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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빛을 건지는 단풍잎처럼
2017년 06월 05일 19시 13분  조회:277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언제나 빛을 건지는 단풍잎처럼
 
                                          ㅡ “단풍수필회”성립 10주년에 즈음하여ㅡ
 
                                                            최 균 선
 
      언제나 빛을 건져 광합성을 하는 나무들처럼 “단풍수필회”가 수필화원의 한구석에 뿌리를 내린지 어언 10년째이다. 수필회가 서서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로작가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단풍수필”만의 고유한 빛갈을 재창조하고있다. 그동안 수필회를 헌신적으로 이끌어 당당하게 열고개를 넘을수 있게 한 김회장을 비롯한 여러 임원 여러분과 회원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탄복하게 된다.
    뭔가 남다르게 튀여야 하고 이질적인것으로 창신을 보여주어야 부가치가 오르는 시대에 단풍이라는 단풍이라는 단어는 마치 철지난 실락감을 느끼 할수도 있다. 그러나 뒤미처 단풍이라는계절의 특징을 상징하는 그 의미속에서 만년에 생명의 빛을 단풍처럼 불태운다는 의로움이 가슴깊이 와닿을것이다.
    “단풍수필회”라는 이 특정된 그릇에는 얼마든지 다양하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마음의 소산을 담을수 있으며 석양처럼 생명혼을 빛내며 서로 긍정적인 힘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글을 써내기 위해 여전히 단풍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고있다. 몸은 비록 쇠잔해가지만 시들줄 모르는 문학정신과 지성을 아우르며 생명력 있는 또 다른 문학의 원지를 가꾸고있기때문이다.
    문학창작이란 원래 고독한 작업이고 고군분투가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해온 나이다. 그만큼 나는 그 어떤 규모의 문학인 활동이나 행사에 소외되여 있었고 그렇더라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학은 소신대로, 문필로 세상과 대화하는것이지 인맥관계에 힘입어 자기를 나타내는것도 아닌것이다.
    그러다가 약 일년전에 연변의 원로작가들로 구성되여 근 10년의 세월을 기록하고있는 “단풍수필회”에 신입생이 되였다. 안면있는 작가, 학자들도 있었고 초면인 작가들도 있었다. 비록 초면이고자주 마주앉지 않은 로선배님들이였지만 신정을 받아안는데는 아무 구애가 없이 마음이 편안하였다.
    몇차례 활동에 참가한후 느껴지는 첫감수라면 단풍수필회에 성원들인 로문인들은 퇴직전 자기가 맡은 일터에서 무슨 감투나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음으로 양으로 기량을 발휘한적이 없었거니와 수필회내에서도 무슨 욕심이 없는 지성의 문인들이라는 존경심이였다. 특히 자기의 여윈 돈지갑을 털어내면서까지 수필회를 꾸려왔다는 김길련회장이 더구나 우러러 보였다.
    매달 있게 되는 총회에서 서로 겸양하는 지성인들의 품격이 엿보이군 한다. 인생의 만년에 석양처럼 불타는 인생의 잔광을 문필사업에서 빛내려고 생명을 연소하면서 오로지 좋은 수필을 쓰고싶어하고 좋은 수필가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모이는 순수한 문학단체라는것을 다시금 실감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런 모임에서 그저 사양할수만은 없는 과분한 후대를 받았다. 참네한지 일년도 안되는 나인데 비서장을 하라는것이였다. 뜻하지 않은 일이라 당혹스러웠다. 많은 면에서 부족한 사람을 모임의 일군으로 추대해주니 몸둘바를 몰랐다. 전체성원 회의에서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젊은축에 드는것은 사실이나 원로문인들의 진지한 모습이 사명감을 더 무겁게 실어주었다.
    온화한 인품으로 후학들에게 늘 용기를 주시고 좋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라고 격려하시는 선배선생님들에게 다시금 존경을 고이지 않을수 없었다. 로년문학단체라 기보다 올곧은 선비들의 마음의 터밭을 가꾼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10년세월 많이도 로심초사한 문재가 빛나던 로작가님들과 연변대학의 학자분들, 여러 잡지사에서 실력 을 과시하던 편집자들이 수필회에 쏟아부었을 그 심혈이 가슴에 넘치게 흘러들었다.
    선배님들의 극진한 뜻을 수락하고보니 근심스럽기 그지 없었다. 소감을 말하고저 하니 사뭇 외람스러움이 앞섰다. 늦깎이문학지망생인 나, 작품다운 작품을 써내여야 조금 자신있게 나설수 있는 문학인모임이였기때문이다. 평생을 집구석에서 신들린 놈처럼 만년필과 씨름하던 자신이여서 마음의 여유와 포용력도 부족한데 덕망높은 선배님들앞에서는 더구나 미비함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존경하는 원로들앞에서 그래도 용기내여 소감을 말씀드릴수 있었던것은 단 한가지때문이였다. 문학을 시작하던 당시의 초심, 비록 부족한 재질을 미봉할수는 없어도 인생길 끝까지 필봉으로 문학의 터전을 갈고 가꾸리라 혀를 깨물던 그 황소의 열정이 아직도 가슴에서 불타오르고있기때문이다.
