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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만만세 3
2016년 02월 06일 23시 43분  조회:5016  추천:0  작성자: 죽림
'아저씨, 어디 가십니까? 지역별 인사말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경상도 사투리가 인기다. TV에서, 인터넷에서 경상도 사투리 배우기가 유행이다. 다소 거친 듯하면서도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 일색의 TV 드라마, 사투리를 내세운 개그맨, 사투리로 된 노랫말, 사투리만 쓰는 방송 출연자까지 억세고 거칠고 무뚝뚝하던 경상도 사투리가 재미있고 새롭고 귀여운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한 방송국 PD는 "충청도 개그는 은근하게 에둘러 말하는 화법이 유머 코드였으나 지금은 직설화법으로 바뀌었다"며 "요즘 시청자는 기본적으로 샤우팅(소리 지르기)이면서 직설적인 경상도 사투리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경상도 사투리 지역별 구분

지리적`언어적 특성을 반영해 사투리를 구획한 인하대 한성우 교수는 경상도 말을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에서 쓰는 말이라고 구분했다. '경북 방언의 지리언어학' 저자 김덕호 경북대 교수는 경상북도 사투리를 대구와 경산`청도`영천 등을 묶은 동남지역, 경주와 포항`영덕`울진 등을 묶은 동해안 지역, 김천과 구미`칠곡`성주 등을 묶은 서남 지역, 안동과 봉화`영주`예천 등을 묶은 서북 지역 등 네 곳의 구역으로 나눴다. 대구경북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겠지만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토박이들은 인사말 한마디만 들어도 그 사람이 안동 사람인지, 경주 사람인지, 김천 사람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 가십니까?'를 사투리로 바꿔보면 대구 사람은 '어데 가능교?'라고 하고, 안동 사람이라면 '어데 가니껴?'라고 묻는다. 김천 사람은 '어데 가여?'라고 한다. 경북대 백두현 교수는 "경북 사투리의 지역별 특징은 의문문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말끝만 들어도 지역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상도 사투리 특징

가장 큰 특징은 모음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경상도의 나이 든 분과 일부 젊은 세대의 말에서는 'ㅔ' 'ㅐ'가 구별되지 않을 뿐 아니라 'ㅡ' 'ㅓ'도 구별되지 않는다. ㅔ, ㅐ가 구별되지 않는 것은 표준어나 중부 지역에서도 흔하기 때문에 별로 표가 나지 않지만 ㅡ, ㅓ가 구별되지 않는 것은 경상도 말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또 자음도 하나 부족하다. 나이 든 세대(특히 포항과 영덕 출신) 중에는 'ㅅ'과 'ㅆ'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ㅆ을 ㅅ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자음이 19개가 아닌 18개로 나타난다. 그 결과 '살'(肉)과 '쌀'(米)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맛이 쓰다’고 해야 할 것을 ‘맛이 스다’라고 발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에 대해 국어학자들은 "모음과 자음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결여 현상이 말의 우열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경상도 말의 고유한 특징일 뿐 언어적으로 열등하거나 이상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경상도 말에는 길고 짧게 발음하는 음장이 없다. 표준어에서는 ‘말’(馬)과 ‘말’(語)을 길고 짧은 것으로 구별한다. ‘馬’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보통의 길이를 가지는 ‘말’인 데 비해 ‘語’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긴 ‘말:’로 발음돼 소리는 같은데 길이만으로 그 뜻이 구별된다. ‘눈’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길이는 ‘眼’의 뜻인 ‘눈’이고 길게 발음하는 '눈:'은 ‘雪’이다. 그러나 경상도 사람은 거의 같이 발음한다.

경상도 말에는 또 높고 낮게 발음하는 것으로 단어의 뜻을 구별하는 성조가 있다. ‘말이 많다’를 예로 들면 소리는 ‘말이 많다’로 같지만 ‘馬’의 ‘말이’는 고조-저조로 나타나고, ‘語’의 ‘말이’는 저조-고조로 나타난다.

