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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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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저 켠을 공연스레 볼 뻔하였다... 시는 시적인것.
2015년 11월 06일 22시 50분  조회:3809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5년 11월 30일 09시 29분 ]

 

 

샬럿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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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시일 수 있는 존재성

시를 최초로 접한 때를 누구나 기억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에게도 시는 한두 편 감동으로 살아남아 있다. 그 시가 어떤 시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시가 어떠하기에 인간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가하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는 중요하다. 나는 "좋은 시"와 "나쁜 시"를 가리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그러나 시로써 느낌을 주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는 다르다.
시적인 것으로 우리가 꼽는 것으로는 관습적으로 "리듬"과 "비유" 같은 것이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시는 "탄생"하고 나면 "존재"로 그 생명을 이어가는 것 같다. 시는 시인을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다. 그 어머니는 산고(産苦)를 치르며 시를 완성하는 것이다. 
물론 퇴고(推敲)의 과정을 거친다. 짧게는 작품을 발표할 때까지이지만 그 후에도 작품을 거듭하여 손질을 계속하는 경우도 왕왕 보게 된다. 이 경우 애벌레가 허물을 벗어야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리 고치를 틀고 완전한 성체(成體)를 내놓아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결과물을 비켜 나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아마도 이것은 무정란(無精卵)에서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이치와 같기 때문일 것이다.
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적인 것은 유정란(有精卵)과 같아서 만약 그것을 엄격히 지키지 않는다면 그 결과가 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은 시적인 것을 연마하고 그것을 잉태하여 시를 탄생하여야 한다. 나는 그러한 시로 아래의 두 작품을 좋은 시로 고를 수 있었다.

1) 어느 집 굴뚝이 풀어놓았을까 
소매 놓친 연기 등성일 감고 맴돌지만
살얼음이 잠근 무논 속의 산 마을
건널 수 없어
이쯤에서 스치며 지나가는데

아궁이 앞에는 누가 앉았나
저녁도 이슥해져야 한 시루
어둠을 익혀내는지
흰 머리구름 층층엔 온통 팥 빛 노을 

하루종일 밖에서 노느라 끼니때조차 까먹은
배고픈 아이들 대문 안으로 거둬들이시는
큰엄마 거기 계시는가
철새들까지
줄지어 그쪽 숲으로 날아가고 있다 -김명인, <산 아래> 전문 

2) 밤사이 폭설이 내려서 소나무 가지가 찢어지는 소리
폭설이 끊임없이 아무 소리 없이 피가 새듯 내려서 오래 묵은 소나무 가지가 찢어져 꺾이는 소리, 비명을 치며
꺾이는 소리, 한도 없이 부드러웁게 어둠 한 켠을 갉으며 눈을 내려서 시내도 집도 인정도 가리지 않고 비닐 하우스도 꽃집도 바다도 길도 가리지 않고 아주 조그만 눈송이들이 내려서 소나무가 가지에도 앉아
부드러움이 저렇게 무겁게 쌓여서
부드러움이 저렇게 천근 만근이 되어
소나무 가지를 으깨듯 찢는 소리를
무엇이든 한번쯤 견디어본 사람이라면 미간에 골이 질,
창자를 휘돌아치는
저 소리를
내 생애의 골자기마다에는 두어야겠다 ...

사랑이 찢기기 전에 꿈꾸고
사랑에 찢기기 전에 꿈으로 달라고
찢기기 전에 숨는 굴뚝새가 되어서
속삭임들을 듣는다
이 사랑의 방법을 나는 이제야 눈치채고
이제야 혼자 웃는다

눈은 무릎을, 허리를 차오르고 있다
눈은 가슴께에 차오른다
한없이 눈은, 소리도 없이 눈은
겨울보다도 더 많이 내려 쌓인다
오, 사랑이란
저러한 대적의 이력서다 -장석남, <폭설> 중에서

