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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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와 시의 다른 점
2009년 05월 07일 05시 01분  조회:1321  추천:10  작성자: 최룡관

가사와 시의 다른 점

지금 <<해란강 여울소리>>를 통하여 가사들이 전례없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있다. 이는 우리의 문화생활을 풍부하게 가미하고 있어 많은 가사창작자들의 사랑과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가사와 시는 모두 운문에 속하는것이지만 량자는 엄격한 구별이 있다. 이런 구별을 잘 아는것은 가사창작에 미상불 도움이 되고 시창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의 졸견을 말하고저 한다.

가사는 말그대로 노래말이다. 시는 노래말이 아니다. 가사는 한번 노래를 부르면 인차 알아들을수 있는 언어로 된 말이다. 가사의 언어는 직설이 많아야 하고 구두어로 된것들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시는 그렇지 않다. 시어는 직설적인 본의로 씌여지는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에 시는 전의로 씌여진다. 시는 일상적인 구두어로 씌여지더라도 그 언어의 함의가 새로운 내용을 표현하는것이여야 한다. 시에서 직설은 금물이다. 직설로 씌여진 시어는 생경하고 산문화한 언어에 속하게 된다. 시에서는 사전을 둘추어보고 알 수 있는 말을 마음대로 쓸수있지만 가사에서는 사전을 번져보고 알수 있는 말을 삼가하게 된다.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내용이 전달되여야만 하는 가사는 남들이 모르는 사전적언어를 삼가는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어는 모름지기 상징적언어로 조직되지만 가사언어는 상징적언어로 조직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많다.

시인들은 시를 쓸 때 성질이 다른 언어조합이나 공감각같은 여러 가지 언어조합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특권을 향수하게 된다. 물론 가사도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처럼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이제까지 쓰지 않던 새로운 언어조합을 하면 대중성을 상실하게 되여 가사의 맛을 잃을 가능성이 나타나게 된다. 시어는 새로운 문화적인 언어창조를 중시하지만 가사언어는 소박하고 통속적인 언어에 모를 박는다. 가사어의 받침은 ㄴ, ㄹ,ㅁ, ㅇ 와 같은 부드럽고 유연하고 열린 유향자음을 쓰는것이 좋지만 시는 그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시와 가사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방식을 쓰게 된다. 시는 어떠한 사물에 대한 시인의 새로운 느낌을 쓰게 되므로 종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경우가 많지만 가사는 시인의 새로운 느낌보다도 대중의 느낌을 종합하여 병렬적으로 꾸미는것이 일상적인 구성이다. 그래서 시는 1련,2련이라고 하고 가사는 1절, 2절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가사는 일상적으로 삼절이상을 쓰는 경우가 매우 희소하지만 시는 네다섯련을 쓰기가 일수이다. 예전에는 가사를 세개절로 쓰던 되로부터 지루하다고 생각되여 지금은 두절로 쓰기가 보통일이 되였고 한국에서는 두절도 길다고 생각되여 한절로 나오는 가사들이 많다. 하지만 시는 이런 경우를 그냥 고려하지 않고있다. 시인이 생각한 새로운 세계를 표현하기 위하여 열련 스무련이라도 마음대로 쓰고있다.

가사는 곡을 붙혀 노래를 부르기 위한 것으로써 곡이 붙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가사라도 별 볼 일이 없게 되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는 곡을 붙이기 위한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홀로서기를 할수있는 것이다. 시에 곡이 붙어서 널리 전파되는 시가 있는데 이때의 시도 가사인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것은 시이다. 시에 곡이 붙으면 시가 가사로 탈바꿈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까지 가사시라는 말이 따로 없는것이 그렇기때문이 아닐가.

