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들은 한국의 중국문학박사인 허세욱교수님이 편찬한 <<중국고대명시선>>과 <<중국현대명시선>>(1,2)을 중심으로 골라낸 중국력대하이퍼시 명시들이다. 이 명시집을 보면 하이퍼시는 중국의 시전통이라는것이 환히 알린다. 조금 손색이 가는 점이라면 어떤 시들은 감정절제가 잘 안된것 같다. 하지만 하이퍼시가 중국시문학에서 대간을 이루고있다는것을 감안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것 같다.
중국력대하이퍼시 명시선
1. 중국고대하이퍼시 명시선
전당강서 밤을 새우며(외1수)
맹호연(689ㅡ740)
연기 좌욱한 나룻가에 배를 묶고
어스름 저녁, 나그네가 고개 숙인다
아득한 들끝, 하늘이 나무에 내려앉고
맑은 강물, 달님이 사람곁에 다가선다
광릉 친구에게 부치노라
산그늘 넘어지자, 잔나비 우는데,
강물은 밤을 타고 더욱 급하다.
바람은 두골짜기 풀잎을 울리고,
달빛은 한잎새, 조각배를 비춘다.
건덕땅은 낯설지만,
광릉땅은 향긋 그리워
두줄기 눈물을 고이고이 싸서
서녁땅 친구에게 보내고파라.
가을밤
왕유(701ㅡ781)
빈 산에 가을비,
쓸쓸하고 썰렁하네.
소나무새로 달님이 비치고,
바위위로 샘물이 맑아,
빨래하는 녀인 오느라, 대숲이 바슥바슥,
고깃배 돌아가느라, 연잎이 흔들흔들.
봄풀은 어이 없이 스러지는데,
왕손은 여기서 서성인다.
오야제(烏夜题)(외1수)
리백(701ㅡ762)
황운성 변두리에
보금자리 찾는 까마귀
까악! 까악!
날아와 우네
베틀에 비단 짜던
진천의 아낙네
자욱이 파란 사창 저 안에서
무언지 중얼대다가
북을 멈춘채 멍하니 하늘 보며
먼먼 임을 그리는
외로운 방
주룩주룩 눈물 흐르네
촉도난
아이구! 저리도 높고 험할진저
촉나라 가는 길이 하늘 오르기보다 어려운가?
잠총이나 어부같은 선조들,
나라를 세울 때 얼마나 망연했을까?
그때로부터 사만팔천년전
바로 이웃나라인 진나라와도 벽을 치고 살았다.
서쪽으로 태백산이 막혔고, 거기엔 새 길이 났기로
그 길은 아미산꼭지를 가로 질렀다.
땅이 무너지고 산이 깎이느라 장사들이 죽은 뒤라서
저기 하늘끝에 사다리가 서고 돌띁에 다리가 매였거늘.
위로는 해를 끄는 륙룡마저도 넘지 못하는 봉우리
아래로는 넘실거리는 물결마저 거꾸로 돌아서는 골짜기
황학은 너무 높아 나래를 접고
잔나비고 너무 험해 손을 움추린다
………………
나그네의 밤(외1수)
두보(712ㅡ770)
가는 풀 산들바람 강기슭에,
높은 돛대 혼자서 지새우는 밤.
별들이 들에 내려 별밭을 일구고,
달님이 따라 내려 강물에 출렁인다.
글 지어 얻은 명성 얼마나 가랴!
늙고 병들어 벼슬조차 던지련다.
훨훨 나부끼는 나무는 무엇일가?
모래사장 지평에 날으는 외기러기.
산에 올라
하늬바람 높은 가을하늘
잔나비 울음소리 슬프네
백사장 맑은 물에
오락가락 새 한마리
끝없이 나무잎은
우수수 쏟아지고
끝없는 장강물은
유유히 흘러간다
만리밖 나그네는
가을이 슬퍼
가도가도 병 든 몸
누대를 오른다
귀밑머리 센채로
한을 삼키고
꼬부랑 늙은 터에
술조차 끊었구나
영스님 거문고 소리를 듣고
한유(768ㅡ824)
속삭이는 련인들이 귀속말인가
사랑사랑 정이 넘쳐 애틋도 하다.
한번 긋자 바람소리 우렁차더니
장사가 적진에 돌진하는듯
흩날리는 버들꽃 떠도는 구름이라
드넓은 우주에서 자유로이 날아라.
백천마리 뭇새들이 지저귀는가
갑자기 들려오는 봉황새소리
더는더는 가락이 높아질수 없을 때
구천에서 떨어져 지심에 잦아드네.
