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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황혼 제4권(71) 리혼 딜레마 김장혁
2024년 11월 06일 11시 55분  조회:40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황혼 제4

           김장혁
 

         71. 리혼 딜레마
 



    종호는 뜻밖에 가옥소유증 리스크에 덜컥 걸려 리혼 딜레마에까지 시달려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리혼수속은 언제든지 꼭 넘어야 할 아리랑 고비 아닌가? 리혼수속을 하지 않고선 집도 팔 수 없다.)
    종호는 택시를 잡아타고 민정국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혼인등록처에 가서 여직원한테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내밀었다.
    “리혼수속을 해 주십시오.”
   여직원은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받아 보더니 의아한 눈길로 종호를 쳐다보았다.
   “대상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까?”
   종호는 뜻밖의 물음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시끄럽게 됐구나.)
   이윽고 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했습니다.”
   여직원은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되돌려 주면서 쌀쌀하게 말했다.
   “리혼 대상자를 데리고 와야 수속할 수 있습니다.”
   “아니, 특수사정이 있어 오지 못합니다. 이 리혼청구서를 보십시오. 이미 상대방에서 리혼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종호는 리혼청구서를 내들면서 말했다.
   “여길 보십시오. 류려평은 리혼청구서에 싸인도 하고 지장도 찍지 않았습니까? 왜 리혼수속 안 됩니까? 리혼수속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습니다.”
   여직원의 태도는 견정했다.
   “그래도 될수 있는 한 본인이 와야 합니다. 대상이 무슨 특수사저이 있어 못 옵니까?”
   종호는 난처한대로 솔직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옥에 갇힌 죄수 돼서 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감옥당국에 말해서 데리고 와야 합니다.”
   여직원은 종호의 신분증과 리혼청구서를 번갈아보면서 쌀쌀하게 말했다.
    “이걸 보십시오. 이게 누구 싸인인지. 지장인지 누가 증명할 수 있습니까? 지금 결혼 사기, 리혼 사기 너무 많아서 우린 리혼수속에 심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 신분증도 없잖습니까?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상대방이 없는데 리혼수속을 해주면 후에 말썽이 생기면 어쩌는가요?”
   그러건 말건 종호는 계속 들이밀었다.
   “아니, 상대방 없이도 법원에서는 리혼을 결석판결한 일도 있던데… 민정국에서는 어째 안 된다고 이럽니까?”
   녀직원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심하게 설명했다.
   “법원에서 결석판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법정에 리혼소송을 하고 국가등록번호 있는 신문이나 잡지에 서면으로 상대방한테 리혼판결법정에 나오라는 공지광고를 내야 합니다. 광고를 낸지 석달 동안 기다려도 상대방이 응대도 하지 않으면 법정에서 리혼을 결석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손님이 법정에 리혼소송을 하든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종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혼수속이 이렇게 복잡할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한 가정을 유지하는가, 마스가는 관건적인 일이 그렇게 간단한줄 압니까?”
   종호는 석달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   
   (법정에 리혼소송을 했다간 한지에 방아를 걸겠다. 언제 집을 판단 말인가?)
   그는 부득불 민정국에서 리혼수속을 계속 하기로 했다.
    “제가 대상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여직원은 리혼청구서를 되돌려주면서 말했다.
    “그러세요. 그래도 법원보다 여기서 수속하는게 빠를 겁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종호는 말을 마치자 자리를 떴다.
