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은 진달래에 대해 각별한 정감과 애정을 지니고있다. 중국에서 진달래는 조선족을 상징하는 꽃이며 조선족의 대명사이며 조선족은 “진달래민족”으로도 통한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화(州花)로 진달래가 지정된것도 물이 곬을 따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조선족의 진달래에 대한 애정은 화끈하다기보다는 우리의 정감 속에, 생활 속에 스며들어 무소불재, 무처불유(無所不在, 無處不有)의 경지에 이르렀다. 진달래는 장백산과 함께 연변의 명물이다. 진달래 피는 계절이면 연변의 산촌마다 앞문을 열어도 진달래요, 뒤문을 열어도 진달래라, 연변은 진달래의 고향이 되기에 아무런 손색이 없다. 조선족녀성에게 치마저고리가 가장 잘 어울리듯이 진달래는 자연의 조화가 이루어낸 장백산맥의 가장 기려한 복식이다. 산봉우리에 오롯하게 피어나면 수집은 처녀의 얼굴이요, 봉우리 가장자리에 피면 운치가 돋보이는 기운이요, 산의 가슴에 피면 봄바람에 부푸는 소녀의 산뜻한 저고리이며, 산기슭에 피면 꽃을 수놓은 화려한 치마자락이다.
고중할바는 없지만 우리네 선조들이 쪽박 차고 남부녀대하여 두만강을 건넌 때도 진달래 피는 계절이었으리라. 그네들이 기름이 자르르 도는 이 땅에 개간의 첫 보습을 박고 씨앗을 뿌릴제 폐부깊이 감돌아치는 진달래 향기와 억- 막혀오는 환희로움에 전률했으리. 진달래 피는 샘물터에서 목을 축이며 분홍빛 래일을 설계했으리.
진달래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넉넉히 담은 정감의 꽃이다. 장미의 랑만도, 튤립의 화려함도, 올리브의 깊은 사색도 지니지 않은 수수한 꽃이다. 진달래는 랑만을 외면한 꽃이다. 진달래는 덜먹총각의 나무지게에 얹혀왔다가 처녀의 손에 쥐여지지 못한채 총각에 집 창턱에 속절없이 피였다가 고스란히 지고 마는 못난 꽃이다. 진달래는 너무 흔하다보니 사고파는 가치를 지니지 않으며 고대광실보다는 봄 해빛이 조으는 초가집의 창턱이 훨씬 어울린다. 진달래는 화려함도 갖추지 못한 꽃이다. 가지가 많아 지저분한 느낌이 들고 가지는 연한 갈색으로 우아하지 못하며 덕지덕지한 바늘조각으로 고귀하지 못하다. 또 꽃은 수효가 너무 많고 꽃잎은 작아서 조촐한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다.
하지만 진달래는 남다른데가 있다. 진달래는 겉볼안 같은 우리 민족의 성격과 흡사한 꽃이다. 진달래는 기나긴 동북의 겨울을 용케 이겨내고 새봄을 맞아 흥에 겨워 멋에 겨워 한껏 피여나는 꽃이다. 우리 민족은 진달래 꽃철이면 모여앉아 “진달래 꽃전” 놀이를 하였다.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씻어서 곱게 빻은 찹쌀가루를 버무려 한입에 먹을수 있게 둥글납작하게 만들어 먹는것이 “진달래꽃전”이다. 화전놀이의 참뜻은 부지깽이도 심으면 살아난다는 봄이 되었으니 모두 일손 맞춰 어거리 대풍을 약속하자는 화합의 잔치라 하겠다. 어수선했던 겨울의 삭 거름을 진달래 꽃불에 활활 불사르고 논밭 둑을 손질하는 가래질을 품앗이로 시작한다. 들쥐대신 나타나는 종달새의 우짖음에 취해 흥겨운 밭전놀이도 잊지 않았다.
진달래는 자기의 키를 훨씬 넘는 오기와 굴강함을 지녔으며 독립과 자유를 위해 서슴없이 자신을 불사르는 불사조의 신념을 갖춘 꽃이다. 진달래는 시간을 거슬러 지난세기 30년대, 할아버지가 항일의 굳센 신념을 안고 진달래 피는 “아리랑 산” 언덕길로 멀어져가던 진한 감동이며 그 자국마다 장한 뜻이 어려 새봄에 유난히 붉게 피여나는 꽃이다. 풀뿌리로 보리고개를 달래면서도 쌀을 구하러온 항일전사에게 마지막 쌀 한자루를 넘겨주던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꽃이다.
어디 그뿐이랴. 장백산 고요한 밀영앞, 진달래 비낀 계곡의 물에 서슬 푸르게 총칼을 갈던 젊은 항일전사의 굳은 의지이며 허술한 밀영에서도 스스로 나슬나슬 피여나는 녀전사의 아름다운 청춘이며 코신을 거꾸로 신고 적을 유인했다는 녀전사의 지혜로움이 서린 꽃이다.
진달래는 중국의 항일전쟁에 자식을 보낸 우리 민족 녀성들의 생생불식(生生不息)의 꽃이다. 14년(1931-1945) 중국항전시기 10만 조선족 열혈남아들 이 침략자를 몰아내는 성전에 떨쳐나섰다. 연안에서 태항산까지 장강이북에서 해남도까지 불사조마냥 광활한 중국대지를 주름잡으면서 침략자를 무찔렀다. 또 10만 조선족청년들이 민주와 자유를 위해 중국해방전쟁에 뛰여들었다. 진달래는 쓰러진 렬사를 가리는 꽃이며 적탄에 구멍난 용사의 가슴에서 흐르는 피로 물든 꽃이다. 하기에 중국의 저명한 시인 하경지는 이렇게 읊조리지 않았던가. “산기슭마다 진달래가 붉게 피여있고 마을마다 열사비가 솟아있네.”
우리 민족은 얼마나 많은 고난의 령길과 설음과 한(恨)의 고개를 넘어왔는지 진달래의 뿌리를 캐보면 너무나 잘 알것 같다. 험난한 세상의 고달품을 감내하여 가슴속깊이 감추느라 설음이 한이 되여 뿌리마다 얼키고 설키였으리. 그래서 화사하게 피여난 진달래는 더욱 값진것이요, 더더욱 눈물겨운것이리라. 진달래 꽃 웃음속에는 민족의 수난사가 깃들어있고 희로애락의 절창이 담겨져있고 미래에 대한 지향이 깔려있다.
진달래는 미래 지향의 꽃임에 틀림없다. 진달래는 짧은 한생 일월을 다투어 잎 먼저 꽃을 피우는 강한 개성과 저력을 지닌 꽃이다. 이제 진달래는 단순한 꽃의 의미를 벗어나 민족정신의 늪에 앙금된 색 바래지 않는 얼이며 세새대대 지키고 가꾸어가야 할 민족문화의 정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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