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잊혀진 어원찾기 11
2015년 02월 24일 23시 01분  조회:6474  추천:0  작성자: 죽림

보지, 자지 의반론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쓰기에 가장 거북한 말은 어떤 것인가? 아마도 그것은 남녀의 성기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말을 할 때에는 물론이고 글을 쓸 때에도 남녀의 생식기와 관련된 단어는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부득이하여 말을 할 때에는 ‘음문(陰門)’이니 ‘음경(陰莖)’이니 하는 점잖은 한자어를 선택하여 쓰기도 하고, 아예 ‘거시기’와 같은 애매모호한 단어로 대용하기도 한다. 글을 쓸 경우에는 ‘보×, 자×’ 식으로 한 글자를 감추어 표기하기도 한다. ‘보지, 자지’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쓰는 것이 얼마나 민망하고 쑥스러운 일이면, 이렇게 특별한 방법까지 동원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녀 생식기에 대한 명칭을 직접 언급한다는 것이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어서인지는 몰라도, 그 어원을 운운하는 것 또한 쑥스럽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 생식기를 가리키는 명칭의 어원에 대해 아주 오래전부터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남녀 생식기가 신체에서 가장 은밀한 부위이다 보니 그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고, 또 그 관심이 남녀 생식기를 가리키는 명칭의 어원을 찾는 쪽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항복이 퇴계 선생께 “우리말에 여자의 소문(小門)을 ‘보지’라 하고, 남자의 양경(陽莖)을 ‘자지’라 하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퇴계는 얼굴을 고치고 대답하기를 “여자의 소문은 걸어 다닐 때면 감추어진다 하여 걸음 보(步), 감출 장(藏), 갈 지(之) 세 글자 음으로 ‘보장지(步藏之)’라 하는 것인데, 말하기 쉽도록 감출 ‘藏(장)’을 빼고 ‘보지’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의 양경은 앉아 있을 때면 감추어진다 하여 앉을 좌(座), 감출 장(藏), 갈 지(之) 세 글자 음으로 ‘좌장지(座藏之)’라 하는 것인데, 그 역시 말하기 쉽도록 감출 ‘藏(장)’은 빼고 ‘좌지’라 하는 것을 와전하여 ‘자지’라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위의 내용대로라면 ‘보지’는 ‘걸어 다닐 때면 감추어진다’는 의미의 ‘步藏之(보장지)’에서 온 말이 되고, ‘자지’는 ‘앉아 있을 때면 감추어진다’는 의미의 ‘座藏之(좌장지)’에서 온 말이 된다. 이와 같은 어원설이 꽤나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 왔다. 어떤 사람들은 한 술 더 떠서 ‘자지’를 ‘물건이 왼쪽으로 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어원설은 전형적인 한자 부회에 불과하다. ‘보지, 자지’의 어원이 궁금하던 차에 어형이 유사한 한자어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냈고, 그 한자어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적당히 이야기를 꾸며낸 것이다. 도덕군자였던 ‘이항복’과 ‘퇴계’ 선생이 환생한다면 얼마나 불쾌하게 생각하겠는가.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등장한 것은 ‘보지, 자지’의 어원 설명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보지’의 어원에 대해서는 ‘根(근)’이나 ‘種(종)’의 의미를 갖는 어근 ‘봊’을 설정하고, 그것에서 파생된 어형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크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보지’를 그렇게 설명하면 ‘자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금까지 ‘보지’와 ‘자지’의 어원에 대해 언급한 설 가운데 가장 그럴듯한 것은, 중국어 ‘鳥子(조자)’와 ‘八子(팔자)’에서 온 것이라는 설이다. 근세 중국어에는 남녀의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기바’와 ‘비쥬’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단어가 외설적이라고 생각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완곡한 단어가 개발되어 쓰였는데, 바로 그것이 양물(陽物)에 대한 ‘鳥子(조자)’와 음문(陰門)에 대한 ‘八子(팔자)’라는 것이다. 이들 ‘鳥子(조자)’와 ‘八子(팔자)’는 성기(性器)의 형태를 묘사한 말이다.

‘鳥子’는 중국어로 ‘댜오즈’인데 크게 변음(變音)되어 ‘자지’로 정착하고, ‘八子(팔자)’는 중국어로 ‘바즈’인데 크게 변음되어 ‘보지’로 정착한 것으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자지’와 ‘보지’는 중국어 차용어라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예전 우리 조상들은 남녀 성기를 언급하는데 그 쑥스러움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외국어인 중국어를 선택하여 썼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남녀 성기를 입에 올려야 할 경우에 의도적으로 영어 단어를 차용하여 쓰는 것과 같은 심리로 보는 것이다. 우리말에 중국어가 많이 들어와 있지만, 남녀 성기를 가리키는 말까지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라면 이 얼마나 맥빠지는 일인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117 [문단소식]- 황금의 가을에 "가을의 눈"을 보다... 2024-09-09 0 811
3116 [문단소식]- 중국조선족 시인들 시향이 바다로 건너 섬으로 가다... 2024-09-09 0 820
3115 20세기의 신화/김학철(제목 클릭하기... 訪問文章 클릭해 보기...) 2024-08-23 0 936
3114 김학철/정판룡 2024-08-23 0 899
311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노벨평화상" 경매 기부, 남의 일이 아니다. 2023-04-21 0 3606
311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영화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29 0 3083
3111 [그것이 알고싶다] - "청와대로 가보쟈..." 2022-05-14 0 2662
3110 [세상만사] - "문제...문제" 2022-05-14 0 1975
3109 [해외문단소식] -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2022-05-09 0 2446
3108 [해외문단소식]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2022-05-09 0 2347
310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피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460
310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이야기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279
310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그림책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148
31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록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466
310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무라토프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196
310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언어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157
310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노래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3-24 0 2297
3100 [그것이 알고싶다] - "노벨 평화상" 2022-03-24 0 2226
309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평화상" + "인도주의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3-24 0 2148
3098 [세상만사] - "고래 똥 = 로또"... 2021-10-12 0 2820
3097 [별의별] - "둥글다"와 "평평하다"... 2021-09-13 0 2774
3096 [세상만사] - "표면이 벗겨진 금메달" 박물관으로... 2021-09-02 0 2315
3095 자유 자유 그리고 자유... 2021-08-07 0 2363
309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생태복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7-14 0 2415
3093 [별의별] - 소똥과 신성화... 2021-06-25 0 2663
3092 [세상만사] - 윤여순 / 윤여정 + (딸) = 원동력 어머니... 2021-06-04 0 2652
309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코끼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6-04 0 2702
3090 [문단소식] - 송화강반에 피여나는 문학의 향연... 2021-05-23 0 2386
3089 김승종 譚詩 "추억 다섯개비"를 고향 향해 올리나니... 2021-05-23 0 2657
308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대기오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22 0 2644
308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의 녀신",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6 0 2748
308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미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6 0 2890
308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와 미인"... 2021-05-16 0 3011
308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와 시인의 죽음"... 2021-05-16 0 3013
308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쥐 떼와의 전쟁",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5 0 3013
3082 [세상만사] - 심봤다... 억... 2021-05-10 0 2684
3081 [세상만사] - 천종산삼... 억... 2021-05-10 2 2475
3080 [세상만사] - 100년 산삼 한뿌리... 억... 2021-05-10 0 2672
3079 [그것이 알고싶다] - "민성보" 2021-05-10 2 2956
3078 [별의별] - 코끼리와 새둥지 새끼새 2021-05-10 0 2864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