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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5-1] 한국정부의 조선족정책
2008년 11월 02일 08시 07분  조회:3834  추천:42  작성자: 곽승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제5장 연변 및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시각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할 때,
둘 사이에는 제3의 힘이 생긴다.
때로 사랑이 위기에 빠질 때,
그것은 분석이나 상담으로는 치유되지 않는다.
그대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그대들을 하나로 만들어 준
태고적의 일체감을 느끼며 다시 다가가야 한다.
오랜 옛날부터 존재해 온 그 친밀한 느낌이
두 사람을 붙들어 줄 것이다.
                       - 존 오도나휴의 <영혼의 동반자> 중에서 -



1. 한국의 재외동포정책과 조선족정책

0. 재외동포정책 추진과정

2007년 5월을 기해 재외동포 7백만 명 시대가 열렸다. 10월 5일 외교통상부가 매2년마다 발표하는 <2007년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2007년 5월 1일 현재 재외동포 수는 704만 여명으로 2005년에 비해 6퍼센트 증가했다. 재외동포 7백만 명이란 수치는 남북한 전체 인구의 10퍼센트, 남한인구의 14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또 규모면에서 중국 이탈리아 이스라엘 인도에 이어 세계 5위이며, 인구대비 비율로는 이스라엘 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해외에 살고 있는 한민족이 이렇게 많은 것은 20세기 우리의 암울한 역사로부터 비롯됐다. 질곡의 20세기를 살아오면서 겪어야했던 우리민족의 디아스포라의 결과인 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700만 재외동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중 중국과 독립국가연합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동포들은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모국에 대한 향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슬픈 역사의 굴레가 아직도 동포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재외동포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재외동포와 관련된 제한적인 정책이 실시되기는 했지만 1997년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문제를 실무적으로 다룰 전담기구인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된 것을 실질적인 재외동포정책의 시작 시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외동포재단 설립에 앞서 1996년 재외동포문제를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총리 직속의 재외동포정책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그러니까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재외동포정책과 관련해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정책목표와 방향을 정하면 외교부가 이에 대한 세부사항을 수립하고 재외동포재단이 이를 실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재외동포와 관련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제시대 강제로 모국을 떠난 디아스포라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1962년 해외이주법 제정이 그것이다. 이를 계기로 독일 등 유럽과 중남미 미국 등지로의 경제적 활로를 찾기 위한 새로운 이주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1960년대 이후 이와 같이 해외이주가 급증하자 1980년대 들어 헌법 제2조 2항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재외국민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니까 1980년대까지도 한국정부의 관심은 재외동포 전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재외국민에 한정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재외동포는 한민족의 피를 지니고 해외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을 칭한다. 반면 재외국민은 한민족의 피를 지니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한국국적을 가지고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당시의 재외동포 구성을 보면 중국과 소련 등 공산진영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재일동포들의 경우도 친북한 성향의 조총련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에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등 자유민주주의진영에서 살았다. 그러니까 동서 냉전체제하에서 남북한이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정부가 공산진영에 속해 있는 나라들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까지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 된 것은 탈냉전적 상황이 도래한 1990년대 들어서였다.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에 즈음해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에 이어 중국과 잇따라 수교함으로써 이곳에 살고 있던 동포들의 한국방문이 줄을 잇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부터 교민청 설치 등 재외동포와 관련된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1997년에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되고 우여곡절 끝에 1999년에 이르러 재외동포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공식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이 법은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을 배제함으로써 새로운 논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시민단체가 나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가 2001년 헌법불일치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2004년 3월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공포‧발효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0. 재외동포정책의 내용과 특징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은 재외동포들이 거주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을 의미하는 ‘현지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재외동포들이 거주국 국민으로서 확고하게 자리잡는 것이 동포들 자신은 물론 한국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재외동포에 대한 지원과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가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노무현정부는 2004년 11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재외동포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열어 재외동포정책의 기본목표와 정책방향을 새로이 설정했다. 한국정부가 새롭게 설정한 재외동포정책의 기본목표는 세가지다. 

  첫째, 재외동포의 거주국 내 권익신장과 역량 강화
  둘째,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 고양
  셋째, 동포 간 화합 및 모국과 동포사회 간 호혜적 발전

  그리고 재외동포정책의 주요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다.
 
   재외동포의 거주국내 안정적 정착을 위한 자조노력 지원
  거주국 내에서의 법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권익보호 지원
  모국과의 유대증진을 위한 국내 법적‧제도적 기반 강화
  한민족 정체성 함양을 위한 교육, 문화교류 등 각종 사업 지원
  재외동포사회 발전을 위한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
  모국과 거주국 간 우호증진과 발전에 기여할 인재 육성

