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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념의 기(旗) 김남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 없는 것모양 걸려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가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래펄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정념의 기, 정양사, 1960> 작자 소개 김남조(金南祚: 1927 - ) 대구 출생. 서울대 사대 국어과 졸업. 숙명 여대 교수, 1951년 첫 시 집 '목숨'으로 등단. 종교적인 심성으로 인간의 사랑과 인내, 신의 은총 등을 노래. 40 년대 노천명의 뒤를 이은 50년대의 여류 시인. 시집 '풍림(楓林)의 음악'(1963), '사랑 초서'(1974), '동행'(1980), '바람 세례'(1988) < 깨어나소서 주여>(1989), <그리움처럼 빛처럼>(1989), <겨울꽃>(1990), <믿음을 위하여>(1991) 등이 있음 작품 경향 : 김남조 시의 정신적 지주는 카톨릭의 사랑, 인내,계율이다. 따라서 , 거의 모든 작품은 짙은 인간적인 목소리에 젖어 있으면서도 신에 대한 은총과 인간의 사랑, 그리고 밝고 경건한 삶에 대한 예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법 상으로 보아 관심을 끄는 것은 리듬이다. 그의 시는 대부분 시행의 자유로운 배열로 형성되는데 그 형성이 우아하고 유연한 리듬으로 정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이미지보다는 의미가 강조된 그의 언어가 생생한 생명력을 지니는 것도 언어를 꿰뚫는 리듬 때문이다. 요점 정리 성격 종교적, 기원적 심상 시각적, 비유적, 상징적 심상 어조 고독, 고뇌, 비애를 극복하려는 기원 표현 직유와 상징에 의한 표현 주제 순수한 삶에 대한 열망과 종교적 기원 구성 : 제1연 - 약하고 고독하며 번민하는 존재로서의 자신 제2연 - 인간이기에 겪어야 할 한계 - 혼란, 열기 : 번민, 갈등, 욕망 등 제3연 - 인간세계로부터 음악세계로 나아감(평화, 안정) 제4연 - 내면세계의 평화를 성취하고 싶은 마음 -고요히 다스리는 내면세계의 평화를 성취하는 일 제5연 - 단순한 애정의 대상자가 아닌 모랫벌 같은 마음씨를 가진 벗을 찾음 - 벗 : 번뇌, 열정으로부터 초탈한 존재 제6연 - 1연 1행의 반복(소망의 강조) 제7연 - 소망의 경지에 가기 위해 울기도 하고 기도하기도 하는 나 어휘와 구절 보이는 이 없는 시공에/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 아무도 '나(기)'를 보아 주지 않는 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홀로 자신의 고독을 느끼면서, 신의 존재 앞에 자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 왔다는 의미로 신 앞에 단독자로 서 있는 고독한 시적 자아의 자성(自省)의 자세를 보여 준다. 스스로의/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비애를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번민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암시한다. '혼란'은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열기'는 신에 대한 투명한 의식을 가로막는 인간적인 욕망을 암시. 순수한 인간적 삶을 위한 깊은 애정. 나에게 원이 있다면/뉘우침 없는 일몰이 ; '내'가 희구하는 것은 뉘우침이 없는 시간 내지는 세월이나 순수한 삶이라는 의미이다. 즉 뉘우침이 없는 하루하루가 꽃잎처럼 쌓이는 삶,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벗은 없을까. ; 순수한 삶을 갈망하는 내가 진실로 믿고 의지할 만한 깨끗하고 순결한 마음을 지닌 존재는 없는 것을까하는 의미이다. 때로 울고/때로 기도드린다. ; 신에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 구절로 자신의 인간적인 한계에 대한 절망 때문에 울고, 신에 의한 구원을 갈구한다는 의미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마음 속에 움직이는 갈등, 번민을 넘어서서 영혼의 순수함과 평화를 얻고자 하는 소망을 노래한 시이다. 마음을 깃발이라는 구체적 사물에 비유하여, 간절한 소망과 기도의 자세를 가시적(可視的)으로 형상화했다. 김남조의 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주제는 `사랑'이다. 초기시에서는 섬세한 감성과 정감으로 사랑의 그리움을 노래하는 작품이 많았고, 후기시에 와서는 종교적 성향이 짙어지면서 사랑의 의미를 지상적(地上的)인 것에서 보다 근원적, 초월적인 방향으로 심화시키는 쪽으로 변화했다. 