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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조선족 동포에 고함』
<조선족동포에게 고함>-25
당신의 성을 허물어야 당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너무나 복잡합니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이 가져온 다양한 문명의 이기와 세상살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갖가지 제도들은 온갖 형태로 사람들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 길을 찾아 우왕좌왕하고,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헤매기 일쑤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잿빛 하늘처럼 희미하고 침침하여 헷갈리기에 딱 좋습니다. 오늘날을 불확실성의 시대니 혼돈의 시대니 하고 이름붙인 것도 이러한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상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명료한 것을 찾기는 그만큼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기식대로 살아가는 고집불통의 기인들이 호감을 사기도 합니다.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도 복잡한 세상을 사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데 동의하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스스로 설정한 삶의 방식을 나침반 삼아 거리낌 없이 살아간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세상살이처럼 보입니다. 삶이 간단하고 명료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그것은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희미하고 침침한 세상일지라도 그 속에서 밝고 명료한 빛을 찾기 위해 쉼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살이이니까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성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은 자폐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자아의 성장을 말합니다. 자아의 의미는 자아의식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자아는 자존심이기도 하고 자기중심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자아의식이 강한 사람은 자기를 주장하고 싶고, 지키고 싶고, 부정당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아의 성장이란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사회정치적 환경이 복잡한 사람일수록 자아의 성장을 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재일동포 최초로 동경대학교 정교수가 된 강상중 교수 역시 일본에서 나서 자란 재일동포로서 청년시절 정체성 혼란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갇혀 오랫동안 방황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자아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 인정’에 의한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과 서로 소통하지 않는 일방적 자아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자기의 성’을 단단하게 만들고 벽을 높게 쌓으면 ‘자기’라는 것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역설적으로 자기의 성을 허물고 다른 사람의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자기를 세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족 당신을 대할 때마다 당신이 지키려는 성이 너무 견고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당신은 소수자 또는 약자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런 모습에서 자신의 입장과 생각만을 주장하는 자기중심주의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왜 일까요. 당신이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무엇이 있다면 자기중심주의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그와 소통해야 합니다. 강상중교수가 말한 바처럼 먼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와 마주앉아야 합니다. 당신의 성을 허물고 상대를 진지하게 대하여야 당신을 오롯이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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