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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신화"는 신화에 신화를 낳다...
2016년 03월 12일 04시 41분  조회:5021  추천:0  작성자: 죽림

 

 



한 지성인의 책임감과 용기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를 평함

최 삼 룡


1. 들어가는 말


김학철의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아래에서 「신화」라고 약칭함)처럼 난산이고 말썽이 많고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또 작자에게 거의 치명적인 화를 가져다준 작품은 고금중에 극히 희소한 것으로 안다.


지난 세기의 60년대 초에 탈고된 작품이 '문화대혁명' 중에 원고채로 반란파들에게 납치되고 사법부분에 기소되어 작자더러 10년 도형을 언도받게 하고, 또 만기 석방되었으나 3년간 여야 낙착이 돼서 '원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는 결론을 받게 하였으나 계속법원 캐비닛속에 갇혀있다가 7년후인 1987년 8월에야 비로소 '발표불허'라는 조건부로 작자에게 돌려진 원고, 그러다가 또 10년 세월에 거의 홀로 1996년 탈고되어 31년만에 출판된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
그러나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첫째, 「신화」는 작자에게 10년 징역살이라는 화를 가져다주었다.
둘째, 작자에게 10년 징역살이를 가져다준 「신화」는 31년만에야 출판되었다.
셋째, 탈고되어 31년만에 겨우 출간된 「신화」는 외국에서 출판되었다.
이 몇 가지 사실에 내포되어 있는 문제들은 똑똑히 해명하기 아주 어려운 것으로 필자로서는 명확히 해결할 자신이 없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김학철의 머리속에서 구상하기 시작하여서부터 정식으로 출판하기까지 「신화」의 운명에 결정적인 작용을 논 변수는 여러가지인데 여기서 우리는 창조주체로서 작가 김학철의 체질, 인격, 가치관 및 문학이념을 보아야 하며, 또 이 작품이 온양되어서부터 출판되기까지 30여 년의 사회적, 정치적, 여건의 변화와 인간의 생존환경, 인문환경의 변화를 보아야 하며 그리고 주관적 객관적 제요인에 의하여 형성되고 변화된 김학철과 김학철이 포함되어 있는 민족공동체의 정신실존 내지 문화심태에 대하여 보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명이 없이는 앞에서 제기한 「신화」에 대한 세 가지 사실을 옳게 분석한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조선족중에 아직까지 「신화」를 읽어본 독자가 몇 안된다는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신화」에 대한 평론이나 연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느낌도 없지않다.
그렇지만 「신화」가 원고상태로가 아니라 책으로 세상에 태어난지도 어언 4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는 시점에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구에 의하여서라도 이 작업은 꼭 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이 평론글의 집필과 발표를 작심했다.

2. '당나귀 귀만큼 큰 임금님의 귀'로부터 말해본다.

조선 구전설화중에는 '당나귀 귀만큼 큰 임금의 귀'라는 민담이 있는데 그 줄거리는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나라에서 당나귀 귀만큼 큰 귀를 가진 임금이 있었는데 이를 부끄럽게 여겨 언제나 건을 쓰고 있어서 신하나 궁녀는 물론 왕비까지도 이 비밀을 몰랐다. 그러나 임금의 상투를 짜는 이발사는 속일 수 없었다. 임금은 자기의 비밀을 세상에 퍼뜨릴까봐 염려하여 하나 또 하나의 이발사를 죽여버렸다. 한 이발사가 또 죽게 되었는데 죽기전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보고 와서 죽게해달라 간청하여 임금이 허락하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그 이발사는 너무도 크고 신기하고 야릇한 임금의 귀를 생각하고 가만있자니 좀이 쑤셔서 길가의 참대숲에 들어가서 '임금의 귀는 당나귀 귀만 하더라' 라고 소리쳤더니 그 소리가 산울림이 되어 온 세상에 퍼졌다고 한다.