위의 작품에는 이러한 후기시로 옮겨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이 작품에서 시상의 주축이 되는 두 요소는 `스스로의 / 혼란과 열기'라는 구절과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 고요한 꽃잎인 양 쌓여가는 / 그 일'이라는 구절 속에 담겨 있다. 앞의 것이 인간 존재의 욕망, 번민, 갈등에 해당한다면, 뒤의 것은 이러한 것들을 고요하게 다스리고 고요한 내면 세계의 평화를 성취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의 마음을 은유하여 표현한 기(旗)는 바로 이러한 긴장 관계 속에서 앞의 요소들을 극복하고 후자의 경지로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의 모습이다. 따라서 이 작품이 노래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일반적인 연가(戀歌)의 님과 달리 뜨거운 애정의 상대자가 아니라 모든 열정으로부터 초탈한 마음을 지닌 벗이다. 즉 열정을 초월하고, 지극한 비애조차도 잔잔하게 다스려서 `맑게 가라앉은 /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에까지 도달한 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경지가 곧 이 작품이 지향하는 궁극적 지점이다. [해설: 김흥규] 김남조의 시는 수직·수평의 구도가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나무, 기둥, 깃발' 등이 그것이다. 이 시에서는 깃발을 통해 화자의 의식이 드러나고 있다. '기(旗)'는 이중성을 지닌다. 지상에 박혀 있으면서도 하늘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지상은 한계 상황이고 하늘은 자유의 공간이다. 인간이 지상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숙명이다. 그런데도 지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내부에 존재하는 것도 인간 조건이다. 이런 인간 존재의 모습을 '기'로 표상한 것이다. 제목의 '정(情)'과 '염(念)'은 이런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데, 인간적 삶의 모습이 '정'이라면 '염'은 초월적 삶의 모습이다. 인간적 고뇌와 초월에의 기도를 함께 지니고 살아가는 화자는 그대로 '정념의 기'가 되는 셈이다. 이 시의 기독교적 성격도 이런 구도 속에 형상화되는데, 기도와 인고의 성숙한 모습은 하늘을 향한 끊임없는 지향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자는 하늘에 쉽게 도달하려는 염원을 가지지 않느다. 꽃잎이 쌓여 가듯, 비애가 무겁게 가라앉듯, 하나씩 쌓아 가며 마침내 하늘에 도달하려고 한다. 그 속에는 수없는 눈물과 기도가 쌓여 간다. 그리하여 깃대도 더욱 단단해져 간다. 김남조 시의 기도와 고독, 인내의 모습은 이런 구도 속에서 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을 사랑과 염원의 깃발로 표상하고 있다. 붙박인 푯대 끝에서 먼 곳을 향해 가냘픈 기폭을 나부끼고 선 존재, 바라보는 곳은 아득히 멀고, 나를 바라보는 이가 없는 허허로운 공간에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나부끼고 있다. 정념의 대상은 멀기만 하고 나는 알아줄 이 없는 고독한 모습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치솟아 오르는 정념의 열기는 스스로만 타 가눌 수 없다. 눈 오는 거리에 서면 아득히 그늘이 드리워지고 마음은 안식에 젖는다. 눈이 자아내는 고요와 안식과 서정의 분위기에 젖기도 한다. 뉘우침 없이 종말을 맞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군가 보아주지 않아도 내면에 가득히 쌓아 올린 순결한 그리움, 차곡차곡 쌓인 애뜻한 고독감, 그것은 꽃잎처럼 쌓여 가는 일몰(日沒)의 광경과 같으며, 그것이 유일한 소망이다. 비애감에 젖어 있는 사람, 명랑하지 않지만 성숙한 슬픔의 소유자, 그 맑은 애상(哀傷)을 간직한 사람이 있으면 벗으로 사귀고 싶다. 나는 정념으로 나부끼는 깃발. 보는 이 없어도 나대로 고뇌하고 기원하며, 고통으로 울기도 하고 때로 순결한 영원을 간구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리기도 하는 나의 고독한 실존.('한국 현대시 제대로 읽기'. 송승환) |