…………
멀리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에 스며든다
바람소리 빗소리로 오락가락한 숲속에 스며든다
영원한 순환으로 멀리멀리 휘감기는 강만에 스며든다
구름인지 물인지 , 비었는지 차있는지 모르는 영원한 하늘가로 스며든다
옛날의 도시, 농촌, 영원한 안개, 영원한 연기에 스며든다
영원한 몽롱, 몽롱뿐인 ㅡ마음에 스며든다
끝없는 담박, 끝없는 황혼, 영원한 점선,
영원한 나부낌, 영원한 그림자, 여원한 실체, 영원한 공허,
끝없는 비줄기
끝없는 마음의 실오라기
몽롱 몽롱 몽롱 몽롱 몽롱
가늘게 무한히 몽롱사이를 스며든다
올올이 마음
가늘게
한줄기한줄기
빗줄기
사이로
스며든다.
리발소
癈名(1901ㅡ)
리발사의 비누거품은
우주와 상관이 없다
마치 물고기가 강호을 잊듯
리발사 손에 쥔 면도기는
인류라는게 많은 자국을
그어야 된다는걸 상기시킨다
벽에는 사구려 라디오가 울린다
그것은 령혼의 침.
무덤 하나
朱湘(1903ㅡ1933)
무덤 하나 동그마니
무덤앞에 들풀이 무성하고
무덤 하나 동그마니
뱀이 기어가듯 바람이 풀을 스친다
반딧불 하나
어둠이 사방을 에워싸고
반딧불 하나
콩만한 빛을 낸다
해괴한 새 한마리
스산한 나무그림자에 숨어
해괴한 새 한마리
인간과는 달리 울음을 터뜨린다
누런 달 한갈쿠리
구름속에서 빼꼼히 내밀고
누런 달 한갈쿠리
문득 산기슭으로 진다
14행
대망서(1905ㅡ1950)
보슬비가 당신의 헝클어진 빈모자에 나붓기고있다
작은 구슬방울이 파란 미역덤불에 부서지듯
죽은 물고기가 하얀 파도위에 뒹굴듯
그 신비롭고 슬픈 빛을 번득이고있다
내 푸른 령혼을 데리고
사랑과 죽음이 깃든 꿈의 왕국에서 잠을 청한다
거기엔 황금색공기와 자색 태양이 있고
거기 불쌍한 생물들이 기쁨의 눈물을 가슴에 적신다
한마리 까맣게 야윈 고양이처럼
나는 그 어둠속에서 초췌하게 기지개를 켜며
내 모든 위선과 진실한 교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고양이를 따라 몽롱한 뽀얀 안개속을 비틀거리며
연분홍 술거품이 호박종에 흩날리듯
나는 뜨거운 눈망울을 거기 어두운 기억속에 감추어둔다
편지
卞之林(1910ㅡ)
우체부가 평상처럼 벨을 누른다
바로 대문의 한가운데를 누른다
황해를 헤염쳐온 물고기인가?
시베리아를 날아온 기러기인가?
지도를 펴고 찾아라고 멀리 간 사람이 말했다
그는 자기가 사는 곳은
그 점신이 끝나는 작은 흑점이라고 표시했다
그것이 끔빛 빛나는 점이고
내 의자는 태산의 꼭지라면
휘영청 밝은 달밤
당신이 머문 곳은 틀림없이 외로운 정거장이겠다
하지만 나는 헌 력사책을 펼치고있거늘
서쪽으로 저녁노을의 함양 옛길을 내다보며
나는 한필의 준마가 달려오는 찰그랑찰그랑 말굽소리를 기다린다.
함양; 진나라서울
구름
하기방(1927ㅡ1977)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해, 저 나부끼는 구름을…’’
그것은 어쩌면 보들레르 산문시구절
그 목을 한쪽으로 빼고 근심에 차
하늘을 바라보는 멀리서 온 사람
시골을 가면
농부는 성실해서 제 땅을 잃었다
그들의 집은 줄지어 농구로 변신되고
낮이면 논밭에 나가 먹이를 찾고
밤이면 메마른 돌다리에서 잠을 청했다
나는 해변의 도시로 갔다
겨울의 아스팔트위엔
별장들이 줄을 서는데
어쩌면 거리에 서있는 창녀같았다
그들도 여름의 환락과
부옹의 탐락,무치를 기다린다
지금부터 나는 북받치는 울분속에 맹서하리라
내게 차라리 작은 띠집 한채를 원할지언정
구름을 사랑하지 않으리
달과 별도 사랑하지 않으리
항해
辛笛(1912ㅡ)
돛을 달았다
돛은 노을이 있는 곳으로
맑고 이끼 낀 곳으로
돛대는 까만 물을 입맞춤한다
까만 나비와 흰 나비처럼
밝은 달은 머리를 비춘다
파란 뱀이
은빛 구슬을 희롱하며
돛대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바람이 불자
뱃사람들은 비와 별들을 묻는다
낮에서 밤까지
밤에서 낮까지
우리는 이 동그라미를 벗어나지 못한다
위에도 원
앞에도 원
영원하면서도
끝이 없는 동그라미
목숨이 망망함은
망망한 연기빛 물을 벗어난다
배
纪弦(1913ㅡ)대만
저 배 바다를 산보하고
난 여기 파도 흉용한 육지를 항해한다
내 파이프 자욱히 연기를 뿜으면
나직한 뱃고동 저음의 목청
배는 화물과 여객을 싣고
나의 적재단위는 ‘’인생’’이란 중량.
