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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백진숙
2015년 03월 14일 20시 55분  조회:4374  추천:0  작성자: 죽림


[백진숙 시]등산(외 2수)

편집[ 김태국 ] [ 길림신문 ] [ 2012-10-08 16:06:58 ] 

토요일(외 2수)

토요일

신나는 친정 나들이

 

곰방대 입에 문 아버지

웃방에서 일어나며

싱글벙글 반겨주시고

 

아이구 내 새끼

맨발바람으로 달려나와

얼싸 안아주시는 어머니

 

봄 여름 가을 겨울

건강해라 아낌없이

주는 사랑

 

어버이 계신 곳

그 사랑 그리워

하냥 달려가는 길

 

토요일

산입구에 도착하면

기쁨에 넘쳐 부르는 소리

아버지 어머니 제가 왔어요

 

 별찌

 

하늘의 버림받은 사나이

지구에도 네 호적은 없다

금덩이같은 지구의 유혹

떨쳐버릴수 없어

마침내 행랑각이 된 너

 

네가 들려주는

구수한 하늘이야기에

팔베개 베고 누운 지구는

천년잠에 빠졌는데

 

난 네 호적 가슴에 달고

훨훨 하늘로 올라가

푸른별이 되고싶다

하늘나라 하루밤

행랑각이 될지라도

 

그림자

 

나는 한방울의 물도

가진것 없는 가난뱅이

사철 단벌옷 하나여도

나의 삶에 만족하노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좋을 때나 궂을 때나

당신만을 따라다니는

친구이고싶어라

 

오늘도 당신과 둘이서

손에 손잡고 웃으면서

허위허위 넘어가는

아리랑 열두고개
 

로신이여 돌아 오시라
2014년 03월 09일 14시 56분  작성자: 백진숙
로신이여 돌아 오시라

 
   도서관이 새 청사에로의 이사준비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던 작년4월 중순의 어느날이였다. 직장 후배들에게서 낡은 청사를 곧 허문다는 소식을 얻어들은 나는 아침밥을 먹기 바쁘게 사진기를 들고 부랴부랴 도서관으로 향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이미 다 낡아버린 도서관은 마치 지팽이를 짚고 서있는 등굽은 로인네와 같았는데 자기의 사명을 다 했음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제발 허물지 마소, 난 아직 할일이 있다우.”하며 서 있는것만 같았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듯 마음이 아파났다.
 
   배움의 전당이였고 늘 푸른꿈을 심어주었던 신성한 곳, 내 젊음이 머물었던 자리, 책 읽기가 좋아서 여러차례 승진의 기회도 포기하고 도서관 사서 노릇만 고집했던 나, 자기 집처럼 늘 아끼고 사랑했던 도서관, 눈물이 금방 떨어지려고 하였다. 얼른 두눈을 감아 버렸다.
 
   나는 사진기를 여러 각도로 바꾸면서 련신 사진들을 찍어댔다. 그러다가 도서관 동쪽켠에 있는 로신동상도 한장 찍으려고 다가가다가 그만 멈춰서고 말았다. 문득 한 독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여 나타났다.
 
   “아Q”같고 “공을기”같고 상림 아주머니” 같고 “광인일기”의 주인공같은 사람 J이다. 왜서인지 그만보면 나는 로신의 글에서 나오는 이 몇몇 인물들이 늘 머리에 떠오르군 한다.
 
   질질 끓는 여름에도 그는 늘 두꺼운 커피색 골덴옷을 입고 겨울에는 때가 낀 자주색 털실 모자에 지난세기 60-70년대 류행되였던 국방색 겨울외투를 입고 다닌다. 해와 달이 바뀌여도 그의 이런 옷들은 바뀔줄 모른다. 글을 쓰는 이 시각에도 로신 동상을 산 로신으로 간주하고 그와만 이야기 하던 얼굴이 안쓰럽게 안겨온다. 이제 이것을 허물어 버린다면 그는 누구와 말하며 또 어떻게 살아갈것인가? 다시 도서관에 발길을 돌릴수 있을것인가?
 
   도서관의 사서들이나 독자들은 그를 “공을기”나 “아Q”나 “상림아주머니”처럼 놀려 주지는 않지만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다. 이 점이 그를 얼마나 힘들게 했으랴! 그러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하루가 멀다하게 책 보러 다니군 하였다.
 
   10여년전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설날 아침에 맨 먼저 도서관에 온 10명 독자들에게 관장님은 친히 두툼한 목책을 선사하여 설날에도 책을 읽는 그들을 격려해 주셨다. 기타 아홉명 독자들은 모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로 그쳤으나 그날 그가 받은 감동은 그야말로 컸다. 첫사람으로 열람실에 들어서는 그에게 설 인사를 건넸더니 여직까지 도서관에서 자기와 말을 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그렇게 기뻐할줄이야! 목책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내앞에 선 그는 새해 축복을 뜨겁게 해주었다.
 
