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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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얻기전에…
2016년 02월 06일 16시 36분  조회:4313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그대 얻기전에…
 
     
   한사람이 망망한 사막을 벌써 이틀째나 걸었다. 갈증이 심해서 하늘 땅이 핑그르르 도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나운 폭풍마저 휘몰아쳤다. 다행히 모래에 묻히지는 않았지만 그만 방향을 잃고말았다.
   절망에 빠져 막연한 마음으로 허위적거릴 때 난데없이 저 멀리 오두막 한채가 눈에 안겨왔다. 허위단심 달리며 엎어지며 달려가 오두막안에 들어서니 해빛도 바람도 통하지 않는 어둠컴컴한 그속에 마른 나무가지들만 어수선하게 쌓여있었다.
   그가 실망하여 주저앉는 순간 뜻밖에 나무가지에 덮혀있는 녹쓴 펌프가 눈에 띄였다. 희출망외라 얼른 다가가 펌프주둥이에 입을 대고 힘껏 빨았으나 물은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맥을 탁 버리며 주저앉는데 역시 나무가지속에 묻힌 물통 같은것이 눈에 확 안겨왔다. 부랴부랴 나무가지를 헤치고 물통을 쥐여드니 누렇게 색이 바랜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글이 적혀있었다.
  《당신은 반드시 이 물을 펌프에 넣어야 물을 뽑아올릴수 있다. 그리고 부디 잊지 말라. 당신이 여기를 떠날 때 물통에 원래대로 물을 가득 채워놓을것을!》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나무마개를 뽑았다. 아닌게 아니라 커다란 물통에는 맑은 물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 물을 다 마신다면 목이타서 죽지 않고 이 사지판을 무사히 벗어날수 있을것같았다. 그러지 않고 종이에 적힌대로 물을 펌프에 넣었다가 물이 나오지 않으면 락자없이 죽고말것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였다.
   종이에 적힌대로 물을 펌프에 넣는다는것은 이만저만한 모험이 아니였다. 그의 내심에서 격렬한 투쟁이 일어났다. 목안은 더구나 타는듯했고 입술은 말라서 바작 바작 부서지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생사를 내건 오랜 내심투쟁끝에 자기를 이겨내고 드디어 물을 전혀 가망없어보이는 펌프에 몽땅 쏟아부었다. 그리고 조바심치며 뻔질나게 잣았더니 과연 기적같이 시원한 물이 콸콸 솟아올랐다. 저도 모르게 환성이 터졌다. 물을 량껏 마시고난 그는 먼저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넣고 자기 물통에도 물을 넘치게 받아 넣었다. 물통마개를 막으면서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래, 친구야, 네 선택이 현명했어! 자신을 믿으면 좋은 일이 있기마련이야,) 궁지에 빠졌던 그는 사람은 무엇을 얻기전에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생 철리를 가슴에 새기고 오두막을 나섰다. 생명수가 가득찬 물통을 가슴에 안은 그는 새로운 인생의 오아시스를 향해 힘있게 걸어갔다…
   그렇다. 그 누군가의 비유처럼 인생은 가감승제이다. 소학교때 배운 가감승제는 둔재가 아니라면 누구나 거개 잘 터득하고있다. 하지만 인생의 가감승제는 1+ 1=2와 같은 간단한 해답이 나오는것이 아니여서 저저히 잘 풀어나갈수 있는것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사건속에서 인생의 가감승제를 어떻게 풀것인가를 멋지게 보여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이름도 혁혁한 인도의 간디였다. 한번은 그가 막 출발하는 렬차에 오르는 찰나에 그만 구두 한짝이 벗겨져서 철길가에 떨어졌다. 하지만 렬차가 이미 떠나기 시작해서 구두를 주을수 없었다.
   동승한 사람들도 애석해 하는데 생각밖에도 간디가 얼른 나머지 한짝마저 벗어서 살며시 떨어뜨리는것이였다. 한 려객이 그의 거동이 리해되지 않아 리유를 물었다. 간디는 그렇게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말하였다.
  《가령 어떤 가난한 사람이 내 신발 한짝을 주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맹랑하게도 아무 쓸모없는 신이라고 얼마나 실망하겠어요? 이제 완정한 한컬레를 얻었 으니 당연히 기뻐할게 아닌가요?… 》
   이 작은 일화가 그 승객은 물론 우리의 가슴에도 무엇인가 뭉클  와닿게 하지 않는가? 일상생활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게서 덜어낸것이 다른 사람에겐 더하기로 돌아가고 내게로 더해진것이 또한 타인에게는 덜기가 되여진다는 인생 철리를 리성으로 터득한다는것은 결코 낡아버린 신을 버리는것 같이 용이한 일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내것을 덜어내여 남에게 더해주거나 곱해 주라는 법은 없고 또 아무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내게서 덜어내여 남에게 줄때 그것은 눈에 보이는것일수도 있고 아니보이는것일수도 있다. 마음 한자락이라도 좋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족하다. 그 말 한마디가 언젠가는 굴리는 눈덩이처럼 더 커진것으로 내게로 돌아올수도 있지 않겠는가?
   명예는 얻는것이요 인격은 주는데서 현연된다. 하지만 오늘 날 우리들 모두가 자기에게 명예와 금전과 권력같은것은 더해지거나 곱해지기만 바라고 또 그 바램이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 하면서 이런것들이 자기에게서 한쪼각이라도 덜어져 나갈가봐 말초신경까지 바싹 살린다.
   그러다보니 물욕이 횡행하고 비리와 비정이 살판친다. 국고이건 남의 재부이건 될수록이면《덜어》내여 자기 흑사심에 끝없이 만족을 더해주려는 인간패류들이 곳곳에 득실거리고 인정세계는 사막화되였다. 하지만 그것을 말세의 풍조라고 개탄하면서도 내게서부터 찾지 않는것이 인간상정이다.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고 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도 큰 법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요 함깨하는 인생이여니 사람마다 인생의 가감승제를 덕성으로 풀어나 간다면 리기와 알륵과 자아중심주의만이 휘몰아치는 우리네 인정의 사막에도 이르는 곳마다에 인애가 흐르는 오아시스가 여기저기서 어서오라 반겨주지 않을가?
   아닌게 아니라 이 지구촌엔 그래도 자기가 번돈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자각하고 여러가지 자선사업에 루만금을 기부하는 인애로운 사람들이 있어 인정은 둥글어지고있다. 그들이말로 인생의 가감승제법을 깊이 터득한 고귀하고 후더운 지성인들이라 할것이요 그런 적성의 사람들이 있기에 지구촌에 그래도 사람사는 냄새 가 풍기고 있다고 해야 하리라!
   인생의 가감승제는 결코 수자로 풀어나가는것이 아니다. 아흔아홉섬 가진 놈이 한섬 가진자에게 백섬을 채우게 마저 달라고 하는 그런 탐욕자들은 소학교 가감승제를 누구보다 뛰여나게 잘 한다고  양양자득할지 모르겠으나 인생의 가감승제 에서는 영원한 락제생들이라 해야 하리라.
 
 
                     2005 년 5 월 1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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