어렸을 때(외1수)
绿原(1922ㅡ)
어렸을 때
나는 글자를 모르고
엄마는 도서관
나는 엄마를 읽는다
어느날
이 세상이 태평해서
사람이 날고…
보리가 눈더미에서 돋고…
돈이 쓸데가 없고…
금괴는 집 짓는데 벽돌로 쓰고
지페는 발라서 연을 만들고
은전은 던져서 물에 무늬를 일으키고,,,
나는 떠돌이 소년이 되련다
금을 칠한 사과 하나와
은발의 초 한자루 그리고
이집트에서 날아온 홍학 한마리를 들고.
우울
태양이 부채꼴의 방사선을 공급하더니 몰락하고
예수는 노새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갔다
길손은 초롱불 하나를 사서
건너마을 주막집을 찾는다
성인은 황혼의
연기빛 물가에서 고뇌한다
(우렁은 그의 껍질로 돌아갔다.)
비가 내리는 성곽의 다락엔
(저녁종은 십자가 그림자를 그리며 울린다.)
언제나 투명한 소리 있어
너의 이름을 부른다
그래, 마땅히 꿈꾸는 나그네를 깨워야지
이것은 동화
밤이 깊었다
내게 성냥 한개비를 주소서.
겁회(劫灰)
羊令野(1923ㅡ)
ㅡ 다만 잡목사이로 보일뿐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다. 천둥이 치고 불이 붙고 잿더미에서 나비가 날고
모든것은 무성하지 못한채
맨 손으로 하늘을 더듬는다
북두성은 하늘을 마르도록 퍼내면서
아직껏 단 술 한잔을 따르지 못한다
다만 눈, 비의 꽃송이들
당신의 과실 하나 맺지 못할 이마에 풍성하게 열렸다
뻐꾹새 온 3월을 울었건만
한알의 쌀도 남기지 않은채 봄과 함께 훌쩍 떠나고
당신의 나이테엔 해마다 거듭되는 녹음이 남았건만
모두가 지난 해의 낡은 가락들
당신의 마음에 맴도는 한마리 잠을 잃은 사자
밤마다 풍성한 장미를 맡는다
모든 꽃다움을 후호에 뱉으면서
손바닥에 길렀던 빨간 봉황을 깨워 불붙는 태양으로 날려보낸다
기왕
앞으론 망망대해
뒤로는 아득한 륙지일바에야
기왕
발아래론 파란 만장을 밟고
또 숙명대로 저 파도를 그릴바에야
기왕
기대고 참을만한 초석조차
해저로 가라앉은바에야
기왕
저륙지는 멀고
바다와 하늘에 가로막혔을바에댜
차라리
내 일생을 바다에 주자꾸나
저 앞에
아무런 안전표지도 없는 바다에 주자꾸나
시월의 헌시(외2수)
망커(1951ㅡ)
수확
가을이 살며시 내 얼굴에 오더니
내가 익었다
로동
나는 장차 모든 마차와 함께
태양을 보리밭으로 유인할것이다
과실
얼마나 귀여운 자식
얼마나 귀여운 눈빛
태양은 빨간 사과
그아래로 무수한 아이들 기묘한 환상
과실
얼마나 귀여운 자식
얼마나 귀여운 눈빛
태양은 빨간 사과
그아래로 무수한 아이들 기묘한 환상
가을숲
당신의 눈빛도
당신의 목소리도 없이
땅에는 붉은 스카프가 내리고…
만남
그것은 구름송이처럼 나플거리는
여인의 그림자
오솔길
그것은 줄곧 흔들리는 백양나무
그것은 백양나무에 기대선 아가씨
그 길은 아가씨가 절망한 굽이굽이 오솔길
구름
나는 당신이
당신이 하얀 잠옷 입을 때를 사랑한다
개척자
나는 강물 나는 젖줄
내게 물을 주오 젖을 주오
나는 쇠쟁기 나는 낫
내게 경작과 수확의 기회를 주오
……………….
