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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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라국탐방실록
2015년 10월 01일 20시 03분  조회:460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염라국탐방실록
      
   아직 퍼렇게 살아서 지옥얘기를 한다는것은 너무나 격에 맞지 않는줄 알면서도 상념이 자꾸 음계쪽으로 흐르는것을 어쩔수 없다. 단떼의《지옥편》을 다시 읽으면서 잡생각이 무성해져서일가 ? 나는 세상에 공덕을 쌓은것이 없으니 천당에 가기는 만번 틀린 일이고 연옥쯤에라도 가면 다행일테인데 음으로 양으로 그리도 많은 죄를 짓고 저승길 앞당긴 악인들의 넋이 어찌 고통받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환상의 조랑말을 타고 지옥입구에 들어선다. 거기엔 살아서 너무 게을렀던 자들이 벌과 말파리에 쏘여 알몸으로 뛰여 다니고있었다. 그들의 발치에는 연충이 기여다며 그들의 상처에서 흐른 피와 눈에서 흐른 눈물을 빨아먹고 있었다. 탄식과 울음소리와 비통한 웨침소리가 별도 없는 하늘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눈꼽만치도 동정심이 솟지 않았다.
   다만 단떼의 안내를 맡았던 베르길리우스가 한 말이 들리는듯싶었다. 저들의 어두운생활은 사람에게서 버림받았으므로 그밖의것이라면 어떤 운명이라도 부러워한 다고, 나는 안해가 외국에서 벌어보낸 돈으로 게으른 신사질하며 살다가 너무 편안 해서 죽은 배달족의 사내들이 있을수도 있겠다는 싱거운 생각을 남기고 돌아섰다.
   다음은 제1옥 림보(Limbo)라는 곳이다. 단떼가 영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죽은 천진무구한 어린이들의 령혼과 공덕이 훌륭하여 존경받던 철인들과 시인들의 령혼이 있는곳이라고 했다. 내가 대철인들이나 명시인들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지나치면서 아프리카나 다른 지구들의 아이들이 기아선상에서 헤메다가 죽어서 이곳에 오지나 않았는지 해서 마음이 쓰이였다. 그리고 야차같은 이스라엘놈들의 무차별 폭격에 처참하게 죽은 레바논의 아이들이나 팔레스티나 아이들도 있겠지 하면서 차마 발걸음을 옮길수 없었다.
   애욕의 죄를 범한 령혼들이 지옥의 폭풍에 시달리고있다는 제 2옥을 지나면서 일별하니 살아서 육욕의 향연에 제노라 했겠지만 너무나 너절한 넋들이여서 재판관 미노스가 죄를 가려내 형을 판정하여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어도 왼눈 한번 팔고싶지 않아서 얼른 외면해버렸다.
    저주받고 차겁고 무거운 영원한 비가 내리는 3옥, 탐욕의 죄를 범한 사람들의 령혼이 새로운 가책으로 고통받는다는 곳이다. 다음은 제4옥이였는데 돈을 웬만큼 벌었다고 황금연이나 벌리고 몇십백만금을 퍼주고 묘지를 만들었다는 중국특색의 랑비자들이나 고리오나 뿔류쉬낀 같은 린색한들이 벌을 받고있었다. 이런 자들은 가슴으로 무거운 짐을 밀면서 끊임없이 빙빙 돌아다였다. 인간의 허무한 추구와 최후 운명에 대해 너무나 잘 말해주고있었다.
   제5옥에서는 화를 지나치게 많이 내는 자들의 령혼이 스틱스강의 흙탕물속에서 벌을 받고 있다자만 별로 흥심이 없었다. 상급앞에서는 허리뼈가 부러지기나 한듯이 굽신거리다가도 하급들에게는 걸핏하면 화를 내는 우리 거기의 관료배들이 생각나서 쓰거운 웃음이 나올뿐이였다
   소위 이단자들이 불에 그을린 묘안에서 벌을 받고있다는 제6옥도 스쳐지났다. 단떼는 착실한 신자여서 여기가 감명깊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별로였다. 타오르는 불길속에서《지구는 의연히 돌것이다.》라고 납함한 브루노같은 이단자나 장개석 국민당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구추백이나 채화삼, 방지민 같은 선각자들을 뵙고싶었지만 언감생심인듯싶어 욕심을 접었다.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원혼이 된 팽덕회장군이나 류소기님, 장지신이나 우라극 같은 《이단자》들은 꼭 배알하고 싶어도 눈물 한동이 쏟고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으면 어쩌랴 싶기도 하고 이번에 모쪼록 탐방하려는 상대자들이 아니기에 아쉬워도 자리를 슬며시 뜨고 말았다.
