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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3권(54) 리혼 김장혁
2024년 10월 10일 10시 45분  조회:179  추천:1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제 3

          김장혁
 
        54. 리혼

 
    종호는 사돈보기에 터졌던 류려평의 정조 의혹을 회억하자  코웃음이 절로 났다.
    (어쩜 그때 불여우 같은 년의 눈물에 홀딱 속아 넘어갔을까? 류려평, 넌 근본 숫처녀가 아니였어. 진작 류덕귀와 바람을 피웠어. 네년의 패륜을 발견 못한게 머저리지.)
    종호는 며칠 전에야 류려평이 류덕재와 처녀총각 때부터 살을 섞었고 리려향까지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종호는 류려평의 불륜사실을 처음 듣는 순간 정수리를 큰 메에 떵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는 머리가 뗑해나 하마트면 컴퓨터에 쓰러질 번했다. 귀뿌리 윙 해나고  눈앞이 아찔하고 캄캄해났다. 눈 앞에 무수한 시뻘건 별찌가 날아내렸다.
    (이제껏 수십년 동안 그년을 숫처녀로 믿어온게 바보지. 멍청이지. 그런 년을 조강지처라고 버리지 않은게 머저리지. 진짜 넌 생활  이 영펄이야. 그래서 류려평이 널 생활이 영펄이라고 비난했겠다. 그런 눈치도 채지 못한게 머저리지. 그런 년을 사랑도 없이 수십년이나 명색이 안해로  산게 잘 못이지.)
    종호는 토굴 같은 세집에서 쓰러져 자기 과거를 꾸짖었다.
   (갈보년이 리혼하자고 할 때 왜 리혼해주지 않았어? 난 바보,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난 려향이 류덕재와 류려평이 바람을 써서 낳은 애라는 것도 모르고 친딸인가고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사랑했지. 입에 들어간 고기도 빼서 먹일 정도로 애지중지 키웠잖았는가? 건축현지에 가서 남자의 소중한 그거까지 잃어버리면서 아글타글 번 돈으로 려향을 서울에 데려다가 공부시켜 박사까지 만들지 않았는가. 진짜 난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야.)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젠 결단코 리혼이야. 그런 년과 한 집 호적을 올린 채 산다는게 고통스럽다. 세상 사람들이 알면 나를 뭐라겠는가? 세상 인간사의 죄악이야. 우리 왕의 후대인 전주 리씨의 수치야. 치욕이야.)
   종호는 세종대왕님을 비롯한 조상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는 그 길로 지하철을 타고 류려평을 만나러 구치소로 달려갔던 것이다.
   그럼 류려평이 수십년이나 은페됐던 그 불륜사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극을 종호가 어떻게 알게 되였을까? 
세심한 독자들은 이런 일을 기억할 것이다.
    일전에 종호는 리려향을 통해 류려평을 감시하려고 리려향한테 명품 핸브빽을 선물한 적이 있지 않는가.
    종호는 그 핸드빽에 반짝거리는 맞단추대신 보석맞단추형, 초미형 몰카를 장치해놓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종호는 컴퓨터만 켜면 실시간으로 리려향의 핸드빽을 따라 모든 걸 손금 보듯 감시할 수 있었다. 그는 려향을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요하게 려향과 류려평의 행적을 알아내려는 것이였다.
    려향은 류려평을 면회하러 갈 때 그 핸드빽을 들고 구치소에 찾아갔던 것이다. 비록 그 핸드빽을 구치소에서 여경이 몰수해 임시 지하감시실 사무상에 놓아뒀지만 까만 감시 유리 넘어 류려평과 려향의 밀담을 다 비디오촬영하고 녹음할 수 있었다.
    그날 류려평이 려향과 한 밀담이 몽땅 녹음됐던 것이다. 종호는 그들 모녀가 갈라질 때 류려평이 고함친 소리를 여러번 되돌려 들어보며 분석했다.
