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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서정적줄거리 만들기
2016년 01월 09일 04시 22분  조회:4158  추천:0  작성자: 죽림

서정적 줄거리 만들기

 


이와 같이 환유적 어법이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는 것은 시인이나 자신의 대리자(agent)를 등장시켜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시를 쓰려면 먼저 그런 이야기를 할 화자와 그가 등장할 배경, 말하는 태도를 미리 결정해야 합니다. 
우선 화자부터 차례대로 알아보기로 합시다.


 화자의 설정

화자는 단지 시인을 대신해 작품 속에서 이야기하는 존재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그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그를 중심으로 조직되기 때문에 화제에 어울리는 인물로 설정했느냐 여부가 곧 그 작품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화자에는 어떤 유형이 있으며, 각 유형의 화자는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가를 알아봐야 합니다. 우선 화자와 시인과의 관계에 따라서는 <자전적 화자(自傳的話者)>와 <허구적(虛構的) 화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시인 자신이 작품 속에 직접 등장하는 화자를 말하고 후자는 화제에 따라 시인이 꾸며낸 화자를 말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자전적 화자도 허구적 화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일기(日記)나 소설을 쓸 때에 비교해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일기는 사실대로 쓴다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한 일 가운데 중요한 것만 골라 쓰고,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그랬던 것처럼 꾸며 씁니다. 반대로 소설은 전체를 꾸며 쓴다고 생각하지만 애인과 떠나기로 정하는 여행지는 대학생 때 가본 곳이고, 둘이 앉아 한 잔하는 곳은 직장 동료들과 드나들던 술집 풍경을 조금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자전적이냐 허구적이냐는 기준은 실제 시인과 얼마나 닮았느냐에 따라 나눈 상대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시인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는 자전적 화자를 택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이나 현실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운 화제를 이야기하려 할 때는 허구적 화자를 채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는 김윤성이나 오탁번의 작품을 통해 살펴봤으니 허구적 화자의 예만 살펴보기로 합시다.

새벽 세시 반
몰래 샤갈의 방문을 연다
그때 
벽에 걸린 램프를 잡는 
바람의 흰 손이
반쯤 내 눈을 가리고
반쯤 내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고양이의 
한쪽 눈 속에 기울어지는 수평선
일렁이는 등대 불빛
기울어지는 술병 속에
떨어지는 암보라의 꽃잎
샤갈의 머리맡
재떨이 언저리로 모여든
어두운 바다에 떠내려온
한 알의 레몬을 건져내는 
내 손이 
심한 해일에 밀려난다.
- 김여정(金汝貞), 「레몬․1」에서

이 작품에서 화자는 ‘새벽 세시 반/몰래 샤갈의 몰래 샤갈의 방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바람의 흰 손’이 내 눈을 가리고, ‘어두운 바다’에서 떠내려온 ‘레몬’을 건지려고
하다가 ‘심한 해일’에 ‘손’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화자는 시인 자신이
아니라 시인의 무의식 속에 담긴 그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허구적으로 창조한 화자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전적인 화자를 등장시키면 독자들은 그게 시인이든 아니든 시인으로 받아들이고
공감하기가 쉽습니다. 반면에 시인이 자신의 인격을 걸고 말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화제의 폭이 그만큼 제한됩니다. 반대로 허구적 화자를 택하면 
 


ⓐ님은 주무시고
나는 
그의 벼갯모에 
하이옇게 수놓여 날으는
한 마리의 학이다.

그의 꿈 속으 붉은 보석들은 
그의 꿈 속의 바다 속으로
하나하나 떠러져 내리어 가라앉고

볼수록 넓은 벌의
물빛을 물끄러미 드려다 보며
고개 수그리고 박은 듯이 홀로 서서
긴 한숨을 짓느냐. 왜 이다지!
- 「님은 주무시고」에서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
…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 「자화상(自畵像)」에서

특별한 분석을 가하지 않아도 ⓐ는 여성화자를 선택하고, ⓑ는 남성화자를 택했다는 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는 개인적인 사랑을 다루는 반면에, ⓑ는 일제(日帝) 시대의 가난한 서민 계층의 문제, 다시 말해 공적․사회적 화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 ⓐ는 님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벼갯모’를 나는 ‘학’으로 비유하면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반면에, ⓑ는 세상 사람들이 비웃어도 ‘뉘우치지’ 않겠다는 능동적이고 저항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법과 어휘와 리듬의 선택도 화자의 성에 따라 달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성화자를 채택한 작품에서는 직설적인 어법을 택하고, 어휘도 일상적이고 의미 중심으로 사용하는 반면에, 여성화자를 택한 작품은 은유적이고 장식적이며, 겉으로 하는 말과 속으로 하는 말이 다른 아이러니의 어법을 택하고, 어휘도 ‘하이옇게’, ‘수놓은’, ‘학’, ‘보석’과 같은 장식적이고 감각적인 어휘들을 택하고 있습니다.