   제7옥은 이웃에 대한 폭력, 자신에 대한 폭력, 하느님에 대한 폭력으로 인해 죄를 지은 령혼들이 벌을 받고있다는 곳이였다. 인간세상엔 폭력으로 자기 한생을 장식한 인간들이 얼마인지 모른다. 력대의 그 모든 극악한 형리들, 회자수들, 살인자, 강도들이야 지옥불에 타죽든 껍질을 벗기든 내가 아랑곳할것 없다. 다만 이라크에서 만행을 저지른 악마미국병졸이나 그짓을 알고도 모르는체 자전거나 타고 휘파람이나 불면서 군자연한 부시같은 국제폭력배들은 어째 앞당겨 끌어오지 않나 하는 궁금증이 나서 한참 바장이다가 떠났다.  
   제8옥에는 유혹자, 아첨꾼, 고성죄인 점성술가, 마술가, 탐관오리, 사기군, 화페위조자, 위선자, 도둑, 사기군집정관, 모략가, 불화와 분렬의 씨를 뿌린자, 등 사기와 기만으로 죄를 지은 령혼들이 벌을 받고있었는데 바위구멍속에 거꾸로 처박혀 서로 부딪치면서 불안, 오뇌의 한탄이 넘치고있엇다. 놀랍게도 누구라 할것없이 모두 목과 턱이 몸통위에서 반대로 달려있었다.
   제8옥 의 제5구렁에는 탐관오리들이 끓는 력청(沥青)속에 잠겨있고 갈퀴로 무장한 악마에게 감시받고 있었다. 죄인들은 력청속에 잠겼으나 이내 머리부터 다시 떠올랐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낯짝들마다 제딴에 군자연한 웃음을 띠려고 애썼으나 살았을 때 주석단에서 저런 너저분한 웃음을 게바르고 백성을 미혹시켰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속이 메스꺼웏다. 그러자 다리밑에 있던 마귀들이《여기서는 성스러운 얼굴》도 소용없다고 흉악하게 호령질했다. 나는 악귀들도 몸서리쳐졌지만 악관들이 역겨워서 돌아서서 허구픈 웃음을 씹었다.
   제9원에는 친족을 배반한 령혼들, 조국과 자기 당을 배반한 자들, 배은망덕한 령혼들이 네개의 령역으로 구분된 코키토스의 얼음속에 갇혀있다, 지옥의 한가운데 지옥의 마왕인 루치페르가 있었는데 그는 세개의 입에 유다, 브루투스, 카시우스를 물고있었다. 여기서는 사랑과 권능, 지혜에 대응되는 증오, 무력, 무지를 표상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물건짝들을 알고싶지 않아도 붉은 당기앞에세 맹세한 자들이 개도  안먹는 그 돈때문에 배반자의 말로를 걸을수 있다는것이 너무도 불가사의했다.
   내친김에 련옥이나 들려보고 싶었지만 연줄이 닿지 않아서 곧추 염라대왕전 으로  향했다. 염라전대문가에서 작은 귀신이 두눈을 딱 부릅뜨고 막아나섰다.《이런놈 보았나? 여기가 어디라고 귀신도 아닌 잡놈이 기신기신 기여드는거여?》소졸이라지만 역시 아귀는 아귀여서 등곬이 선뜩했지만 물러설수는 없었다. 내가 특별취재차로 온 탐방기자이라고 하니 마지못해 안에 전갈해주었다.
   내가 주저주저하며 염라대왕이 군림하고있을법한 대궐을 찾아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염라전에서 어전회의가 열리고있었다. 특별취재를 왔노라고 크게 아룄더니 염라왕이 히쭉웃고는 자기 옆자리를 내주었다. 이승에서는 녕악하고 차디찬 마왕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데 몹시 놀랐다.