    “외할아버지 산소에 내 인생의 전부가 있다.” 
    “종호는 네 친아빠 아니야. 네 친아빠는 류덕재야.”
    그때 종호는 셋집에서 컴퓨터를 켜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고 또 보았다.
세상에 어디 비밀이 있는가?
    세상에 바람이 새지 않는 벽이 있는가?
    이래서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종호는 류려평과 류덕재의 불륜을, 려향이 자기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알았다.
    (이 년이 제 애비 산소에 뭘 묻어둔 거 같구나. ‘인생의 전부의 비밀’? ㅋㅋ. 네년의 인생전부는 뭐냐? 탐욕스레 긁어모은 부정축재 밖에 있어? 엉큼한 년, 그 부정축재를 썩어지기 전에 려향한테 물려주자는 거지. 려향 보고 파서 쓰라는 뜻이구나. 네년 뜻대로 될 거 같애?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돼.)
    종호는 컴퓨터를 통해 그날 리려향이 구치소에서 류려평과 갈라져 집에 돌아오면서 보라배공원 부근에서 혼자 울면서고 한 넉두리 녹음도 다 들을 수 있었다.
    “날 친딸로 여긴 아빠 불쌍해. 양아빠도 아빠야. 허나 진짜 아빤지 아닌지. 유전자 감정을 해 봐야 해…”
심지어 종호는 려향이 유전자 검사를 하자고 자기 머리를 비누에  감아주는 척하면서 세면대에 널린 머리카락을 몇대 주어 종이에 싸서 핸드빽에 챙기는 것도 다 알았다.
    (풀을 건드려 뱀을 놀래울 필요없지. 모녀간이 어떻게 노는가 더러운 꼴을 두고 봐야지.)
    그는 려향을 놀래우지 않으려고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척 하기로 했다.
    종호는 지하철에서 내려 곧추 구치소로 택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구치소에 이르러 당직경찰을 만나 류려평과의 면회를 신청했다.
    드디어 종호는 철창 속 면회실에서 류려평을 만날 수 있었다.
    류려평은 철창 속에서, 고통 속에서 죄값을 치르느라고 심해를 겪어서 그런지 유들유들하던  낯에 윤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퍽수척해지고 눈확도 푹 꺼졌다.
    그녀는 면회실에서 자그마한 유리창 넘어 종호를 마주 보는 순간 푹 꺼진 퉁사발눈이 데꾼해졌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복잡한 생각을 베아링처럼 굴렸다.
    (저 놈은 어떻게 돼 왔어.)
    류려평은 여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난 배 아파 저 사람과 면회 못하겠는데요. 취소하면 안돼요?”
    여경은 피씩 코웃음쳤다.
    “면회가 어디 애들 장난인가? 취소는 안돼요.”
    류려평은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숙이고 종호와 마주 앉았다.
    그녀는 여경이 나가자 머리를 쳐들고 종호를 째려보면서 나직이 물었다.
    “날 찾아 온 용건이 뭔가요?”
    종호도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웃으며 려평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류려평, 당신은 30여년 나와 함께 살아온 조강지처 아니고 뭐요?  물독이 떵떵 어는 셋집에서 함께 고생하면서 살아온 안해 아니오? 제 구치소에 갇혔는데 이제야 찾아와서 미안하오. 그간 고통이야 얼마나 받았겠소?
   류려평은 속으로 피씩 웃었다.
    (고양이 쥐를 생각한다고나 해라. 오늘 이 놈 이 뭐 비난사정할 일이 있는 모양이지? 왜 첫마디부터 입에 꿀을 발라가지고 이 지랄이야?)
   류려평은 낯에 쓴 웃음을 흘리면서 물었다.
   “쓸데 없는 말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하오. 무슨 일 있어 불시에 찾아왔소?”
    종호는 가슴을 내밀고 한숨을 후 내쉬며 가방에서 종이 한장과 필, 도장집을 꺼내 건넸다.
