부어 만든 그들의 상상력도 “서유기”에 비하면 부분에 불과하다.
이번에 리메이크 된 영화의 주목할점은 액션 스타 견자단을 비롯해 우리가 익숙한 주윤발, 곽부성등 톱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막강 라인에도 있지만 바로 처음으로 되는 “서유기” 3D 영화 라는것이다.
3D물, 거리지각의 착시를 강화시킨 3차원영화 즉 립체영화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개발과 고선명 비디오 표준의 등장과 맞물려 요즘 크게 류행하고 있다. 3D물을 관람하듯이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니 “서유기” 그리고 그 당당한 주인공 손오공이 다시 보인다.
누리꾼들은 재미삼아 오공에게 현대식 상장을 발급했다. 그 헌사를 불후의 고전속 주인공으로 인기가 변함없는 사랑스러운 원숭이에게 바친다.
“손오공 동지는 불경을 구하는 신성한 사명을 위하여 백절불굴의 의지와 완강한 의력, 그리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으로 하루와 같이 신근한 로동으로 수많은 요괴들을 물리쳤고 당승등 령도를 종경하고 저팔계등 동지들과 우의를 화목하게 하면서 서천으로 가서 불경을 구해 왔는바 그 성적이 돌출하여 이 상장을 발급함”
 
 
“길림신문”2014년 3월 9일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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