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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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반도의 혈》

半島의 血 제1부 14.
2012년 09월 16일 09시 48분  조회:4271  추천:1  작성자: 김송죽
 

14.

 

   김호는 장사가 잘되여 돈푼이 생겼으니 오늘은 자기가 한턱내리라했다. 몇해전 애들한테 대접받은 보답이였다. 넷은 그 덕에 점심을 잘먹고나서 그와 작별을 고한 후 북쪽을 향해 다시금 먼 걸음을 놓았다.

   다른애들이 김호선생이 장사를 한다니 믿어도 기학이는 그 말을 전혀믿지 않았다. 아무리봐야 그의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를 않았던 것이다. 원인이 뭔지는 딱히 몰라도 어쩐지 그가 받고있는 직감이 그러했다.

   입춘이 지났건만도 3월의 날씨는 의연히 차가왔다. 그래도 여름같이 궂은 날이 없어서 다행인가싶었다. 비나 질적질적 내리면 먼길을 어떻게 가는가. 그들은 마을을 만나면 뉘집에건 찾아 들어갓다. 사정을 대고 하루밤 좀 신세집시다 하면 각박하게 쫓아버리는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인가싶었다. 동란의 세월이지만 아직은 다행히도 인간의 선심(善心)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아호비령산맥(阿虎飛嶺山脈)을 넘으니 북쪽한기라서 더 싸늘했다.

   넷은 평양(平壤)에 들리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양덕(陽德)쪽으로 향했다. 평양쪽은 다른때 고찰을 떠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들은 양덕에서 가까운 함경도땅에 들어 곧추 함흥에 가 거기 시내에서 사는 기학의 생가에 들려 구경할 것을 구경하고는 다시떠나 저 맨 북쪽의 끝머리에 있는 고향에 닿을 생각이였다.

   최삼용이가 의합을 맞추었다가 그러지 말고 원산에 가 배를 타고 가자고 불쑥 삐여져 나왔다가 그만 동무들한테 놀림을 받았다.

  《어서빨리가자구? 집떠난지 이제 며칠인에 넌 각시생각 그리두하는거냐? 그주제에 그래도 국정을 알아본다구? 이제보니 자식이 원 불출이구나!》

  《죄꼬만녀석 열세살에 장갈가더니만 애가 영 비뚤어졌어.》

  《각시끼고 자 벗릇해저런다.》

   이쪽셋이 겨끔내기로 놀려주는데

  《체, 남소린 잘한다만 너들두 내처럼 돼봐라. 지랄이 날거야.》

   대답이 유들유들해서 모두 하하 웃고말았다.

   하긴 처지가 다르지만 그렇다 해서 개별행동을 허용하는 집체가 아니였던 것이다.

   그들 넷은 고원(高原)을 지나서 금야(金野)쪽으로 가고 있었다. 피곤했다. 게다가 시장기마저 들기시작했다. 이런차 마침 저 앞에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때는 저녁켠이였다. 그들은 호수가 기껏해야 금희동만큼이나 됨즉한 그 마을에 들려서 밤을 지내고 래일다시 떠나볼 작정을 했다.

   한데 이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이외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백여명 실히 됨직한 청장년들이 마을 안에서 한창 훈련을 하고있었던 것이다. 구령에 맞추어서 대렬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그들은 의병이였다. 지금 전국에서 의병이 수풀같이 일어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네들의 차림새와 모양을 보고 네친구는 우수워서 입을 싸쥐였다. 필시 다른마을에서 모집되여 온 자들인 것 같은데 모두 심의(량반, 선비들이 입는 긴 옷)를 입고 큰 관을 썼으며 례의범절만 따지면서 차례에 따라 전진하군하였다. 갖춘 무장이라는건 활과 창, 칼 그리고 기껏해서 몇 대안되는 화성총밖이니 그것이 다였다.

   기학은 그런 장비를 보는 순간 마음이 서글커졌다. 

  《정규적이 못되는 저런 의병대가 현대무기로 장비한 일본군을 어떻게 당해낸단말인가? 강적과 맛서자면 우선 의병들은 통일된 사상으로 정신부터 무장한 기초에서 튼튼히 무장을 해야지. 물론 군사전술도 좋아야할거고.》

  《허! 넌 제법 지휘관같은 소릴하는구나.》

   성묵이가 놀림절반 그의 말을 중둥잘랐다.

