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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밥사발의 질서
2009년 05월 16일 14시 26분  조회:1580  추천:0  작성자: 방룡남

--<<혼사날의 별곡>>에서 본다


원래 가정에서의 밥사발의 질서는 너무나 단순하고도 엄격하였다. 할아버지까지 함께 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나, 안해, 아이 하는 순서로 배렬하면 되는것이다. 그것은 그때는 밥사발의 질서를 세우는데 오직 혈연적인 세대관계란 조건 하나밖에 없었기때문이다. 그만큼 어린아이들까지도 그 순서를 알수 있는 가장 <<천진>>한 륜리적 질서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어쩐지 사회에서뿐만아니라 가정에서까지도 그 밥사발의 질서가 깨여지고 새로이 복잡하고 미묘하며 황당하기 짝없는 밥사발의 질서가 원래의 자리순서를 망그러뜨리고 인간가치를 변질시키고있다. 그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날로 팽창되고있는 상품시대와 함께 밥사발의 질서를 제약하는 조건이 상업인간이란 새로운 개념의 뚜렷한 확립과 함께 변질되고있는것이다. 상업인간을 우리 나름대로 통속하게 인생이나 인간관계를 상업화하는 인간이라고 리해한다면 그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권력과 돈일것이다.
권력의 위력이란 대단한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이 천만사람을 지배할수 있는 힘이다. 그만큼 그것은 사회의 허위와 아첨을 낳는다. 푸짐한 술상에서 권력의 대소와는 상관없이 륜리적인 년령순서대로 술을 부었다고 자랑하는 사람조차 도리여 얼마나 권력의 중압에 지긋하게 눌리웠으면 그렇게 평범한 행동을 비장한 결심을 내리고 했겠는가 하는 련민이 앞서는것도 이때문일것이다. 혼사날에 촌뜨기 친가편보다 뜨르르한 시내간부인 외가편을 상빈으로 보내는것이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것을 그 집의 가풍이 더럽다고만 보기에는 이 사회가 벌써 그만큼 비뚤어져있다.
돈의 위력도 대단하다. 비렁뱅이가 가난뱅이를 구제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 사회에는 억만이 아니라 단 몇장의 지페때문에 자그마한 꿈마저 산산히 깨여지고 사회적 인간가치가 여지없이 떨어져버리는 수가 푸술하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를 모시는 전제조건을 신체가 튼튼하고 상당한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금전주의로 내세우는 경우도 억이 막히는대로 현실에서 식은죽 먹듯 찾아볼수 있다. 그러고보면 삼촌되는 사나이가 조카딸의 혼사날에마저 가문의 좌상대우는 커녕 상빈으로도 가지 못하는 홀대를 받는것이 그 가문의 가풍탓이라기에 앞서 그 자신이 가난한 탓이라고 하는것이 퍽 당연해보인다. 가치표준이 변질된 <<진실>>이다.
그런데 이제 <<정채>>롭고 볼만한것이 밥사발의 륜리적인 질서를 파괴하고 가치표준을 변질시키는 쌍둥이-권력과 돈의 맞겨룸이다. 두 힘의 맞겨룸, 그것은 마치 범과 사자의 대결처럼 생사판가리이다. 그러면 구경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일가? 얼핏보면 <<돈>>이 승자이다. 가난때문에 좌상대우도 못받고 그래서 분김에 잔치집을 뛰쳐나오고 말았던 사나이가 조카의 잔치에 석탄 한 자동차와 고급세탁기를 잔치<<부조>>로 내치자 온집의 사람들은 혼이 다 날아날 지경으로 경탄을 금치못했고 <<대통령>>이란 최고권력도 <<손쉽게>> 획득한다. 과연 돈이 날개다. 그 돈이 <<대통령>>이란 권력까지 사버렸으니 그가 승자임은 당연한것이다. 하긴 어떤 물건이나 다 살수 있는것이 돈이고 상급에겐 비굴한 아첨을 보내고 하급에겐 상대방의 인격이나 재능보다는 안면과 지갑의 크기에 더 관심하는 즉 위세나 풍모가 더 큰 권력이나 돈앞에서 기운을 잃고마는것이 권력이고 보면 그 승패는 벌써 결정된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만 않다. 그들은 둘다 패자였다. 남몰래 슬그머니 잔치집에서 사라져버린 두 사나이-권력의 덕택으로 외가편이지만 언제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여 최혜를 받던 자기가 그 권력이 돈앞에서 기운을 잃어 한낱 <<검둥이>>의 홀대까지 받게 되였음을 통탄하며 뻐스에 오르는 <<공회주석>>, 돈으로 마침내는 권세부리던 자를 내리누르고 <<대통령>>의 보좌에까지 올라앉았으나 돌아갈 차비마저 없어 걸어가면서 허무와 비통에 눈물뿌리는 <<사나이>>, 그들은 왜 패자였을가? 그것은 영원히 령혼하고는 같이 살아있을 인간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것이 아니라 변질된 가치, 풀어말하면 벽의 그림자처럼 있다가는 없고 하는 권력이나 돈과 같은 외부적 힘에 의해 자기를 실현하려 했기때문이다. 일단 그 외부적 힘이 눈석임같이 녹아버리자 기탁점을 잃은 그들의 정신은 여지없이 허물어지고만것이다.
실로 불쌍하고 의미짙은 배우들이다. 하긴 우리 모두가 사회란 무대우에 나선 배우들인것 같다. 그래선지 그들한테서 어쩌면 자기의 그림자도 찾아본듯싶어 가슴이 알짝지근해난다. 허욕을 허위로 웃고 허위로 우는 배우, 아, 그것이 진정 인간의 참모습은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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