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싶이“아Q”는 달갑게 굴종하고 스스로를 기편하고 자기를 가볍게 보며 자비하고 자조(自嘲)하며 마음속으로 삭이고 약한자는 릉멸하고 강한자앞에서는 썰썰 기면서도 과대망상, 자아도취에 잘 빠졌다. 바꾸어 말한다면 실패와 굴욕앞에서 현실 을 감히 정시하지 못하며 가설적인 승리감으로 정신상에서 자아를 위안하고 자아마취를 하거나 혹은 곧 망각해버리는것이다. 일컬어 격세유전의 “아Q 정신”이다.
로신선생은 이런 “아Q 정신승리법” 의 종종의 표현을 가지고 “중국사람들의 령혼” 속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정신적병태가 어떻게 국민정신을 마비시키는가 하는 문제를 적라라하게 질타하였다. 아Q 의 비극성은 바지한벌밖에 없다거나 토지묘에서 자는 등 물질생활에서 온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비틀어져 누구나 다 기시해도 본성으로 굳어진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마비된 령혼이라는데 있다.
아Q처럼 불의에 직접 대항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나약한 국민성은 과거 중국인들의 특허만은 아니다. 수치의 력사를 거듭 쓴 리조통치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늘 얻어터지고 수많은 동족녀인들이 포로로 끌려갔건만 승리자들을 그냥 왜놈, 오랑캐로 호칭하면서 얕잡아보고 경멸하였다. 총한방 쏘지도 못하고 일본에 먹히워 망국노로 전락하고도 정신적으로는 패배하지 않았다고 자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유로는 자성과 비판이 나올리가 없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와 청태종에게 무릎을 꿇었을 때 리왕조의 문패를 내려야 했다. 그러나 부패무능한 리조왕실과 사대부들은 비록 힘이 없어 패배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지지않았다는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야말로 종로애서 뺨맞고 한강서 눈을 흘기는격으로 돌아서서는 공연히 이른바의 량반기침을 해댔으니 얼마나 가소롭고 가증한 일인가.
일찍 극심한 피해를 입은 임진왜란에서조차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다. 리조의 사대부계층이 임진왜란이후 뼈저린 반성을 하였더라면 정묘호란, 병자호란 같은 국난과 국치를 중복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이미 당한 참패사를 원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성찰이 수반된다. 자기가 처한 현실에 대한 랭정한 승인과 비판에 대한 수용, 그리고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알지 못하는 민족은 의연히 희망이 없는 민족으로 타민족의 기시와 침탈을 기다리게 될것이다.
진리에는 국계가 없다더니 “아Q 정신승리법”이 대양건너 월가에도 정착한듯싶다. 이를테면 “특정국”이라해서 속으로는 뻔하면서 아는 주정을 하듯 무조건 아니라면서도 비리한 호들갑을 떠는데 그 적의가 타민족이니까 당연하겠지만 동족으로서 한술 더 뜨며 무작정 눈을 딱감고 부인하거나 축소하고 내리깎는 상투수법으로 두려움을 보듬으려는 그런 자기위안은 현대판 아Q 정신승리법이라 해야 할것이다.
기실 누구나 절대적인 강자가 아닌이상 다다소소 아Q정신인소가 고유하며 그의 정신승리법을 나름대로 리용하고있다. 약육강식, 우승렬패의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인간사회에서 아Q정신은 버들의 속성이라고 하면 더욱 자아위안이 되는건가? “네가 내눈에서 눈물을 보아내지 못하는것은 내가 물속에 있기때문이다.”라고 한 고기의 말과는 별개로 그 억지가 짐작되여 더구나 개탄스럽다.
피해의식에서 오는 아Q의 막무가내한 정신자위와 과대망상, 얻어맞고도 상대방을 경멸하고 얕잡아봄으로써 정신적으로는 승리했다는 허위의식에 빠지는 처세술은 눈물겨운것이요 아무리 인격장애자라 하여도 그런 정신이 령혼에 슴배여 생존의 의거로 된다는것은 자타를 비롯하여 인류 모두의 근원적인 비애가 아닐수 없다.
E. 실언, 망언, 망발
어학사전의 해석에서 실언이란 하지 않아야 할 말을 실수로 잘못 말함. 또는 그 말이고 한어에서는 실언 (失言,失辞,失口 ) 으로 표기한다. 일본어는 한자의 변종이니까 발음은 왕청이여도 역시 실언 (失言) 이다. 세가지 언어부호라로 표기되지만 엎어놓으나 뒤집어놓으나 그 뜻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망언 (妄言) 은 리치에 맞지 않고 허황하고 거짓된 말로서 일어에서는 (妄言, 暴言)이다. 한어에서는 미친소리(疯话)로 표현되고있다. 망발(妄發)은 망령이나 실수따위로 분별없는 말이나 행동을 함, 자신이나 조상에게 욕되는 말, 행동함을 이르는 말로서 한어에 (胡说)에 해당하며 일어에서는 (妄發, 妄言, 暴言ㅡ でまかせ)이다.