   기학이는 코소리를 킁 내고나서 한려던 말을 계속하려했다.

  《아무렴 그래 그만한 상식도 모르고산단말이냐. 가만있자, 내가 방금 어디까지 말했던라?....그렇지. 군사적 우월성을 최대한발양해야하는거야 그리구 적의 약점을 찾아내여 공격력량을 거기에 집중시키는 그런 전법을 써야하는거다.》

  《아니 이런! 네가 그런건 어디서 주어 배웠냐?》

   처음에는 귀등으로 흘러버리던 성묵이가 다시보면서 의아쩍어한다.

   기호와 삼용이도 마찬가지였다.   

   기학이는 벌신웃었다. 그가 맘먹고 군사학을 연구하는건 아니였다. 금희동을 떠날 때 집에서 "孫子兵法"을 읽어봐서 그저 생각나는대로 지껄이였을뿐이다. 

   마을안 두집사이의 꽤나 널다란 터밭을 그들은 훈련장으로 사용하고있는데 이켠의 네친구는 초가이영이 낮은 농가 툇마루가의 땅바닥에 엎어놓은 커다란 장독과 그 옆 키넘는 삭정이가리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활로 관혁맞추기를 련습하는데 량반인지 선비인지 머리에 관을 쓴 자 둘이 서로 먼저하라며 사양하는 모양이 하도 우수워서 성묵이가 하하 웃으면서 배를 끌어안았다. 그통에 네친구는 들켜 그만 그들 손에 잡히고말았다.

   《첩자아니면 백주에 숨어서 훔쳐볼건 뭐냐?》

    이 무리의 의병중에 두령인 듯한 자가 심히 정색하여 캐는 말이였다.

   《첩자라니요, 참. 우리가 뉘의 첩자란 말임둥. 그따위 험한 소리는 하지두맙소. 그렇게 의심하면 좋지 않습니다.》

   《뭐라? 날보고 험한소리를 하지 말라? 그렇게 의심하면 좋지 않다? 그럼 어디 말해 봐. 너희들이 남이하는 훈련은 왜 훔쳐봤냐? 이실직고를 하란말니다. 안그랬다가는....》

   《공연히 의심하시네요. 우린 서울구경갔다가 막 돌아가는 중입니다. 정말이꾸마.》

    성묵이도 기호도 변명을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두령은 너희들이 하는 말투를 봐서는 함경도치가 옳은 것 같기도한데 그래도 이제 사람을 파견해 조사를 해보고 놓아주리라면서 아예 포로취급을 하려 했다. 성묵이는 억울해하였다. 두령은 잔말말고 장독을 저쪽으로 멀찌감치 옮겨놓고 삭정이가리도 깨끗하게 옮겨놓거라 시키면서 말을 안들었다가는 경을 치리라 엄포를 놓았다.

  《예, 예, 그렇게 합죠! 그렇게 합죠!》

   뜻밖에 기학이가 한마디 항의도 없이 순종하며 나서는지라 친구들은 모두 그를 곱지 않은 눈으로 찔 갈려보았다.

   기학이는 일을 하면서 되려 세친구를 생각이 단순했다며 놀려줫다.

  《이 멍텅구리들아, 일 좀해서 뼈가 빠지느냐. 먹여주고 재워줄텐데 좀좋아서.》

   이틑날 아침까지 배부르게 먹고나서 네친구는 그 마을을 도망쳐 무사히 벗어났다.

   금야강도 금진강도 다 풀리여 동해바다로 흘러가고 있었다. 함흥에서 사흘간 묵는기간 그들은 정화릉(定和陵)과 양주사(陽州寺)를 가보았고 이태조가 왕이 되기전에 독서를 했다는 귀주사(歸州寺)도 가보았다. 그리고나서는 백운산(白雲山)에 가 그곳에 있는 백운산성(白雲山城)과 용흥사(龍興寺)까지 구경하고 금희동으로 돌아왔다. 애석한 것은 설봉산에 가지 않다보니 그곳에 있는, 조선왕조 태조(太祖)때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지었다는 석왕사(釋王寺)구경을 못한 것이다. 그들은 이제 아무때건 구경할 날이 있겠지 했다. 

