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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보스턴통신(10)
생활속에서 체험하는 미국과 동아시아의 차이점
미국문화의 뿌리가 된 기독교
미국에서 2년째 체류하면서 아직 미국사회 전체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가운데서도 동아시아와의 차이점을 많이 느끼게 된다.
미국에서 살면서 수선 깊은 인상을 받는 것이 여기가 기독교문화권이라는 점이다. 어느 도시나 시골마을을 가봐도 교회나 성당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나가다가 건물이 정교하게 지어졌거나 장중한 느낌을 주기에 잘 살펴보면 대체 교회나 성당이다. 기독교는 미국인들의 생활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교회나 성당이 신앙생활의 장소만이 아니라 공동체활동의 장소로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뉴스를 보니 필자가 현재 살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신임주지사의 취임식도 교회에서 열렸다. 미국인들의 가치관, 공공도덕, 사회부조 등 정신, 문화적인 거의 모든 측면은 기독교와 관련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미국의 기독교문화를 바라보면서 동아시아 사회는 어떤 종교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一神敎인 기독교와 달라 동아시아는 多神敎의 종교사회이다. 각 사회마다 전통적인 토착신앙을 바탕으로 불교를 받아들여 神佛이 융합된 종교문화를 형성하였다. 중국의 경우 도교와 불교, 조선의 경우 巫俗으로 대표되는 토속신앙과 불교, 일본의 경우 신도와 불교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전통종교로서 자리잡고 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서양에서 전해온 기독교가 새로운 종교로 뿌리내렸다. 그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동아시아의 종교가 다양하면서도 잡다해보이고 서양인들의 눈으로는 도대체 무슨 종교를 믿는지 헷갈릴 수 있다. 일본인들이 아이가 태어나면 신사에 가서 기원을 하고, 결혼식은 교회에서 하고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하는 풍습이 동아시아인들의 다신교적인 정신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와 동아시아의 전통종교의 외견상의 차이점이 하나 뚜렸하게 나타난다. 동아시아의 자연속에서는 허다한, 크고작은 종교시설이나 숭배물을 볼수 있는데 기독교문화권에서는 그런 것을 자연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명산대천을 찾아봐도 손쉽게 기원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생활속에서 기독교문화와 관련을 제일 느끼는 것이 일요일이다. 일요일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기독교문화권의 굳은 관습이 되었기에 공공시설이나 규모가 큰 상업시설들을 제외하면 대체 일요일에는 휴업을 한다. 거기에 비하면 동아시아에서는 일요일에는 꼭 휴식을 취한다는 의식이 그리 강하지 못하여 일요일에도 아글타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기에 일요일은 기독교문화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역사도시인 보스턴에서 살다보면 도시속에서 묘지를 자주 보게 되는데 유래가 깊은 묘지는 관광명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묘지가 사람들의 거주지와 가까운데 있는 것은 역시 기독교와 관계된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의 전통사회에서는 교회가 묘지를 관리하고 대체 교회의 부지내에 묘소가 설치되었다. 그런관계로 묘지가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다. 이런 점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의 경우, 사람이 사망하면 화장하여 사찰의 묘지에 납골하는 것이 관습인데 사찰이 거주지에 많이 자리잡고 있다니 자연히 묘지가 살아있는 인간과 가까이 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나 조선에서 묘지를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떨어진 곳에 쓰는 것과 많이 다른 현상이다. 죽으면 북망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싶이 중국과 조선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일단 살아있는 사람들의 공간을 떠나는데 서양과 일본은 이면에서는 다른 것 같다.
애완견과 말하기 좋아하는 국민성
미국에 와서 또 하나 인상이 깊은 것이 애완견문화이다. 서양인들이 개를 많이 기르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애완견의 품종이 너무나도 많아 별의별 모양의 개를 다 볼 수 있을 때는 사실 놀라웠다. 주택가의 거리나 공원에 가보면 산책하는 사람들이 개를 거느리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개가 귀엽게 생겨서 찬찬히 쳐다보거나 좋다는 말을 건네면 주인들도 아주 기뻐한다. 개를 위한 전용공원이 별도로 있고 직장에 개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런 애완견문화이다보면 동양에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혐오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미국인들의 파티에 참가하거나 공공장소에 가보면 굉장히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느 민족이나 수다스러운 면이야 다 있겠지만 미국인들의 파티에 가보면 음식을 먹으러 간다고 보기보다 대화를 나누러 간다고 할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필자가 가끔 찾아가는 이발소에서도 종업원과 손님 사이의 대화가 활발하여 머리를 깍는 사이에도 중얼중얼하는 말소리가 끊기질 않는다. 미국에서는 정치가들이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으로서 스피치능력과 대중에 대한 호소력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풍토가 이런 정치문화를 키우는 것으로 이해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인들이 비교적 말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식사때도 말을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중국인들이다. 일본인들은 공공장소에서 말을 잘 안하는 편이다. 침묵은 금이라는 명언이 일본에서 널리 통용되다싶이 일본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수다스럽지 않다. 지나치게 수다스러우면 분수가 없거나 남에게 배려할 줄 모르는 인간으로 취급된다. 아마 주변을 많이 의식하고 인내를 강조하는 문화속에서 생기는 행동패턴인 것 같다. 필자는 일본의 지방도시에 살면서 고속버스로 도쿄에 자주 다녔는데 버스가 수시간 이상 달리는 사이에도 승객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혼자서 생각에 잠긴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누가 수다를 떨면 환영을 받지 못한다. 조선인들은 성격이 활달한 편이지만 체면의식이 강하여 모르는 사람사이에서는 대화가 적은 편이다. 이런 차이점이 있다해도 미국인들과 비교해보면 동아시아인들은 전체적으로 말수가 적어보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준다.
공중욕장과 섬세함 감각
미국에서 살다보면 공중욕장이나 사우나, 온천같은 곳을 찾기가 힘들다. 혹간 사우나가 있다해도 동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지역에 오픈 한 것이다. 그러기에 동아시아에서 이런 생활에 습관되다가 미국에 오면 상당히 불편한 감을 느끼게 된다. 왜서 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인들은 제몸씻는 행위를 남들과 공유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가치관에 의하여 욕장에서 몸씻는 행위를 오래동안 퇴폐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왔다고 한다. 서양인들이 근대초기에 일본을 방문하여 제일 야만스럽게 여긴것이 일본에서 남녀가 온천에서 거의 알몸으로 혼욕을 한다는 것이였다. 이런 문화가 남아있어서인지 공중욕장은 미국에서 발달하지 않았다.
이런 미국의 환경에 있다보면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 동아시아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술좌석을 즐기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우나에 가서 땀을 흠뻑 흘리는 그런 생활이 그립기도 하면서 또 그런 생활방식이 어딘가 속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에서 서비스업종에 일하는 사람가운데 아시아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서비스분야에서 보면 백인이나 흑인들은 대체 감각이 그리 섬세하지 못하고 어딘가 좀 거칠어 보인다. 거기에 비하면 아시아인들은 섬세하고 영리해보인다. 그리고 부지런함도 돋보인다. 아시아인들이 정교한 제품을 잘 만들어내고 현대 제조업의 중심이 아시아로 옮겨가는 것도 이런 국민성과 관계가 있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2011년1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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