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 금송이를 6년만에 다시 만났다. 그동안 한국에 가서 돈을 많이 벌고왔으니 때를 쑥 벗었으리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머리와 수염은 얼마동안이나 깎지 않았는지 머리는 머리태를 땋아도 되겠고 얼굴은 온통 털투성이였다. 초췌한 얼굴에 말없이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키는 그는 5년전에 희망에 부풀어서 한국으로 떠났던 생기발랄한 금송이가 아니였다. 무슨 일이 있었을가? 사기라고 당했나? 아니면 그의 집에 무슨 변고라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나는 청도에 가서 3년간 있다가 방금 연변으로 돌아왔기때문에 그이 신변에서 생긴 일을 알수가 없었다. 내가 하도 답답해서 따져묻자 금송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정말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살아보자고 한국으로 떠났어. 나만 잘 사는게 아니라 안해와 아이를 위해서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자고 친척의 돈을 빌려가지고 한국으로 떠났어. 내가 부지런히 일한덕에 1년만에 빚을 다 갚았어. 한국에서 천대받고 무시당해도 전화에서 들려오는 안해와 딸애의 목소리만 들으면 다시 힘이 났어. 빚을 다 갚은후 나는 돈을 버는 족족 안해한테 부쳐보냈어. 안해가 ‘몸을 돌보면서 일하세요. 힘들면 그만 돌아오세요’라고 했지만 나는 한해 또 한해 버티면서 일했어. 그렇게 일만하다가 나는 그만 어깨를 상했어. 중상은 아니였지만 힘든 일을 더는 할수가 없었어. 그래서 나는 이만큼 벌었으면 널찍한 집도 사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돈도 넉넉하겠다는 계산을 학 귀국하기러 했어. 나는 안해가 근심할가봐 상했다는 말을 하지 않고 돌아가겠다고 했지. 그런데 안해는 기뻐하는 목소리가 아니였어. 나는 안해가 어디 불편한데가 있어서 그라나보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 누가?!”
금송이는 주먹을 불끈 틀어쥐고 맥주잔을 쏘아보았다. 맥주잔이 원쑤이기라도 한듯이…
“연길공항에 도착하여 출구로 나왔지만 마중나와야 할 안해는 보이지 않았어. 너도 알다싶이 우리 부모와 형제자매는 모두 훈춘에 있다보니 안해가 하는 일은 알지 못하고있었어.”
금송이는 맥주 한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6년만에 귀국했는데 맞아주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게 혼자서 집을 찾아가보니 글쎄 집은 비여있고 문은 잠겨져있었어. 이웃에 물어보니 안해는 전날에 짐을 꾸려가지고 어디론가 갔다는것이였어. 훈춘의 어머니한테 전화를 했더니 안해가 글쎄 내가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열흘후에 온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딸애를 거기에 맡겨놓고 어디론가 갔다는거야.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여기저기 뛰여다니면서 처가집과 안해를 아는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전화도 걸어보았어. 그러나 모두 안해의 행방을 모른다는것이였어. 그러다가 길에서 안해의 친구를 만나게 되였어. 그녀는 나를 보자 당황해하는 눈치였어. 안해의 행방을 물으니 처음에는 모른다는것이였다. 내가 덮쳐들어 멱살을 잡으며 따져물어서야 실토정을 했는데 안해가 그동안 외간사내와 몰래 동거를 하다가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내와 함께 도망쳤다는거야. 내가 부쳐보낸 돈을 몽땅 가지고말이야!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있어? 어디 있는가 말이야?!”
듣고보니 정말로 기막힌 일이였다. 그의 안해가 어디로 갔는지는 누구도 모른다고 한다. 남편이 피땀으로 번돈을 한푼도 남기지 않고 몽땅 털어가지고 새끼마저 버리고 간 녀인! 정말 쌍년이야!
“이게 무슨 놈의 세상이란 말이냐? 개코같은 이놈의 세상을 주먹으로 그냥!”
주먹을 불끈 틀어쥔 금송이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면서 울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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