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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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연변조선족의 ‘19세기 말기증세症勢’
2010년 07월 26일 10시 19분  조회:4220  추천:30  작성자: 김문학
19. 연변조선족의 ‘19세기 말기증세症勢’


김문학


   세계적인 중국연구의 석학 J·K·Fairbank (中國名費正淸)는 19세기 서양세력의 문명이 중국 및 아시아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웨스턴·인팩트’(서양의 충격)으로 추상화시켜 잠자던 중국이 이 충격에 대응하여 갈팡질팡 하면서 근대화를 구축하려고 한 중국과 아시아의 근대를 파악하려고 했다.

  ‘서양의 충격’에 대처하여 대국 중국과 변방의 소국 조선의 대응이 어떠했는가를 설명하는 표현으로서 ‘19세기 말기 증후(또는 증세)’라는것이 있다. 중국에 대한 서양의 충격은 전례없는 유교문명체제에 대한 도전이였으며 ‘천하’관념으로 이어진 중화적 가치관세계의 봉괴를 촉구한것이다. 19세기말 서태후를 비롯한 청나라의 수구파들은 ‘조상의 종법은 절대 개변시킬수 없다’는 절대적 전제하에서 ‘중체서용’이란 기괴한 이데올로기에 의한 변혁을 시도했기는 했으나 그것은 구조적 개혁이 아니었기에 패북으로 종식되고 말았다.

  조선에서도 역시 민씨 황후를 비롯한 실질적 수구파들이 조선왕조란 ‘조상의 종법을 개변시키지 않는 전제’하에서 중국세력과 러시아 및 일본의 세력에 사대주의로 우왕좌왕하다가 개혁은 이루지 못하고 이미 앞서 철저한 근대국가로 탈바꿈한 섬나라 왜국(倭國)의 일본에게 식민지로 먹히우고 만다.

   19세기 말 동아시아의 정세를 조감할 때 청국과 조선같이 서양의 충격에 적시적인 적응을 보이지 못하고 고루한 전통적 가치세계를 고집하면서 근대화에서 지연되고 제국의 수모를 감내해야 하는 병적인 양상을 19세기 말기 증후로 일컫는다.

   이 말기 증세를 좀더 지근 거리에서 관찰하면 그 내부의 개혁파, 유신파들의 신사상, 신사고, 신가치는 받아들일 여지가 없었으며 강유위, 양계초나 김용호, 서재필 등 신세대 개혁파들은 수구파들에 의해 철저한 탄압을 당하고 개혁은 물거품으로 종연되는것이다.

   수구파들은 물론 백프로로 개혁을 단절시킨것은 아니다. 그들도 역시 ‘유신’과 ‘개혁’을 입에 걸고 있었으며 그것은 또한 자신의 기득패권을 보전하기 위한 위장한 간판에 지나지 않았던것이다.

  필자는 지금 연변의 일부 지식인의 고루한 사상과 행동속에서 어쩐지 그 ‘19세기 말기증세’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21세기 세계적 글러벌의 월경적 배경하에서 조선족, 특히 연변조선족공동체공간은 ‘세계화의 충격’을 직면하고 있다. 이는 19세기 중국, 조선 동아시아국가들이 직면했던 ‘서양의 충격’과도 유사한 현상이다.

   100여년전 강유위, 양계초나 김옥균, 서재필 등 젊은 세대들에 의한 생기발랄한 미증유의 혁신을 서태후들 수구파, 민씨 인척의 전통수호자들의 세력을 필사적으로 부정, 진압했던 역사적 기억이 연변의 일부 지식인들속에서 생생한 현실로 재연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한 필자는 그것에 더는 침묵할수 없었다.

   오늘날 ‘월경의 시대’를 정면에서 맞아온 연변은 중국, 한국 그리고 주변 국가들의 월경에 의한 침투로 그야말로 새로운 연변으로 거듭나야 할 격동의 변동기에 서있는것이 아닌가.

   종래의 ‘전통적 공간’으로서의 연변이 이제 그것을 고집할수 없는 새로운 ‘복합적 공간’으로서의 연변이 생성되고 있는것이다. 이 작은 공간에도 봄이 오면 진달래가 만발하듯 당연하게 여러 가지 신생의 의식, 가치관, 이데올로기의 문화들이 들어오고 침투되고 있다. 여러 문화가 모여드는 거대한 문화의 비빔밥이 여기서 현재 제작중이다.

  그러나 연변의 일부 조선족 지식인은 연변이 겪고 있는 변혁, '고루한 조선족의 사고와 가치관'에 대한 ‘신조선족’의 비판을 그들이 손아귀에 쥐고 있는 문화적 또는 언설적 권력, 권세를 이용하여 절대시하고 철저한 탄압을 감행해왔다.

   심지어 그들은 서태후, 민비식의 19세기말 통제방법으로 철저히 대중을 기만하고 날조하고 외곡, 중상하는 방법을 총동원하여  ‘신조선족’의 참신한 혁명, 사고, 가치관을 공격하고 탄압으로 수미 일관 해왔던것이다. 이같은 양상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컬하게 ‘19세기 말기의 증세’와 오버랩되는것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것이다.

   필자는 그런 19세기의 말기 증상이 21세기 연변조선족 사회안에서 일방통행으로 통했다는 사실에 말그대로 또 하나의 ‘웨스턴 인팩트’를 느꼈다. 그 충격속에서 ‘조선족개조론’발표로 불구대천의 원쑤로 몰렸던 필자는 뼈저린 아픔과 함께 큰 드라우마까지 안게 되었다.

   물론 필자는 그들의 입장과 시각이 이해된다. 왜냐면 ‘신조선족’과는 매우 이질된 사고방식과 가치관(고루한 의식)에 젖어있는 그들로서 보면 ‘신조선족’이 쓴 비판적 글, 월경하는 글쓰기는 ‘이단’이며 철두철미한 ‘반역’으로 보일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이 밉지가 않다. 그리고 역시 그들을 존중한다. 필자는 문화상대주의자를 표방하는 ‘신조선족’ 지식인의 한사람이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가치관, 의견은 달리 할수 있어도 그것이 상대를 완전히 적대시하고 박멸해야 할 지극히 공포스럽고 테러와 같은 발상이 산출돼서는 안된다고 인식한다. 그것은 서태후식 내부탄압의 비극이 아니였던가.

   전조선족이 해체나 붕괴의 위기설에 팽창된 ‘절체절명’의 운명에 직면한 이때, 일심동체로 화합해도 성차지 않겠는데 우리 민족의 신생을 위해 적극적인 비판과 의견을 발설하는 신세대에 대해 ‘테러로 저격해야 할’ 적으로 보는것은 백번 양보해도 苦笑밖에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보다 필수는 극복대안을 모색하는것이 급무라고 생각한다. '19세기말기 증세'를 극복하는 대안은 한가지밖에 없다.  異見과 見識은 틀려도 배척 배제가 아닌 이해, 조화의 '공생'이다.

   필자는 이글을 빌어서 호소하고자 한다. 연변, 장춘, 할빈, 북경, 청도, 상해 그리고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남미, 한국... 모두가 '신조선족'의 시야와 사고로 화합하고 새로운 조선족 文化를 창출해나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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