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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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52) 썩은 사과배와 광주리
2017년 05월 23일 19시 57분  조회:3309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썩은 사과배와 광주리                            
 
                                                                            진 언
 
    겨울나이로 사과배를 몇상자씩 사두었던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했듯이 고르고 골라 사느라해도 얼마 안가서 썩기시작하는 사과배들을 보게 되는데 수시로 골라내여 썩은곳을 도려내고 먹어치우든지 처치야 한다. 사과배는 알게 모르게 모종 충격을 받아서 흠집이 생긴것부터 먼저 썩고 그 썩은것이 옆에 사과배에 부패균을 전파시키므로 수시로 살피지 않으면 급기가 옹근 상자채로 썩어버리게 된다.
    사과는 온도가 맞춤한 가을보다 호되게 추운 겨울에 덜 썩는법이다. 더구나 사과를 따로따로 랭장고에 넣어두면 그처럼 쉽게 썩지 않을것이다. 원래 생생하던 사과배도 그렇게 썩는것은 뭇사과배가 썩었기때문만이 아니라 사과상자에도 문제가 있기때문이다. 전사회적으로 만연되여 더는 방치할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회부패문제와 썩은 사과배와 광주리문제를 련계시켜 생각해 본다. 물론 부패균의 직접적 전파와 관가의 부패현상과 꼭 같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만연되는것은 비슷한 현상이라 하겠다.
    근간에 거국적으로 정계촌의“썩은 사과”들을 부단히 골라내여 처리하건만도 련속부절히 속출되고있다. 사람들은 흔히“사과”자체의 부패인소를 너무 강조하면서 그것들이 썪은것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신앙을 잃어버린 탓이라며 도덕수양을 가강하면 방지할수 있다고 한다. 수양의 최고경지는 군자의 사상경계이다. 옛글에 일렀으되 군자는 명리를 탐내여 자기를 속박하지 않고 재물에 유혹당하지 않으며 미색에 미쳐나지 않는다고 한다.
    일언이페지하고, 과연 한 사람이 부패해진것이 순전히 그의 주관인소때문만일가? 서방의 발달국가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있다. 그들은 인간악이라는 이 방면을 특별히 강조하고있다. 사람은 날때부터 많은 악의 본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 계렬의 엄정한 법률과 제도를 내와서 약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있다. 그러나 위정자로서 저저히 만사를 대의(大义)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사욕을 채우기에 혈안이 된다면 사회적병폐의 악순환의 반복을 근절시킬수 없다.
    물론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내를 흐린다는 속담처럼 그런 자들은 소수로서 주류는 맑다고 하지만 인젠 소수라고 말할 계제가 못되고있다. 기실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는것이 아니라 흙탕이 있으니까 미꾸라지가 서식하는것이다. 맑은물에는 미꾸라지가 살지 않는다. 흙탕을 가셔내여 물이 흐리지 않게 해야 미꾸라지가 진흙탕속에 파고들어 번성하지 못하게 할수 있다.
    방안에 바퀴벌레 한마리가 기여다닌다면 보이지 않는 어느 축축한 구석에서 수많이 살고있다고 추측할수 있다. 아니면 잡아내도 잡아내도 줄어들지 않는 리유가 대관절 무엇인가? 부패분자들도 무섭게 날치는 뱀일수록 자기 독에 더 빨리 죽는다는 도리를 모르지는 않을것이다. 그런데 재미나는 곳에서 범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차설, 돌고돌아 말해도 역시《사과광주리》가 더 문제이다. 고서《태평광기》에 이런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있다. 일컬어 태평성세라던 당조 정관년간에“화도사” 라는 절에서 매현자라는 중더러 창고를 관리하게 하였는데 그렇듯 믿었던 매현자가 몇년후에 절에 재산을 싹쓸이해 가지고 알수 없는 곳으로 도망쳐버렸다. 그 중은 떠나면서 시한수를 남기였다.
