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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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삼경 (3)
2015년 08월 10일 23시 19분  조회:2580  추천:1  작성자: 김송죽
 

                            회삼경 (3)

 

                                        제3장  세  가 달 (三妄)

 

   한울이 베풀고 땅이 이어 사람의 도가 비롯되었고 아버님이 낳고 어머님이 교화하여 아들의 도가 이루어 졌으나 행하고 달림이 같지 않아 헤맴과 깨침이 길이 갈리되 돌이켜 나아가면 사람의 할 일이 끝나니라.

   한울의 도는 빈 것을 주장하고 땅의 도는 알참을 주장하니 빈 것은 같지 않음이 없고 알참은 다르지 않은 것이 없는지라 비고 알참이 서로 같은 것은 참함이 되고 다른 것은 가달이 되나니 가달이 되면 갈래가 지고 갈래가 지면 같지 않아 혹은 돌이키며 혹은 그렇지 못해 재앙과 복이 섞이니라.

 

   생겨나는 기틀은 씨에 있고 변화하는 기틀은 뿌리에 있나니 뿌리가 오직 굳게 박혀야 꽃도 피고 열매도 맺느니라. 그러므로 사람의 도는 배태함에서 바롯하느니라.

 

   그러므로 능히 그 씨를 보전하여 씨알에 해침이 없는 것을 <밑동을 바룸>이라 이름하고 맑게 기르고 두터이 심어 그 뿌리를 잘 보호하는 것을 <밑동을 세움>이라 이름하나니 밑동이 약하고서 끝이 강한것은 없으며 처음에 조심하지 않고서 능히 뒤를 잘 하는 것이란 드므니라.

 

   사람이 낳는 것이 마치 싹이 흙에 있음과 같아 때는 일르고 늦음이 있으며 흙은 기름지고 메마름이 있어 혹은 알곡이요 혹은 쭉정이라 알곡은 좋은 따에서 되고 쭉정이는 굳은 땅에서 되는 것이니 오직 중간 땅에서는 알곡과 쭉정이가 섞이느니라.

 

   좋은 땅에 박히면 상등 뿌리가 되고 궂은 땅에 박히면 하등 뿌리가 되나니 상등 뿌리는 밝은 이요 하등 뿌리는 어리석은 이니라.

 

   뭇 사람은 중간 땅에 박혀 잡되고 순수하지 못하여 여섯 등품을 이루나니 알곡이 많은 것이 셋이요 쭉정이가 많은 것이 셋이니라. 알곡 될 성분이 많은 것은 제 맘대로 하기 쉬운데 제 맘대로 하다가는 어리석은 이가 되고 변화하면 밝은이가 되나니 이것을 <중등 뿌리>라 이름하느니라.

 

   마음은 집과 같고 김은 문과 같고 몸은 그릇과 같으니 집 자리는 평평항 것이 제일이요 문 자리는 화창한 것이 제일이요 그릇 자리는 안정한 것이 제일이니라.

  

   평평항 것은 넓고 비어서 좁고 막힘이 없으며 화창한 것은 환하고 밝아 어둡고 그윽함이 없으며 안정한 것은 완전하고 튼튼하여 비뚤어지고 이지러짐이 없느니라.

 

   살되 정한 임자가 없음을 <흉한 집>이라 이르나니 문을 닫고 열지 않으며 그릇을 감추고 쓰지 않으면 마침내 허물어짐에 이를 것이다. 어짜 조심하지 않을 것이랴!

 

   가달이란 혼자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참함에 의지하여 나타나는 것이니 그러므로 참함이 없으면 가달됨도 없고 가달됨이 없으면 참함도 없는 것을 알 것이다. 둘이 서로 달라붙어 잠시도 떠나지 나니하나니 만일 떠나면 사람의 도가 없어지느니라.

 

   그러므로 마음이 성품에 의지함이 마치 한울에 구름과 같아 한울이 비엇으므로 구름이 나는 것이며 김이 목숨에 의지함이 마치 바람에 불과 같아 바람이 빠르므로 불이 타오르는 것이며 몸이 정기에 의지함이 마치 자석에 쇠와 닽아 자석의 힘이 강하므로 쇠가 끌리는 것이니라.

 

   착함이 나의 본마음이요 맑음이 나의 본김이요 후함이 나의 본몸인데 아득하여 악하게 되고 흐리게 되고 박하게 되니 그러므로 아득함이 본시 그런것이 아니라 환상으로 말미암아 된 것이며 깨달음이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돌이킴에 따라 회복되는 것이니라.