   “종이에 걸 읽어보고 동의되면 싸인해 주오.”
   류려평은 짙은 눈섭꼬리를 치켜올리며 종이장을 가져다 보았다.
   “리혼청구서?”
   류려평은 종호를 쳐다보더니 깔깔깔 웃었다.
    “이제야 제대로 머리 돌아가는구만. 진작 이랬어야지. 내 리혼하자 할 때 제꺽 리혼할게지. 수십년이 지난 이제야 머나먼 한국에 와서 이럴게 있소? 당신 어쩜 그렇게 고집불통이오? 우린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으면서 각자 수요에 의해 맺어진 부부 아니오? 그때 난 아빠 강요에 못이겨 대학생이라고 당신과 약혼하고 결혼했댔소. 이젠 후회해도 쓸데 없지만,  당신은 우리 아빠 권력을 빌어 기자 꿈을 실현하려고 나와 정치결혼했잖아? 허울 밖에 없는 가정 울타리에 얽매여  날 한뉘 평생 억지로 살게 할게 뭐요? 숱한 고통을 받게 할게 뭐요?”
    류려평은 단통 펜을 들어 싸인해주었다. 그리고 종호가 내민 도장즙에 식지를 뚝뚝 찍어 리혼청구서에 빨간 지장을 꾹 눌러 찍었다.
     그녀는 리혼청구서를 종호한테 주면서 말했다.
    “당신도 내 보는 앞에서 싸인하고 지장을 찍소.”
    종호도 리혼청구서에 싸인하고 지장을 찍었다. 이제 이 리혼청구서를 가지고 귀국해 민정국에 가서 리혼서에 도장을 꽝 찍으면 끝이었다. 악연으로 맺어진 혼인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종호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저으기 홀가분해지는 감을 느꼈다.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부탁했다.
     “우린 이젠 부부가 아니라는 걸 려향이 증명서게 해야지. 핸드폰으로 그 리혼청구서를 사진을 찍어 이 자리에서 려향한테 전송하오.”
     “그러지.”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사진 찍어 당장에서 려향한테 전송했다. 류려평은 종호가 내민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쓰라린 눈물까지 수척해진 낯에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리면서 연기를 놀았다.
    “하루 밤 부부가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필경 우린 몇십년을 살아오지 않았소? 싸운 정이라도 있잖고 뭐요? 우린 공동재산인 려향을 봐서라도 서로 원쑤취급은 하지 말기오.”
    종호도 머리를 끄덕이면서 맞연기를 놀았다.
    “그렇지. 려향은 우리 둘의 딸인데 려향의 아빠와 엄마를 해쳐서야 안되지. 서로 원쑤는 아니잖고 뭐요?”
    “그래요. 서로 돕진 못해도 해치진 말아야죠.”
    종호는 고의로 이런 말을 흘렸다.
    “당신은 숫처녀 몸으로 내한테 와서 고생이 많았소. 남만큼 해주지 못하고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하오.”
    류려평은 그 말이 비웃는 반어인지도 모르고종호가 아직도 자기를 숫처녀로 믿는가 여겼다.
    그녀는 퉁사발눈을 바보 같은 종호의 너부죽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관심사부터 무거운 입을 뗐다.
    “재산분할은 어떻게 할 예산이오?”
    류려평의 눈길은 섬찍할 정도로 이상할만치 음침한  빛이 번뜩이었다.
    “당신이 무슨 수로 부정축재를 했든간에 난 하나도 관심이 없소. 또 당신의 걸 아무 것도 가지지 않겠소.”
    류려평은 정신 나간듯이 박수까지 치면서 깔깔 웃었다.
    “통쾌하군요. 点赞!”
    류려평은 종호를 보고 다잡아 물었다.
    “려향은 어쩔 예산이오? 그 앤 우리 둘의 공동재산이 아니고 뭐요?”