 

   이만하면 꽤나 만족스러운 려행이였다. 이번걸음에 뭐니뭐니 해도 나라정부의 두 고위급관리의 주검을 본것과 아관파천(俄館播遷)의 내막을 알게 된 것이 제일 큰 수확이 아닌가싶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일을 하나 더 보탠다면 도중에 의병훈련을 훔쳐보다 들켜 첩자로 몰릴번한 그 일이였다.     

   《얘들아, 우리도 의병돼볼까?》

    성묵이가 또 저돌적인 생각을 끄집어냈다.

   《어떻게?》

    기호가 물었다.

   《조직하지 뭐. 우선 우리네 서당생도들 가운데서 키큰애들을 뽑구 다음에는 사회에서 널리 모집하면 될것같구나.》

   《야, 성묵아! 네가 그래 의병장노릇하고싶다는거냐?》

    삼용이가 각박하게 따지고 들었다.

   《쳇, 넌 내가 의병장질을 하굽퍼서 그러는줄 아니. 아니다. 의병장은 기학이가 하고. 재는 어물쩍하게 병법을 아니까 될것 같다.》

   《그러면 너는? 》

   《난 뒷바라지나 하련다.》

   《넌 또 바람찬 소리구나. 한 번 더 일깨워달라니? 견수야 계사신.구불학 갈위인?(犬守夜 鷄司晨 苟不學 曷爲人ㅡ개는 밤을 지키고 닭은 새볃을 알리거늘, 사람이 배우지 않고서야 어찌 사람노릇을 하리요?)》

    기학이가 일깨워주는데 박기호가 예전같이 또 이렇게 풍을 쳐서 성묵이는 야 이자식이 하면서 너부죽한 손바닥으로 그의 잔등을 한 대 철썩 갈겼다. 그래서 웃음통이 터졋고 성묵이는 세친구한테 또다시 너는 폭군장령질이나 해먹을 감이라는 놀림받았다.

 

   개학이 되어 학교에서는 전처럼 시간을 봤는데 어느날 면에서 군의 관차대리(官差代理)로 사람 하나가 또 내려왔다. 그는 금희동에 오자마자 학교부터 들리여 학생들을 모이라해놓고는 그 수를 확인하느라 점검까지 했다.

   학생들은 선생도 아닌 사람이 그러는 것을 제일 꺼려했다.

  《또 무슨일 생겼는가요?》

  《어쩌자는건가요?》

  《공부못하게 하자구요?》

   학생들은 겨끔내기로 질문했다.

  《내가 국왕님의 명령문을 갖고왔네라.》

   내려온 사람은 학생들이 곰상히 들어줄줄을 알고 자기가 갖고온 정히 포갠 종이장을 꺼내여 펼치더니 엄숙한 표정을 갖추어서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듣건대 원주 등 지방 백성들이 무뢰배들의 그릇된 성원으로 조용하지 못하고 무리를 지어 들고 일어나 군읍을 소란케 한다 하니 나로서는 몹시 딱한 노릇이다. 그리하여 내무협판 유세남에게 명령하여 그로 하여금 해당지방에 가서 조정과 국가의 뜻으로 타이르게 하는 바이니 그대들 백성들은 잘 깨닫고 고향에 돌아들가서 안착하여 일을 하고 준동하지 말라.》

 

   이것은 국왕이 지나간 3월 1일에 내린 "명령문"이였다. 그런데 이제와서야 새삼스레 알리고 있다. 대체 뭣때문일가?...

   학생들은 자기와는 무관한 일이라 여겨서 무심히 듣는 것 같더니 생각과 다르게 반격적인 질문을 들이대는것이였다.  

  《여기는 금희동이얘요.》

  《원주지방 아니얘요.》

  《그걸 우리한테 알려줘 무슨 소용이 있나요.》

  《원주지방 아니래두 국왕의 명령문이니 통용이 되네라.》

   우에서 내려온 사람이 해석했다.

   그러자 중구난방의 질문이 쏟아졌다.

  《거기 어디 통용이 돼서 발포하라는 지시가 있는가요?》

  《그걸 우리가 알아서 무슨 소용이 있나요?》

  《대체 어쩌자는건가요?》

  《쓸데없이 들볶는다.》

  《내가 읽으면 듣기나할 것이지 웬 말이 그리도 많노.》

  《듣기싫은 소리를 하니까 그러죠.》

  《국왕의 명령문인데두 너희들은 듣기싫단말이냐, 그래?》

  《얘들아, 국왕의 방귀소리도 듣기좋다구해야 하네라.》

   면에서 온 대리관차의 말이 떨어지게 바쁘게 성묵이가 뒷받아서 이따위 부식은 소리를 한마디 던진통에 아이들은 집안이 터질 듯 일제히 폭소를 텃치였다. 그 바람에 우에서 내려온 사람은 질서를 잡기 어렵게 되었다. 와야와야 벌집이 터진 것 같았다. 여러번이나 조용하라했건만 학생들은 그 소리를 마이동풍으로 여겼다. 그는 낯이 지지벌개져서 소래기를 질러댔다. 

