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대(大)자를 언제 누가 만들었고 어찌하여 사람 인(人)의 우둠지를 가로질러놓 은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알수 없지만 아무튼 인류는 자고로 큰 대자를 좋아하였음이 틀림없다. 중국사람들이 자초에 한자를 만들때 상당히 자신감에 넘쳐있었다고 볼수 있다.
《3자경(三字经)》첫머리에《천생물,인최령(天生物,人最灵》라 하였는데 천지간의 생물지중에 인간이 가장 령험하니라는 뜻인듯싶다. 조선말에《천지지간 만물지중 유인최귀(天地之间,万物之中,唯人最贵》도 인간은 만물지상에 군림한다는 자긍심이 넘치고있다. 이 시점에서 큰 대(大)는 인간에 대한 가장 좋은 해석이 된다고 할수 있다.
사물의 크기와 작기는 대외사물에 대한 인류의 기본인식으로서 비교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한자에서 보면 큰 대(大)는 사람이 두팔을 들고 정면에 서있는것같은 모양인데“人”은 이미 사람을 가리키는것이 되였고 대“大”자는 인간의 본능이 크다는것을 현시한다. 천“天”은 인(大)의 우에 있게 되였다. 그래서 하늘이 크고 땅이 크다지만 사람은 그보다 더 크다(天大地大人亦大)라는 말이 만들어진것이다.
그러나 대소는 상대적인것으로서 큰것이 있으면 필경 작은것이 있게 된다. 무엇을 작다고 하는가? 어떻게 작다는것을 아는가? 우리가 보는 우주를 크다고 할수 있는가? 인류는 아직 옹근 우주의 경계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음에랴, 외재사물에서 계발을 받을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비교가 있어야 대소를 분별할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인식속에 큰것과 작은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일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大) 는 기실 작은것을 가리키기도 하고 반대로 작다(小)고 말하는것은 또 큰것을 가리키기도 하는것이다.대소는 사람에 다르고 곳에 따라 다르고 때에 따라 다르고 일에 따라 다를수밖에 없다.
선각자가 가로되《일화일세계, 일사일건신 (一花一世界,一沙一乾坤)》이라 하였으니 크고 작음인들 상대적이 아닐수 있겠는가? 큰것이라해서 무한히 클수는 없고 작은것이라해서 무한히 작을수도 없다.
우주간에 절대적으로 큰것이 없고 절대적으로 작은것도 없다. 먼저 참조물을 명확히 잡아야 한다. 하나는 인간이고 하나는 상대물이다. 상대물 혹은 관찰점에서 무한이 크거나 무한히 작은것이 감지된다. 해나 달은 매우 크다. 그러나 우주밖에 관찰점을 잡았다면 해도 달도 작디 작다. 크다는것의 규준은 무엇일가? 아무도 확답 할수 없다,
사람들은 크면 클수록 강대하고 작을수록 약하다고 인식한다. 많을수록 좋다는 뜻인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은 있지만 가령 대대익선(大大益善)이라 한다면 되게 웃기는 말이 될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작정 큰 대자를 좋아한다. 대소를 내세 우는것은 강약을 내세우는 심리이다. 스스로 작은것에 만족되지 않아서 무작정 큰 대자에 매달리는것이다.
큰거리, 작은 골목에 눈에 띄이는 약방마다 그저 약방이 아니라“××대약방” 이다. 들어가보면 단칸짜리 작은 약방도 있다. 약방은 무조건 대약방이라고 간판을 내걸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지…그리고 “××대세계”. “××대오락성 ”등등 큰 대자가 붙은 간판들이 많이 보이는데 큰 대자에 담긴 상업심리만은 잘 읽혀진다. 그래서 시야비야 할 생각은 없고 다만 큰 대자에 기탁되고있는 사람들의 보편적 심리상태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볼뿐이다.
사실 스스로 큰것이 되고싶다해서 커지는것은 아니라는것은 자타가 잘 알고있다. 례하여 과거 일본은“대일본제국”이라고 자칭하였는데 물론 큰 대자에 경제대국, 군사대국, 문화대국이라는 뜻이 들어있겠지만도 국토가 광대한 나라가 되고싶다는 원초적욕망이 더 짙게 깔려있었다고 할수 있다. 악명높은“대동아공영권”이니 뭐니 하면서 중국대륙을 침략하고 태평양전쟁을 발동하여 명실상부한“대일본제국”의 야망을 이루려 광분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그냥 섬나라로 남아있지 않던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고 떵떵거리던 대영제국도 역시 그랬다.
일제에게 먹히기전 조선조의 말대황제 고종도 나라의 강성을 념원하여 국호를《대한제국》이라 개칭하였지만 기실 달라진게 없었다. 제국이란 국제상 군사적,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하고 타국을 정복한 경력이 있는 나라라야 제국이라는 명칭에 부합되는것이다. 제국의 꿈이 일제의 군화에 의해 깨졌으니 력사의 롱담이라 할것이다.
산이 커야 그림자도 크다는 말이 있지만 허영심에서 매달리는 큰 대자는 실속이 없고 무의미하며 신빙성도 없다. 주먹만한 조약돌이 작은가? 개미에게는 그것이 큰 바위로 느껴져서 에돌아간다. 개구리가 제배가 큰것을 자랑을 하려고 황소와 내기를 하다가 배가죽이 터져죽었다는 우화를 만들어낸 인간들이건만 어찌하여 무작정 큰것에만 매달려 자기를 과시하려들가?
현대인들은 더구나 큰 대자에 매달리기 선호하여 언필칭 대자를 앞에 붙인다. 례컨대 과거에는 대명대방, 대비판, 대약진, 대운동 등 말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놀래 웠던가? 현재에는 대시각, 대조류, 대전망, 대사로, 대경쟁, 대검사 등 말들은 신문이나 텔레비선전물에서는 이미 틀에박힌 관방어로 되여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큰것이 때론 작아지고 작은것이 때론 크게 되는게 자연의 섭리인것이다. 일상적인 실례로 사람은 늙으면 키는 작아지고 유감은 커진다. 물욕이 작으면 쾌락이 커진다. 야심이 크면 자유는 상대적으로 작아 진다. 자아감각이 크면 클수록 자기를 아는 현명성은 작아진다. 작은 아이들의 말이 때론 크게 지혜로운 말이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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