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늑대들은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가도 먹이를 찾지 못하면 시퍼런 대낮에도 네거리에 뛰쳐나와 사냥물을 노린다.
어느 봄날의 오후 1시에 오학범, 허기만, 백현식 이 세마리의 늑대가 자그마한 도시의 번화한 거리에 나타났다. 이 늑대들은 지나가는 택시들을 노려보다가 녀택시운전기사가 모는 택시 한대를 불러세웠다. 차문을 빠금히 열고 얼굴을 내민 예쁘장한 녀택시운전기사를 본 늑대들은 “OK!”하면서 차에 올랐다. 학범이가 운전수옆자리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기만이와 현식이가 뒤좌석에 몸을 묻었다.
“어디 가세요?”
“화룡쪽으로 몰아주오.”
학범이는 담배를 꼬나물며 옆좌석을 곁눈질했다. 핸들을 잡은 택시아가씨는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앞만 응시하고있었다.
어느덧 다리를 건너 시내를 벗어난 택시는 고속으로 달렸다. 학범이의 탐욕스런 눈길은 택시아가씨의 봉긋한 젖가슴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택시에 앉는 순간부터 택시아가씨의 가슴을 만지만지고 미칠지경인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학범이는 날씨며 택시수입 따위의 얘기들을 지껄여댔다. 하지만 택시아가씨는 짧게 한마디씩 응대할뿐 운전에만 정신을 집중하는듯 했다.
택시가 모아산부근에 다달았을 때 음탕한 눈길로 택시아가씨의 뒤모습만 노리고있던 두 마리의 늑대가 슬금슬금 택시뒤를 살피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차 좀 세워주오. 젠장,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더니 참을수 있어야지.”
“빨리 좀…바지에 막 싸겠소.”
택시가 길옆에 멈춰서자 기만이와 현식이는 재빨리 차에서 내리면서 앞뒤를 살펴보았다. 너덧대의 차량들이 지나오고 지나가자 그들은 바지춤을 까는체하면서 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한참후 오가는 차량이 잠시 끊어지자 그들은 학범에게 눈짓했다. 학범이가 머리를 끄덕이자 그들은 번개같이 달려와 운전석의 차문을 열고 택시아가씨를 끄집어냈다.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택시아가씨는 어쩔바를 몰라 바들바들 떨다가 고함쳤다.
“사람…살려요!”
당황해난 세마리의 늑대는 재빨리 손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산속으로 끌고갔다. 인적이 없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간 세마리의 늑대는 평퍼짐한 곳에 “먹이”를 내려놓았다. 기만이와 현식이가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며 망을 보고 우두머리인 학범이가 먼저 택시아가씨한테 덮쳐들었다.
“제발…있는 돈을 다 드릴테니 살려주세요!”
택시아가씨는 애원하면서 돈지갑을 내밀었다. 학범이는 그 돈지갑을 넙적 받아 호주머니에 쑤셔넣고 계속 달려들었다.
“이러지 마세요. 돈을 드렸는데 절 놓아주세요.”
“으흐흐. 난 돈도 가지고 너도 가질테야. 시키는대로 옷을 벗으면 살려준다. 빨리 홀딱 벗어!”
겁에 질린 택시아가씨가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자 학범이는 참을수 없다는듯 굶주린 늑대처럼 그녀를 덮쳤다. 다음은 기만이와 현식이가 번갈아 허리띠를 풀었다…
달포후 자정이 넘은 밤중에 세미리의 늑대는 또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며 사냥물을 노리고있었다. 그러던중 현식이가 갑자기 배가 아파서 뒤간에 갔다가 돌아오니 초조하게 기다리고있던 기만이가 재촉하는것이였다.
“빨리 가자. 또 하나 잡았다. 학범이가 로획물을 료리하러 세집으로 끌고갔다.”
“어때, 섹시하던?”
“말도 말라. 나긋나긋한게 맛이 기막힐거야!”
한달음에 세집으로 달려간 그들은 문밖에서 망을 보며 차례를 기다렸다. 집안에서 학범이가 처녀를 을러메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옷을 벗어!”
“제발…이러지 마세요. 전 다음달에 곧 결혼하게 돼요.”
“으흐흐. 거 참 좋구나. 오늘 내가 먼저 신랑이 되여줄 테니 어서 옷을 벗어!”
“제발 절 놓아주세요!”
처녀의 애원소리에 현식이는 이상하게도 여느때와 달리 몸이 오싹해났다. 하지만 얼마후 터져나오는 처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현식이는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윽하여 학범이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나오자 언녕 허리띠를 풀어놓고 기다리고있던 현식이는 “오늘은 내가 먼저”하고는 참을수 없다는듯 막 들어가려는 기만이를 물리치고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러던 현식이가 “앗!”하고 놀란소리를 지르며 정신나간 사람처럼 허둥지둥 되돌아나왔다.
“너 웬일이냐?”
학범이와 기만이가 의아해서 따져묻자 현식이는 울상이 되여 말했다.
“인젠 끝장이야. 저앤 내 사촌누이동생이야!”
“뭐라구?”
학범이와 기만이도 여간 놀란게 아니였다.
“저애가 널 고발하면 우린 모두 들통날게 아니야. 아예 저앨 죽여버리자!”
학범이가 칼을 뽑아드는것을 보고 현식이는 급히 앞을 막아서며 “그건 안돼”하고 소리쳤다.