◆가가가가(그 아이가 그 아이니?)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다. 가가가가(그 아이가 그 아이니?), 가가가가가(그 아이 성이 가씨니?)란 말은 성조의 차이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경상도 사투리의 단면을 이야기해 주는 대표적인 예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가'는 의문조사나 주격조사로서의 문법적 쓰임만이 아니라, 동사 '가지다' '가다'의 어미가 생략된 말로도 사용된다.

경상북도 사투리는 지역에 따라 의문형 종결 어미가 다르다. 안동을 중심으로 한 동북부 지역에서는 ‘하니껴체’를 쓴다. "아제요, 어디 가니껴?"(아저씨, 어디 가십니까?)라고 한다. 경주를 중심으로 한 동남부 지역에서는 '하능교체'를 쓴다. 이 지역에서는 "아제, 어디 가능교?"라고 한다. 상주, 김천을 중심으로 한 서북부 지역에서는 ‘해여체’를 쓴다. "아제, 어디 가여?"라고 한다.

경상도 말은 'ㅚ' 'ㅟ' 발음이 없다. 따라서 ㅚ는 ㅐ로, ㅟ는 ㅣ로 발음한다. '안 대나?'(안 되나), '디에 있데이~'(뒤에 있다), '외갓집'을 '애갓집' '이갓집'으로 발음한다. 물론 '까마구'처럼 ㅜ로 발음할 때도 있다. 이 밖에도 'ㅕ'를 'ㅐ'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상도'를 '갱상도'로, '경제'를 '갱제'로 발음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곤 했다.

경상도 사투리는 특유의 강한 억양이 있다. 이는 경상도 사투리를 더 거칠게 하는 요인이 된다.

경상도 사투리의 또 다른 특징은 발음의 생략과 압축이 많다는 것이다. '이기 뭐꼬?'(이게 뭡니까?), '뭐라카노?'(뭐라고 하느냐?), '니 그카이 내 그카지'(네가 그렇게 하니 내가 그렇게 하지), '샘'(선생님) 등 이런 식으로 축약형이 많다. 또한 다양한 수사도 경상도 말의 특징이다. 억수로(매우), 천지삐까리(무척 많다) 등이 한 예다.

경상도 사투리의 또 하나의 특징은 문어체와 구어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니 어디 가노?/ 학교 간다' '쟈, 니 친구가?/ 아이다. 모른다'에서 '학교 간다' '모른다'는 분명 문장에서 사용되는 문어체다. 이를 회화에서 구사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대개 '학교에 가' '아니, 누군지 몰라' 따위로 대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상도 사투리에서 문어체와 회화체의 구분은 사실상 모호하다. 그리고 '~노' '~나' ' ~소'로 끝나는 말이 많다. 예를 들면 '어서 오이소~' '니, 뭐하노?' '안 대나?' '오데 갔노?' 등이다.

최재수 기자

 

◆ '2², 2의 e승, e², e의 e승' 경상도인만 정확히 발음

경상도 말의 성조 효과를 극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사례는 수학에서 ‘이의 이승’으로 발음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², 2의 e승, e², e의 e승'이 바로 그것이다. 숫자 2와 알파벳 e는 모두 발음이 ‘이’인데 이것을 활용해 제곱을 표현하는 ‘2²,2의 e승, e², e의 e승’에서 2와 e의 높낮이가 다르면 네 개의 서로 다른 조합이 나오므로 모두 구별해서 말할 수 있다. 2², 2의 e승, e², e의 e승을 정확히 구별해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은 경상도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숫자 2는 저조, 알파벳 e는 고조로 구분해 어렵지 않게 발음한다. 서울 등 중부지역 사람들은 밋밋하게 2나 e를 똑같이 발음해 구별할 수 없다.

한 국어학자는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재미있게 들리는 위의 사례처럼 높낮이로 단어의 뜻을 구별하는 것은 경상도 말뿐만 아니라 함경도 말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라며 "이러한 특징은 우리나라의 서쪽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한국어의 방언을 구분 짓는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했다.

 

최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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