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수필/기행
신《춘향전》
김희관 문화평론가
7월초, 연변문화교류원에서는 연변대학 예술학원 무용학부의 지원하에 《제2차조선족중학생전통문화체험캠프》를 열어 연길시13중의 30여명 중학생을 대상으로 전통문화교양을 진행하였다.
필자는 캠프 개막식을 축하하면서 중학생들에게 물어봤다. 《춘향전을 읽어본 학생 손 들어보세요.》 결과 두 학생이 우물쭈물하며 손을 들었다. 며칠후 캠프 졸업식에서 필자는 깜짝 놀랐다. 화려한 한복을 입고 무용실에 도열한 중학생들을 보는 순간 아, 춘향이 따로 없구나, 도령님들도 저렇게 멋지구…
졸업식회보공연에서 성춘향과 리도령이 다소곳이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올리는 큰절은 그렇게도 공손하고 춤사위는 청산을 즐기는 나비를 련상하게 했다.
우리는 전통문화가 있는 민족이다. 《춘향전》은 수많은 전통문화예술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대표작으로서 우리 선조들의 정조와 애정관을 가장 잘 담은 고전명작이다. 력사기록에 의하면 《춘향전》은 작자와 창작년대는 미상이지만 한글본, 한문본, 한글한문혼용본 등 70여판본이 전해왔다고 하며 짧게는 7000여자, 길게는 무려 10만자나 된다고 한다. 그 제목도 춘향전, 춘향가, 렬녀 춘향 수절기, 광한루기 등 다양하다고 한다. 그리고 남원부사의 아들 성의성이 옛 사랑을 못잊어 자기의 성씨를 옛 련인에게 붙여주어 성춘향을 부각해냈다는 연구성과는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얘기다.
《춘향전》은 몇백년간 전해오면서 여러가지 문예형태로 변신하면서 조상들의 끈질긴 문화전통을 보여주었다. 판소리, 창극, 연극, 가극, 무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형식으로 부단히 변신하면서 전승해왔다. 지난 50년대 연변연극단의 연극 《춘향전》은 소학생이였던 필자의 눈물도 자아냈었다. 10여년전 연변가무단의 무극 《춘향전》은 북경의 예술무대에 광채를 한껏 뿌렸고 대상도 받았다. 실로 민족문화의 유전자가 대물림하는 기록이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지난 30년대부터 1995년까지 로씨야, 핀란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웽그리아 등 나라들에서는 저명한 로씨야 안무가 포킨이 《춘향전》을 안무해 창작한 발레 《사랑의 시련》을 공연해왔다는 사실이다. 실로 가장 민족적인 명작이 바로 세계적인 명작이라는 명제를 잘 실증해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문화와 문화전통은 참으로 훌륭했다. 문제는 어떻게 후대들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술을 잘 배워주어 그들이 《전통문화 전승》이라는 세기적사명을 감당하게 하는가 하는것이다. 문화가 쇠망하면 민족이 쇠망한다는 근본적인 도리는 물론, 전통문화는 조상들이 대물림해준 문화유산이며 우리 문화의 뿌리라는 도리를 깨우쳐주어야 한다. 세계경제 일체화시대에 전통문화를 잘 지켜내야 민족혼의 토대를 고수해낼수 있다는 문화관념을 확고히 세우도록 도와주어야 할것이다.
세상얘기를 하다보면 《지금은 춘향이 서울 가는 세월》이라는 말이 가끔 나온다. 여러가지 사회현상과 가족형편을 시사하는 시체말이다. 리도령만이 한성으로 간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고향에서 맺은 백년가약을 지키고 자식을 사랑하며 고향을 잊지 않고 때가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오듯》고향을 찾아오는것이 기본 레드라인(저지선)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 우리 200만 동포사회가 대를 이어 이 땅에서 번영해나갈것이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청소년전통문화교양캠프》활동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면서 《춘향과 도령들》에게 천지샘물을 먹물 삼아 대를 이어 신《춘향전》을 써내려 가라고 권장하고싶다.
전체 [ 3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