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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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 흙탕물속에서 꼬리를 끄는 거부기
2005년 12월 14일 00시 00분  조회:4860  추천:53  작성자: 김관웅
§수상록§

흙탕물속에서 꼬리를 끄는 거부기

김 관 웅




<<莊子>>에는 이런 얘기가 기록되여 있다.

莊子가 강가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데 초나라의 임금이 두 신하를 파견하여 임금의 뜻을
전하게 했다.
<<조정의 정사를 맡아 나라를 다스려 주십시오.>>
莊子는 낚시대를 쥔 채 돌아 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들으니 초나라에는 신령한 거북이 있어 죽은지 이미 삼천년이나 되였는데, 초나라
임금은 그것을 비단으로 싸고 상자속에 넣어서 묘당(廟)에 간직해 두었다고 합니다. 그러
면 그 거북은 죽어서 뼈를 남겨 사람들에게 귀중히 여겨지기를 바랐을까요? 진흙탕에서 꼬
리를 끌고 다니기를 바랐을까요?>>
<<물론 살아서 흙탕물에 꼬리를 끌고 다니기를 바랐을 것이오.>>
<<당신들은 돌아 가시오. 나는 흙탕물에 꼬리를 끌고 다니는 것이 소원이오.>>

莊子는 道家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도가사상의 핵심은 한마디로 自由,自然 이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떠한 인위적인 구속이나 속박에도 거부하고 한 점의 걸림도 없는 대자연인, 대자유인으
로 逍遙自適하면서 살기를 바랐던 莊子에게 있어서 초나라의 정치를 맡아 달라는 부탁은
눈썹 찌푸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초나라 임금의 뜻을 전하려고 찾아온 두 신하를 쳐다 보지도 않은 채 퉁명스럽게
묘당에 모셔진 神龜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흙탕물에서 꼬리를 끌고 다니는 거부기가 되겠다
는 비유를 내뱉았던 것이다.

莊子는 지위나 명성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위나 명성이 있다고 하여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님을 암시하고 있다. 벼슬이 높은 자는 사실 삼중, 사중의 바줄에 결박
되여 자유를 상실하고 살아 간다. 첫째는 일의 바줄이요, 둘째는 명성의 바줄이고. 셋째는
상하좌우 인간관계의 바줄 같은 것이다.

연자방아를 돌리는 나귀처럼 일에 결박당히여 오도가도 못하고, 남들보다 높은 명성을 보
전하기위해서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도사려야만 하고, 상전의 눈치를 살피고 동
급들의 기분을 파악하고 하급들의 동향을 장악하느라고 한 시각도 느긋해 질 수 없는게 벼
슬하는 사람들의 생태가 아닌가.

그러나 인간들은 흔히 자진하여 이런 삼중 사중의 바줄에 칭칭 결박당하여 살려고 아득바
득한다. 요즘의 세태를 보아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온통 벼슬길에 나가기는 쉽게 하
고 벼슬길에서 물러 나기는 어렵게 하는 속물들로 가득 차 있다. 벼슬길에 나아가기를 어
렵게 하고 물러나기는 쉽게 하는 사람들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보기 힘들다.

아예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 자체를 거부한 장자의 莊子의 태도는 지나치게 독선주의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지위와 명예를 위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자유를 위한 인간으로서 살기를
바랐던 그의 정신은 오늘 지위와 명예에 중독된 우리가 높이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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