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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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미(김철호)
2011년 04월 25일 08시 25분  조회:1637  추천:26  작성자: 김철호

거미

김철호


흰 머리 소리없는 골방에 누워있다
소리, 소리, 소리...
소리들은 다 어데 갔을가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줄

아, 너무도 은빛 찬란했던 줄의 세계!

그 세계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는가
그 세계는 물처럼 흘러가버렸는가
이젠 없다, 슬픔도 눈물도 웃음도 환희도 목마름도 배설도...

한잔 마른 물 마시고 꿀꺽 큰 딸국질에 놀라며
흰 머리 소리없는 골방에 누워있다
줄을 다 잃은 거미 한 마리
개처럼 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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