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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율' 넘어선 요녕 한겨레
2005년 11월 12일 00시 00분  조회:4181  추천:74  작성자: 차대형

스포츠 경기 가운데 가장 시비가 많이 일어나는 종목을 꼽으라면 역설적이게도 가장 신사적인 운동경기라고 자처하는 야구를 들 수 있다.

각종 규칙이나 규정이 복잡할 정도로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는 미국이나 한국의 프로야구를 볼 때도 '스트라이크 존'(투수가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보는 범위)을 둘러싼 시비가 경기 때마다 벌어진다. 그런가 하면 도루나 번트(방망이를 공에 살짝 갖다대는 타법)를 하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다 급기야 빈볼(투수가 타자를 위협해 던지는 공) 시비로 난투극이 펼쳐지고 나중에는 집단 패싸움으로 번져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해마다 일어난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야구는 50가지의 불문율을 두고 있다. 이는 야구의 기본원칙부터 상대 팀에 대한 예의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을 때 보내기 번트나 도루를 하지 마라(얄밉게 보여 기분 나쁘다). 빈볼을 던지더라도 머리를 향하지는 마라(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발빠른 타자의 다리는 맞히지 마라(동업자 정신은 있어야 한다). 패싸움이 벌어지면 모두 뛰어나가라(야구는 팀 경기다). 홈런 뒤 한참 동안 볼을 보거나 펄쩍 뛰거나 요란한 몸동작을 하지 마라(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훔치지 마라(비겁한 짓이다).

불문율은 오랜 시간을 두고 지내오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으로 "은연중에 서로 납득하여 지키고 있는 규칙"을 말한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동포가 한국으로 돈벌이 나가고, 한국동포가 중국으로 밀려오면서 동포 사회는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시비와 난투극과 집단 패싸움 같은 '불협화음'도 적지 않았지만 이젠 "서로 돕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생겨났다.

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 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내려간 요녕지역(대련 단동 심양)에선 이런 불문율을 넘어서 진정 '하나가 되는' 한겨레 사회를 볼 수 있었다.

대련의 경우 경제 축이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한국동포의 경제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중국동포와의 스포츠 교류 등으로 유기적인 결합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한국외환은행 대련지점은 한국에 진출한 중국동포들이 밀집해 있는 대림지점과의 송금시스템을 중국 실정에 맞춰 운용함으로써 동포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했다.

단동은 한국인회와 조선족문화원을 중심으로 각종 행사에 서로 참여하고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서로 생일 초대를 하는 등 마치 한 형제처럼 지내고 있었다. 생활 속에서 하나가 되는 동포사회의 본보기를 보는 듯했다. 다만 조선동포의 참여가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심양은 동북 중심도시답게 제법 규모를 갖춘 한국인회와 조선족연의회가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인회는 시정부로부터 유적 건물을 사무실로 기증받아 최근 입주했고, 설립 준비중인 한국학교의 건물도 기증받은 상태였다. 조선족연의회는 동포 관리 모두가 참여하는 단체로 자리잡아 최근 자체 회지를 엮어 발간하며 조직 발전을 꾀하고 있었다. 이들 두 단체는 정기적인 교류와 함께 서로 각종 행사에 찬조를 하며 우의를 높여가고 있었다.

'불문율'을 넘어선 요녕의 한겨레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중국 어느 곳보다 밝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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