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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저녁식사후에 베란다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니 두 중년사나이가 어두움을 타 잔디가 깔린 아빠트정원을 삽으로 파헤치고있었다. 작년에 1층에 사는 입주민들이 아빠트남향 외벽으로부터 5메터가량 정원을 파헤쳐 밭을 일구고 남새를 심더니 이젠 두 사나이가 한발 더 나가 5메터 바깥을 파헤쳐 밭을 일구고있는판이였다. 이러다간 2층, 3층… 7층의 입주민들까지 가세한다면 옹근 아빠트정원이 남새밭으로 “개간”될 날도 멀지 않을것 같다.
지금 미국, 일본이나 아프리카, 유럽 지역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수많은 게릴라정원사들이 활약하고있다. 게릴라정원사들은 록지를 찾아보기 힘든 현대의 도심속에서 “게릴라”방식으로 록지를 만드는 운동을 펼치고있다. 다시말하면 그들은 밤마다 삽, 꽃씨, 물통 등으로 중무장하고 게릴라전술을 사용하듯이 비공식적으로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채로 방치된 공유지나 사유지에 화단을 만드는것이다. 이를 통해 원래는 지저분하고 흉물스럽던 장소가 정원으로 바뀌고 시민들은 평소 멀어져가고만 있는 자연을 만나게 된다. 게릴라정원사들은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더 나아가 도시의 분위기가 바뀌는것에 만족해한다.
기차를 타고 로씨야 극동지역을 유람하다보면 가없이 펼쳐진 기름진 평야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무연한 밭 한가운데 가담 한그루 또는 몇그루의 나무가 서있는것을 볼수 있다. 방관자가 보기에도 대형농기계를 사용하는 농부들에겐 그 나무들이 매우 거치장스러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헌데 농부들은 왜 그 나무들을 수호신처럼 아끼면서 베여버리지 않을가. 나무 한그루때문에 에돌아가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고… 수림이 바다처럼 넓은 극동지역에서 나무 한두그루를 베여버린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것도 아니고 자연도 파괴되지 않을터인데…
게릴라정원사들에 비하면 우리 아빠트내 “개간자”들은 “게릴라정원 파괴사”라 지칭해도 모자람이 없다. “게릴라정원 파괴사”들을 모아산에서도 어렵잖게 만날수 있다. 모아산을 오르다보면 길 서쪽켠에 뙈기밭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져있는것을 볼수 있다. 거의 다 “게릴라정원 파괴사”들의 몰상식한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전인 1962년 주은래총리가 연변에 시찰을 왔다가 민둥산인 모아산을 보고나서 “모아산에 신을 신기고 모자를 씌우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따라 초대주장 주덕해는 공청단연변주위에 모아산에 식수할 지시를 내렸다. 따라서 연길시안의 청년들과 기관의 간부들이 총동원되여 모아산식수에 나섰는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모아산은 사철 푸른 소나무로 새 단장을 할수 있게 되였다.
그런데 지금은 모아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무가 병들면 가차없이 베여내는 진풍경만 보일뿐이다.
모아산수림 곳곳에는 몇헥타르씩 되는 대면적의 농경지, 과수원, 양계장이 적지 않다. 이런 농경지, 과수원, 양계장이 원래 있었는지 아니면 후에 나무를 찍어 개간된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적어도 30년 세월은 이렇게 농경지, 과수원, 양계장으로 방치된줄로 안다. 우리 나라에서 페경환림(退耕还林)정책을 시행한지도 어언 30년 세월을 훌쩍 넘어섰다. 하여 시골의 깊은 수림속 농경지들이 삼림으로 변한지도 벌써 강산이 세번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으나 모아산의 농경지, 과수원, 양계장만은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모아산에 있는 농경지나 과수원은 약과다. 지금도 모아산에는 해마다 덩치가 큰 건물들이 한채씩 들어서고있다. 올해에도 모아산으로 향하는 동쪽켠에 산장 비슷한 큰 건물이 들어섰다. 그리고 모아산으로 통하는 서쪽켠 큰 농경지 중간에는 공사중이니 곡식을 심지 말라는 경고패말이 버젓이 꽂혀있다. 아마도 대형건물을 지을 타산인것 같다. 물론 이런 건물들이 들어선 자리가 원래는 농경지였던것은 사실이나 왜 그 자리에 나무를 심지 않고 오히려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건물을 지을가.
모아산은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여야 한다. 정부의 몫도, 돈이 있는 개인의 몫도 아니다. 그리고 모아산은 온통 수림으로 뒤덮여야 명실공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올수 있는것이다. 우리에게도 게릴라정원사정신을 소유한 지도자들과 게릴라정원사들이 하루빨리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또다시 50년 세월이 흘렀을 때 모아산 전체가 울창한 수림으로 바뀐다면 후대들에게 얼마나 푸짐한 선물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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