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상, 의(言, 象, 意)”론은 문학작품의 본문(本文, text) 층차(層次)에 관한 문제다. 동서양의 문론들에서는 모두 문학 본문의 구성을 표면으로부터 리면에 이르는 다층차의 심미구조로 간주하여 왔었다. 그러나 처음에 제기될 때는 단순한 본문 층차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였다.
중국 고대의 『周易·繫辭』에서는 인간의 사상의 표현문제를 탐구할 때 “글은 말을 다는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는 표현하지 못한다(書不盡言, 言不盡意)”고 하면서“성인은 상을 세워 뜻을 다 표현한다(聖人立象以盡意)”는 견해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제기한“언,상,의(言, 象, 意)”의 문제는 비록 본문(本文, text)을 념두에 두고 한 말은 아니지만 광의적(문학과 비문학을 포함한) 본문 구성의 3요소로 이해할 수 있다. 후에 중국 삼국시기의 저명한 경학가 왕필(王弼)은 『周易』을 해석할 때 보다 상세하고도 명확하게 이 3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거론하였다.
“상(象)이란 의(意)를 드러내는 것이다. 언(言)이란 상(象)을 밝게 하는 것이다. 의(意)를 드러내는 데는 상(象)만한 것이 없으며, 상을 드러내는 데는 언(言)만한 것이 없다.언(言)은 상(象)에서 생겨나므로 언(言)을 더듬어 상을 볼 수 있고, 상(象)은 의(意)에서 생기므로 상(象)을 더듬어 뜻을 볼 수 있다. 의(意)는 상(象)으로 하여 드러나고, 상(象)은 언(言)으로 하여 드러난다.” (夫象者, 出意者也. 言者, 明象者也. 盡意莫若象, 盡象莫若言. 言生于象, 故可尋言以觀象. 象生于意, 故可尋象以觀意. 意以象盡, 象以言著.)
왕필의 견해에 따르면 “ 언, 상, 의(言, 象, 意)”는 표면으로부터 리면에 이르는 심미층차(審美層次)구조이다. 사람들이 먼저 접촉하게 되는 것은 언(言)이고, 그 다음에야 언(言)을 통해 상(象)을 엿볼 수 있게 되며, 마지막에야 비로소 상(象)이 암시하는 의(意)를 깨닫게 된다. 이 세 요소는 모두 중요한 것으로서 이 중에서 그 어느 하나가 없어도 아니된다. 중국 삼국시기 왕필이 이처럼 전면적인 본문구성관을 가졌다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글을 씀에 있어서 언어적인 차원에만 머물러있으면 그것은 말장난이고, 형상을 만드는 차원에만 머물러 있어도 그것은 문학으로서는 높은 차원의 문학이 될 수 없으며, 유려한 언어로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그 형상 속에 깊은 웅대한 뜻을 부여하여야만 높은 차원의 문학이 될 수 있다.
메타포를 동원한다면 언(言)은 재목이요, 상(象)은 배요, 뜻은 나그네이다. 언어라는 재목으로 풍랑에 견디는 튼튼한 배를 무어서 나그네를 싣고 바다를 건너 독자들이 가다리는 대안에까지 닿아야 문학의 과정은 끝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시단에는 재목을 켜고 다듬는 데 그치거나(말장난) 배를 만드는데 그치는(이미지의 폭력조합이요 뭐요 하면서 이상한 이미지조합 작업에만 몰두하는 현상) 경우가 허다하다. 설사 어렵사리 배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 배에는 정체불명의 나그네가 타고 있어 도저히 독자들이 기다리는 대안에로 다가서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배에 탄 나그네가 겨우겨우 독자 곁에 다가섰다고 해도 귀신 씨나락 까먹는 것 같은 국적불명, 인귀불명(人鬼不明)의 소리만 질러대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2006년 1월 12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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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성자 : 연암
날자:2006-01-14 05:50:38
김교수님 또 욕 먹을 소리를 하셨군요.저도 언젠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것 같은> 시편들을 알아볼수가 없다고 하니까 과거 페쇄적인 사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계적인 문학의 여러가지 사조에 대해 너무나 무식해서 그런거라고 하면서 역시<국적불명, 인귀불명의 소리만 질러대>더라구요. 글쎄 교수님이나 나같은 사람들도 알아볼수 없는 시를 몇사람이나 알아보고 흠상하는지 의문입니다.<시인>들만이 흠상할수있는 시도 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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