  《이놈들 조용하지 못할가?》

   그제야 실내는 차츰조용해졌다.

  《인자 언녀석이 그따위 소릴 내깔렸느냐, 엉? 이리루 나와, 냉큼!》

   아이들은 요지부동이요 응하는 자라곤 없었다.

   성묵이는 씁쓸하니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이 아이 저 아이 짚어가며 누가 그랬느냐고 물었다. 그럴 때 마다 아이들은 모른다고 괘괘떼거나 아니면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제서야 조사를 해서 알아내자는 자기가 어리석고 미런하다는 것을 깨달았던지 그 사람은 묻기를 단념하고는 아래와 같이 그루밖아 말했다.

  《이제 어느 때건 이 마을루두 의병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는 우리헌테 보고를 해야 한다. 알아들었는가? 누구든 다 말이다.》

  《왜 알리라는 겁니까?》

   기학이가 듣지 역겨운지라 오만상을 찌프리고있다가 캐고들었다.

  《왜서 알리라는건가구? 넌 그래 그것두 몰라서 나하구 물는거냐?》

  《물을때야 몰라서 묻겠지요 알면 물을가요.》

   박기호가 불쑥 껴들어 대신 까박을 해서 학생들은 또 와 하하 웃었다.

   우에서 내려온 대리관차는 약이 올라 이번에도 조용하라고 노한 고성을 내질렀다. 학생들은 하는수 없이 입들을 다물었다.

  《임금님은 나라가 안정되기를 희망하시여 이 명령문을 내리신거다. 너희들은 그래 나라님이 무사하시기를 원하지 않느냐?》

   이 말에 기학이가 대꾸해나섰다.

  《나라님이 무사하실거야 나도 원하지요. 우리 모두 원하고 나라백성 모두가 원하지요. 그렇지만두 고발할 각질은 안할겁니다. 의병이 오겠거든 오고 가겠거든 가라지요. 그걸 우리가 일러바쳐야 할 리유가 뭔가요? 일러바쳐서는 뭘 해요? 어쩌자구요?》

  《너가 그게 무슨 소리냐?》

  《개질은 안한다 그겁니다.》

  《너 이놈, 관청돕는 일인데도 그게 개질이란말이냐?》

   면에서 온 사람은 팔을 길게 내뻗쳐 서기학의 어깨를 잡았다.

   이러자 친구들이 왁 달려들어 그 사람의 팔을 냅다쳤다.

   성묵은 그자를 밀어닥치면서 호되게 통박(痛駁)하기까지 했다.

  《어른이면 좀 례모있게 놀아요. 이게 무슨행실인가요? 학생하구 손찌검하다니? 어디 해봐요, 그 머리통 아깜잖거든.》

  《너, 너, 너희들이...》

   그 사람은 떠듬거릴뿐 할 말을 찾지 못했거니와 형세가 불리한지라 그만 비실비실 가버리고말았다. 자칫잘못했다가는 되려 맞아죽을 것 같았던 것이다.

 

   이런일이 있은지 며칠안되여 3월 21일, 국왕 고종이 “애통서"라는것을 발표했다. 그것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최삼용이네 집 서쪽벽에 나붙었다. 국왕은 조서에서 왕의 잘못으로 나라가 쇠약해지고 백성이 도탄에 빠지게 되었으며 이웃나라가 침략해 오고 역신들이 국권을 롱락한다고 하면서 이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 대책으로서 머리를 깎지 못하게 하는 등 옛제도를 그대로 회복하고 민생을 안착시키는데 힘쓰는 조건을 내걸었다.

   불쌍한 국왕의 그 "애통서"를 본 금희동 사람들의 표정은 제가끔이였다.