가을
1
과일이 익었습니다
이 붉은 피
나의 과수원엔
하늘처럼 붉게 물든 밤 2
가을은
정욕이 이글거리는 계절
당신의 눈엔 왜 나를 드러내고있나요 3
꽃피는 계절
아이들은 논밭으로 나가 손님이 된다
그들의 재잘거림은
밭갈이하는 사람과 더불어
수확의 계절로 들어간다
아, 가을
틀림없이
당신은 꽃피는 계절 4
당신의 눈망울속 구름은
하염없이 나부끼고
가을이여!
태양은 어이하여 당신을이토록 말리나이까? 5
당신의 품에 안은것은 무엇이뇨?
당신이 휘둥그래 찾는것은 무엇이뇨?
그 눈부신 해살아래 우울한 사람들
사내, 여인, 아이, 빵
그것은 가정의 필요
그것은
요람을 가득 채운 빵 6
아이들에게 더 많은 눈물을 주지 마오
그들에겐 죄가 없나이다 7
해볕속에 찬란한 이 장미 한송이를
사랑에게 드리나이다 8
아! 가을!
당신은 몇가지 빛갈을 지녔나요?
황혼은 목욕을 마친 아가씨의 수건
물결은 아가씨를 희롱하는 부끄러움
밤은 미쳐서 녀인들과 얽혀있거늘
가을
가을임에 틀림없습니다. 9
가을
나의 생일이 지났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소
나마저 남기지 않은채
과일이 익었습니다
이 붉은 피 10
아! 문앞에 쭈그리고 있는 다신
어둔 밤
나의 적막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은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내게는 누군가에게 경작된 두개골이 있습니다
내게는 하늘도 들락거리는 머리가 있습니다
내게는 아득히 깊은 사랑이 있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내게는 누군가에게 갈고 닦인 손바닥이 있습니다
나는 별을 씨처럼 뿌리는 힘을 가졌습니다
나는 일꾼의 생각을 가졌습니다
내게는 땅 한조각이 있습니다
나는 피가 출렁출렁 흐르는 몸을 가졌습니다
나는 인류를 길러낼 젖을 가졌습니다
나는 미래에 부치는 희망을 지녔습니다
조국이여! 사랑하는 조국이여!
쑤팅(1952ㅡ)
나는 당신의 강가의 털털이 물레방아
여러백년 피곤한 노래로 물레질하는 방아
나는 당신의 이마에 까맣게 그을린 작업등
당신이 력사의 터널을 달팽이처럼 기여가로록 비추는 작업등
나는 말라빠진 벼이삭 망가진 길바닥
나는 좌초된 난파서
당시의 어께에 동아줄을 묶었나니
당겨주소서!
ㅡㅡ조국이여!
나는 빈곤
나는 슬픔
나는 당신이 대대손손
아프디 아픈 희망이거늘
천사의 소매에서 천백년을 날다 아직도 땅에 떨어지지 않은 꽃송이
ㅡ조국이여
나는 방금 신화의 거미줄을 탈출한
당신의 참신한 리상
나는 당신의 눈더미속에 자란 고련의 싹
나는 당신의 눈물적신 보조개
나는 방금 석회를 뿌린 하얀 출발선
나는 지금 막 솟구치는
붉은 려명;
ㅡ조국이여!
나는 당신의 십억분의 일
당신 구백륙십만평방의 총화
당신은 갈기갈기 찢기운 가슴으로
헤매는 나를
생각하는 나를 끓는 나를 키웠다
그것은 나의 피와 나의 살더미위에서
당신의 풍요 당신의 영광 당신의 자유를 얻었나니
ㅡ 조국이여!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여!
증명(외2수)
얜리(1954ㅡ)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햇살이 내게 손짓하고 있을 때
새똥이 내 손가락끝에 떨어진다
소가락 마디는 내 몸에서 빼낸 시름 한토막
하지만
얼른 봄을 확인코저
나는 일벌 한마릴 꼭 쥐어본다
여기서 봄의 강림은
한차례의 아픔에서 시작됨을 확인하거늘
생채기를 벌리고 보아라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빈차
스무조각으로
좌우를
바느질한다
발빛아래서
노동한다
낯익은
바람
그대는
낡은
하늘을 꿰맨다
나는 눈(雪)이다
나는 일기를 쓴다
온 대지에 가득히
나는 눈이다
나부낌은 다만
도중의 일
나는 눈이다
시체를 덮는
하얀 베
혹시 내가 틀렸을지라도
내 어찌
노란 잎새를 이해하랴
나는
눈이다
눈을 깜박인다
ㅡ이 착란의 시대에 나는 이러한 착각을 생산한다.
