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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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학원》 학생모집공고
2014년 05월 04일 12시 41분  조회:585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놀부학원》 학생모집공고
 
                                                  최 균 선
 
    교단을 떠난후 아무 할일도 없고해서 쓰잘것없는 잡궁리들을 이리저리 끄적거리며 속절없는 세월을 보내던차2004년 8월 8일
이딸리아의 북부도시 오스타에서 세계최초의 게으름뱅이 경험교류대회가 열리였다는 뉴스를 보고 생활의 활력을 찾은듯싶었다.   
대회에서《라태자선언》을 발표했는데 세계적행사로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매년 민족대표 50명을 추천할수 있다는 구절에서《놀부속성학원》을 세울생각이 문득 떠올랐던것이다. 별로 승산있는 구상은 아니지만 우후죽순처럼 일어섰던 사립학교들처럼 학생래원의 고갈로 걱정할 일만은 없을것 같다. 신주대지에 지천으로 널린게 라태한자들이니 말이다.
    게다가 해마다 열릴 그 대회에 보낼 대표선발이라는 미명하에 모집광고를 낸다면 필경 대성황리에 초생사업이 진행될것이다. 큰거리, 작은 골목의 그늘진 곳곳에 광고 를 붙이면 명주바지에 도꼬마리가 달라붙듯이 할것은 물론《농부일생이 무한 (无闲)》이라던 농부가가 지금은《농부일생이 유한이로세》로 고쳐불려지니 버덕마을이든 시골이든 지원자가 많을것이 당연하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나는 다 닳아빠진 붓을 찾아내여《학생모집을 알림》이라고 일필휘지하였다. 광고라는 두글자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것이기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원장과 교원대오를 밝혀야 하는 대목에서 붓이 방아를 찧는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당분간 명성높은 인재를 등용할수 없으니 내가 림시원장을 맡아야 할것같다. 나로 말하면 학문적으로는 아무 명성이 없으나 게으름병이라면 원근에 꽤 명성을 떨치고 있으니말이다.
    쉽게 한두가지 례를 든다면 발가락에 무좀이 먹는 한여름에도 일주일건너 한번 발을 씻으나마나한데 그나마 마른수건으로 닦아낼 때가 푸술하다. 머리도 두달에 한번 감으면 고작이고 목욕은 더울 때 물한대야면 다하고도 남는다. 드믈게 치솔질을 해도 좌우로 흔들기 귀찮아서 숫제 턱을 두어번 흔들고 등이 가려워도 벽에 고정해 놓은 등긁개에 등을 대고 앉았다섰다하는 수준이니 원장이 될만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리론강의와 실습지도를 할 교수들을 초빙하기가 쉽지 않다. 로신선생의 아Q씨가 적격인데 어째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원혼이 됐으니 청할길 없겠고…덧없는 세상이지만 게을러서 서두르지 않고 하잘것없는 신세이지만 게을러서 변통을 못하고 지낸 리규보의 그 거사같은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배달족대표로 추천하련만 죽은아이 자지만지는격이라. 교사대오건설은 차차 보기로 해야겠다. 나는 다시 붓을 날리였다.
    모집대상:
    게으름병이 있다면 공농상학, 정계, 교육계, 의료계통 등 각계통들과 사회구역의 모든 성원들이면 다 등기신청할수 있다. 구체대상으로 말한다면 기계를 돌린채 낮잠을 자다가 들통이난 사람, 직장에서 도박놀다가 제명당한 사람, 까다로운 완성품 질검사도 늘 눈감아버리는 사람, 일에는 베돌이, 먹는데는 악돌이, 팥죽함지에 코가 빠져도 입을 벌리기 귀찮아하는 사람, 힘든 일은 땀이나서 싫고 경한 일은 푼돈벌이라고 싫다는 사람, 쌀독에서 바가지긁는 소리가 나도 뺀낫자루같이 장기판이나 도박판을 쫓아다니는 백수신사, 걷기도 싫고 뛰기도 싫고 걸음마다 일마다 다 귀찮아 하는 구제불능의 무위도식자들… 이 가장 적격의 대상자들이다.