사람은 누구나 크게 세가지 말을 한다. 첫째는 공중앞에서 하는 말이요 둘째로 사담(私谈)이요, 셋째로 마음속에 말인데 이런 말에 어떤것은 관속에 들어갈때까지도 배속에 넣고 토해내지 않을수도 있다. 말이란 존재의 집이요 사상의 옷이지만 같은 입에서도 때론 실언이 되고 때론 망언이 되며 때로는 망발이 되기도 한다. 말하노라면 무의식간에 실언이 나가기 십상이지만 작정하고 하는 말이 어불성설이면 망언이 되고 청자를 무시하고 되는대로 지껄이면 곧 망발이 된다.
무엇을 말하는가는 사상표현문제이고 어떻게 말하는가는 화술문제로서 설득력을 전제로 삼으며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는 자기 언행에 분촌을 가리는 처세술에 속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현자는 생각해 본다음 말하거나 말하지 않기도 하며 말한다음 성찰하기도 한다. 우자는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말할라치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말한다음 후회하고는 금방 또 망언을 쏟아낸다. 망언, 망발을 밥먹듯 일삼는자는 구제불능이다.
말은 말이로되 화자가 무엇을 어떻게 말했느냐가 중요하기보다 누가 말했는가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명인이 말하면 마디마디 명언, 명구가 되고 왕이 말하면 어명이 되고 무릇 지도자가 말하면 모두 강화(讲话)가 되고 한마디가 천만마디를 담당한 다던 황당시대의 절대권위의 말은 마디마다 “최고지시”가 되고 경축하기도 하였다.
초민백성들이 식후한담하다가 실언이 나가면 말에 반찬쯤으로 여기면 되는데 리치에 맞지 않고 거짓을 꾸며서 말할 심산인 망언은 대화의 분위기를 흐리고 소통에 장애를 설치하게 되며 망발은 흔히 악의적이여서 대방을 속상하게 한다. 속담에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하였더라만 들으라고 벌쭉하게 내붙인 귀에 걸리느니 망언, 망발이라 말하는 자는 죄없고 듣는자는 삼가하라해도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발목을 접질렀다면 실족이라 하여 발목에 국한되지만 실언은 화를 불러올수도 있다. 한 나라의 정상으로서 막판이라고 그랬는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와 같은 말을 내뱉아 분장했던 그 속창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그리하여 앞에서 한 수 많은 말들은 실언이 아닌 망언이 되고 망발이 된다.
하긴 장마다 망둥이 나오랴, 위정자라해서 마디마디 금언이 나올수는 없으되 비유컨대 장부일언중천금이라면 일국 정상으로서는 더구나 일언중만금쯤은 되여야 할것이다. 우리 농촌에서는 망발이란 말보다 허겁뜬 소리라는 말을 잘썼는데 한어에 “疯话”에 더 접근될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대방만 듣는것이 아니다. 나도 듣고있다. 보통백성도 말하고 싶은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는 말은 꼭 사상과 같아야 한다. 도덕적장애인의 병태적우월감에서 나오는 헛소리로 허위적만족을 취하는 심리는 아큐의 특허이다. 생각은 머리속에 있고 말은 입속에 있다. 입을 닫히면 생각이 절로 뛰여나오는 법이 없다. 이리하면 실언을 적게 하게 되고 적어도 망발을 삼가하게 될것이다.
F. 역지사지 (易地思之)를…
자기중심주의시대, 자사자리관념이 골수에 사무친 자들은 역지사지의 상식적인 대인관계를 집어던지고 곧잘 독선주의자로 된다. 세계의 제반현상이 전반적으로 호상의존하는 인과관계로 형성되여있다. 칸트나 흄, 마하같은 관념론자들은 사물의 인과 관계를 무슨 선천적범주로 보면서 다만 관습의 결과, 감각 및 지각의 관습적련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심론과 유물론의 대결에서 승부가 나지 않고있지만 변증법적유물론이 머리에 깊이 박힌 우리는 시종 사물들속에 내재한 인과관계의 호상제약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는 호상작용가운데 있으므로 원인이 곧 결과를 낳는것이다. 그 결과는 수동적이 아니라 원인에 반작용한다. 이는 압박이 있는 곳에 반항이 있다는 전통적인 “투쟁진리”와 부합된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을수 없는 연약한 동물이다. 별로 심오하게 말할것없이 순박해 빠졌던 어린시절 아이들의 관계에서도 이 점을 설명할수 있다. 세상엔 홀로의 똑똑이가 없다. 독불장군이라 하던가? 원래 어리숙하지 않았는데 여럿이 작정하고 “외목”내면 그 아이는 볼장을 다본다.