꾸청(1956ㅡ)
나는 죽어서도
눈을 뜰것을 믿는다
무지개가
분수속을 노닐며
부드러이 길손들을 둘러보다가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뱀의 그림자로 둔갑한다
시계가
교회에 살면서
조용히 시간을 재지만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깊은 우물이 된다
붉은 꽃이
은막에 펼쳐지며
활활 봄바람을 맞건만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비릿내 나는 핏덩이가 된다
확신을 얻기위해
나는 두눈을 부릅뜨고있다
물가
양무(1940ㅡ)
나 여기서 벌써 나흘을 앉았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ㅡ 아무런 발소리 하나 울리지 않는 곳에서
(적막뿐)
풀고사리는 내 바지밑에 돋더니
어느새 내 어깨를 가리였네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버릴수 없는 기억의 흐름
기억도 차라리 동동 구름에 적어둘걸
지금 눈을 돌리면 마냥 헤프게 웃는 개나리 그리고 민들레는 꽃가루를 날려날려 시나브로 내 삿갓에 내려앉네
가난한 내 삿갓더러 무엇을 주란 말인가
드러누운 내 그림자더러 또 무얼 주란말인가
오후마다 나흘째의 물소리는
오후마다 나흘째의 발소리런가
그것들이 모두 발을 굴리는 소녀들의
끊임없는 열렬한 고집이라면
ㅡ 아무도 올수 없어 아무도 올수 없네
나는 그저 낮잠이나 청하는수밖에.
심원춘 눈(1936작)
모택동
북국의 풍광
천리에 얼음 덮이고
만리에 눈 날리네
바라보니 장성안팎은
망망한 은세계여라
도도히 흐르던 황하도
홀연 그 기세 잃었구나
산은 춤추는 은배암이런가
고원은 줄달음치는 흰 코끼리런가
저마다 하늘과 높이를 겨루려네
날이 개이면
붉은 단장 소복차림
유난히 아릿다우리
강산이 이렇듯 아름다워라
수많은 영웅들 다투어 허리 굽혔더라
가석하게도 진시황 한무제는
문채 좀 모자랐고
당태조 송태조는
시재 좀 무디였느리라
천제의 총아라던
칭키스칸도
독수리 쏘는 한재주밖에 없었더라
모두 지나간 일이거니
영웅 호걸 찾으려거든
오늘을 보아야 하리
<<하이퍼시창작론>>을 출간하게 되니 심정이 사뭇 경건해 집니다.
이 책은 저의 문학생애에서 두번째 기념비를 세운것 같 습니다. 첫번째 기념비는 <<이미지시창작론>>이였습니다. 두 개<<론>>이 문학에서의 저의 자화상이라고 할수있을것 같습니 다.
문학은 새로운것에 대한 탐구입니다. 50살을 맞으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문학의 본체에 대하여 사색하면서 홀로걷기를 한것 같습니다. 눈보라도 맞아야 했고, 소나기도 맞아야 했습니다. 눈보라와 소나기를 보내준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은 저를 견강하게 하였고 분발하게 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명감을 느끼면서 분투하는 큰 힘을 얻었습니다. 나름대로 탐구한 저의 문학의 길은 말그대로 가시밭길이였던 같습니다. 너무도 외로운 길이였고, 너무도 어려운 길이였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거기에 보람도 있었던것 같습니다.
이 책을 내면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홍현기화백은 저한테 새로운 서적들을 많이 보내주셨고, 연변일 보전임사장 강룡운선생님은 제1독자로서 많은 조언을 주시 였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충심으로 되는 감사를 드립니다. 또 이 책의 출판을 맡아나선 연변대학출판사 김미숙주임과 임직원들의 로고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이 저로서는 마지막 리론 탐구작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만큼한 졸작을 쓰는데는 꼭 10년이란 공부와 연구 그리고 집필시간이 수요되였습니다. 저한테 주어진 시간은 이 책으로 시리론연구를 마무리 해야 한다는 생각을 털어버릴수가 없습니다. 조금은 섭섭한 생각이 듭니다만 저는 나름대로 문학의 본연을 탐구해 본것에 자부감을 느낍니다. 저와 함께 하이퍼시를 탐구하는 연변동북아문예술연구회 회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문학의 부흥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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