    농촌의 경우, 벼모기르기가 귀찮아 이집저집에서 빌어다가 농사짓는 사람, 한뙈기 터밭에 범이 새끼치건만 호미를 대지 않는 사람, 후치질이 처졌는데도 문구장에서 행복하게 웃는 사람, 비가 새건만 지붕에 올린 벼단이 썪는줄 모르는 사람, 울바자에 개대가리 나들어도 돌멩이를 주어다 얼추 막아놓는 사람…
    학교로 말하면 숙제를 밀렸다가 친구것을 베껴내는 학생, 명작한권을 일년두고 다읽지 못하는 대학생, PC방에서 밤을 패우고 수업시간마다 게침흘리는 고중생, 훈련문제나 작문숙제를 심열하기 싫어서“검사”두글자와 날인을 하고마는 교원제씨들, 정규수업에는 나그네말죽을 먹이고 자기가 꾸린 보도반에 끌어들이는 독직자 등… 
    정부기관으로 말하면 차물 몇고뿌, 신문 한장으로 반나절을 보내는 사람, 마작판에서는 초병의 혜안처럼 빛나도 회의장에선 기웃뚱하고 코노래하는 사람, 먹을알이 없으면 연구타령 하다가도 안속챙길 일이면 사타구니에 비파소리를 내는자, 사무실 서가에 와자자하게 진렬해 놓은 책들은 한페지도 읽지 않으나 별도로 꾸린 휴식실에서《호색경》은 열심히 파고드는 서문경류의 위군자, 상급앞에선 입다물새 없다가도 하급은 웃음으로 대하기를 싫어하는 고리삭은 관료들…
     과정안배표:
     본학원에서 가장 인기학부는 현대행정관리계인데 그중 비서문직의 비결일것이다. 여러가지 공문작성과 령도의 연설고를 쓰는게 전업인 비서로 말하면 꼭 게으름의 묘책에 무릎을 칠것이다. 이를테면 매번 미사려구, 류행어, 텅빈말, 틀에박은 말, 큰소리치기기법을 전수하는 대목이다. “××시는 세계로!세계는 ××시로!”라는 구호를 서두로 한다거나 “관념을 갱신하여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든가 “또 한층 새로운 차원에로 비약했다.”거나 “다시 더 새로운 창신의 광휘”등의 말은 아무 신문에서나 옮겨올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비결은 일거량득이다. 기실 게으름을 피운것이지만 령도에서는 필력이 강하고 문채가 빛난다고 치하할것이다. 조사연구가 필요할 때도 반드시 령도에서 중시하는 단위로 내려가야 한다. 그곳 사람들은 상하가 다 말재주가 있을것이여서 입술놀림과 함께 눈섭이 춤출것이고 말이 청산류수처럼 쏟아져 나올것이다. 어느것이 진실이고 어느것이 가짜인지 분간할수 없을만큼 경험들이 조리정연하게 회보될것이다. 그경우 일호차착이 없이 그대로 리용하고 신문을 적당히 참작하면 그보다 쉽게 엮어지는 조사보고가 없을것이다.
    매번 재료를 쓸때면 사무실이 번잡하여 깊이 사색할수 없다는 핑게를 둘러대고 집에서 쓰도록 조건을 창조한다. 독촉이 오면 수정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다시 며칠후 독촉이 오면 다시 윤색하는 계단이라고 대답한다. 두어시간 정신을 집중해 완성해 놓으면 큰대자로 누워 낮잠자도 좋고 음악을 흔상해도 좋고 아가씨를 찾아 사우나로 가도 되며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걸직한 육담으로 시간을 수식해도 누가 뭐라 말할수 없다. 이런 게으름이야 말로 신선놀음이 아닌가?
