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http://www.zoglo.net/blog/cuijunshan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 미발표작품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기행

우리 형니미 얼매나 쎄다구
2013년 04월 02일 11시 17분  조회:880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우리 형니미 얼매나 쎄다구
 
                                               최 균 선
 
    우리가 아이때, 힘이 약해서 늘 짓맞아대는 아이들은 형님이 있는 아이들을 몹시 부러워했다. 쩍하면 “우리 형니미 얼매나 쎄다구!내 다말하지 않는가봐라 힝!”하고 뽐내면 주먹을 들었던 애도 주눅이 들어서 침먹은 지네가 되였으니 아니그러랴,
   자웅을 겨루는 아이들 싸움에는 옳고그름을 가릴것도 없고 놀다가 쉬틀려서 티각태각하다가 주먹다짐이 나기 일쑤이다. 그러니 역시 아이들싸움은 흐지부지한것이다. 그런데도 불문곡직하고 제아우의 역성을 들며 개잡은 포수처럼 우쭐렁거리는 막돼먹은 형들이 푸술했고 조금 머리가 잘돌아서 동생의 편을 들어 무슨 말은 하지않고 주먹만 으드득 소리내여 그러쥐는 형들도 있었고 아무소리도 없이 그저 한두번 나타나서 위엄을 과시하는 더 점잖은 형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머리큰 형들은 제또래속에서는 부실하게 논다는 평판을 듣기가 일쑤였다.
    아이들싸움이 어른싸움이 되여서는 재미없다는 도리쯤은 잘아는 형들은 오히려 머절스럽게 징징거릴게 뭐냐고 동생을 먼저 욱박질러놓고 마을친구들끼리 말다툼질은 있더라도 주먹닥질하지 말라고 점잖게 이르며 어른스럽게 놀았다. 형님이 한번 힘쎈 과시를 해서 제또래들을 제압해놓고 으시대려던 어리숙한 동생은 볼이 부어서 두두벌거렸지만 명지한 형들은 동생을 찔 흘겨보기만 했더랬다.
    그런 형님을 둔 동생은 다시 업심당하지도 않았거니와 외목내지도 않았다. 그러나 힘이 쎈 형님의 등쌀을 믿고 우줄렁대는 애들은 손오공이 금을 그어놓은 금구안에 당승처럼 별래무양(別來无恙)하였지만 아이들속에서는 기시당하는 대상이였고 소외 대상이 되였다. 황차 형들을 꼬리에 달고다닐수는 없는터여서 어느 모태손에 혼빵을 먹이고야 마는 경우도 많았으니 언제, 어디서나 형들만 믿을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힘센 형이 림시방편은 될지라도 아이들속에 따돌림을 당하면 호랑이가 아니라 사자님이 와도 해결이 못되기때문이다. 그때는 싸움박질도 소박하고 진실해서 먼저 코피터지는 애가 진것으로 결판났더랬다. 금방 수탉싸움을 하고도 밤잔원쑤가 없다고 다시 어울려놀기도 하던 그때 애들은 순진했고 그런 순진한 마음으로 가꾸던 동년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동년다웠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된다.
    힘센 형님타령을 부르던 애들은 그때는 배운게 적어서 어른들이나 알고있는 유명한 호가호위(狐假虎威)의 뜻을 몰랐지만 결과는 역시 그런 꼴이였다. 어른이 되여 책개나 좀 읽어야 “호가호위”란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잘난체하며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그게《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말이라는것을 알게 된다.
    차설, 전국시대 초나라에 왕족이자 재상으로 명망이 높은 소해휼(昭奚恤)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당시 위나라 등 북방의 이웃나라들은 초나라의 실권을 쥔 소해휼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에 괴이하게 생각한 초나라 선왕(宣王)이 하루는 대신 들에게 이웃나라들이 왜 소해휼을 두려워하는지를 물었다.
    마침 위나라 출신으로 평소 소해휼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강을(江乙)이라는 대신이 이실직고했다. "폐하,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어찌 한 나라의 재상에 불과한 소해휼을 두려워하겠나이까? 이런 이야기가 있나이다. 호랑이가 여우한마리를 잡았는데 잡아먹히게 된 여우가 잠깐 기다리시오. 이번에 나는 천제로부터 백수의 왕으로 임명되였는데, 만일 나를 잡아먹으면 천제에게 큰벌을 받게 될것이요. 내말이 거짓이라 생각되거든 내뒤를 따라오며 뭇동물들이 얼마나 나를 두려워하는가를 보시오. 라고 했사옵니다. 여우의 말대로 호랑이가 여우뒤를 따라가며 보느라니까 과연 동물들이 모두 혼비백산해서 도망쳤사옵니다.
    사실 동물들은 여우뒤에 있는 호랑이를 보고 달아난것이였지만 호랑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사옵니다. 여쭈기 황송하오나 북방의 제후국들이 두려워하는것은 소해휼이 아니라 그의 배후에 계시는 폐하와 초나라의 군사력이옵니다. 다시 말하면 백짐승들이 호랑이를 두려워하는것과 같은 도리옵나이다."
    강을이 한 이야기로부터 후세사람들은 무릇 권세를 잡은자가 다른 사름을 릉멸 하고 억누르려하거나 직무상의 편리를 리용하여 자신의 권세를 떨치려는 자들을 비유하여“호가호위”라고 형용하게 된것이다. 이소프 우화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어느 산중에 호랑이 한마리가 살고있었다. 호랑이는 모든 종류의 짐승을 먹이로 삼고있었기에 다양한 식사를 할수 있었다. 하루는 먹이를 찾아나섰다가 여우를 만났다. 여우고기를 별로 먹어보지 못한 호랑이는 이번에는 별미를 좀 즐겨보아 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여우를 덮치려고 하였다. 그 때 여우가 소리쳤다.
    너는 나를 잘모르는 모양인데 하늘님께서 나를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로 삼았느니라. 감히 우두머리를 잡아먹다니!그것은 하늘의 임금님 뜻을 거역해도 보통 거역하는것이 아니다. 이 말을 들은 호랑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언제부터 네가 우리 짐승의 우두머리가 되였느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는것이지?
    거짓말이 아니다. 너에게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겠다. 모든 짐승들이 나를 두려워하는것을 네눈으로 직접 보면 내말을 믿겠느냐? 그리하여 여우가 앞장서고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뒤따라 걸었다. 토끼한마리가 바위틈에서 나오더니 여우를 보자 급급히 도망쳐버렸다. 호랑이가 보기에 토끼가 여우를 두려워하는것은 당연한 리치인것 같았다. 몸집으로 보더라도 토끼는 여우보다 얼마나 작은가?
    여우와 호랑이는 한동안 숲속을 돌아다녔다. 그사이 뭇짐승들이 여우를 보고 도망쳤다. 호랑이는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주 사납게 생긴 곰한마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곰이 슬슬 눈치를 보며 달아나지 않는가? 호랑이는 결국 여우가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임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호랑이는 미처 “우두머리님” 을 몰라본데 대해 심심히 사과하였다…
    물론 이 이야기도 별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중복하는것은 싱겁지만 “호가호위” 한 여우가 얼마나 간능하고 그에 속히운 호랑이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잘 알면서도 그냥 호가호위하려는 사람들이 현대에도 많다는것은 싱거운 사실이 아닐뿐만아니라 아이러니하기때문에 상기시켜보았다. 이소프의 우화를 보더라도 호가호위심리는 동서방이 다를것이 없는데 전국시대의 이야기처럼 동양인들이 더 고전적인것같다.
    아이들의 호가호위는 사랑스러운데가 있지만 어른들이 그럴때는 곁사람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우직한 작동이요 언동이 아닐수 없다. “우리 형니미 얼매나 쎄다구!” 하는 소리를 입에 달고다니던 약해빠진 아이들은 불쌍한데도 있고 기발한 면도 있다고 량해를 달려볼수는 있되 결코 “힘쎈 형니미”가 제자랑거리는 아닌것이다. 국제유희에서도 아이들처럼 “형님”을 내대고 으시대는건 코흘리개 아이들과 다를것없다.
    남이 형님을 들먹거리던말던 그냥 배짱대로 덤비던 아이들이 생각나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장하였다. 남의 목마를 타고 키자랑을 하면 병신이거니와 제형을 등대고 으시대면 팔불출이였다. 지금은 집집에 홀로도련님이여서“우리 형님이 얼매나 힘이 쎄다구!”하고 우쭐댈 건덕지가 없다. 친형커녕 사촌형도 흔치않으니 말이다. 우리가 어릴때처럼 질박한 싸움대신 흉기부터 꺼내드는 막판이 되여진 지금 세월에는 코피터져도 혼자당하고 혼자 갚아줘야 한다. 고군분전이란 어렵지만 말이다.

