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척사나이로서 매니큐어인지 미조(美爪)술인지를 하는 현대멋쟁이 아가씨들처럼 손의 보양에 신경을 썼다면 대단히 머시기한 일이라 하겠지만 한창나이 때 나는 확실히 손때문에 웬간히 왼심을 썼댔다. 지탑에 장알이 박히고 모내기에 손톱눈이 모지라지고 밭김때 풀에 절어들고 논물에 퍼지고 엄동 곡괭이질에 터갈리여 그야말로 솔뿌리같고 북두갈구리 같은 험악한 내손이였다.
처녀애들처럼 모내기때 손가락을 잘라낸 장갑을 낀다는것은 암소를 웃길일이여서 감히 그러지는 못했지만 밭갈이때는 그 없는 돈에 돼지가죽장갑 하나는 꼭 갖추어 끼고 지탑을 잡았다. 그러나 손땀에 절었다가 건풍에 마르면 생소가죽안에서 손이 보호되기커녕 되려 썩살을 굳혀주었다. 그래서 장갑이 마를새 없이 물에 젖혀가지고 끼면 장감이 젖어있을때까지는 손이 편안하였다.
그러나 뿌리깊은 장알은 굳으면 더 굳었지 사그라질줄 몰랐다. 하여 면도칼로 깍아내기까지 하였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오줌물에 씻으면 손이 보드라와진다고 해서 저녁에는 제오줌에 손을 씻었다. 논김을 매고나면 손이 조금 고와지는듯 하다가도 호미잡고 제초기 잡고나면 그꼴이였다. 더구나 참기어려운것은 무슨 영양소가 모자랐던지 손톱눈이 꺼져들어가서 엄지손톱 량쪽귀로 피가 슴새는것이였다.
그렇게 밭에서 벌벌 기여다닐 때 내손은 손이 아니라 앞발처럼 생각되였다. 물론 농민이래서 다 내처럼 손이 험악한것은 아니였다. 내가 천생 못생긴 손을 가지고 역사질하면 엄마는《밤낮 일만하다가 돌아간 네애비의 손에 비하면 꽃이네라》하고 꾸짖기도 하였다. 역시 험악한 손은 유전이였던가보다.
내가 평생 부러워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천성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희고 부드러운 손이였다. 그 손이 붓대를 쥔 손이든 간부의 손이든 관계없이 부러워했고 그만큼 은밀한 곳을 꺼리듯이 손을 내놓기 꺼리였다. 그럴때마다 옛사람이 손을 두고 팔자를 운운한 글을 보며 몇번이나 개탄했는지 모른다.
같은 인간의 손이라도 류류별별에 형형색색이지만 나는 우둔하고 빈천하고 고생 문고리를 쥐고난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타고난 운명대로 지구수리에나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될것을 웬 손타령을 하였는가? 한마디로 본분을 지킬줄 모르고 허영심의 작간에 매달렸던것이다. 누군가 사랑과 가난과 기침 세가지를 숨길수 없다고 했는데 나로서는 손을 숨길수 없는것이 제일 안스러웠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어데가나 눈에 번쩍 띄이는 촌바우라는 인상을 주는것이 싫었던것이다.
궂은일 마른일 가릴처지도 못되여 상농군이 되였지만 해볕에 얼굴만은 잘 그을지 않아서 비슷하게 차리고 나서면 남의 눈을 속일만도 했지만 빌어먹을 손이 한번 누구의 손과 맞잡히면 영광스러운 신분이 홀짝 드러났던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지만 나는 그때 확실히 그런 얼간둥이자 흰둥이였다. 룡정시내로 인분실러가거나 벼짚을 팔러갈때는 오츄멜로브처럼 갑속에 든 사람이 되여 자신을 숨기려 하였으니 얼마나 비속하고 유치했던가?
