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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선족》월경론
22. 제3의 조선어- 조선족 언어의 雜草性
김문학
연변과 조선족문화를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 그는 해마다 연변을 비롯하여 동북 조선족지역을 수차례나 드나드는 조선족 팬이기도 했다. 어느날 그가 필자에게 조선어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었다.
“연변 조선족이 사용하는 조선어는 마치도 요란한 폭죽소리에 기관총소리를 합친것과 같다. 서울 한국어는 한강물과 같이 흐름이 부드러운 리듬이 있는데 연변 조선어는 투박한 리듬이다. 이 양자가 너무 대조적이어서 흥미롭다”
친구의 “조선어평”을 들으면서 필자도 동감이어서 같이 웃었다. 확실이 서울 한국어나 북조선어의 평양 억양에 비해서도 연변 조선어는 억양이나 톤이 너무 강하고 기복이 심하여 리듬 역시 “폭죽식”이다.
리듬뿐이 아니라 조선족 언어는 조선어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수 없을 만큼 2중, 3중의 복합적 단어가 겹치면서 찹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상용어에서 사용되는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오늘 집사람이 싸주는 벤또를 가지고 단위에 쌍발 했는데 정심참에 글쎄 퉁쓰가 근처 레스토랑에서 시찬을 한턱 칭커하는 바람에 잘 먹었어. 피주에다 위스키까지 잇빠이 했단말야. 근데 옆상에 있던 쭝국 사람이 괜히 시비를 걸어서 깐짱했어. 타마디 한판 승부 걸었다 이거야...”
그 승부가 어떻게 됐는지는 필자는 관심 없지만 이 흔히 사용되는 조선족의 조선어속에는 조선어(한국어) 어순의 구조를 베이스로 삽입된 단어가 그야말로 다종다양하다.
“벤또, 피주, 잇빠이”는 그대로 일본어이고 “쌍발(上班),퉁쓰(同事),시찬(西餐), 칭커(請客),깐짱(干仗=싸움),타마디(他媽的)”는 중국어음독(音読)“레스토랑, 위스키”는 서양의 외래어다. 그리고 단위, 승부, 시비는 한자어이다. 마치도 세계 언어의 박람회를 연듯하다.
우리의 조선어는 100년의 중국과 문화접촉을 거치면서 북조선어와도 이질적이고도 다른 “제3의 조선어”로 변용되였다는 점이 괄목할만 하다.
그리고 우리의 조선어내부를 보면 연변의 함경도방언, 길림과 흑룡강성의 경상도, 평안도방언, 요녕성의 평안도, 강원도, 전라도방언 등 조선반도의 동북, 서남, 동남, 서북 방언이 그 근저에 반거하고 있는것도 특징적이다. 중국 조선어에는 시초부터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한 표준어, 중부방언이 결여돼 있었다.
동북3성조선어문사업위원회가 1977년 작성한 “조선어규범”과 1984년에 수정, 개정판에 의해 북조선평양말을 토대로 정해진것이지만 그것은 현실사회에서 이미 한물 간 “서류”에 지나지 않는다. 북조선식 언어에서 일탈하여 이미 “조선족언어”로서의 “조선어” 즉 제3의 조선어가 구성되었으며 거기에는 1980년이후 특히 1990년이후 서울의 표준어 억양과 단어가 홍수같이 주입되고 있다..
조선족의 신문, 잡지에도 이같은 복잡한 현상이 반영되고 있으며 “서울로 갈까요 평양으로 갈까요”란 노래제목과 같이 방향성을 잃은듯 하기도 한 제반 언어현상이 현재화(顯在化 )되고 있는 실정이다.
목하 조선어는 투박, 순박, 질박한 “3박”의 양상을 이루고 그것에 또 조잡,복잡,착잡의 “3잡”상태가 가세된다. 그것을 필자는 조선어의 “雜草性”으로 표현하고저 한다. 누군가 손길이 닿지 않고 가꾸지 않은 초원의 원시적 풀 같이 무성하게 자라기만 한 상태, 거기엔 쥐며느리풀도, 난초도, 민들레도, 냉이풀도 개불알꽃도 다 자라나고 있다. 그야말로 백화방초가 경쟁하는 “풀의 세계”다.
필자는 언어학자가 아니므로 그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의 조선어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사실 우리 조선족에겐 1990년대 이래 전반 조선족에 공통한 언어와 그 언어집단으로서의 결속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재다시 조선어-(우리 문화의 표징으로서의 언어)를 표준어체계에 귀속시키는 작업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필자는 ①漢字使用을 극력 주장하며 ②서사체계, 서면어는 서울어 표준어체계로 맞춰야 한다는것 ③그리고 일상 회화에서는 각기 자기가 익숙한 방언을 구사해도 되는 자유가 있고 ④그런 회화 역시 문화접촉과 변용을 통해 자연히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것 ⑤따라서 중국조선어를 서울어, 평양어보다 이질적인 특징을 이룬 언어체계로 학문적, 정책적,규범적 정립이 필요하다는것을 강조한다.
「조선족 개조론」에서도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기했으나 묵살당한것이 십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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