                                            2013년 3월 28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00 5월의 서정미 2013-05-11 0 8323
199 (단편소설) 비술나무사랑 2013-05-10 0 11386
198 추리건 추론이건간에… 2013-05-07 0 8923
197 청탁평론의 득실 2013-05-02 0 9044
196 연설의 매력 2013-05-02 0 7693
195 드디어 승냥이가 이발을 앙다물고 2013-04-27 1 8794
194 거품의 미학 2013-04-25 1 7797
193 선입견과 편견의 오구 2013-04-23 0 8999
192 존재가 바로 리유인데… 2013-04-19 0 8866
191 (잡필) 꿈보다 해몽이…(외 2편) 2013-04-14 1 8504
190 (꽁트) 한 미치광이의 이야기 2013-04-10 1 8632
189 사람의 앞일은 모른당께로… 2013-04-06 1 9501
188 우리 형니미 얼매나 쎄다구 2013-04-02 0 8803
187 (소설)뒤골목의 녀인들 2013-03-31 1 11071
186 (교육수필)사립대학소감 한페지 2013-03-26 0 9963
185 풍물시조 100수 ( 61ㅡ100수) 2013-03-24 0 9211
184 풍물시조 100수 (31ㅡ60) 2013-03-22 0 7949
183 풍물시조 100수 (1ㅡ30수) 2013-03-21 0 8731
182 불상님 내게 훈계하시되… 2013-03-20 2 8911
181 무리와 우리 2013-03-16 11 9696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