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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나한테는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이제 7월 달에 곧 소학교를 졸업하게 될 14살 짜리 딸애의 중학교 진학문제 때문이다.
사연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는 연길시에서는 그제 날부터 자녀가 소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이 거주하는 구역에 있는 중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전엔 연길에 호적이 없는 애들을 학교에 붙이려면 돈을 많이 써야 하거니와 무등 애를 먹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8년전 바로 내가 훈춘으로부터 금방 연길로 왔을 때 우리 가정은 한동안 연길에 호적을 옮기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12살짜리 아들애는 훈춘에서 소학교를 다니다가 연길로 오게 됐는데 학교 붙이기가 여간만 힘들지 않았다. 연길호적이 없는데다가 학교마다 애들이 넘쳐나 자리가 없었고 거기에 애의 공부성적마저 그닥지 않는지라 어느 학교에서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내가 근무하는 편집부의 부장님이 뛰어 다니며 인맥을 통해 아들애의 입학문제를 해결했는데 그때의 돈으로 약 2000원 가량 날려 보내고서야 아들애를 연길시 어느 한 모퉁이의 학교인 동산소학교에 붙일 수가 있었다.
그 때로부터 18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이번에는 우리 부부가 연길에 와서 본 딸애가 이젠 중학교에 붙게 되었다. 18년이 지난 오늘날 14살 되는 딸애를 중학교에 붙이자고 보니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사연인즉 호적이 있는 구역에 따라 딸애가 붙을 중학교는 연길시 8중인데 애가 한사코 8중엔 가지 않고 13중에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부모로서 딸애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학교가 학생이 많아서가 아니라 학생수가 너무 적어서 자기네 학교로 오게 되는 학생을 다른 학교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학교마다 눈이 “화등잔”만하게 되었다. 인맥을 통해서도 안되었고 돈을 아무리 쓴다 해도 일절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딸애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13중에 보낼만한 능력도 없는 그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내가 인맥과 돈을 내서라도 딸애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는 것이 맞고 그름을 떠나서 중요한 건 18년 전엔 학교마다 학생이 넘쳐나서 모두들 배 부른 흥정을 하던 것이 요즘 와서는 왜 학교마다 학생수를 채울 수가 없어 안달복달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 연길시로 놓고 말하면 그래도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서 조선족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이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조선족 학생의 래원이 고갈되면서 태평소학교와 중앙소학교가 합병했고 동산소학교는 한족반을 설치하여 한족학생을 받기 시작했으며 중학교 또한 11중과 8중이 합병된 상황이다. 연길시 상황이 이렇다 할 때 기타 시와 현, 더우기 농촌의 상황은 더구나 어떠하겠는가?!
그야말로 조선족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우리 부부가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만 해도 웬간한 농촌의 남성 청년들 대부분이 장가를 갈 수 있었고 둘째 아이까지 낳는 현상이 가끔씩 있었으나 지금 농촌은 물론 도시의 남성 청년들조차 웬간한 재력이 없이는 장가들 엄두도 못낸다. 또한 애를 낳을 수 있는 가임기 여성들도 결혼을 거부하는 “싱글현상”이 점점 많아지는가 하면 설사 결혼해도 출산을 거부하는 현상도 가끔씩 있으며 두번 째 아기를 보는 부부는 진짜 가물에 콩나듯 드문 상황이다.
한 민족의 부강을 이끌자면 교육이 따라가야 하고 교육이 따라가자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많아야 할텐데 중국 조선족의 현상은 그렇치 못하고 있다. 이제 최근에 출산된 애들이 몇년 후에 학교에 붙을 때가 되면 우리 조선족 학교가 도대체 몇개 소나 남아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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