위의 시들은 우선 시적 시공간(視空間)이 제목에서 "산 아래", "폭설"과 같이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시인의 상상력은 시간 여행을 통해 시를 숙성시키고 있다.
1)에서 "집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산 마을"에 피어오름을 계절을 배경("살얼음이 잠근 무논 속")으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매 놓친 연기"는 시인의 추억과 직접 관련이 있다. 시인은 연기를 따라 역이동하여 "전통적 일상"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의 내용은 현재 시골 마을의 모습이라기보다 시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릴 적의 상념(想念)일 수도 있다. "아궁이 앞에" "큰엄마"가 아이들을 기다리며 저녁밥을 짓고 있는 풍경이 고옵게 떠올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자연과 인간이 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돋보인다. "노을" 속에 "철새들"까지 그 풍경 속에 그려져 있어서 그렇다.
2)에서 "폭설"이 "소나무"에 내렸다. 자연 현상을 관망하는 시인의 상상력은 소나무 가지가 꺾이는 "소리"에 주목해서 그 소리를 "내 생애의 골짜기마다에는 두어야겠다"에까지 미치고 있다. 여기에서 시인의 내면의 풍경과 일치시킨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은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시인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사랑이 소리도 없이 깊어서/나와 이웃과 나라가 모두, 인류가/사랑 아래 덮인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폭설의 소리는 "사랑의 속삭임"으로 변환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인은 계속해서 "이 사랑의 방법을 나는 이제야 눈치채고/이제야 혼자 웃는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눈은 "겨울보다도 더 많이 내려 쌓"이는데, 사랑도 "저러한 대적의 이력서"라는 것이다. 
그러면 위의 시들이 우리에게 시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생각하기에 "풍경"과 "마음"의 조화이다. 여기서 풍경은 이미지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화폭과도 같이 보여주는 서경(敍景)적 묘사일 수도 있다. 1)에서 멋들어진 비유 이미지를 사용해서 시인의 유년시절의 기억 한편을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다. 2)에서 "폭설"이라는 자연의 풍경과 "사랑"이란 내면의 풍경을 합치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단지 인상적인 풍경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인은 1)에서 비유적 시어를 통하여, 2)에서 정서의 고양을 통한 목소리로 독자에게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이때 독자는 시인의 마음과 교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순간 시가 탄생의 울음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시인의 충만(充滿)한 시정(詩情)이 독자의 마음까지 채울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에는 왜 시를 쓰는지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시는 분명 새로운 "발견" 혹은 "깨달음"의 순간적 기록이다. 그러나 그 때의 충동이 때로 후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래의 시들은 작품으로 남아 있지만 그것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충분히 시적이지 못한 경우이다. 

3) 너로 하여 세상을 밀고 가던 때 있었다
너를 의탁하여 가파른 벼랑 위에
나를 세우고, 아찔
아찔 그 어질머리에 기대 있을 때 있었다
너를 따라가던 때 너를 업고 가던 때도 있었다

너 이놈, 술 -김 00, <너> 전문 

4) 오늘따라 나팔꽃이 줄 지어 핀 마당 수돗가에
수건을 걸치고 나와
이 닦고 목 안 저 속까지 양치질을 하고서
늘 하던대로 물 한 대야 받아놓고
세수를 했던 것인데
그만 모가지를 올려 씻다가 하는 저 켠까지 보고 말았다
이때 담장을 튕겨져나온 보랏빛 나팔꽃 한 개가
내 눈을 가렸기 망정이지
하늘 저 켠을 공연스레 볼 뻔하였다 -신00, <일진> 전문 

위의 시는 한 순간의 감회를 시로 발전시킨 작품들이다. 3)에서 "너"는 "술"이고 저자는 술에 대한 애증을 한꺼번에 쏟아내려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시적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선 내용면에서 술로 "의탁"하는 상황이 전제되어 있지 못해 독자의 공감을 받기 힘들다. 형식면에서도 시어를 어느 한 구절 구사하지 못했고 시적 구성도 전혀 고려되어 있지 못하다. 따라서 시라기보다 "메모"나 "낙서"로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4)에서 우선 제목이 "일진"인데 시의 내용과 일치를 보이지 못한다. 시인은 "나팔꽃 한 개가 내 눈을 가렸기 망정이지"라고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하늘 저 켠"이 어떻단 말인가? 오히려 "보랏빛 나팔꽃"이 가져다 주는 아침의 신선함이 화자의 "세수"하는 무심한 태도로 죽어버렸다. "한 개""망정이지""공연스레"와 같은 시어들도 내용상 어색한 표현들이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시적 상황"이 독자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할 뿐이다. 시인이 "어거지" 진술로 독자의 시선을 끌려하나 독자는 그저 버거워 묵묵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를 살펴보면서 문득 느껴지는 감상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시를 선정할 때 그 작가의 잘 된 작품을 제대로 골라 소개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 그 작가는 좋지 못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아울러 시가 유행을 타서도 안 될 것이다. 오늘날 유행하는 "산문시"들은 정말 시적인 것인가? 의문을 던지게 한다. 물론 잘 된 산문시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산문과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현대시가 낭만주의 시와 다르게 시인의 개성에 어느 부분 지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가 시답지 못할 때 그것은 분명 시인의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시가 시적인 것을 찾아 다시 회귀(回歸)할 것을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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