“제길, 그럼 네가 책임지고 그앨 구슬려!”
학범이와 기만이는 돌아가고 현식이가 혼자 남아서 사촌녀동생을 얼리고 닥치고 하며 구슬렸으나 그녀는 울기만 하다가 달려나가더니 끝내 파출소를 찾아가 현식이를 고발했다. 이튿날 현식이와 기만이는 붙잡혀 쇠고랑을 찼고 학범이는 어떻게 낌새를 챘는지 어디론가 도망쳐버렸다.
이 사건을 취재한 모 신문사의 최수암기자는 이 사건을 신문에 보도하면서 아래와 같은 말로 글을 마무리지었다.
“한밤의 늑대들은 녀성들의 공포심리를 리용하여 손쉽게 녀성들의 정조를 빼앗았다. 범인들은 녀성들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들어놓고 강간했는데 이는 우리의 녀성들은 자아보호의식과 저항의식이 너무나 약하다는것을 말해준다. 물론 녀성들은 상대적으로 남성들보다 힘이 약하지만 ‘녀자호신술’을 리용하면 그 어떤 남자든지 물리칠수 있다. 필자가 여기서 언급한 ‘녀자호신술’은 무예를 말하는것이 아니다. 무예를 익혀 늑대들을 대적하는것은 소수의 녀성들만 할수 있는 일이지만 이 ‘녀자호신술’은 녀성들이 누구나 다 할수 있는 방법이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폭력을 사용하기전에는 강간은 불가능하다. 녀자가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무릎을 오무리면 방어벽이 되는데 철벽같이 견고하여 어떤 남자도 이 보루를 돌파할수 없다. 녀자의 호신술이란 바로 이런것인데 많은 녀성들은 늑대가 협박하면 지레 겁을 먹고 옷부터 벗는다.”
그런데 최수암기자의 이 글을 세번이나 읽은 라신애양한테 뜻밖의 재앙이 떨어졌다. 어느날 밤 늦은 귀가를 하던 라신애양은 으슥한 골목에서 한마리의 늑대를 만났는데 이 늑대가 바로 그물에서 빠져나갔던 오학범이였다. 학범이는 다짜고짜로 신애양을 끌고 공사중지중인 건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신애양의 완강한 저항을 받았다. 신애양이 소리를 지르며 결사적으로 반항하자 학범이는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강박적으로 그녀를 끌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거기서도 신애양은 완강하게 저항하며 옷을 벗으려고 하지 않았다. 학범이가 완력으로 옷을 벗기면서 덮쳐들자 신애양은 “녀자호신술”로 끝까지 저항하며 최후의 보루를 지켜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목적을 달성할수 없게 된 학범이는 칼을 빼들고 을러멨다.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릴테다!”
하지만 신애양은 굴함없이 늑대와 싸웠다. 신애양을 굴복시킬수 없게 된 학범이는 마침내 늑대의 본성을 드러내 칼로 신애양의 복부를 사정없이 들이찔렀다…
사흘도 안되여 오학범은 쇠고랑을 찼다. “왜서 라신애양을 죽였는가”라는 경찰들의 질문에 “그녀가 끝까지 반항했기때문에 죽였습니다”라는 대답이 범인의 입에서 나왔다. 그말을 전해들은 신애양의 모친 차씨가 신문사로 달려와 최수암기자를 찾았다.
“절 찾았습니까?”
차씨는 자기앞에 나타난 최수암기자를 보고 다시 한번 따져물었다.
“자네가 최수암기자유?”
“예, 제가 최수암기자인데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차씨는 다짜고짜 최수암기자의 멱살을 틀어쥐고 “내 딸을 물어내! 내 딸을 물어내!”하며 울며불며 야단쳤다.
“아니, 왜 이러십니까?”
최수암기자가 영문을 몰라 따져묻자 차씨는 “네놈이 신문에 그 무슨 ‘녀자호신술’인지 나발인지 하는 글을 써냈기에 내 딸이 잘못됐다”면서 대성통곡했다. 라신애양은 그 당시 최수암기자의 글을 어머니한테 보이면서 “엄마, 만약 내 앞에 늑대가 나타나면 난 녀자호신술로 대적할테야”라고 호기스레 말했다는것이였다. 최수암기자는 탄식하면서 또 다음과 같은 글을 발표했다.
“늑대들의 앞에서 녀자호신술로 자기몸을 보호하는것은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범인이 폭력을 사용하고 생명이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엔 저항을 포기하는것이 명지한 처사이다. 이건 절대 비겁한 일이 아니다. 녀성에게 있어서 정조는 매우 소중한것이지만 생명은 정조보다 더 귀중하다. 이런 정황에서 정조를 지켜내지 못했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없다. 늑대들에게 당한 일부 녀성들은 과중한 심리부담을 갖고 자신을 괴롭히고있는데 강간은 녀성의 잘못이 아니다. 때문에 몸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은 버리고 떳떳하게 머리를 들고 다녀야 한다.
육체상 정신상에서 녀성들의 건강을 해치는 늑대들은 마땅히 호되게 족쳐야 한다. 하지만 족치는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족쳐도 새로운 늑대들이 끝없이 나올테니깐. 하기에 늑대들의 번식을 방지하자면 청소년들에게 법제교양과 함께 성교육을 착실하게 하여 올바르고 건전한 성도덕관을 심어주어 그들로 하여금 건강한 심리로 건실하게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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