여우 요정이 다른것은 다 변하게 하여도 꼬리만은 감추지 못하듯이 손이 시사하는 신분은 뛸데없는것이다. 내가 농민이면서 농민으로 보이기 싫어했다는 용서못 받을 “자사계급사상본질”이 우무룩하게 잘 감추어졌기에 망정이지 겉에 드러났더면 그러지 않아도 부르기좋은 개똥녀의 처지에서 하루 세끼먹듯 더구나 빈하중농들 앞에 나서서 교육을 받아야 했을것이다.
확실히 늘 드러내고 있는 손도 어떤 측면에서는 감출수 없는것의 일종이다. 나는 차차 자기위안을 배워냈다. (손은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을 시사할뿐만아니라 한사람의 품성, 인격가치도 체현한다. 어떤 사람의 손이 제일 위대한가? 로동자, 농민의 손이다!어떤 사람의 손이 제일 깨끗한가? 밭가는 자에게 진리가 있듯이 거무데데한 농부의 거친 손이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한 손이다. 희고 보드라운 매끈한 손이 가장 더러운 손이 될수 있다. 검은손 더러운 손이란 말은 손의 모양을 말하는것이 아니라 그 외형속에 감춰진 속창을 두고 한말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렇게 아Q식의 정신승리법을 익혀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끼끗한”로총각시절도 번져지고 허수룩하고 게으른 나그네가 되여진후 나는 손에 대해 더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 옆구리 곪아터치게 되였는데 손톱눈 곪는것을 헤아릴 경황이 아니여서 될대로 되라고 부는바람, 흘러가는 구름에 내맡긴 내 인생이였으니 자연스레 접수될 일이였다.
그런데 운명의 신은 나와 반생을 모질게도 롱담을 하더니 드디어 장마철 구름속에서 어쩌다 빠끔히 얼굴을 내밀기도 하는 해처럼 벙긋 웃어주었다. 나라의 새 시책의 덕분에 후반생에 운이 트이게 되여 숙망의 교단에 오르게 되였고 분필가루에 씻기고 교편에 다슳어서인지 얼마 안되여 손에 장알이 차츰 빠지고 뼈가 연해지더니 어느 새 마디굵어 우악스럽던 손가락들이《매끈해지기》시작했다. 옛말 그른데 없다고 정말 일이 상놈이였다.
분필대나 소모하며 후반생을 살아오면서 내손이 근본을 싹 잊어버리게 되였지만 어쩐 일인지 나는 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는 못했다. 물론 내 못생긴 손이 아니라 인간의 손일반이였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손은 그저 희고 곱고 부드러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과 관계되는 심오한 학문이 있었다.
4천만년의 진화를 거쳐 가장 완미하고 특색있는 기관의 하나로 된 손이야말로 인류의 지혜와 창조의 실천자이다. 바빌론의 공중화원, 애급의 금자탑, 만리장성, 돈황 막고굴…그리고 현대고기술의 놀라운 성과 등등, 인류가 창조한 모든 기적은 대뇌의 산물이지만 결국은 손의 창조물이고 기적이였다.
인류는 동굴속에서 살때부터 손을 숭배하였다고 한다. 3만 5천 년전의 인류의 조상들에게 있어서 손은 짙은 종교적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제우스의 손은 곧 절대적권력의 상징으로서 력량과 지혜를 상징한다. 고대희랍시기 다섯손가락의 이름은 지금의 이름과 달랐는바 엄지는 력지(力 指ㅡ힘의 손가락)로서 력량과 과단한 결재를 대표했으며 문명의 반영이고 건강과 관련된다고 인식했다. 식지는 방향지 (方向指)로서 지혜와 통하는 문을 대표했으며 중지는 모욕지(侮辱指)로서 경멸과 모욕을 표시하는 손가락으로 되였다. 무명지는 의생지 (医生指)라 했는데 직접 심장과 통하는 동맥이 있다고 인식하였다.