  《이건 또 웠쨌다구 내붙였노?》

  《나라님이 속을 태우시는군.》

  《쌍통이야. 언걸을 입어서 그런걸.》

  《그런소린 마시우, 언걸이라니 그게 다 제 탓이지.》

  《그렇잖구, 이 나라를 어디 백성이 망쳐먹는건가 쳇!.》

  《상의 가엽은 심정 우리가 알아줘야 해.》

  《알아주면 어떻게 알아줘. 불문곡직하고 섬겨왔으면 됐지. 순진한 백성이 이제 더 어찌란말이요?》

  《국왕이 애통서를 내야허니 참으로 가엽기 그지없구려!》

  《저따위 바보를 국왕으로 모시구있는 이 나라 백성이 불쌍허지.》    

  《이 애통서는 회유문이다.》

   대개 이러한 말들이 오갔는데 기학의 가슴에 맺혀서 제일 내려가지 않는 것은 고종왕이 의병운동을 반대하면서 탄압하는 그것이였다. 그는 의병운동을 지금도 지난날 동학당란을 대하듯이 대하고 있었다. 왕이 만약 그때 그를 탄압하지 않고 그 기세에 맞춰서 왜적을 몰아내고 정치를 개혁했더라면 지금쯤 나라는 어떤 모양이 되었을가? 아마도 독립국이 되어 남처럼 발전하고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고부군 조병갑의 탐학에 분개하여 모든 악질관리와 악질량반을 타도하자는 구호를 웨치면서 란을 일으킨것이다. 하지만 농민군지휘자들은 인차 그번의 농민전쟁에서 《척왜》의 구호를 맨 앞에 내세운 것이다.

   전봉준이 분명하게 말했던 것이다.

  《각국 사람들은 통상만을 하였는데 일본 사람은 군대를 끌고 서울에 머물러있으니 이것은 우리 나라의 국토를 침략하자는 것이다.》

   동학당농민군이 론산에서 발표한 호소문을 보자.

  《척왜하여 조선으로 하여금 왜국이 되지 않게 하자.》

   그런데도 무엇이 잘못되였단말인가? 이것은 당시 나라안에 조성된 민족적모순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선차적이며 중요한가를 옳게 판단하고 제기한 반일구호인 것이다. 반봉건투쟁을 위주로 벌려오던 그 동학당농민군은 외래침략자를 반대하는 투쟁에로 이행한 것이다.

  《....개화를 운운하면서.... 군대를 끌어들이고 서울에 들어와 야밤중에 왕궁을 습격하고 국왕을 위협하였다. 그러므로 일반인민들이 충군애국심에서 분개함을 금치 못함으로 의병을 모아 싸웠다.》

   이것이 정봉준의 대답이 아니였던가. 그래도 그를 란신적자(亂臣賊子)라며 사형을 했으니 세상에 이런 놈의 처사가 어디있는가! 거꾸로 된 것이다.

   어떤 자는 그를 죽인 리유를 이렇게 붙이였다. 억울하고 원통하거든 우선 관가로 등장을 갈 일이요, 그래서 안되거든 감영으로 올라갈 일이요, 감영에서도 옳은 귀결을 보지 못하거든 사헌부로 소장(訴狀)을 올릴일이요, 계서도 일이 되지 않으면 임금께 상소를 하면 될게 아닌가고. 하지만 그게 어디 되기나하는 일인가. 월급(越級)을 하기전에 아예 탄압받고마는데. 왕님은 그래 층층이 부패하고 층층이 탐관오리고 층층이 악패관리라는걸 모른단말인가? 임금은 백성을 부릴줄만 알았지 나라에 둥지를 튼 부패와 탐관오리와 악패를 사출하여 척결할것은 엄두조차 내지를 않았던 것이다.

   동학당농민군이 집강소의 행동강령으로 내세웠다는 12개조의 페정계획안을 한번 보기로 하자.

   

  1. 종래 동학도들과 정부사이에 맺혀있던 반감을 씻어버리고 정치에 협력할 것.

   2. 탐관오리의 죄상을 낱낱이 조사하여 엄중히 처벌할 것.

   3. 횡포한 부호들을 엄격히 징벌할 것.

   4. 불량한 유생들과 양반들을 징벌할 것.

   5. 노비문서를 태워버릴 것.

   6. 온갖 천인들의 대우를 개선하며 백성들의 머리에 씌우는 평양갓을 벗겨줄 것. 

   7. 젊은 과부의 재혼을 허락할 것.

   8. 규정외의 가렴잡세를 페지할 것.