    나는 문학의 길에서 우왕좌왕하며 어느 하나도 딱 부러지게 해놓은 쟝르가 없는 초학자이다. 수필이란 문학의 화원에서 세상을 살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대로 마음껏 자기 고백을 토로할수 있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수필은 좋았다. 나는 다른 사람의 수필들을 만나는족족 읽는 애호를 가지고있지만 많은 명수필들을 섭렵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수필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길량식이 없이 길을 떠난 려행객의 처사일지라도 혼자 느끼고 생각하는데는 오히려 주체성을 살려줄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성쌓고 남은 돌”들이 모여 문학마당을 이룬 단풍수필회라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니요 명예를 얻는 일도 아닌데 이런 순수문학모임에 참석하는것의 의롭게 생각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가? 순수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것을 이런 모임서 새삼 확인하는것 만으로도 가치로운 일이 아닐가? 글을 쓰는 일이 번거롭긴 해도 때론 작은 보람과 위안을 삼을수 있다는것은 사무한신이 된 내게는 더구나 보람찬 일이 아닐수 없다. 갈 수록 시비가 얽혀도는 문단을 감안할 때 아무 욕심도 없이 단순히 문학사랑으로 모이 는 로문인들의 모임은 내 인생의 사막에 록지이기도 한것이다.
    저속한 인품의 바닥을 자꾸 드러내보이는 문필의 가식, 우러날것 없는 재탕, 미문(美文)의 간지러운 교태, 옹졸한 자아실현, 같잖은 오기, 하찮은 명예욕, 눅거리감상(感伤), 엉뚱한 기상(奇想) 이런 잡다한것들이 우리의 문학원을 얼마나 어수선하게 하며 우리의 붓을 얼마나 루추하게 하는가? 절실을 내세우면 생활현장을 투시할수 있을것이요, 가식없는 진솔한 마음을 담으면 좋은 수필글이 될것이련만…
    비정과 비리에 대한 분노가 그속에 있고 인생에 대한 감수가 그속에 있고 진리가 또한 그속에 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와 한, 거짓없는 눈물과 웃음, 이것이 참다운 인생이다. 인생현장에서 느낀 감수를 에누리없이 고백하는것이 곧 수필이다. 혹자는 수필이란 정열의 부르짖음도 아니요, 비통의 하소연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정(情)을 아름다운 문구에 담는 자아가치실현이요, 한가함을 위로하여 재능을 빛내는것이라고 자긍할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어떤이는 가라사대 수필은 리론성도, 비판성도 수요되지 않고 다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소감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글이란다. 그래서 격정은 아예 시끄럽고 그저 담담한 물처럼 졸졸 흘러서 보는이의 눈을 즐겁게 하는것이여야 수필다운 수필이란다. 하긴 수림이 깊으면 벼라별 새들이 다 있고 저마끔 제 독창에 신나하듯이 천층만층 구만층의 인간세계에서 의론인들 한두가지랴.
    일언이페지하고, 무엇을 고백하든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든 인생의 걸어온 자취 혹은 흔적을 드러내는것이 수필이 아닐가싶다. 고개길을 넘던 나그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어떤 상념에 잠겨볼수도 있고 무심히 발앞에 흩어진 단풍잎을 주어들고 생명의 막무가내함과 생활의 무상함을 느껴볼수도 있으리라.
    우리 연변문학지들이 경제난으로 불경기를 겪고있는 와중에 로인들의 문학단체는 더 이를데없이 경비난에 고생하고있다. 이는 확실히 난제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 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수레가 산앞에 이르면 반드시 길이 있다고 하더니 고마운 분이 나타나서 정부차원에서 힘있게 밀어주겠다고 하니 “단풍”은 때지나 시들어버린 락엽으로 세월속에 묻혀버리지는 않을듯싶다. 옳거니, 그렇지 않을손가?!
                        
                          산첩첩, 물첩첩하여
                          길이 없는줄 알았더니
                          버들숲 지나 한굽이 돌아드니
                          또 하나 꽃피는 마을이 나타났네
     
     그 꽃피는 마을에 황혼을 불태우는 지성의 문인들이 새아침에 물려줄 진한 꽃 향기를 피워간다면 그보다 더 갚높은 일이 있으랴!
 
                          2008년 3월 15일   ㅡ <단풍잎>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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