…예로부터 섬세하고 긴 손을 가진 사람은 품성이 자애롭고 자선하기 좋아한다 하였고 살찌고 투박한 손의 임자는 성품이 린색하고 얻는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손을 드리워 무릎을 덮으면 개세의 영웅으로 거듭난다고 했고 손끝이 허리에 이르지 못하면 평생 빈천하다고 하였다. 몸집은 작은데 손이 크면 복이 있다하고 몸집은 큰데 손이 작다면 박명하다고 했다. 손이 가쯘하고 두터우면 유복하다 하였고 손이 엷고 여위면 빈궁하다 하였다.
손이 거칠고 굳다면 비천하고 손이 부드러우면 청빈하고 귀하다 하였다. 손이 섬세하고 길면 총명하고 손가락이 짧고 손톱이 평평하면 우둔하고 천하다고 하였다. 손가락이 유연하고 긴밀하면 저축이 있고 손가락이 굳고 허트러져 있으면 재산이 흩어진다고 했다. 손가락이 봄날의 죽순같으면 청화부귀하고 손가락이 북채같으면 악렬하고 우둔하다고 하였다.
만약 발라놓은 파같으면 벼슬하여 봉록을 타먹을 운수요 손이 엷기를 닭의 발가락사이 지간막같으면 지혜가 없을것이고 우둔하다고 하였다. 손이 굴강하기를 발굽같다면 우둔하고 비천할것이라 하였고 손이 금낭처럼 부드러우면 극히 부할것 이요 손가락사이가 게사니발같다면 극히 빈궁할것이라 하였다. 손바닥이 길고 풍성하 면 귀하고 손바닥이 짧고 추하고 엷으면 천하다고 했다. 손바닥이 말라있으면 빈궁하고 손바닥이 붉기를 피를 뿜는것 같으면 영화부귀를 누릴것이다.
손바닥이 누르기를 불상에 먼지같다면 극빈하고 손바닥이 푸른색이 나면 가난할것이고 흰색이 나면 비천할것이라 하였다. 만약 손바닥복판에 검은 기미가 있으면 지혜가 있고 부유할것이나 손바닥가운데 가로금이 사방에 뻗어있다면 우둔하고 빈궁 할것이라 하였다. 아무튼 관상학에만 오묘한 학문이 있는것이 아니라 손의 모양과 쥐고있는 손금에 관한 학문도 지극히 깊은것 같았다…
손의 용도는 물건을 쥐는데로부터 시작되였고 던지는 용도도 가지게 되였다. 무엇을 그러쥐고 던져버리는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달린다. 그러쥐면 주먹이요 펴면 손이고 낱낱으로 펴들면 손가락이다. 그만큼 손의 공능은 다양하고 손의 공과 죄는 인류력사의 공과 죄이기도 한것이다. 패자의 채찍을 높이 들었던 히틀러의 하얀 손이 정복자의 피비린 마수였다면 임신부의 배와 두개골을 빠개놓고 뇌신경을 건드려보며 녕악하게 너털거리던 731부대의 생명기사들의 손은 과연 인간의 손이였던가?
흑인들을 쇠줄로 꿰여 노예선에 끌어올린 구라파 노예장사군들의 손은 야수의 앞발과 무엇이 다를가? 손의 력사는 분명 한 인간의 삶의 력사이기도 하거니와 인간 극장의 희비극을 쓴 력사이기도 하다. 일제에게 3천리강산을 받쳐올린 을사오적들의 손은 더러운 발바리발이기도 했거니와 백의민족의 망국사의 첫페지를 쓴 치욕의 견증자이기도 하다.
한 개체생명의 인생사가 손으로 엮어진다면 인류의 력사도 승자의 손에 의해 거창하게 혹은 피로 물든 악행의 자술로 되여진다. 그만큼 인간의 손은 눈부신 인류 문명을 이룩하였고 인류의 가원을 초토로 만들기도 한다. 손이 위대한가? 위대하다. 손이 악착스러운가? 악착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는 늘 《아, 그 손!!!》하고 감탄아 닌 개탄을 한다. 물론 제나름인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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