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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人生, 위대한 삶
중국땅에서 순직한 조계창氏를 추모하며
36세는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로 황금시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중국 연길 출장취재 중 악천후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순직한 故 조계창 연합뉴스 중국주재 심양(瀋陽)특파원의 뜨거운 민족애와 치열한 기자정신이 한중언론과 동료들 속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람들은 짧은 인생이었지만, 위대한 삶을 산 한국기자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슬퍼하고 있다. 짧은 생애이었지만, 고인의 삶은 ‘조국과 민족을 위한 위대한 삶’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故 조계창씨는 선각자 의식과 ‘발로 뛰는’ 기자의 치열한 삶을 가장 잘 보여준 사람이다. 이국땅에서 36세의 짧지만 빛나는 생애를 마감한 고인이 남긴 기사들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로운 삶과 분열된 한민족의 슬픔, 척박한 땅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국동포의 치열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가 고민한 것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기자가 해야 할 일이었고, 그들의 희구(希求)에 대한 정확한 반영 · 여부였다. 고인이 관심하고 우려한 것은 자신의 안위보다는 민족의 평화로운 삶이었고, 분단으로 인한 한민족의 애환이었다.
그렇다면 고인은 왜서 사랑하는 가족과 갈라져 풍요로운 삶을 포기하고 북경 · 상해 등 대도시가 아닌, 기후와 자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동북땅을 선택했겠는가? 그것은 동북3성이 민족분열과 분단된 한반도의 비극을 가장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며, 200만 중국동포의 치열한 삶의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인은 동북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중국동포의 삶과 한민족의 애환을 진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힘들고 고달픈 이국생활을 후회 없이 선택했고, 민족과 평화를 사랑하는 투철한 기자정신을 몸소 보여주었다.
2006년 6월 한국 언론 사상 최초의 중국주재 심양특파원으로 부임하면서 고인은 평소 자신이 품었던 뜻을 행동으로 실천해나갔고, 그가 남긴 발자취는 동북삼성의 오지를 포함한 ‘방방곳곳’이었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의 탄식과 애통 속에는 늘 부지런하게 ‘발로 뛰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상상이 아닌 진실을 전달하려고 애써왔던 고인의 성실하고 치열한 기자정신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있다.
심양 현지의 한 교민은 고인을 기리는 (인터넷)글에서 “조 특파원은 사무실에서 번역한 뉴스재료를 기사화하지 않고, 직접 현장을 뛰어 확인하는 참으로 부지런한 기자”라고 칭찬했다. 평소 업무처리만 해도 빡빡한 뉴스통신사 기자인 그가 취재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취재원을 직접 만나기 위해 동북3성을 누비고 다녔으며, 현장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출장을 많이 다닌 특파원이었다. 중국 사이트 온바오닷컴에는 “타국땅에서 알게 된 첫 한국기자로,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기자”라는 칭송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고인의 영결식에 참가하기 위해 불원천리하고 한국에 온 중국 흑룡강신문사 윤운걸 주임기자는 “조 특파원은 동포사회의 소식을 발로 뛰어 정확히 취재해 객관적으로 보도, 동포사회의 신망이 매우 두터웠다”며 “중국동포와 한민족을 위해 현장을 누비던 한국 최초의 특파원이 우리 곁을 떠나갔는데, 연변지역의 동포신문 기자를 대표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고 싶었다”고 (참가)이유를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와 한국 언론계는 동량지재를 잃었고, (생전)고인을 알고 지내던 조선족인사들도 갑작스런 비보에 모두 애통해했다고 말했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게 마련이며, 생로병사는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하지만 어떤 죽음은 홍모(鴻毛)보다 가볍고, 어떤 죽음은 태산(泰山)보다 무겁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아까운 청춘을 바쳤다면 이는 ‘고상한 삶’이며, 민족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바쳤다면 그것은 ‘위대한 삶’이 될 것이다. 이 또한 많은 이들이 ‘위대한 삶’을 칭송하고 기리는 이유이다. 우리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민족과 평화를 위해 중국땅에서 순직했고, 위대한 삶을 산 평범한 한국기자 · 조계창氏를 잊지 말고 오래오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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