시는 몽롱미를 강조하지만 가사는 몽롱미를 강조하지 않는다. 시의 몽롱성에는 사유의 오묘함과 철학의 미묘성이 있지만 가사는 시같은 이런 몽롱미를 찬성하지 않고 오히려 금구로 취급하게 된다. 시는 상징이나 은유를 기초로 간접비유를 쓰는것을 기본 수법으로 하지만 가사는 <<-처럼>>,<<- 마냥>> 등 보조적 수사수단을 동원하는 직접비유를 쓰기가 일수이다. 시가 아름다운 몽롱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시적사유는 일상적사유의 밖에서 사유할 때만이 그 시가 아름다운 시로 되기때문이다. 하지만 가사는 일상적인 사유를 아름다운 말로 엮어놓으면 빛이 나는 경우가 너무도 많고 일상적인 사유의 밖에서 가사를 쓰면 도리여 생경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사는 시보다 흔상적인 가치가 적은것이다. 시와 가사를 놓고 보면 가사는 리해가 인차 되지만 시는 리해가 인차 되지 않는다. 어떤 시는 100년후에야 리해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각도에서 보면 시는 가사보다 내용면에서도 깊이가 더 깊고 넓이가 더 넓다. 시를 쓰는 사람은 누구나 다 가사를 쓸수 있지만 가사를 쓰는 사람은 누구나 다 시를 쓴다고 하기 어려운것이 바로 여기에 원인이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시와 가사는 쓰는 수법이 다르다. 가사는 자기의 생각을 곧이 곧대로 말해도 되지만 시는 생각나는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사물이나 새로운 사실로 표현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는 말밖에 말이 있다고 한다. 가사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고 쓰면 되지만 시구가 이러할 때는 개념적인 직설구여서 찬성하지 않는다. 시는 이미지로써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것을 표현하게 된다. 가사의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그려놓은 그자체이지만 시의 이미지는 그려놓은 자체가 아니다. 나는 다신을 사랑합니다를 시로 표현할 때에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새>> 라고 할수도 있고, <<당신의 얼굴은 보름달/당신의 가슴엔 두송이 차란한 별/당신의 배엔 따슨한 태양/ 당신은 하나의 우주 /나는 그 우주속의 한포기 풀이라도 되고싶어>> 라고 할수도 있다. 그래서 시는 가사보다 이미지가 더 오묘하고 예술성이 더 강하고 흔상가치가 더 높게 되는것이다. 가사는 변형작업이 너무 심각해서는 안되지만 시는 변형작업이 심각할수록 좋게 되는것은 바로 이러한 원인이 아닐가 생각된다.

가사는 하나의 곡으로 일이절을 부르게 되므로 일절의 행수와 이절의 행수가 같아야 하며, 대응한 각행의 글자수자도 비슷하여야 한다. 그러나 시는 그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일련의 행수가 세행이라면 이련의 행수는 열행이래도 되고 한행이래도 된다. 지어 어떤 시는 한행이 한글자일때도 있다. 행수가 달라도 아무런 병집이 생기지 않을뿐만 아니라 글자수도 시인의 감정에 의하여 자유롭게 배치된다.

가사는 정형적인 모식에 의하여 씌여지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시는 다양한 형식을 갖게 된다. 우리들이 보는 일반적인 서정시형태외에도 어떤 때에는 극처럼 인물도 있고 대화도 있게 쓰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상품광고형식으로 쓰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시적대상물의 모양처럼 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법정에서의 원고와 피고 법관의 대화형식을 빌어다 쓰기도 하고... 가사는 절대로 시처럼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게 자유로울수가 없다.

시와 가사는 일반적인 경우에 제재방면에서도 다른 점이 크다. 반영의 형태로서의 가사는 일반적으로 실생활에 대한 반영을 쓰지만 표현으로서의 시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표현형태로서의 시는 생활에서 오지만 생활을 그대로 집중괘괄하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상상으로 짝을 찾아 재창조를 하게 된다. 어떤 시의 제재들은 가사로써는 근본적으로 표현할수 없는것들이 많다. 다시 말하면 모든 가사는 시로써 다시 가공할수도 있을것 같지만 시중에는 가사로써는 다시 반영할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가사와 시는 다 운문에 속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다른것처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장르라고 할수있가. 이밖에도 여러 가지 구별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만 필자는 상기한 면에서 시와 가사의 다른 점을 살펴보았다. 졸렬한 일가견일지도 모르지만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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