   “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분이 좋아진 그는 말이 많아졌다. 자기는 도서관에 와서 많은 자료를 베끼는데 이 목책을 유용하게 잘 쓰겠다며 몇번이나 거듭 말하였다. 이러는 그가 측은하여 후에는 인사도 스스럼없이 하고 말도 몇마디씩 걸군 하였다.
 
   집에서 도서관으로 또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것이 그의 생활의 전부였다. 베낄것이 뭐가 그리 많는지 온 종일 베끼고 또 베껴서는 그것들을 호주머니 여기저기에 잔뜩 집어 넣는다. 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이 있으면 점심도 거른채 계속 보군 했는데 어떤때는 퇴근 종소리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다가도 할말이 있으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로신동상앞에 가서 울분을 토로하거나 격정높이 연설을 하군했다.
 
    한번은 살그머니 동상곁에 다가가서 그의 연설을 들은적이 있다. 세상에! 그보다 더 훌륭한 정치가가 어디 있으며 그보다 더 말 잘하는 연설가가 또 어디 있으랴! 사회의 페단들과 부정부패를 얼음에 표주박 밀듯 얘기하는데 틀린말이 하나도 없었다. 책을 많이 보아서일가 그는 아는것도 많았는데 로신 동상과 말하는것을 빼면  모든것이 정상이였다.
 
   “로신은 하늘나라에 갔기에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마치 낯선사람 쳐다보듯 한참 뜯어 보더니 로신의 간력을 줄줄이 외우고 나서 자기는 오직 로신만 숭배하는데 그는 신선과 같기에 하늘나라에 갔어도 자기말을 다 알아 듣는다며 모든 인민이 잘살고 부강에로 나가자면 그래도 그와 말해야만 된다고 하였다.
 
   문뜩 로신의 “광인일기”에서 형이 자기를 잡아 먹으려 한다고 벌벌 떨면서 갖은 이상한 생각과 말들을 하던 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러던 몇년전의 어느날, 로신동상 앞에서 또 연설하던 그가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한 독자의 급한 웨침소리에 달려 나가보니 터진 머리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우리둘은 함께 피를 깨끗히 닦아 주고 정신을 차리자 좋은 말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만약 로신의 넋이 살아 있다면 이러는 그가 가여워 아마 많은 눈물을 흘렸으리라. 인사 한마디에도 그렇게 기뻐하는 그에게 나는 왜 빵 한쪼각, 물 한병이라도 사주지 못했을가? 후회되는 마음 금할수 없다.
 
   그런데 그후부터 도서관에 오는 차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얼마후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또 물어보면 다들 모른다고 한다. 그럼 그도 “공을기”처럼 누구도 모르는 가운데 이미 죽어 버렸단 말인가?
 
   로신은 아니 로신동상은 힘든 이 세상을 외로이 살아가는 j에게 유일한 삶의 끈이였고 정신적 지주였던것이다. 이 정신적지주가 없어지니 불쌍한 그가 그만 삶의 끈을 놓아 버렸단 말인가?
 
   작년 9월, 도서관의 락성식에 참가하였다가 새로 일떠선 멋진 청사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때의 그 희열을 무엇으로 말하랴. 마치 모진 세집살이를 하다가 새 아빠트에 든 그런 기분이였다.
 
   그런데 옥에 티라고 할가 도서관의 이런 선진적이고 우아한 환경임에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함해남을 어쩔수 없었다. 그것은 책과 붓을 들고 서있던 예전의 로신동상이 없는것이다. 원래 낡은 청사는 없어졌지만 그곳의 로신 동상만은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고 아니 그것보다 더 크고 멋진것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도서관의 지적인 분위기를 더 한층 높이고 j와같은 독자들도 모여들수 있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이 세상은 똑똑한 사람이나 정상적인 사람들만 모여사는 곳이 아니다. “아Q”나 “공을기”나 상림 아주머니” 같은 사람 또 J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도서관은, 도서관의 사서는 자신의 사회적직능과 함께 이런 사람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키워야 하며 부족한 그들도 도서관이라는 이 지식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염칠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너와 나의 이런 작은 사랑이 모여서 아름다운 세상은 만들어 지는것이다.
 
    로신동상만 세우면 그가 다시 도서관으로 달려 올것같은 생각을 때때로 하군한다. 지금 장애인 열람실도 따로 나왔으니 여기에 높은 인격과 책임감을 겸비한 사서를 안배한다면 그도 도서관에 와서 기쁘게 독서하며 자기의 인생을 즐기것이다.
 
   지난날 참으로 그들을 사랑했던가? 많이 부족했던 어제날을 깊이 반성해본다. "도서관 정문앞에 로신동상을 세웠으면." 이 아이디어가 참신한지 새관장님께 말씀드리려고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며 나는 진정 높이 웨친다.
 
   로신이여, 돌아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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