김남조(金南祚)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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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인의 냉철한 작가 정신과 표절 논란 뒤에 숨은 신경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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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복제마저 용납하지 않는 작가 vs 창피를 모르는 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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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남조는 최근 ‘예술의 기쁨’ 개관식 겸 ‘제29회 김세중조각상’시상식에서, “나는 60년 동안 900편의 시를 썼지만, 그 어느 한 구절도 지금에 다시 쓰면 안 된다”며, “남의 작품을 따다 쓸 때 ‘표절’이라 해서 그의 문학은 끝나고, 세상에서 말하는 절도행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기 글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작가로서, 이 사태를 묵과하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 공식 태도를 밝힌 것이다. 자기복제마저 용납하지 않는 강직한 작가 정신을 보임으로써 후배 작가들의 본보기가 될법한 발언이다. 다만, 신경숙이 그의 말을 새겨들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기쁨을 아는 몸”을 표절했으니 이제 “부끄러움을 아는 몸”이 되어야 하는 게 맞는 순서가 아닌가. 침묵하는 문화권력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은 지난 15일, '신경숙 표절 사태와 한국문학의 미래'를 주제로 끝장 토론회를 열었으나 '창비'와 '문학동네'는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 '문학동네'는 신경숙의 작품을 가장 많이 출판해 낸 곳이다. 지난 6월, 신경숙의 표절 행위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낸 비평가들에게 사전 협의도 없이 지상 좌담회를 제안했다 거절당한 후 더이상 성찰이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지상 좌담회 제안은 역시 “정치적 쇼”일 뿐이었다는 냉소만 키웠다. 신경숙과 창비, 문학동네의 반성을 촉구하는 문학계
하지만 문학계 반응은 직설적이고, 날 섰다. 신경숙이 인기 작가인 만큼 표절 시비를 더 확실히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신경숙이) 작가 개인으로서 표절을 인정하고 절필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신경숙의 작품이 이미 30여 개국에 번역돼 있는 만큼, 그의 표절 문제를 묵인하는 건 한국 문학의 수준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어 조정래 작가도 "운동선수만 은퇴가 있는 게 아니라, 예술가도 '아 도저히 능력이 안 되겠다' 싶으면 깨끗이 돌아서야 한다”며 신경숙의 절필을 촉구했다. 가려져 있던 표절 의혹
신경숙의 단편 '전설'의 일부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번역본을 표절했다는 이응준의 주장은, 많은 이들이 의혹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누가 썼는지도 기억 안 나는 글을 몇 문장이나 거의 그대로 외우고 있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신경숙의 글을 좋아했던 독자들의 배신감과 분노를 읽지 못하고, '전설'을 출판한 ‘창비’는 "몇몇 유사성을 근거로 표절 운운은 문제가 있다.", “('전설'과 '우국' 중에) 굳이 따진다면 신경숙 작가가 오히려 더 낫다”는 황당한 입장을 발표해 환멸을 키웠다. 진실을 철저히 조사하기보단, 출판사의 매출을 지탱하는 스타 작가를 두둔하는 쪽을 택하며 작가와 출판사의 자정 능력을 믿는다 신경숙의 표절 논란을 이대로 잠잠해지지 않길 바란다. 문학계 대선배들과 평론가들의 날카로운 비판의 소리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표절은 범죄 행위이며, 표절로써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도 독자들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창비'와 '문학동네'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와 작가들도 표절을 방지하고 근절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독자들은 조금 부족하고 수수해도 다른 누군가의 문장을 베낀 것이 아니라, 그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개성 있는 글을 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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