리듬과 행과 연의 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화자를 택한 작품은 자유분방한 성격이 살아나도록 각 행의 길이가 불규칙한 자유율을 택하고, 여성화자를 택한 작품은 각 행을 짧고 가지런하게 잡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작품의 의미적 국면에서부터 조직적 국면까지 화자의 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시인이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입장에서 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정적 줄거리가 완성된 다음에는 화자의 성과 연령과 신분에 맞도록 전 조직을 재조정해야 합니다.

■ 배경의 설정

이렇게 화자를 결정한 다음에는 그를 <언제>․<어디>에 등장시켜야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과 공간은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의 성격(character)을 만들어내고, 이야기의 전개 방향을 암시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옛날 옛적 깊은 산 속에 나이 많은 처녀가 살았다’로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합시다. 이 때, ‘옛날 옛적’이라는 불특정한 시간은 어느 시대나 존재하는 보편적 이야기임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깊은 산 속’이라는 공간은 ‘나이 많은 처녀’와 결합하여 결혼하고 싶지만 주변에 마땅한 총각이 없음을 암시합니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아, 이 이야기가 결혼에 관한 이야기구나’ 하고 계속 읽을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배경은 작중 인물의 가치관이나 심리 상태를 은유하고, 그 인물의 욕망을 조장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기능은 다음 작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밤비가 내리네
어둠을 흔들며 조용히 내리네

그리움이 늘어선 언덕에
마른 수수잎 소리가 들리네

아련한 파도 소리
고향집 울타리에 철석이는데

낮닭 우는 소리도
가슴에 차오르네.
- 차한수(車漢洙), 「손․47 : 고향」 전문

이 작품에서 화자는 상상적으로 귀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조용조용 내리는 ‘밤비’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조용히 내리는 비나 눈, 곱게 번지는 노을, 어둠 등은 언제나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에서 밤비가 이런 역할을 한다는 것은 배경을 대낮이나 폭풍우 치는 밤으로 바꿔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대낮으로 바꾸면 화자가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고, 비오는 밤으로 바꾸면 고향으로 떠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배경의 유형은 <중성적 배경(natural setting)>과 <기능적 배경(functional setting)>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성적 배경은 작중 인물이 등장하는 무대 구실만 하는 배경을 말하고, 기능적 배경은 위 작품처럼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은유하거나 어떤 행위를 조장하고 억제하는 배경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시를 쓸 때는 반드시 기능적 배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능적 배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채택한 화제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화제가 초현실적인 것일 때는 배경을 구성하는 사물에게 초능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무들이 말을 한다든지,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오고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화제에 초현실적인 배경을 결합시키면 물활론(物活論)을 믿지 않는 현대인들에게는 동화처럼 보여 사실감(reality)입니다.

일상적인 화제를 택할 때는 그 주제에 관계없는 것들은 모두 삭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풍경을 통해서도 말해야 합니다. 다음 작품은 화자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작중 풍경만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강 왼쪽에 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눈부시고 나는 강 오른쪽에 있다. 햇살은 푸르고 하늘은 눈부시고 그의 오른발이 강물 속에 있다.
눈부신
햇살이 건너오고 
나의 왼발이 강물 속에 있다. 왼발을 보며 그가 웃는다. 물결은 떨리는 그의 웃음을 밀어오고. 나의 왼발은 떨리는 그의 시선을 비끼며 마구 달아난다. 빠알갛게 물드는 나의 왼발이 떨리어 온다. 오른발을 향하여 내가 웃는다.
그냥
그렇게
강물은 흘러간다. 나의 왼발과 그의 오른발은 흘러간다. 오른발을 느끼며 내가 운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눈부시고 왼발을 느끼며 그가 운다.
-현희(玄姬), 「강 왼쪽 강 오른 쪽」에서 

