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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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후기] 소통 ,우리가 넘어야 할 산-김옥희
2019년 07월 17일 10시 39분  조회:339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김옥희
 
소통,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산
 
 
며칠전 친구가 갑자기 병문안을 와달라고 전화를 했다. 워낙 30년 지기 절친이라 호출당해서 가보니 글쎄 화병으로 점적주사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작년 봄에 결혼한 아들이 결혼 1년 만에 엄마를 이렇게 화병으로 쓰러지게 만들었다는 친구의 말에 나는 반신반의했다. 어찌 이런 일이?!
그날, 결혼식장에서 처음 본 친구의 아들며느리의 얼굴이 눈앞에 생생했다. 첫눈에 천상배필이란 인상을 너무 강하게 어필했고 우린 모두 부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시선으로 친구랑 친구 남편을 바라봐야 했다. 어디 곳 어설픈 데 없는 반듯한 외모에 두 사람 다 의학박사를 나온 인재였다. 결혼식 내내 밝은 미소와 고운 눈웃음을 잃지 않아 더욱 이뻤는데 부모님께 효도하는 최고의 아들며느리가 되겠다는 언약을 할 땐 우리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너무 완벽했다. 나는 그렇게 많은 결혼식에 가보았지만 이렇게 다 갖춘 신혼부부는 처음 보았다. 그날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내 친구의 행복에 나 또한 깊이 감염되여 헤여나오지 못했었다.
헌데 고작 1년 만에 리혼이라니? 몇년동안 련애하다가 결혼에 올인한 두 사람이여서 둘의 감정에는 이상이 없는 줄 알았다고 내 절친은 말했다. 헌데 결혼이든 리혼이든 거의 ‘통보’처럼 부모님한테 알리는 아들에게서 참을 수 없는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다고 친구는 너무 기막혀했다.
소통, 소통이 문제였다. 그동안 아들의 공부 때문에 그들에겐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엄마가 통화를 하려 해도 늘 눈치가 보였다. 아들은 늘 바쁘니까, 공부만으로도 너무 바쁜 아들이 늘 안스럽고 가슴 아팠던 엄마였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아들의 전화를 기다려주는 일 뿐이였다. 자신이 아파도, 지어 남편이 수술후 한달째 병상에 누워있을 때도 아들한테 알리지 않았다. 잠잘 시간도 없는 아들한테 털끝만치의 짐도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아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주면 그렇게 기쁘고 설레일 수가 없었다. 아들은 웬만해선 전화를 안했다. 해도 아주 짧게 요건만 말했다. 부모는 그러려니했다. 그렇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믿었던 그 세월이 서로를 낯설게 만들었다.
결혼도, 리혼도 당사자들의 선택이긴 하다. 허지만 부모와 자식 사이에 언제부터인지 소통과 리해와 조률의 벽이 생겨났고 이젠 그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분명 내 자식인데 성인이 된 자식이 너무 낯설다는 중년세대들이 어찌 한둘이랴. 낯설기는 20~30대 젊은 세대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자신의 삶에 별 도움이 안되는 부모님한테 자신의 고충을 얘기한들 공연히 부모님 걱정만 켜켜이 쌓이니까 대화를 적게 하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모습이다.
현실이 중요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말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고민이 50대 중년세대들에겐 참으로 리해 안된다. 누군들 그 시기에 그런 고민이 없었을가. 허나 그런 걸 다 몸으로 겪으며 흔들리고 방황하며 그러면서 조금씩 단단해져서 오늘에 이른 게 아니던가 싶다.
가끔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동시에 리혼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당혹스럽고 불안하다. 그들은 불안을 이겨나갈 마음의 준비가 안된 채 경쟁시대가 가진 여러가지 요소들에 로출돼있다. 직장생활이 원만하지 않으면 서로의 감정통제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그 어려움을 이겨낼 내성이 약하면 마침내 친구의 아들처럼 헤여짐을 선택하니 불안하기는 기성세대들도 마찬가지이다.
독신자녀를 키워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50대들은 이제 남은 내 삶보다 내 자식의 삶이 훨씬 더 중요한 시점에서 고민이 많다. 자식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원활한 대화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보지만 자식들의 반응은 미미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해서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들이 많다.
소통, 이제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산이다. 경치 좋은 곳에 자식과 함께 걸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멋진 소통의 첫걸음이 아닐가.
소설 〈최고의 선물〉은 이런 맥락이 계기가 된 작품으로 실제 우리들 삶 속에 현존하는 진실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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