 

   누군들 제가 복되지 않으려 하리요마는 오직 착한이라야 얻은 것이며 누군들 제가 장수하지 않으려 하리요마는 오직 맑은 이라야 온전한 것이며 누군들 제가 귀하지 않으려 하리요마는 오직 후한 이라야 이르는 것이니라.

 

   마땅히 복되지 못할 데에 복되면 이는 도리어 재앙이며 마땅히 장수하지 못할 데에 장수하면 이는 도리여 욕이며 마땅히 귀하지 못할 데에 귀하면 이는 도리어 부끄러움이니라.

   세 경지를 통털어 아홉가지로 나누나니 복됨에는 편안함과 화순함과 덕을 좋아함이요 장수함에는 순하게 받음과 전하여 이음과 향기를 끼침이요 귀함에는 높은 지식과 빛나는 기림과 공적을마침이니라.

 

   편안함과 순하게 받음과 좋은 지식은 자기만이 오로지함이요 화순함과 전하여 이음과 빛나는 기림은 남과 더불어 같이 함이요 덕을 좋아함과 향기를 끼침과 공적을 마침은 한울에 짝함이니라.

 

   그런데 황금비단의 부유와 백 살의 장수와 벼슬의 영화는 모두 가달이라 아는 이는 경사라 이르지 않느니라.

 

   마음은 오직 신령한 기틀이라 고요하면 없어지고 움직이면 있는 것이니 착함과 악함이 모두 이를 말미암아 지어지느니라 어진 이라사 마르재어 착함을 착하게 여겨 반드시 나아가고 악함을 악하게 여겨 반드시 물러나서 한울의 사랑을 얻어 비길 수 없는 복락을 누리느니라. 지혜로운 이가 김을 기름에는 물건에 가리워지지 않으며 정에 부림받지도 않나니 맑은 구슬이 못에 있음과 같아 그 빛을 가리우지 못할 것이라 그러므로 한울의 아름다운 명령을 즐거워 하여 그 목숨을 온전히 하느니라.

 

   귀와 눈의 밝음과 손과 발의 빠름과 몸과 피부의 튼튼함을 이르되 몸은 후하다 하는 것이니 날램의 덕이니라 보고 듣고 앞을 행하는 기틀이 이를 힘입어 펴내지 않음이 없는 지라 이것이 그 귀함이 되는 까닭이니라.

 

   참함은 고요함에서만 오로지 하고 가달됨음 움직임과 고요함이 그 떳떳 함을 잃지 않음은 한울의 도이니라 그러므로 몸이 말령되이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이 부림받지 아니하며 마음이 망령되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신이 고달프지 않으니라.

 

   지실로 이같이 하면 떳떳함이 편안히 처하며 변함을 알아서 햏하되 고요하면 깊은 못과 같아 맑게 할 수도 흐리게 할 수도 없으며 움직이면 환한 바람과 같아 어지럽지도 않고 사납지도 않으며 그치면 높은 멧부리와 같아 가히 옮기지 못할지라 대저 드런 뒤에라야 도를 말할 수 있느니라.

 

   뭇 사람들과 밝은 이의 분별이 뿌리는 같지 않음이 아니로되 땅이 좋고 궂음이 있어 뿌리 밖음이 한결같지 않으며 길이 바르고 비뚤어짐이 있어 다니는 것이 이네 갈라짐이라 그러므로 같지 않은 것으로서 보면 그 사이가 한울과 땅일 뿐 아니로되 진실로 같은 것으로서 보면 그 처음이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으니라.

 

   대저 거울에 나타나 비침을 구함에는 먼지를 닦음만 맏지 못하고 등불을 대하여 밝음을 구함에는 심지를 긁음만 같지 못하니 갈랫길에 당하여 참함을 찾음도 또한 이같은지라 아득한 길이 끝나는 곳에 바야흐로 <깨닫는 땅>에 이르며 망령된 생각이 다하는 때에 <참 누리>가 나타나니라.

 

   자욱한 티끌이 해를 가리워도 본시 밝음은 해치지 못하며 샇인 안개가 허공에 비껴도 본시 빈 것은 헤치지 못하나니 티끌이 사라지고 안개가 걷히면 장애될 것이 없고 전체가 다 드러나 본시 있는 형상대로 나타나느니라.

 

   그러므로 참함에 나아가는 길은 돌이킴에 있고 가달됨을 돌이키는 길은 변화함에 있고 변화해 가는 법은 한 곬으로 힘씀에 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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