 《마침 잘 왔다. 양계에서 한번도 여기 음계의 소식을 전하려고 찾아온 이승인이 없었는데 네놈은 꽤나 담대한 자이구나. 늬들 인간촌에서는 염라대왕에게로 가는 길에 로소가 따로 없다고 한다지. 맞는 말이다. 오면서 보았겠지? 신주대지에 인구가 하도 많아서 잡아오는 탐관오리들만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지. 세계각국에서 오는 자들은 아직 보지 못했겠지만, 이 몇년래 어찌나 바쁜지 련휴일제를 실시해놓고도 나 이 대왕도 제대로 휴식해보지 못하고 있구나, 으허허허…》
   보아하니 염라왕이 18장관들의 확대회를 소집하고 탐관오리들에 대한 심사와 처리문제를 회보받을 작정인듯 하였다. 염라대왕이 나직하게 알려주었다.《요 근년래 중국에 탐관오리들이 갈수록 늘고있어 그것들을 처치하는 일이 얼마나 번중해졌는지 모른다. 할수없이 여기 지부(地府)에서도 이승처럼 편제를 확대하고 판관들을 대거 초빙하였다. 이제 들어보면 알것이다.》
  《여봐라, 어전회의를 시작하도록 하라. 오늘 정황회보를 하되 누구들처럼 틀에 박힌 빈말이나 거짓말, 큰소리를 줴치지 말고 근엄하게 하도록 하라.》
   염라대왕의 호령은 추상같았다. 나는 얼른 가지고 간 소형록음기를 틀어놓았다. 아마 새로 부임한듯한 판관이 회보를 시작하였다.
  《예ㅡ에 이번 어전회의는 제때에 열린 매우 중요한 회의올시다. 지부령도에서 친히 틀어쥐는데 대해 소관은 적극 지지하는바입니다. 본론에 들어가렵니다. 몇해전 이 염라전에 줄을 지어 대령한 탐관오리들로 말하면 과급이 많고 처급들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례하여 귀주의 염건굉이나 광동의 왕충, 하남의 중화같은 몇몇 물건짝들 이지요. 잠간, 제가 차물을 한모금 마시고요, 헴,헴…
   그런데 요근년에는 과급, 처급들이 줄쳐서 들어왔고 청급인물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은 많고 일손은 적어서 거의 매일 초과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그게 바로 쓸데없는 빈소리고 관료작풍이라는거야. 실제문제를 말하거라.》
  《예ㅡ황공하옵니다. 에, 말하자면 전 한계단에 과급이하 탐관오리들은 기본상 다 징치하였습니다. 그런데 처급이상 탐관들 특별히는 청급이나 성급탐관들의 안건이 워낙 복잡하고 많아서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대왕께서 몸소 결재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요.》
  《그게 어떤 자들인지 일일히 거명하도록 하라.》
  《예ㅡ성, 부장급으로 한 성장의 천년 로임에 해당하는 4000만원을 후무린 성극걸이나 루만금을 탕진한 호장청따위들이지요. 청급으로 림국제, 리승룡이라든가 원화밀수사건에 걸려든 한무리 탐관 등, 기지부수입니다. 립공속죄하느라 자기 패당 을 물어먹은 검은세력두목들도 있습니다. 례하여 광동성상업검찰국 당조서기 리군이나 진황도시재정국장 희향오따위들이 넌출을 당기니 감자가 묻어나온것처럼 들통이 난놈들입니다.》
  《오냐, 알겠다. 오늘 회보회의는 이만하고 아래에 상술한 현안들에 대한 처리 원칙을 말하겠다. 처급이상 탐관악관들은 중벌로 호되게 다스려라. 백성의 세금으로 배불리고 향락하면서 백성을 위해 좋은 일을 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탐오수뢰하고 또 정부를 감춰두고 축첩하면서 나라와 백성을 해친 못된자들이니 끓는 기름가마에 앉혔다가 칼산에 오르게 하라.