    그는 만나기 싫은대로 악처를 또 찾아가야만 했다. 악처가 떠오르자 그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쳐 앓음소리까지 다 냈다. 진짜 악처를 생각만 해도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종호는 단위 인사과에 가서 리혼소개신을 떼 가지고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는 곧추 망아산 기슭 소나무 숲 속에 자리잡은 구류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그는 달리는 택시에서 핸드폰을 꺼내 김호 대대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김대대장이오? 내 리종호요. 바쁜데 자꾸 찾아 미안하오. 말하기 창피한데. 내 리혼수속을 해야겠는데. 류려평이라고 있잖소? 양, 맞소. 그 녀자가 내 녀편네요. 며칠 전에 한국에서 인도돼 온 그 녀자, 옳소.  류려평을 구류소에서 구인해 데리고 민정국에 가서 리혼수속을 하면 안 되겠소? 된다고? 고맙소. 내 지금 집을 팔아야 되겠는데 류려평을 데리고 가옥관리국에도 가야 되겠소. 되겠소? 양, 부부간이 다 가지 않으면 팔 수 없다고 합데. 양? 된다고? 고맙소.”
    종호는 안도의 한숨을 후- 내쉬었다.
    대학생 시절에 실습생으로 가서 몇시간도 배워주지 못했지만 자기를 스승으로 여기는 김호 대대장이 마음 속으로 고마웠다.
    원래 종호는 김호와 말해 일이 안되면 박동묵 국장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김호 대대장이 쉼게 대답하니 시름놓았다.
    그는 핸드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김대대장, 인차 구류소에 도착하오. 경찰을 시켜서 류려평을 구인해 전번 그 소회의실에 데려다 줄 수 있겠소?”
핸드폰에서 김호 대대장의 씨원씨원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알았습니다. 류려평을 당장 소회의실에 데려가겠습니다.”
    “고맙소.”
    “리선생님, 그러잖아도 선생님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 뵙자고 했는데. 오늘 참 잘 됐습니다.”
    종호는 핸드폰을 받으면서 정색했다.
    “무슨 일이오. 백가지라도 부탁하오. 내 할 수 있는 일이면 꼭 도와 줄게.”
    “네, 감사합니다. 오시면 만나뵙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양, 그렇게 하기오.”
    종호는 핸드폰을 넣으면서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윽고 종호는 철조망을 두른 높은 토성에 펑 뚫린 구류소 대문 앞에 이르렀다.
    대문 앞에는 벌써 김호 대대장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번에 처음 왔을 때와는 달리 접대하는 격이 훨씬 올라갔다.
    “리선생님, 반갑습니다.”
    김호 대대장은 종호를 반갑게 인사하면서 마중했다. 똑마치 공안국 상전이나 마중하는듯이 의전과 례의를 갖추었다.
    “바쁜데 자꾸 찾아서 미안하오.”
    종호는 김호 대대장의 손을 잡아주면서 송구한 인사말을 건넸다.
    “천만에 말씀을 다 합니다. 저는 선생님과 같은 로기자 선생님을 모신 것으로 해 영광입니다.”
    김호 대대장은 종호를 모시고 소회의실에 들어갔다.
    “당신 어째 또 왔는가?”
    갑자기 류려평이 쏘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악처는 쇠고랑이를 찬 손을 들어 휘두르며 고함쳤다.
    “내 이런 꼴을 신문에 내자고 왔어?! 뭘 하려고 또 왔어?! 보기도 싫어!”
    “꼼짝 말엇!”
    여경들은 류려평의 량팔을 꽉 붙잡아 꼼짝달싹 못하게 제 자리에 꽉 눌러 앉혔다.
    종호는 깜짝 놀랐다.
    류려평의 발목에도 굵다른 소사슬이 채워져 절그럭거리지 않겠는가.
    (보통 중죄수 아니면 발목에까지 쇠사슬을 채우진 않는데. 진짜 죽을 죄를 졌는 모양이구나.)
    종호는 창피해 김호 대대장한테 눈짓했다.
    김호와 김천선은 여경들한테 류려평을 잘 단속하라고 눈짓하고 나서 나갔다.
    “좋긴 좋구나. 나는 당장 죽게 됐는데. 네놈은 그 잘난 사장 꼬부랭이느라고 경찰들을 다 시켜 날 치죄하는구나.”
    종호는 류려평이 지껄이는 말에는 개이치도 않고 단도직입했다.
    “리혼수속 때문에 찾아왔소.”
    “쳇,”
    류려평은 단통 코웃음쳤다.
    “누구 좋아하라고 리혼해? 난 리혼 안 해! 전번에 비행기에서 말했잖아. 난 죽어도 리혼 안해?”
   종호는 집을 팔려고 리혼수속하자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어째 그렇게 변덕스럽소? 전번에 한국 구치소에서 리혼청구서에 지장까지 찍어놓고. 이제 와서 해뜩 누워 누우면 어쩌오?”
    “픽! 다 죽게 됐는데. 네놈이 새파란 계집년과 재혼해 잘 살는 거 보자구 리혼해? 꿈도 꾸지 말라. 난 저승에 가도 악귀로 돼 너네 년놈들을  물어뜯어놓을 거야. 뼈다귀도 남기지 않고, 씨, 다 콱 썩어지기나 해라.”
    종호는 짐작한대로 그저 리혼해달라고 졸라대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미리 궁리해둔 수를 쓰지 않으면 리혼 딜레마에서 헤여나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호는 바위돌처럼 퍼러덩덩하게 굳어진 험상궂은 악처의 낯빤대기를 보면서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길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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