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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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경계를 넘어 소통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2008년 09월 29일 10시 00분  조회:2619  추천:78  작성자: 곽승지
조선족동포에 고함 10

경계를 넘어 소통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곽승지 정치학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7월 중순 장백현을 경유해 다섯 번째로 백두산(장백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백두산을 오를 수 있는 4개의 노선{동쪽(북한), 남서북쪽(중국)}을 모두 다녀왔습니다. 2005년 1월 1일에는 천지 한가운데서 새해를 맞았으니 저로서는 백두산을 보았다고 제법 호기를 부릴 수 있을 것도 갖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백두산에 대한 목마름은 가시지 않습니다. 백두산에 대한 민족의 신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소통의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기에 겪었던 아픈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여전히 갈등과 반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백두산에 덧씌워졌기 때문일 겁니다.   

   이른바 남파로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사실상 경계가 무의미했습니다. 압록강이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며 협곡을 이룬 지역은 강이 자연스레 경계로 기능하지만 강이 발원한 위쪽부터 백두산 천지까지 이르는 곳은 딱히 눈으로 경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형세였습니다. 그래서 자동차가 닿은 주차장부터 천지를 바라볼 수 있는 정상까지 이르는, 도보로 가야하는 200여 미터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중국과 북한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했습니다. 

   경계가 불확실해서만은 아닙니다. 그곳에는 북한과 중국의 영토를 구분하기 위해 인위적인 표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마음에서 경계를 지워버린 사람에게 인위적 경계는 그다지 큰 장벽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넘어서 극복해야할 대상일 뿐입니다. 그래서 남파로 오르는 백두산 등정은 두 가지 색다른 묘미를 더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북한 땅 밟기와 경계 허물기가 그것 입니다. 

   중국을 자주 찾는 이유 중에는 북한 땅을 지척에서 바라보고 싶은 마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냥 바라보고 있어도 북한과 소통하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남한 곳곳에도 통일전망대가 설치되어 휴전선 너머로 북한을 바라볼 수 있지만 왠지 거북스럽습니다. 경계가 너무 확고해 그것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답함이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두만강과 압록강 너머로 북한을 바라볼 때는 사뭇 다릅니다. 그곳에서는 경계가 흐르는 물처럼 가벼워 보입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고 말을 걸면 대답할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손을 흔들면 그들도 손들어 답하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그들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우리는 지금 전쟁으로 점철된 20세기 단절의 시대를 넘어 21세기의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세계화에 힘입어 세상은 이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반도와 한민족은 아직도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여전히 이념의 굴레 속에서 대립하고 있고 지구촌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민족은 지난 세기에 만들어진 슬픈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채 반목하고 있습니다. 남북이 경계를 허물고 한민족 모두가 힘을 합해 새로운 소통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그날은 언제일까요. 

   조선족 당신에게는 두 가지 사명이 지워져 있습니다. 북한과의 소통을 중재하는 것과 한국사회와의 소통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것입니다. 조선족 당신의 열린 마음이 북한의 변화를 촉진시키고 조선족사회와 한국사회 간의 소통을 통한 좋은 관계맺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조선족 당신은 한민족 소통의 시대를 여는 선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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