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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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날의 늦은 반성
2015년 12월 26일 17시 52분  조회:2480  추천:1  작성자: 김인섭
누가 꾸몄는지 <여상춘 남비추-女伤春,男悲秋>라는 격언이 글 마당에서 간혹 오르내린다.나름대로 뜻풀이 해보니 여인네는 봄의 흐름과 젊음의 실추를 겹쳐보며 애석해 하고 남정네는 일개년계획이 락공(落空)하여 가는 가을을 미련한다는 뜻이겠다.그래도 이맘때면 입이 귀밑까지 째지는 위인이 다수이고 대운이 텄다고 호들갑을 떨어대는 녀자팀도 푸슬하니 이 설법이 꼭 이렇지는 아니하고 확증성도 부족한 것만은 틀립없다.그런데 어디의 누구는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비추의 <계절병>에 시달리군 한다.
 
말머리를 돌려,상강이 지나고 립동에 들어서니 이 동네 산간의 나무 무리들이 낳아키우던 이파리를 사정없이 락엽시키며 년차 환절의 자연순환을 연출한다.년부년(年復年)으로 되풀이되는 우주 조화는 세월을 초동에 밀어붙이는데 어떤 사람은 환절의 언덕에서 처연한 심정이 되어 서산락일을 넋없이 바라보고 있다.본능욕에 좌지우지되어 뭔가 차지하려고 애면글면하다가 기진하고 맥진하여 어깨를 처지우는 것이다.농사를 망친 농부가 고생스럽던 한해의 삼시삼농(三時三農)을 돌아보며 락심하는 기분이다.어깨에 걸려있는 훌쭉한 망태도 보기 민망하여 쑥스런 모양을 짓는다.식물계가 한해의 결실을 정리하고 천시운회(天時運回)를 재촉하고 있는데 그는 이지러진 욕망의 환멸과 무능함의 자학으로 꺼지는 탄식을 작년과 똑 같이 반복한다.
 
그는 남들의 화려한 리력을 부러워한 적이 수도 없이 많을가 뭔가를 더 점유하고 어딘가 더 나으려 아득빠득 애를 얼마나 써왔는지 모른다.허나 달려와 보면 늘 원점과 꼭같아 번번이 랑패감에 쌓여 속앓이를 랭가슴 앓듯 해야 한다. 할일과 안 할일에 분별이 명석하고 가당찮은 번뇌는 쓸어내고 뒤틀린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도리는 입버릇처럼 되뇌인 그 사람이다.그런데 하고보면 무엇인지 모자라 종당에는 헛물켰다고 투덜거리는 것이 거듭되는 지난해 케이스다.
 
남다르게 무언가를 쌓으려면 무수한 잔노릇을 출중하게 해야 한다.비범이란 완미한 평범의 집합이다.변증법이란 공구로 그 리치를 분해하면 비범이란 무수한 평범 속에 내재하고 소원이란 비범한 평범을 끊임없이 창조할 때만이 성취되고 절호의 기회는 당신을 용납하고 성공이란 피안은 그 상륙을 허락한다.큰일 작은일 모두에 정성을 다하는 품격이야말로 립신양명의 기본 자태일 것이다.허나 이 친구는 일한답시고 늘 징검다리 건너뛰듯 이리저리 오가면서 뚱땅대며 만든 것이란 구멍난 항아리고 우쭐하고 하는 짓이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인생을 떵떵대며 살자면 더 가지려는 갈퀴질 잔꾀보다 불필요한 무엇을 먼저 버리는 재치를 키워야 하고 문뜩문뜩 앞을 가로막는 위기를 해소하는 림기응변의 기지를 갖춰야 한다.위급하면 꼬리를 잘라버리며 위험에 대처하는 도마뱀의 눈물겨운 생존전략과 촌퇴(寸退)하고 척진(尺進)하는 기는 벌레의 지혜로움은 두고두고 배워야 할 본보기이다. 진퇴의 슬기로운 종합기법을 잘 습득해야 한다.그러나 그는 고루하고 편협한 마인드를 고집하는 것이 상투적 수법이고 콧대 목대가 벽창호같아 유아독존의 게지레한 모습이 불변의 자본이다.허심해야 하고 남을 존중해야 한다며 버릇처럼 되뇌이면서 고쳤나보면 그냥 원모양이다.
 
인생길을 자기 두 발로 걸어야 할 것은 인간의 피치 못할 숙명이다.그 친구는 이 세상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자기 푼수가 진짜 부족하다는 명철한 자아인식이 있어야 한다.오늘이 추하더라도 일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듯 정화한다면  약간은 곱게 달라질 것이다.막연히 뭘 바랄 것이 아니라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해야 한다.
 
올농사도 헛농사라며 긴 숨을 쉬는 그에게는 설익은 꿈의 환영이 상심을 자초한 장본인이리라.이젠 무가내로 인생의 모년을 걸으면서 만각(晩覺)의 아쉬움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전심전력이란 의지를 살리고 무언가 희망을 품어야 한다.
 
허나, 욕심은 퍼럿게 살았어도 정수리가 듬성드뭇하고 귀밑머리에 흰눈색이 비꼈는데 아랫다리도 늘크데해졌다.
(끝)

2015-11-12

동북아신문-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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