우리는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면 인생이 덧없이 흘러간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멋있는 일이 있을 텐데 나는 지금 무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시인도 그런 생각을 강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배경이 된 그 강가에는 줄지어 선 미루나무들도 있을 테고, 간혹 까치들이 날아와 깍깍거릴 수도 있고, 뒤쪽으로는 조그만 마을이 다소곳이 엎드려 있을 테고, 강물에서 물고기들이 퍼득거리며 뛰어오를 텐데, 이런 것들을 모두 삭제하고, 눈부시게 푸르른 ‘햇살’과 ‘하늘’만 그리고, ‘강물’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날씨에 비해 자신이 너무 쓸쓸하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이 일상적인 화제의 배경은 테마를 부각시키는 데 필요한 것들만 고르고, 그를 통해 화자의 심정을 은유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합니다. 반면에 특수한 순간의 심리적인 상황을 다루려 할 경우에 배경은 화자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게 보이도록 조직해야 합니다. 
다음 작품은 이런 점을 아주 잘 고려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방엔
천개의 의자와
천개의 들판과
천개의 벼락과 기쁨과
천개의 태양이 있습니다
당신의 방엘 가려면
바람을 타고
가야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아마 당신의 방엔
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새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이승훈(李昇薰), 「당신의 방」

이 작품의 화제는 ‘당신’으로 표상되는 연인 또는 절대자에게 도달할 수 없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에는 ‘천개의 의자’와 ‘들판’과 ‘벼락과 기쁨’과 ‘태양’이 있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야만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이 비일상적인 배경을 제시한 것은 독자들에게 화자가 처한 상황이나 정서 상태가 정상적이 아니며, 또한 ‘당신’ 역시 일상적인 당신이 아님을 유의하여 읽으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이 배경을 화제에 맞춰 구성하려면 그 배경을 이루는 시간과 공간의 원형적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원형에 대한 이론은 매우 복잡하니 좀 더 간한다게 요약해 드릴까요?

ⅰ)하루의 주기
○ 빛의 시간 - 이성이 지배하는 시간, 남성적 성격, 노동, 
○ 어둠의 시간 - 감성이 지배하는 시간, 여성적 성격, 휴식
○ 경계의 시간 - 이성과 감성이 교차되는 시간, 중간적 성격, 준비

ⅱ)계절
○ 봄 : 감성의 계절, 여성적 성격, 순진, 화사, 희망-청년기
○여름 : 이성의 계절, 남성적 성격, 정열, 낭만, 노동-장년기
○가을 : 감성의 계절, 여성적 성격, 성숙, 고뇌, 우울-노년기
○겨울 : 이성의 계절, 남성적 성격, 정지, 좌절, 엄숙, 절망-죽음
ⅲ)공간
○열린 공간 : 남성적 성격, 
○닫힌 공간 : 여성적 성격
○경계의 공간 : 양성적 성격

프라이(N. Frye)의 설명에 의하면, 이와 같이 계절과 하루의 주기와 공간에 의해 환기되는 정서가 다른 것은 원시시대부터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에 자연 현상에 대해 은유적으로 해석해온 것이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둠의 시간을 여성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낮 동안의 활동을 중지하고 자기 생활을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비극적 리비도(tragic libido)’가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화제에 따라 화자를 선택한 다음에는 시간과 공간을 설정하되, 실제로 작품을 쓸 때 다 표현하지 않더라도 화자의 성 신분 연령 심리 상태에 따라 계절과 하루 가운데 어느 때로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공간에 내세울 것인가, 그 공간 안에는 어떤 것들을 등장시킬 것인가를 면밀히 설계한 다음 쓰기 시작해야 합니다.
자아, 문제 하나 낼까요? 우울한 사랑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쓰려고 합니다. 어떤 화자를 어떤 시간과 공간 속에 등장시켜야 할까요? 그리고, 계절은 언제로 잡고, 날씨는 어떤 날로 잡는 게 좋으시겠습니까?

