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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木精), 곡주(谷酒) 그리고 문학의 진품(眞品)
김관웅
그저께 저녁, 백산호텔에서 리경자 씨의 자서전 《비바람을 이겨낸 민들레》의 출간식을 하니 와 주십사 하는 전화 통지를 받았다.
아마추어에 가까운 문학신인이 자서전을 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관절 무슨 자서전이길래 출간식까지 하는가? 이런 생각을 갖고 어제 오전 출간식을 하는 식장에 찾아갔다. 나는 술도 몇잔 얻어 마시고 책도 한 권을 얻어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밤도와 자세히 읽어보고 나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였다.
토밥으로 만든 알콜은 목정(木精)이라고 하고 알곡으로 빚은 술은 곡주(谷酒)라고 한다. 목정을 마시다가는 몸이 크게 상하거나 심지어 눈이 멀 수도 있다. 그러나 곡주는 설사 과음을 했더라도 뒤가 깨끗하다.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잘 알 수 있다.
술을 빚는 것이 이러할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러하다. 문학작품을 만들어내는 재료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작자 자신의 진실하고도 절실한 생활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뼈와 살을 깎는 생활체험과 처절한 정감의 루적을 재료로 하지 않은 문학작품은 마치도 토밥으로 만들어낸 목정과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무병신음(無病呻吟)의 가짜 문학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자신의 뼈와 살을 깎는 생활체험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문학작품은 진품(眞品)으로 될 확률이 높다. 알곡으로 빚은 곡주와 같아서 읽을수록 그윽한 맛이나 진한 감동을 받게 된다. 오래도록 심취하게 된다.
리경자 씨의 자서전 《비바람을 이겨낸 민들레》는 토밥으로 만든 목정이 아니라 알곡으로 빚은 곡주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리경자 씨의 자서전 《비바람을 이겨낸 민들레》에서 그려진 그 사건 자체의 진실성과 표현된 정감의 진실성은 독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자서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진실성이다. 통속가요에서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진실인거야》라고 했듯이, 이 노래말을 패러디한다면 《문학은 장난이 아니야, 문학은 장난이 아니야, 진실인거야》라고 할 수 있다. 자조적인 문학으로서의 수필이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자서전의 생명력은 진실성에 있다. 아무리 미사려구로 점철된 미문(美文)이라도 진실성이 증발된 수필이나 자서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리경자 씨의 자서전《비바람을 이겨낸 민들레》는 결코 이런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니다.
그리고 리경자 씨의 자서전은 《비바람을 이겨낸 민들레》는 잘 나가는 사람의 제 잘났다는 소리를 한 그런 자아홍보, 자아포장의 상투적인 자서전이 아니였다. 공자님이《시가이원(詩可以怨)》이라고 했듯이 한 녀인의 내심 속의 고독, 고민, 아픔, 한, 소망, 추구와 함께 자기 남편이나 가족성원의 치부까지 진실하게 드러낸 자서전이였다. 그리고 책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한 섬약한 녀인이 역경 속에서 굳세게 살아오면서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간, 눈물겹게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역어진 아름다운 자서전이였다.
남편이 없는 어려운 상황하에서 두 남매를 훌륭하게 키워오고있는 리경자씨를 통해 나는 《녀자는 녀자로서는 약하지만 어머니로서는 강하다》는 이 말이 참으로 옳은 말임을 어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서전은 거룩한 사람들만이 쓰는 것이 아님을 리경자 씨의 《비바람을 이겨낸 민들레》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민초가 쓴 자서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그 시대상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좋은 자료로 될 수 있는 것이다.
리경자 씨를 포함한 우리문단의 랑자군(娘子軍)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리경자 씨를 포함한 우리문단의 랑자군(娘子軍)들이 앞으로 문학의 상상봉을 향하여 더욱 힘차게 매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07년 11월 17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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