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철학서, 력사서 한권을 압축해 시 한편을 쓰라...
2016년 01월 10일 03시 03분  조회:4643  추천:0  작성자: 죽림

연장論 [마지막 연]

 

                             최영철

 

몽키 스패너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이스 프라이어의 꽉 다문 입술로

오밀조밀하게 도사린 내부를 더듬으며

세상은 반드시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제나름으로 굳게 맞물려 돌고 있음을 본다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우리의 건강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절단하고 헤쳐놓지 않으면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

 

 

 

타일 벽 [앞 2연]

 

                                주강홍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난다

반듯한 네 귀들이 날카롭게 모진 눈인사를 나누고

같은 방향 바라보며 살아가라는 고무망치의 등 두들김에도

끝내 흰 금을 긋고 서로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붙박인 모서리 단단히 잡고 살아야 하는 세월

화목이란 말은 그저 교과서에나 살아 있는 법

모와 모가 만나고 선과 선이 바르게만 살아 있어

어디 한구석 넘나들 수 있는 인정은 없었다

이가 딱 맞다

 

 

나사 [전문]

 

                                  송승환

 

산과 산 사이에는 골이 흐른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골과 왼쪽으로 돌아가는 산이 만나는 곳에서는 눈부신 햇살도 죄어들기 시작한다 안으로 파고드는 나선은 새들을 몰고 와 쇳소리를 낸다 그 속에 기름 묻은 저녁이 떠오른다 한 바퀴 돌 때마다 그만큼 깊어지는 어둠 한번 맞물리면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떠올랐던 별빛마저 쇳가루로 떨어진다 얼어붙어 녹슬어간다

 

봄날 빈 구멍에 새로운 산골이 차 오른다

 

 

 

▣ [연장論]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고 [타일 벽]은 2003년 계간 {문학과 경계} 신인상 공모 당선작이며 [나사]는 2003년 계간 {문학동네} 신인상 공모 당선작입니다.

 ◦ 3편 다 '충격'과 '감동'의 차원에서는 운위하기 어렵고, 결국 '깨달음'을 지향하는 시라고 여겨집니다.

  - [연장論]은 건설현장의 공구를 소재로 삼은 시인데 궁극적으로는 이웃과의 연대와 화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 많이 배웠건 많이 가졌건 제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무인도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 인간의 결국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이타적인 삶을 살지 않으면 고립되고 만다는 주제가 숨겨져 있습니다.

  - 우리 각자가 이 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연장의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주제도 유추해볼 수 있지요.

 

 ◦ [타일 벽]을 쓴 사람은 건설회사 사장입니다.

  - 그래서 이 분이 쓴 시는 다 현장성이 두드러집니다.

  - 타일을 의인화한 이 시는 공사현장에서 펼치는 인생론입니다.

  - 욕실 타일 벽 공사를 하면서 시인이 깨달은 것은 고무망치의 두들김에도 "흰 금을 긋고 서로의 경계를 늦추지 않는" 타일의 저항과 "붙박인 모서리 단단히 잡고 살아야 하는 세월"의 의미입니다.

  - 공사현장에서 타일 벽은 이가 딱 맞아야 하지만 우리 인생이란 것이 어디 그렇습니까.

  - 때로는 언밸런스이고 때로는 뒤죽박죽이고 때로는 오리무중이지요.

  - 하지만 타일 벽이 그래서는 안 되지요.

  - 규칙과 규율을, 감독과 관리의 세계에 있습니다.

  - 그래서 시는 제4연에 가서 역전을 시도합니다.

 

 

낙수의 파형(波形)만 공간 가득하다

물살이 흔들릴 때마다 욕실 속은 쏴아쏴아

실금을 허무는 소리를 낸다

욕실을 지배하는 건

모서리들끼리 이가 모두 딱 맞는 타일 벽이 아니었다

 

 

▣ 이가 모두 딱 맞는 타일 벽에 반항하려고 욕실의 물살이 "쏴아쏴아/실금을 허무는 소리"를 냅니다.

 ◦ 세상 너무 모나게 살 필요가 없는 법, 때로는 두루뭉실하게, 때로는 비스듬하게 살아가자고 시인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송승환의 시는 나사의 의미를 확장하여 당선작이 되었습니다.

  - 시인은 사물의 본질을 파고들어 미세하게 그려내기도 하지만 내포(內包)보다는 외연(外延)을 지향하기도 합니다.

  - 이미지 연상작용은 초현실주의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송 시인은 그 기법을 멋지게 사용하여 독자에게 깨달음을 줍니다.