   9. 관리의 채용은 문벌을 타파하고 인재본위로 할 것.

   10.일본인과 내통하는 자는 엄중히 처벌할 것.

   11.국가에 대한 빗이나 개인에 대한 빗이나 이전에 진 빗은 다 무효로 할 것.     12.토지를 평균으로 나누어 부칠 것.

 

   농민들의 박절한 이 욕망을 정부는 어느 하나 들어주었는가? 이 나라 순박한 백성의 순박한 념원이였다. 왕은 이런 념원에서 느껴지는 것이 그래 없었단말인가? 동학당농민군은 그래도 충군사상만은 변함이 없어서 왕을 견책하거나 왕을 원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왕님의 안녕과 만수무강을 빌고 있었다. 그러한 적자(赤子)들을 왕님은 잡아 죽이게 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의병들은 왜적을 몰아내기 위해서 목숨걸고 싸울뿐이지 왕은 건드리지 않는다. 오백년의 종사를 잘 이어내려가라고 빌뿐이였다. 그런데 왕님은 벌을 주고 토벌하여 소멸하자고 드니 왕도(王道)가 대체 어떻게 되는건가? 이거야말로 쓸개빠진 미친자의 짓이 아니겠는가. 중국에 <관을 보지 않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나라의 왕님은 어느때 가야 제정신이 될가?...기학이가 생각한 것이였다.

  《<손자병법>말구 다른 병서는 없나?》

   성묵이가 빌려다 본 책을 돌려주면서 기학이와 물어보는 말이다.

  《너도 병법에 흥미를 보자는거냐?》

  《아마도 리론부터 알아야할 것 같구나.》

  《일어공부는 그예 집어치웠나?》

  《집어치웠다. 아무 때건 나도 의병에 나갈거니 병서를 배워 랑패없을것 같구나.》

   성묵이가 이렇게 결심을 내리니 기학이는 동무가 생기고 경쟁자가 나지는지라 기뻤다. 이리하여 네 딱친구들 중 군자삼락(君子三樂)의 주창자 최삼룡이는 돈벌고 가정행복을 추구하는 열성자로 되어가고 기호는 외국어 하나라도 더 알면 자기도 남을 계몽하는데도 써먹을 날이 있으리라며 일어공부를 계속했고 성묵이는 군사방면으로 나가고 기학이는 다방면의 지식과 군사지식탐구를 병행하는 길로 나가게 되였다.

   금희동에 화승대 5자루있었다. 그것은 마을을 침범하는 도적을 막고 지키려고 갖춘것이다. 다른 지방은 어떤지 몰라도 함경도는 마을마다 거의 다 이렇게 담은 몇자루라도 자체의 무장을 갖고있었던 것이다. 기학이와 성묵이는 "손무자".  "삼략“, "륙도"를 구해다 함께 읽고 연구하면서 늘 마을의 그 화승대를 갖고 놀았다.

  《제길할거 이렇게 락후한 무기를 갖고 어떻게 싸운다니.》

   성묵이는 몇번이나 총을 팽가쳤다가는 하는 수 없이 다시쥐군했다. 아무튼 그걸 내놓고는 다른 더 좋은 것은 만질수 없었었던 것이다.

   한데 이런 무기마저 걷어가겠다고 어느날 우에서 사람이 내려왔다.

  《총을 걷어가면 마을은 뭘루서 지키랍니까? 못주겠습니다.》

   성묵이가 이러면서 총을 내놓지 않았다.

  《이건 정부의지시다. 네가 감히 거역할테냐?》

  《정부가 도적을 막아준답니까, 그런다면 내놓겠습니다.》

   기호도 총을 거두는데 불만했다.

  《내놓으라면 내놓을게지 무슨 잔말이 그리두 많노?》

   우에서 총을 회수하러 둘이 내려왔는데 성묵이와 기호가 말을 순순히 들어주지 않자 그들은 낯색이 굳어지면서 위협적으로 나왔다.

  《물어봐도 됩니까? 왜서 총은 불시에 걷습니까?》

   기학이가 알려고 했다.

