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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고독을 슬퍼하면서 즐기는 견고한 바위 같고 바다 같고 별 같고 달 같고 호수 같은 존재이다. 시인은 그 고독을 어떻게 이겨내는가를 스스로 관찰한다. 이때 시는 자신과의 대화이다. 사랑을 떠나보낸 다음의 아픈 견딤일 수도 있고, 참을성 있는 기다림일 수도 있다.“ (p.283)
<나 혼자만의 시 쓰기 비법>(푸르메. 2014) 50여 년을 시인이자 소설가로 글을 써온 작가 한승원의 시 쓰기에 관한 책이다.
책의 1부에서는 자신이 시를 쓰면서 겪었던 경험과 함께 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선의 전통이 배어있는 시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3부에서는 어떻게 시를 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4부에서는 시를 꾸미는 수사법의 종류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첫 번째 비법으로 시인으로서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들이 도를 닦듯이 수양을 해야 한다는 것. 즉 시인답게 마음을 비우고 살고, 어린아이 처럼 우주의 여러 현상과 그 내면의 뜻을 발견하고 놀라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시인의 마음이 갖추어진다면 이미 반 이상은 시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양새를 읊으면 곧 시가 되는 것이므로.” (p.8)
그와 더불어 사랑은 자신의 영원한 화두라며, 좋은 시를 쓰려면 진실로 짝사랑을 하라고 말한다.
“사랑은 영원한 화두이다. 사랑을 표현한 시 속에서, 그 사랑의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의 도달점이기도 하다.(중략) 확언하건대, 모든 사랑의 시는 진실로 사랑하는 대상이 없으면 써지지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시도 없는 것이다.” (p.28~p.29)
또한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를 판별하여 읽고, 그것을 암송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시인이 되려는 사람이 일차적으로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며, 시를 치장하는 수사법을 공부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라고 한다.
끝으로 '시 쓰기의 실제’에서 들려주는 몇 가지 비법 중 하나인 ‘파도만 보지 말고 물을 볼 줄 알아야 한다.’에 소개된 내용이다.
“바다에 가도 파도만 보고 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파도만 본다는 것은 현상적으로만 본다는 것이고, 물을 본다는 것은 본질, 실체(원래의 참모습)를 본다는 것이다. 보되 현상 아닌 본질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듣되, 현상 아닌 본질을 들어야 한다. 냄새를 맡되, 현상 아닌 본질을 냄새 맡아야 한다." (p.255)
이와 함께 그는 ‘한 주제를 가지고 연작시를 써 버릇하라‘, ’시인은 여러 계층의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 ‘시인은 꿈속에서도 시를 쓴다’고 말한다.
책은 다양한 주제를 짤막짤막한 글로 담아내고 있어 술술 읽힌다. 혹 시 쓰기에 대한 대단한 비법을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결국 시 쓰기든, 소설이나 에세이 쓰기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비법서를 읽기보다 본인이 직접 써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될 테니까. 그 보다는 우리 시대의 어른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듣는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도 좋겠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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