    혹시 창신성이 수요된다면《공문서사작대전》을 내놓고 서두방식이나 문장결구 요구대로 쓰면 랑패없다. 번마다 생신한 맛이나게 작성한다는것은 진정 문필이 뛰여나고 성근한 비서들의 몫이지만 지금 세월에 누가 황소처럼 미욱하게 일한다던가? 게으름을 피울줄 모르면 그게 바보스러운 사람이다. (이하 략)
     특수생모집조건:
     본학원에서는 다음 부류의 특수생을 우선모집한다. 앞에서 마른 비행기를 잘태우는 부하를 선호하는자, 책보기도 싫어하고 진취심도 없는자, 여러가지 훈련반에 대신 보내면 열심히 필기하는자를 중용하는자, 수업강당에 얼굴 한번 내밀지 않고 시험한번 치지 않고도 석사, 박사증을 획득한 뛰여나게 머리좋은자……
    리규보할아버지가 량심을 찍는 도끼로는 녀자가 첫째요, 내장을 상하게 하는 약으로는 술을 가리킨다 하는데 대낮이면 위엄이 뚝뚝 흐르다가도 밤이면 숨겨둔 작은 꿀벌네집에서 남녀평등이 되는 위군자들…총적으로 본학원에서는 무재무덕하고 무위무능한 상급아래에서는 게으름을 피우기 쉽다는 밀방 등을 터득할수 있다.
    연구생 연구항목:
    본학원에서는 어떻게 체력소모를 감소시키고 생활절주를 완화시키면서 마음에 맞게 느러진 삶을 영위할데 대한 기초리론을 선행시키면서 게으름병자들의 공통한 특점이 무엇이며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등 경험교류를 자주 조직하여 현시대의 인문환경에 알맞게 게으름을 피우는 기술과 예술성을 련마시킨다.
   본학원에서는 게으름병을 치료하고 마음을 돌리여 인의를 공부하려는 장한 뜻을 가진이들과 랭수마시고 룡트림하는자, 까기전에 병아리를 세려는자, 등 싱겁둥이들은 일률로 문전사절한다. 아마 이 조목에 대해 오해하고 그만큼 반향이 나쁠수 있으나 병을 치료하여 사람을 구한다는 의학상의 도리를 체현시킬수 없음을 고하는바이다. 독은 독으로 친다는 속담처럼 스스로 게으름의 극치에 도달한 다음 그 위해성을 깨달았을 때 자연히 정도로 나갈수 있을것이다.
    게으름병은 특히 우리 민족권에 만연되고있다. 게으름은 인성악의 일종으로서 빈궁의 길동무이다. 남의 사돈이야 가거나 말거나 제코나 옳게 닦으라고 조소할수도 있겠다. 접수하되 개정키 어렵다고 실토한다. 게를 똑바로 걷게 할수는 없으니까. 세상엔 악한으로 보이기 원하는 악한은 없듯이 자기가 게으름뱅이로 보이기를 원하는 게으름뱅이는 없다. 남을 넌지시 비난하며 자화자찬을 한다고 오해하지 말기바란다..
    본인은 이미 신세를 망친 사람이지만 개교식날 훈사는 멋있게 할것같다. 화두는 이렇게 시작될수 있다.《당신이 만약 재산을 잃었다면 약간한것을 잃은것이고 만약 영예를 잃었다면 적잖은것을 잃은것이며 만약 근면을 잃었다면 그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은것이라고,
    각종 우혜대우:
    국제게으름뱅이대회에 참가한 사람은 어떻게 현대수법으로 체력을 절약하고 생활절주를 느리게 하여 마음놓고 나름대로 안빈락도를 영위할수 있는 비법들을 배워오게 되며 일단《라태,안일도락의 권리》증서를 발급받은자는 국제라태자기금회에서 보내는 년금으로 생활을 보장받을수 있다. 초생수가 유한하다는것을 명기하라.
 
 
                             2006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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