한국정부는 이와 같은 기본목표와 정책방향을 토대로 재외동포 정책을 수립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재외동포들이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을 뿐 아니라 거주국별로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성향 경제발전 수준 등이 다르고 이에 따라 동포들의 요구수준 또한 달라 정책을 일관되게 펴는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경우, 시민권을 획득한 외국국적 동포와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외국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재외국민들 중에도 영주권자와 비영주권자로 나뉘어져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요구수준이 다르다. 일본은 한국과 수교를 맺어온 자유 민주국가이면서도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조총련의 존재로 인해 동포사회가 양분되어 있다. 최근에는 조총련계열 동포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이념적 색채가 옅어지면서 문제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구조적인 복잡성은 여전하다. 중국과 구소련을 포함한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의 경우는 과거 공산진영이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동포사회가 오랫동안 단절된 상태에 있었다. 탈냉전 이후 이들 국가에 살고 있는 동포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이루어졌지만 이 지역 동포들의 이주배경과 현재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여타 재외동포들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로서는 원칙적으로 앞서 언급한 정책의 기본목표와 방향에 따라 재외동포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지역별 특성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각 지역별 요구사항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나 일본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단체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활동 지원과 참정권 부여, 이중국적 허용문제 등에 대한 요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 지역은 동포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출입국 편의 및 취업기회 확대 등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또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국제정세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도 한국정부가 재외동포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할 사항들이다. 예컨대 남북분단 상황에서 해외에는 적지 않은 친북동포들이 있다. 이들을 포용하는 문제는 향후 동포사회 내부는 물론 한국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이주와 재이주 및 역이주 등 초국가적인 인구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외동포가 7백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욱 더 확대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로서 동포사회 내에서의 구조변화 문제를 들 수 있다. 동포사회가 겪게 될 정체성의 문제와 세대 간 갈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특정지역 내의 문제로 한정되어 나타날 수도 있고 지역 간 문제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0. 조선족 정책과 문제점

한국에게 있어서 중국은 특별한 나라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민족의 힘이 부칠 때는 형식적으로나마 평화가 유지되었지만 힘이 있어 대항하면 여지없이 갈등이 빚어졌다. 근현대에 와서도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뭉뚱그려 말하면 이른바 중화사상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그 갈등은, 비록 국지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지금도 역사갈등과 영토갈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향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족 문제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민족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싸우지 않고도 중국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촉매제이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조선족정책은 너무 조심스러운 것 같다. 대조선족 정책이 중국정부를 의식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중국 조선족동포들로부터 한국의 조선족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 조선족지도자는 심지어 “같은 민족이라고 하면서 해준 게 뭐가 있냐”고 극단적인 말까지 한다.

한국정부가 대조선족정책과 관련해 조선족동포들로부터 이런 불만을 사는 이유는 왜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족동포를 동포가 아닌 외국인 인력관리 차원에서 취급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최근 방문취업제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조선족동포들의 한국 입국 기회를 늘리고 또 한국에서의 활동 폭을 넓혀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조선족동포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다. 
 
노무현정부 출범이후 한국정부는 재중동포들을 포용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조선족동포들이 가장 원하는 한국방문 기회를 확대하는 문제도 꾸준히 개선해 왔다. 2007년 3월 4일을 기해 시행된 방문취업제도 그런 노력의 결과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동포들은 2007년 말 현재 30만 명에 이른다. 방문취업제를 실시하면서 법무부는 방문취업사증 신규입국자 13만5천여 명과 방문취업 자격 전환이 가능한 기존 체류동포 14만5천여 명 등 약 27만5천여 명의 조선족동포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신규 입국자 13만5천여 명은 한국에 친인척이 있는 동포 6만여 명, 무연고 동포 3만여 명, 자진귀국자 2만5천여 명, 유학생 가족 1만여 명, 의제동포 1만여 명 등이다.

한국정부의 재중동포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 또한 다양하다. 주로 비정치분야인 경제 교육 문화부문에 집중되어 있는데 재중동포사회를 ▲한중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중간 협력자 ▲통일 후 동북아시아 평화질서 유지를 위한 기여자 등으로 인식하며 지원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중 통상진흥과 인적‧문화적 교류 향상에 활용되는 역동적인 동포상을 구축하고 한국사회와 동포사회 간의 안정적 교류협력을 도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은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한국에 쉽게 갈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의 조선족정책은 조선족을 외국인 근로자로서가 아니라 우리민족이 겪은 아픈 역사의 희생자로서 우리와 함께 미래를 열어갈 같은 민족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물론 재외동포정책이 상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간단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노동시장 동향을 살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조선족지도자가 푸념한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부로서는 결국 줄 것 다주면서 불만만 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런 불만은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 국가의 동포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차별은 국가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내 조선족의 경우에도 한국에 연고가 있는 사람과 연고가 없는 사람 간에 분명한 차별이 존재한다. 방문취업제 하에서도 연고가 있는 사람은 초청장 하나만으로 상시 입국이 가능하나 연고가 없는 사람은 한국어시험을 보고 합격한 후 다시 추첨을 통해 선발되어야만 한국땅을 밟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에 연고가 없는 조선족동포가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임을 인정하면서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진정으로 같은 민족으로 인정한다면 행정편의에 따라 그들을 희생시키기 위한 분리와 지배(divide and rule)의 논리를 접어야 한다.

그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답하여야 한다. 소극적이고 방어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조선족문제를 20세기 우리민족이 겪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


제5장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시각 글싣는 순서
1. 한국의 재외동포정책과 조선족정책
0. 재외동포정책 추진과정
0. 재외동포정책의 내용과 특징
0. 조선족정책과 문제점
2. 한국의 조선족사회에 대한 인식
0. 조선족에 대한 이해와 편견
0. 문화적 우월성과 한국중심주의
0. 한국사회를 보는 조선족의 시각
0. 조선족사회의 대응
- 연변으로부터의 부메랑
- 탈 한국화에서 친 중국화로
3. 조선족동포를 위한 변론
0. 왜 멀어져 가나
0. 무엇이 문제인가
0. 왜 돈을 쫒나
0. 왜 중국국민인가
0. 왜 위장결혼하나
0. 왜 한국전쟁에 참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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