헤헤…하고 웃으면 바보스럽게 웃는다고 놀리고 뚜벅뚜벅 걸으면 소같다고 하고 나무에랑 잘 바라오르면 잰내비를 닮았다고 생트집걸고 뚝심이나 쓰면 딱곰같이 힘만 세면 왕질할것이냐며 시까스르고 숨은 밸이 터질라치면 똥밸은 더럽게 살아있다 하고 잘 순종하지 않으면 똥고집부린다고 모두매를 안기고 앙심을 품지않고 허허 웃으며 그냥 어울리려 하면 밸때기도 없는 무골충이라 하고 시키는대로 하면 등뼈가 없는 새끼라고 없신보고…아무튼 그렇게 몰아주면 아닌머저리도 머저리처럼 보이고 오래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막 몰고가면 그 자신도 스스로를 착각하게 할수 있다.
그래서 정말 “멕줄거리”가 되였지만 아이는 열두번 변한다고 하더니 그가 훌쩍 커서 천성의 잠력이 발휘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하도 드세게 나오니 미꾸라지가 용을 쓴다고 뒤에서 비웃으면서도 십분 두려워하는 상대가 되였다. 이렇듯 한 사람을 잡자고 작정하면 아무리 강단이 있어도 기죽을수 있다. 시비도리가 없이 감각에 따라 놀던 애들의 작태가 오늘 국제유희에서도 역설적으로 보이고있다.
항간에는 올리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올리막이 있다는 말로 변화속에 래일을 기대하고 굳세게 살라고 격려하기도 한다. 맞다, 이 세상에 절대의 진리가 있다면 모든것이 변한다는것이다. 잘 살다가 일조에 못살게 될수 있고 못살던 사람이 흥보처럼 잘살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농촌에서도 흔히 보는 현상이였다.
개구리 올챙이때 생각을 못한다는 속담의 뜻을 잊은 사람이 있다면 기억력문제가 아니라 천박함이다. 우리도 몇십년전에는 째지게 가난하였고 허리띠구멍을 자꾸 안으로 들이뚫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배부르게 먹고 좀 번듯하게 입고다니니 지지리 고생만 파먹던 수난사는 옛말처럼 뒤넘기고 기고만장하며 남을 두고 손짓발짓한다면 어리광대이다. 마차를 타니 금시 소수레앉아서도 좋다고 짝짝꿍을 치던것을 잊는격이랄가,
사물, 사회발전에는 원인으로서의 기점이 있고 과정이 있으며 원인이 낳은 결과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를 볼줄밖에 모른다. 이런것을 사유의 불완정성이라 하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만 식자가 좀있으면 다 아는 역지사 지를 한번쯤 떠올려보면 자기의 생각이 얼마나 유치한가를 알게 될것이다.
례를 들어 한 깡패가 나부랭이들까지 휘동해서 손발을 잡아매고 목까지 조르는데 숨을 크게 쉴수 있으며 생존을 활개칠수 있을가? 나갈듯싶으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돌아서면 뒤에서 잡아당기고…그저 힝힝 거릴줄 아는 “능력”자들이 한번 위치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잠간만이라도, 그만 면괴해지고 그보다 더 처참하게 될수도 있음을 알게되고 실어증이 생길것이다.
대저, 크든 사소한것이든 문제를 인식하고 대방을 리해하는데 지름길은 한갈래ㅡ 역지사지뿐이다. 그러면 아무리 몰리해하고 몰각한 사람이라도 쉬이 깨득이 갈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깡통을 주어먹던 옛날의 궁상은 구중천에 날려보내고 잘 살게 된 오늘부터 인생이 시작되고 원인도 없고 과정도 없이 결과만 있는듯 생각하면서 그냥 내노라하는 많은 복된사람들의 머리는 단순해도 보통 단순한게 아니다.
력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내리막에 절로 구르고 앞으로 굴러가지 뒤로 구르는 법이 없다. 한굽이 돌아드니 버들숲 저너머 또 새 마을이 나타닐지 누가 안단말인가? 마냥 공리공담에 신이난 소위 전문가제씨들도 알수 없는 일일게다. 지구에 앉아 하루에도 팔만리를 가거늘 세상에 살아있는 생물치고 정지상태가 있을것인가?
지구촌엔 유토피아가 없다. 천당과 지옥이 병존하고 부자와 가난뱅이가 함께 부대끼는 현실세계만 있을뿐이다. 오늘 잘 산다고해서 부자의 눈길로 자국내의 구석구석에 처참한 경상은 외면하고 남의 흉허물만 파내려는것은 시각문제가 아니라 지력 문제이고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관념문제이며 내가 곧 우주라는 관념론자들의 황당한 꿈을 신봉하는 어리석은 사유모식자들이다. 그래서 가소로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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