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현대詩史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다...
2016년 01월 09일 04시 39분  조회:3843  추천:0  작성자: 죽림
 

 서정주 ‘冬天(동천)’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은 시리다. 문득 궁금해진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왜 한천(寒天)에 사랑의 일과 사랑의 언약과 사랑의 얼굴을 심어 두었을까. 손바닥으로 쓸어보아도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그곳에 왜 하필 사랑을 심어 두었을까. 매서운 새조차 ‘비끼어 가’는 사랑의 결기를 심어 두었을까. 

생심(生心)에 대해 문득 생각해본다. 처음으로 마음이 생겨나는 순간을 생각해본다. 무구한 처음을, 손이 타지 않아서 때가 묻지 않은 처음을. 부패와 작파가 없는 처음을. 신성한 처음을. 미당이 한천을 염두에 둔 것은 처음의 사랑과 처음의 연민과 처음의 대비와 처음의 그 생심이 지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심어 놨’다고 한 까닭도 생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는다는 것은 생육(生育)한다는 것 아닌가. 여리디 여린 것, 겨우 자리 잡은 것, 막 숨결을 얻은 것, 젖니 같은 것 이런 것이 말하자면 처음이요, 생양해야 할 것들 아닌가. 미당은 초승달이 점점 충만한 빛으로 나아가듯 처음의 사랑 또한 지속되고 원만해지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당의 시에는 생명 없는 것을 생장시키는 독특한 영기(靈氣)가 서려 있다. 그는 시 ‘첫사랑의 詩’에서 ‘초등학교 3학년때 /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 너무나 좋아해서요. /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 국화밭에 놓아 두곤 /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돌을 주워 와서 물을 주어 길렀듯이 이 시에서도 미당은 ‘고은 눈썹’을 생장시키는 재기를 보여준다. 

미당의 시에는 유계(幽界)가 있다. 그는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라며 황홀을 노래했지만 그는 우주의 생명을 수류(水流)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흘러가되 윤회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운행에서 그는 목숨 받은 이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노래했다. 목숨 없는 것에는 목숨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미당의 시의 최심(最深)은 삶 너머의 이승 이전의 유계를 돌보는 시심에 있다. 이 광대한 요량으로 그는 현대시사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았다. 

(문태준·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42 동시인 - 김성룡 2015-03-15 1 3677
241 시인 - 허동식 2015-03-15 1 4256
240 시인 - 천애옥 2015-03-15 0 4063
239 시인 - 리승호 2015-03-15 0 3882
238 동시인 - 윤동길 2015-03-15 0 4297
237 시인 - 고 허흥식 2015-03-15 1 4209
236 시인 - 홍용암 2015-03-15 0 4477
235 시인 - 리홍규 2015-03-14 0 3895
234 시인 - 리창현 2015-03-14 0 3804
233 시인 - 홍군식 2015-03-14 0 3999
232 시인 - 김선희 2015-03-14 2 3724
231 시인 - 황춘옥 2015-03-14 0 3924
230 시인 - 허련화 2015-03-14 0 3417
229 詩의 革命...! 과 詩의 革命...? 2015-03-14 0 3562
228 시인 - 박명순 2015-03-14 1 3836
227 시조의 제5의 변혁은 숙제... 2015-03-14 0 3937
226 시인 - 오정묵 2015-03-14 0 4780
225 시인 - 백진숙 2015-03-14 0 3970
224 시인 - 김영애 2015-03-14 0 4173
223 시인 - 김춘택 2015-03-14 0 4287
222 시인 - 최강 2015-03-14 0 3890
221 시인 - 박성훈 2015-03-14 0 4413
220 시인 - 남철심 2015-03-14 0 3900
219 시인 - 박운호 2015-03-14 0 4532
218 시인 - 김기덕 2015-03-14 0 4382
217 시인 - 리태학 2015-03-14 0 5061
216 시인 - 김인선 2015-03-14 1 4467
215 시인 - 김성우 2015-03-14 0 4104
214 시인 - 고 리명재 2015-03-14 0 3859
213 <<두만강여울소리>>는 영원히... 2015-03-14 0 3886
212 시인 - 리문호 2015-03-13 0 4587
211 시인 - 박설매 2015-03-13 0 3555
210 시인 - 고 김정호 2015-03-13 0 3969
209 시인 - 신현철 2015-03-13 0 4423
208 시인 - 고 김태갑 2015-03-13 0 4013
207 시인 - 한동해 2015-03-13 0 3333
206 시인 - 김경석 2015-03-13 1 4638
205 시인 - 황상박 2015-03-13 0 3795
204 시인 - 리해룡 2015-03-13 0 3836
203 시인 - 심정호 2015-03-13 0 4692
‹처음  이전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