  《몰라서 묻는거냐? 건데... 오, 그렇지, 왕님이 명령문을 내렸을 때도 까다롭게 굴어 애를 먹였다더니...그때 고약한 짓을 한게 너들이였지?》

  《말씀 좀 삼가하십시오, 고약한 짓이라는게 뭡니까, 누가 그랬단말입니까?》

   기학은 가만있지 않고 대들었다. 총을 걷어가는 리유를 밝히지 않는 한 절대로 줄수 없다면서 내놓지 않았다. 총을 회수하러 왔던 자들은 화승대 5자루가운데서 세자루만 갖고 가고 두자루는 끝내 가져가지 못했다.

   일이 이것으로 끝날리만무였다. 이틀이 지나자 군에서 내려온 사람이 전날 왔다간 그 둘을 앞세워갖고 금동리에 나타나더니 성묵이와 기학이를 포승지워 가져갔다. 이렇게 되자 온 금희동마을이 불시에 부글거렸다. 기학이도 성묵이도 다가 총명하고 똑똑해서 장차 범인은 아니되고 나라의 동량지재가 되리라 여겨들왔는데 관가에 잡혀가서 조련받게 할 수는 없었다.

  《우리 금희동사람을 알기를 어떻게 아는가? 허술이 봐두 분수있지, 아직 공부를 하는 애들을 함부로 잡아가다니 원! 모두 나서시오!》

  우선 마을의 책임자인 최풍헌이와 선생인 김노규부터 가만있지를 않았다.

  그리하여 온 마을이 들고일어났던 것이다.

  경원군수(鏡源郡守) 이동호(李東浩)는 나이 50인데 금희동(金熙洞동)의 남녀로소 수십명이 군청을 찾아오니 란을 일으킨줄로 알고 놀래여 조심스레 나와 맞았다. 그러다가 그는 노규선선생으로부터 사건의 경위를 듣고나서야 뭐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관련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기학이와 성묵이를 당장 석방하라 지시했다.

  《우리가 가보니 둘이 마침 총갖고 노는 중입디다. 아마 다루기를 숙련 하는 모양이죠. 도적을 막겠다는 리유를 대고 총을 그여 내놓지를 않습디다. 많은이들이 마을의 무장갖고서 의병에 가담하고있잖습니까. 문제는 그래서....》

  금동리로 총을 회수하러 왔던 사람 둘중에 나이많은 자가 기학이와 성묵이를 련행하게 된 연유를 구술하는데 과연 신통스러웠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총은 왜서 갑자기 걷는가구요. 한데두 알려주질 않습디다. 군수님! 그래 우리는 어찌된 원인도 딱히 모르면서 제 총을 내놔야합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군수님, 세상에 그런 바보짓을 할 놈은 없을겝니다. 안그렇습니까?》

  군수는 잠자코 듣더니 저쪽 사나이와 네가 과연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것이 사실인지라 무기거두려왔던 사나이는 다문입을 열지 못했다. 이동호군수는 이마살을 찌푸리더니 기학이와 성묵이만 곁에 남겨놓고 이렇게 당부했다.

  《듣자니 너들은 저번때도 한 번 말성을 일으켰다더구나. 나는 우리 경원군에서 란이 일어나는걸 원치 않네라, 기학이 넌 총명한 앤데....난 널 믿고 희망을 거네라, 장차 우민(愚民)의 계몽을 네가 나서서 맡아달라고. 그리고 넌 이름이 성묵이라했지? 듣자니 너의 집은  경성에 있다는것 같은데 그만하면 소학은 다 녔겠다 이젠 그만 제 고향으로 돌아감이 어떠냐?....》

   둘이 그냥 붙어있다가는 그 어떤 거조를 낼것같아서 이럴 때 갈라놓자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리하여 한학을 공부하느라 여러해 고모네 집에 와 있으면서 뼈를 굳혀온 성묵이는  정든 친구들과 작별하고 경성(鏡城)으로 돌아가게되였던 것이다.

   활기롭던 친구를 보내고나니 허전한 감이 밀려들었던 기학이는 홀제 9월 26일자 《독립신문》에 이런 보도가 실린것을 보게되였다.

  

  《9월 22일 비도괴수 최문환, 민룡호가 무리 180여명을 거느리고 정평군에 들어와서 전곡을 빼앗는데 함흥군에 갇혀있는 죄인 김자욱, 성지풍이가 역속들과 내응이 되어 비도들을 불러들여 함흥 관찰사 서리 김택수를 쫓아내고 그 고을에 웅거하였다.》

  

  《성묵아, 성묵아! 넌 아직은 제발 말려들지를 말거라.》

  기학이는 이같이 혼자소리로 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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