    그 허위적인 소리를 듣고 종호는 속으로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더러운 갈보년, 아직도 날 속여? 누구 안전이라고 아직도 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아옹 해? 흥!)
     그는 밸 같아서는 류려평의 더러운 정체를 홀딱 발가놓고 싶었다. 그러나 뒷일을 고려해 모르는 척 하며 아닌 보살을 떨었다.
    그는 머리를 쳐들어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진짜 류려평은 어쩜  허위를 꾹 묶어 놓고 옷을 입혀 만들어 놓은 허위허수아비  같았다.      그는 허위적인 류려평을 쳐다보면서 속셈을 물었다.
     “제 생각엔 어쩌면 좋겠소?”
     류려평은 눈물을 훔치면서 울먹울먹해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 앤 참 불쌍하오. 이 에미 감옥에 들어가면 그 앤 어쩌는가요? 당신이 계속 한국에서 좀 돌봐 주오.”
    종호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아직까지도 려향일 내 친딸이라고 속이면서 뒤나 씃어주라는 거야?)
     허나 종호는 속심과는 다른 말을 했다.
     “려향은 내가 이때까지 혼자 길렀잖았소? 이젠 려향이 없인 난 살거 같잖소. 부녀간의 정을 어찌 버리겠소.”
     종호는 웃으며 통쾌하게 대답했다.
     “려향은 근심하지 마오. 그 앤 우리 둘이 옥신각신 싸우면서 사는  집에서 불행아로 태여나 우릴 따라 고생도 많이 했소. 난 그 애를 유일한 희망으로 이날 이때까지 살아왔소. 저도 옆에 없는데 내나 그 애를 끝까지 보살펴야지. 누가 돌보겠소. 그 앤 이젠 다 커서 제 노릇을 하오. 지금 한국의 한 대형반도체회사 회장 비서로 취직했소. 한달에 350만원씩 로임 타오.”
     류려평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고까짓 로임 타면서 회장놈의 밑에서 어떻게 고생하겠소? 내 이 지경이 안돼도 그 앨 그렇게 고생시키지 않겠는데. 당신이 끝까지 보살펴주겠다니 려향이 일은 시름놓겠소. 고맙소.”
     뒤이어 그녀는 머리를 쳐들고 아직도 리용가치 있는 바보 같은 종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 당신을 안락사시키려고 한 죄행을 똑똑히 인증 섰소? 난 당신이 맞는링겔병에 염화칼리움을 주사했는데.”
    종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증명섰소. 난 그때 기실 자는 척 하면서 당신의 일거일동을 다 살피고 있었소. 주사바늘도 내 뽑아버렸소.”
    류려평은 섬찍해났다.
    "당신 진짜 간첩처럼 능청스럽군요."
    종호는 의아한 눈길로 류려평을 쏘아보았다.
     “당신은 음험하기로 짝이 없소. 왜 날 살해하려고 했소? 아무리 사랑하지 않는 악연이라도 그렇지. 죽이까지 할 건 없잖소?”
    류려평은 괜히 갈등을 격화시켜 자기 부탁을 듣지 않을 가봐 가까스로 꾹 참았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묻는 말엔 대답하지 않고 동문서답했다.
     “그래 원쑤를 갚으려고 제대로 증명서지 않았단 말이오? 듣는 말에 의하면 당신은 자살하려고 자기절로 염화칼리움을 링겔병에 탔다고 했다던가. 또 날 시켜서 주사하게 했다고 했다면서?”
    종호는 곧이곧대로 말했다.
    “처음엔 당신을 구하하려고 그렇게 말했소.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부인하려고 했소. 그래서 경찰들 앞에서 당신이 링겔병에 뭘 주사한 적이 없다고 했댔소.”
    류려평은 흑유리판을 힐끔 돌아보더니 종호 앞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나직이 말했다.
     “여경들이 다 감시하고 있소. 말을 주의해 하오.”
    종호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나직이 뒷말을 이었다.