  탐관들속에서 장물을 즉시 국고에 바치고 립공속죄표현이 뚜렷한 자들은 혹형을 가하지 말고 련옥에 보내여라. 그리고 우수한 자를 선발해서 작은 귀신으로 쓸수도 있다. 겸하여 말하거니와 지금은 음계나 양계나 정토가 없게 되였다. 아마도 이승에 서 잡혀온 자들이 나쁜 물을 먹인것같은데 여기 지부에서도 반부패력도를 가강하여 렴정건설을 잘 틀어쥐여야 하겠다. 늬들속에서 어느 놈이 감히 부패분자들의 꾀임에 빠져서 수뢰하고 탐오하는 현상이 발견되면 껍질을 벗기고 기름가마에 앉힐것이니 알고 서둘러라. 알겠느냐?》
   십팔라한들과 소졸들이 일제히 엎드려 칙지를 받들어 모시였다.
 《예ㅡ어느 존전이라고 일호차착인들 있으리까. 대왕마마의 금과옥조를 률법으로 삼아 절대절대 렴결봉공하오리다. 전하!그러하오나 이 근년에 탐관들이 무리지 어 잡히는 바람에 일은 많고 일손이 딸려 정히 고달프나이다. 양계에서는 할일 없는 관리들에도 로임을 부단히 올려주는데 우리 지부에서도 대우를 높여주시옵소.》
  《음ㅡ듣고보니 근사한 의견들이다. 이승에서 로임을 크게 올려 관리들의 탐욕을 무마하고 청렴을 도모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있다. 그게 워낙 우스운 짓거리이지만 우리도 한번 시험해보도록 하자. 황차 새천년도 벌써 몇해 지났으니 개혁을 할때도 된것같다. 재정부장은 듣거라. 십팔장관들은 곱배로 올려주고 8만 소졸들에게도 적당히 대우를 해주라.
   그리고 여기 일이 점점 더 분망해질것인즉 래년엔 기구개혁을 해야겠다. 편제를 두배로 늘이되 로동자, 농민출신으로 죽은자들속에서 판관들을 더 초빙하고 어중이 떠중이 잡놈들속에서도 쓸만한 놈들이 있거든 소졸로 충당할수 있다. 에ㅡ또 비록 천국에 있고 나이가 너무 많긴 하지만 포공어른을 모셔다가 고문으로 앉힐터인즉 그의 법치태도를 잘 모색해 배우도록 하라.》
    말을 마친 염라왕은 나에게 얼굴을 돌리며 당부했다.
  《경계가 달라서 접대할 방법이 없으니 그리 알고 돌아거라. 너도 보았겠지만 여기서는 늬들처럼 형상수립이니 뭐니 하면서 아래위가 짜고들어 죄행을 덮어감추거 나 자리를 옮겨놓아 뒤길을 마련해주고 큰문제는 작게 하고 작은 문제는 없애버리는 작법이 용허되지 않느니라. 탐방을 왔으면 음간의 소식을 대천세계에 진실하게 보도하도록 하여라. 본대로 들은대로, 있은 사실 그대로 쓰란말이다.
   구로씨아의 문호 고리끼가 지옥같은 어느 섬도의 수용소를 탐방하고 인도주의가 제대로 관철되는 곳이고 죄수들의 락원이라고  보도하여 작가적인생에 패필을 쓴것을 너도 들어서 잘 알것이다. 그랬다간 장차 너를 18층지옥에 처넣을것이다. 붓쟁이가 량심을 버리면 제아무리 미사려구를 늘여놓아도 결국 당나발에 불과한것이니라.》
   내가 꼭 당부를 저버리지 않을것이라고 미처 대답하기전에 염라대왕은 안개같이 사라져버렸다. 볼일을 다보았으니 구태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 곳에 더 머물을 마음이 없었다.
   염라전을 나서 다시 이승의 본연에로 돌아와 보니 나는 그냥 강기슭 백양나무 아래에 있었다. 조락을 알리는 가을엽서인가 병든 나무잎들이 하나둘 떨어져 처연한 느낌을 더해주었다. 밤하늘을 쳐다보니 멀리 별이 총총한데 천상에 있다는 극치의 절경이 보고싶었다. 지옥을 거쳐왔으니 스스로 천국을 꿈꾸는것이리라.
 
                                    2006년 9월 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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