■ 거리와 어조 설정

이렇게 화자와 배경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화자의 <심리적 거리(psychi-cal distance)>와 <어조(tone)>를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적 거리란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말합니다. 그 유형으로는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비교적 가까운 거리-조절된 거리-비교적 먼 거리-지나치게 먼 거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거리는 앞에서 살펴본 초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거리와 어조는 화자의 인생관 내지 세계관, 화제나 청자에 대한 생각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화자의 성, 연령, 신분 및 화제와 청자의 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 가운데 성에 따른 것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ⅰ) 화자의 태도와 거리 : 남성화자는 대상과의 관계를 초월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이성적(理性的)・능동적(能動的)으로 대처하고, 여성화자는 대상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감성적(感性的)・수동적(受動的)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설정합니다. 따라서 남성화자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 여성화자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로 설정해야 합니다.
ⅱ) 어조와 문체 : 남성화자는 기능적이고 소박한 어휘를 택해 자유분방하거나 장중한 어조로, 여성화자는 섬세한 어휘를 택하여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가변적인 어조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권유에 섭섭해하는 여성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남성편에 서서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프로이트나 융 같은 분석심리학자들의 주장과, 그들의 견해가 너무 남성중심이라며 비판한 길리건(C. Gilligan)을 비롯한 여성심리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해서 만든 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까요? 길리건의 주장에 의하면, 남성은 대상과 자신의 관계에서 독립하여 <시비(是非)의 윤리(ethic of right or wrong)>에 의해 행동하고, 여성은 관계를 중시하면서 <아낌의 윤리(ethic of care>에 의해 행동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여성이 확실히 남을 아끼고 배려할 줄 압니다. 그리고 길리건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는 매사를 따지기를 좋아하여 이 세상을 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남성들보다 여성이 훨씬 훌륭하다는 걸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시비를 잘 따지는 사람과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옳고 그름은 자기와의 관계를 초월하여 판단하고 행동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런 것을 잘 따진다는 것은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 스스로 따지려 덤빈다는 것은 능동적임을 의미하지요? 그렇습니다. 분석심리학이나 여성심리학의 결론은 달라도 같은 심리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 것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지만 문학작품의 인물은 특정인의 개별적인 성격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우리 관념 속에 숨어 있는 보편적 인간상을 겨냥하는 것으로서, 설혹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에 가까워질수록 리얼리티가 강화됩니다. 더욱이 특별한 성격을 설명할 장치가 없는 시에서는 보편적인 성격을 겨냥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화자가 시적 대상과 청자를 어떻게 인식하며, 누가 우위(優位)이고, 담화의 장(場)에 청자와 함께 있느냐 여부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 작품을 읽고 확인해보기로 할까요?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마세요.
그리고 나의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답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이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이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국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신석정(辛夕汀), 「님의 침묵」에서

이 작품의 지향성은 청자지향형입니다. 그리고 화자는 사춘기로 접어드는 소년이고, 청자는 어머니이고, 화제의 내용은 어머니에게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촛불을 켜지 말아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화자의 발언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자연물을 가까운 거리를 취하면서 인격체로 본다는 점이며, 그러면서도 ‘촛불’을 켜지 말라는 부탁에 나름대로 이유를 대며 논리적으로 말하고, 또한 매우 섬세하고 감성적인 어조로 말하고 있다는 점입이니다. 예컨대, 첫머리의 촛불을 켜지 말라는 부탁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직 어둡지 않으니 켜지 말라는 게 아니라 지는 해가 ‘섭섭해’할 것이라고 배려하고 있습니다. 또 그냥 저녁 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저 재를 넘어가는 엷은 광선들’이라고 섬세하게 수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사물들을 물활적으로 보는 것은 화자가 아직 어린 소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 말하는 것은 어리긴 하지만 남성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작품은 적어도 두 행 이내에서 문장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존대법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문장을 짧게 조직하는 것은 부탁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고, 존대법을 구사한 것은 청자인 어머니가 자기보다 상위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화자가 청자보다 하위일 때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애원․청원․부탁의 어조로 말합니다. 그리고 직접 말하기 어려운 화제일 때는 반어법이나 역설을 구사합니다. 이와 반대로 상위일 때에는 비교적 먼 거리를 취하면서 명령․금지․야유․비판의 어조와 직접 어법을 구사하고, 평어체를 택합니다. 비판의 어법에 대해서는 다음 장인 ‘엇갈려 말하기’에서 말씀드릴 예정이니 이렇게 줄거리를 세운 것을 환유적 어법을 이용하여 시로 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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