    “후에 려향이 그러던데. 당신이 날 안락시키려고 들었다고 증명서야 엄마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겠소? 당신이 한국에서 살인미수죄로 판결받게 돼야 중국에 안도되지 않기에 살아남을 수 있답데. 인터폴에서 중국에 이송하면 중국에서 엄벌을 피면할 수 없다고 근심하더군. 당신이 횡령(탐오)죄, 수뢰죄로 사형받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난 진술을 바꿔 사실대로 당신의 살인미수죄를 증명섰소.”
    류려평은 섬찍해나 퉁사발눈 흰자위를 번뜩이며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잘했소. 당신 진짜 량심만은 남아 있구만요. 그런줄 알았더라면 내 밖에 있을 때 당신을 잘 해줬겠는걸. 진짜 후회돼요.”
    류려평은 불시에 무슨 일이 떠올랐는지 다급히 물었다.
    “그래, 언제 리혼 도장 맞으러 중국에 들어갈 예산인가요?”
     그녀는 얼굴에 긴장김이 흐르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종호는 모든 걸 속이기로 했다.
     “후에 시간 나지면 가지.”
     종호와 려평은 둘 다 능청스레 주고 받았다.
     “어째 그 일을 질질 끄오? 오래잖으면 추석이 되겠는데 겸사해 빨리 들어갈게지.”
     “추석이 아직 한달도 넘어 있는데 려향을 누가 밥을 해주겠소. 설상가상으로 나영이 구치소에 들어와서 성림이 우리 집에 와 있소.       그 애를 누가 학교에 데려가고 집에 데려 오겠소?”
     류려평은 단통 상통을 찡그렸다.
     “당신 진짜 바보요. 그게 뭐요? 나영이네 애를 어째 그 비좁은 셋집에 끌어들였소? 려향이 얼마나 불편하겠소?”
     그녀는 종호를 핼끔 곁눈질하더니 물었다.
     “당신 진짜 나영과 살려고 환장했지? 이전부터 나영을 좋아했지?”
    종호는 버럭 화를 냈다.
     “내 사생활에 작작 삐쳐! 우린 이젠 부부 아니야!”
     “려향일 생각해 그래. 당신 같은 등신한테 려향일 맡겨서야 편한 날 있겠니? 진짜 바보!”
    종호는 뻘떡 일어나며 려평을 손가락질했다.
     “당신은 자기 지은 죄나 탄백하고 잘 반성하기나 해. 죄값을 단단히 치를 준비나 하라구!”
    그는 이렇게 툭 쏴줄가 하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켜버렀다.
    “당신과 더 할 말이 없소.”
    “여보! 당신 내 말 듣소…”
    류려평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할 때였다.
    “그만 하세요! 시간 됐어요.”
    여경과 남경이 들어와 종호와 류려평을 갈라놓았다.
    “당신 내 말 명심하라구. 나영이네 애를 집에서 내보내라구.”
    그러나 종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경과 함께 면회실에서 나가버렸다.
     남경이 종호와 함께 복도로 나가면서 물었다.
    “전번에 보라매공원에서 체포돼 구치소에 들어온 녀자 나영이 맞지요? ”
    “아닙니다. 그 녀자는 나영의 쌍둥이 여동생 박춘영입니다. 금방 성림이 나영의 애란 말을 그만 말이 빗나갔습니다.”
    그제야 종호는 말실수를 한 걸 알고 입에 빗장을 질렀다.
    침묵이야 말로 세상 잘못과 비밀을 입감옥 안에 가둬 두는 유일한 수단일 수도 있지 않는가.
    종호는 구치소 대문으 나서는 순간 한 가슴 가득히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그는 사랑도 없이 허위로 시작돼 허위로 종지부를 찍은 이른바 “가정”을 생각하니 얼마나 홀가분하고 기쁜지 몰랐다.
황홀한 새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종호는 걸음도 한결 가볍게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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