  《양을 승냥이의 턱주가리밑에 놓아두고/ 뼈다귀를 개앞에 놓아두었네/ 내 또한 아라한(阿罗汉)이 아니여늘 어찌 도둑질할 욕념을 피할수 있으랴,》시의 숨은 뜻인즉 만약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면 승냥이가 어찌 양을 잡아먹지 아니하며 개가 뼈다귀를 널지 않으랴. 탐관들도 그러하지 않을손가?
    어떤 고승이 쓰고있다. "도란 만물을 덮고 싣는 곳이니 바다처럼 크다. 군자는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안된다. 무위(无为)로 다스리는것을 천(天)이라 하고 무위로 선양하 는것을 덕(德)이라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만물을 리롭게 하는것을 인(仁) 이라 하고 같지 않은것을 같이 모이게 하는것을 대(大)라 하고 행함이 다른 사람과 불화하지 않는것을 관용(寬容)이라 하고 만가지를 소유하되 똑같지 않은것을 부(富)라 하고 덕을 붙잡는것을 벼리라 하고 덕을 이룬것을 독립이라 하고 도에 순종하는것을 비 (备)라 하고 외물(外物)때문에 뜻을 꺾지 않는것을 온전(全)하다 한다.
    군자가 이 열가지를 밝게 하면 정사에 관용하고 마음이 커질것이며 행실이 성 대하여 만물이 근본으로 돌아갈것이다. 그러한 자는 금을 산에 감추고 구슬을 못에 감춘것 같고 재화를 리(利)로 취하지 않고 부귀를 가까이하지 않으며 장수를 즐기지 않고 요절을 슬퍼하지 않는다. 또 그러한 자는 영달을 영화롭다 하지 않고 궁핍을 추하다 하지 않으며 일세의 리익을 가로채 자기가 사사롭게 얻은것으로 여기지 않고 천하를 다스려도 자기가 높은 자리에 있다고 여기지 않고 혹 높은 자리에 있으면 밝기만하다. 그에게는 만물이 한몸이요 사생(死生)이 같은 모습이다."라고,
    관원마다 군자가 될수는 없으니 도사의 이런 설교는 조금 현학적이나 인생길을 오르고 또 오르면서 지남으로 삼을만하리라. 인간은 돈이 없어도 의연히 인간이지만 도덕이 없이는 인간대접을 받지 못한다. 인간은 빵이 없어도 못살지만 정신이 없어도 살지 못한다. 인간은 헐벗고도 살지만 삶의 어떤 의미가 없이는 살지 못한다. 무엇이 사람들에게서 도덕을 빼앗고 정신을 빼앗고 삶의 의미를 빼앗았는가?
    돈,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종일 돈타령만 하는자와 그 추종자들이 자신의 도덕과 정신과 의미를 빼앗은것이다. 례컨대 등산자들은 어째서 산에 오르는가? 하는 물음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는데“저기 산이 있으므로!”라고 대답한다. 그것은 등산을 멈출수 없다는 확답이기도 하다. 이 말을 패러디한다면 탐관들은 “돈이 절로 굴러들어 오니까,”라고 답할지 모른다. 그리고 부정축재를 추구하는 정답일게다.
    한편 금고문을 단단히 잠근후에는 열쇠를 잃어버리면 어쩔가 하고 근심을 놓지 못하는것이 인간심사이다. 환언한다면 선택된 감독자를 감독하는 감독기관은 누가 감독할것일가? 하는 문제이다. 행정조직상 잠규칙은 상급이면 경이원지하고 동급이라 하더라도 삼가하여야 하는것이다. 그러니 썩은 사과를 주어내고 주어내도 내리내리 그냥 썩기만할게 아닌가? 이건 진퇴량난도 아니고 호미난방도 아닌 치국철학이다.
    분노하기에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있다. 인간은 화가 나야만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게 된다고 하는데 분노한 집단과 분노하지 않은 집단의 문제해결 성과를 비교했을 때 분노한 집단이 더 성과가 높았다고 한다. 역반심리라 할가? 그러나 민초들은 분노하다가 체념에 이른 상황이지만 새롭게 강화되는 반부패력도를 기대한다.
    얼마전까지만도 부패문제상에서 우리가 늘 들은것은 관방의 틀에 박힌 말이였는데 이를테면 부패분자는 극소수이고 개별현상이라는것이다. 그런데 부패문제에  사정없이 “금고봉”을 휘둘러 일망타진하려고 잡도리하면서부터 “부패가 개별현상”이라는 “정치적수(政治修辞)”를 신중하게 제기하거나 적게 하고있다. 이는 현실에 립각하지 않으면 안된 치국지도의 승화이다.
    관원들의 부정부패는 전지구촌적으로 보편적으로 만연되고 있고 그 방지대책이 일대 난제이다. 미국의 학자 아미테 아이죠니가 반부패를 론하면서 관원들의 부패를 철저히 근절시키려면《한두개의 썩은 사과를 골라낼것이 아니라 마땅히 사과를 넣어둔 광주리나 상자를 검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참으로 심사숙고해야 할 경세지언이다.

                                    2007 년 8 월 13 일 ㅡ2014년 9월 28일 수정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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