  - 나사는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화두가 되었던 것입니다.

  - 나사의 사전적인 의미 고찰에 머물지 않고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갖추었기에 그는 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안다는 것과 깨닫는다는 것은 다릅니다.

 ◦ 앎은 지식의 영역이고 깨달음은 지혜의 영역입니다.

  - 시는 우리에게 충격과 감동과 함께 깨달음을 줄 수 있습니다.

  - 철학서 한 권, 역사책 한 권에 들어 있는 내용을 압축하여 한 편의 시로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세상에서는 시인이라고 합니다.

  - 깨달음이란 '크게 느낀다'는 뜻이 아닐까요?

 

 ◦ 우리가 사물과 인간에 대한 관찰의 안테나를 계속 세우고 있으면 시로 쓸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 좋은 시는 늘 우리 주변의 사물을 잘 살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의 손에 의해 씌어지는 것입니다.

  - 일기나 수기는 자신이 체험한 것을 곧이곧대로 쓰면 되지만 시는 축소지향의 장르입니다.

  - 구질구질 설명하지 않고 몇 마디로 줄여서 쓰면 그것이 바로 촌철살인이고 정문일침입니다.

 

 ◦ 시는 '충격'과 '감동' 혹은 '깨달음'을 지향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하면서 강연을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 제 강연을 경청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48. 숲속에 서서 / 정희성

 

              

 

 

 

 

49. 태백산행 / 정희성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63 시인들이여, - 은유를 잡아라... 2016-01-10 0 4382
962 <<시집을 좀 사주자 >>... 2016-01-10 0 3710
961 시인들이여, - 시창작 時 혼신을 다 하라... 2016-01-10 0 4407
960 공부하지 않는 시인들이 문제는 문제로다... 2016-01-10 0 4250
959 시인들이여, - 시작메모를 하라... 2016-01-10 0 4306
958 시인들이여,- 시 첫행에 승부를 걸어라... 2016-01-10 1 4158
957 시인들이여, - 세상의 바보들과 웃어라... 2016-01-10 0 4964
956 名詩 속의 "옥에 티" 2016-01-10 0 5428
955 현대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2016-01-10 0 7307
954 비대상시를 창조하라 2016-01-10 0 7167
953 詩쓰기에서 다양한 어법을 사용하라... 2016-01-10 0 6338
952 창조는 비유적 어법에서 시작된다... 2016-01-10 0 4542
951 시인들이여,- 시의 위기탈출구를 찾아라 2016-01-10 0 5460
950 詩쓰기 뒤집어 쓰기 2016-01-10 2 5570
949 詩에 옳바른 <<이름>> 붙혀주자... 2016-01-10 0 5665
948 詩에서 제목은 왕관 2016-01-10 0 4392
947 詩쓰기에서 2중구조를 잘 틀어쥐라... 2016-01-10 0 4312
946 왕초보시습작자들은 기본에 충실하라... 2016-01-10 0 5011
945 詩란 모방에서 출발?!...!?... 2016-01-10 0 3451
944 詩는 재창조의 산물 2016-01-10 0 3510
943 詩를 쉽게 쓰려면 상상력 키우라... 2016-01-10 0 4650
942 철학서, 력사서 한권을 압축해 시 한편을 쓰라... 2016-01-10 0 4643
941 詩쓰기에서 어려운 시어는 금물 2016-01-10 0 5398
940 詩를 찾아서... 2016-01-10 0 4622
939 詩에서 체험의 진실성 2016-01-10 0 4694
938 詩에서 낚시질 하기... 2016-01-10 0 5201
937 "충격"을 주는 詩를 쓰라... 2016-01-10 0 4169
936 좋은 詩를 쓰고 詩에서 떠나라 2016-01-10 0 6379
935 뻐속에서 쓰는 詩 2016-01-10 0 6200
934 詩작법 질질질... 2016-01-10 0 3690
933 詩작법 마마마... 2016-01-10 0 4260
932 詩작법 추추추... 2016-01-10 0 4469
931 詩작법 쌔애앵... 2016-01-10 0 4370
930 詩작법 팔씹일... 2016-01-09 0 4912
929 詩작법 찰싸닥... 2016-01-09 0 3668
928 詩작법 통통통... 2016-01-09 0 3863
927 詩작법 후ㅜㅠ... 2016-01-09 0 4266
926 詩작법 지라리... 2016-01-09 0 3874
925 詩작법 촐라당... 2016-01-09 0 5256
924 詩작법 걀걀걀... 2016-01-09 0 3951
‹처음  이전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