김학철의 문제작 「신화」를 읽는 나의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민담, 그 중에서도 죽기 전에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그 이발사의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비장하기도 한 모습이였다.
임금의 한 진실을 알게 된 이발사는 진실을 말할 수 없기에 양심의 가책을 받았고 죽음보다는 더 무거운 오뇌와 번민을 겪었으며 죽더라도 진실을 말하고 죽어야 한다는 강렬한 욕구와 책임감을 느꼈으며 나중에는 세상에 향하여 하나의 진실을 증언하고야 만다. 이미 운명적으로 죽게 된 그 이발사의 거동은 그 어떤 조건부가 없고 남에게서 돈을 받거나 상을 타기 위한 것이 아니였다.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생명을 내걸고 모험적으로 하였다. 이제 금방 죽어야 할 처지가 아니라고 해도 그 이발사는 그렇게 하였을 것이며 가능하다면 돈을 내거나 생명을 바쳐서라도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작가 김학철이가 바로 20세기의 중국조선족 '이발사'다.
세상에 하나의 진실을 증언하기 위하여 어떤 방법이나 수단이든지 가리지않으며 배설하지 않고서는 좀이 쑤시고 중병에 걸릴 지경이어서 모험적으로 「신화」의 창작에 달라붙었던 것이다.
ꡒ당나귀 귀만큼 큰 임금의 귀ꡓ의 그 이발사의 책임감과 용기는 곧 김학철의 책임감과 용기이다.
물론 작가 김학철은 ꡐ이발사ꡑ가 아니며 「신화」의 창작은 ꡐ이발사ꡑ가 참대숲에 들어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듯 그렇게 쉬울수 없다. 하기에 「신화」에 대한 연구는 창조주체로서 작자 김학철의 거의 전부의 인생기억과 경력 그리고 김학철이 산 사회의 제 여건과 시대특점의 방방면면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특히 김학철의 생존과 정신존재에 결정적인 작용을 일으킨 중국의 정치문화의 흐름에 대하여 외면해서는 안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지난 세기 중국의 정치생활에서 제일 큰 사변은 1949년의 승리 즉 새 중국의 탄생이다.
1949년의 승리는 모택동 사상 즉 맑스-레닌주의론과 중국혁명실천의 통일체로서의 모택동사상이 만민이 믿고 온 세상이 우르러보는 사회 통치의식으로 되고 국가의 지도사상으로 되게 히였다. 이로부터 모택동 사상을 선전하고 해석하고 학습하는 것은 중국대륙의 6억 5천만(50년대 중기) 인민들의 사상주제로 되었다. 이에 대하여 어떤 석학들은 모택동 사상만 있으면 수억의 사람들은 사상이 필요없게 되었다고 풍자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신화」에서 김학철이가 말한 것처럼 ꡒ정치적 아편인 개인숭배체제가 인민을 우롱해 코뚜레를 잡고 마구 끌고다니기에는 아주 십상이었다. 6억 창생이 혁명을 위하여 자신들의 두뇌의 사용권을 전부 위대하신 키잡이 모택동 폐하께 위탁한 까닭에 그리고 자신들의 팔다리만 부지런히 놀리기를 계약을 체결한 까닭에 모택동시대의 중국은 흡사 대가리가 하나뿐인데 발이 수십억 개나 달린 무슨 거대한 그리마 같은 괴물이 되어버렸다.ꡓ1)
장기적인 혁명투쟁속에서 단련된 투사로서의 경험과 지성인으로서의 량지로부터 출발하여 김학철은 사실 반우파투쟁이 전개되기 전에 이미 당의 문학예술시책, 아니 우리의 정치생활의 어느 구석이 잘못되여간다는 것을 보아냈었다. 우리는 「괴상한 휴가」 등 작품을 통하여 이것을 증명할 수 있다.
당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시책에서 좌적인 경향은 끝내 1957년의 반우파투쟁의 확대화를 초래하였으며 마침내 김학철이도 전국의 55만 2천 8백 77명 ꡐ반당반사회주의 악당ꡑ들과 함께 ꡐ우파분자ꡑ로 되고 작가대오에서 쫓겨나고 강제로동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장장 24년이라는 김학철의 동굴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김학철은 처음에는 생활비 50원씩 받으면서 ꡒ날마다 시내에서 10여리 떨어진 구일본군 비행장으로 철광석을 깨러다녔다.ꡓ2) 후에는 ꡒ여느 ꡐ우파분자ꡑ들은 다 세린하강제수용소로 끌려갔으나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작가협회에 떨어져서 도서실을 맡아보게 됐다.ꡓ3)
이런 엄연한 현실앞에서 ꡒ공산당의 지시라면 뭐나 다 천지신명의 계시로 알고 무조건적으로 받들어모시는데 습관이 됐던ꡓ ꡒ당이 시키는데로만 하면 틀림없다-이 구호가 몸에 죽 베버린ꡓ 김학철이였지만 ꡒ드디여 우상숭배의 미몽에서 깨여나기 시작하였다. 개인숭배와 결혈을 하게 된 것이다… 양심이 공포심을 이겨낸 것이다.ꡓ4)
여덟살 먹은 외아들마저 ꡐ반동분자의 자식ꡑ이라고 붉은 넥타이를 회수당하였을 때 그의 ꡒ가슴속에는 그 무엇이 마치 구들장이라도 꺼지듯이 꺼져 내려 앉았다. 이게 그래 계급투쟁이란 말인가? 이게 바로 프로레타리아 독재라는 건가?ꡓ 김학철의 무성의 부르짖음은 마침내 분출구를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곧 장편소설 「신화」이다.5) ꡒ사람잡이 운동의 발광적인 회오리바람이 온 나라를 휘몰아칠 때ꡓ 그는 ꡒ도저히 침묵을 지키고 명철보신을 할 수가 없었다. 참을 줄이 끊어졌던 것이다. 양심이 허락하지를 않았던 것이다ꡓ6) ꡒ이것이야말로 100만대 1이라는 절대적인 열세에 처하여가지고도 감히 자기의 옮음을 주장할 수 있는 무비의 용기가 수요되는 일이였다.ꡓ7)
알 수 있는 바 「신화」는 바로 김학철의 전부의 생명과 정신실존, 신념과 예지, 독립인격과 비판이성의 결정으로 세상에 창출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신화」의 작자로서 김학철은 그 이발사일 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현대 지성인이였다.

3. ꡐ벌거벗은 임금ꡑ을 ꡐ벗었다ꡑ고 말하기 힘들기


35년전에 탈고된 「신화」를 지금 읽어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생활과 문학도 엄청 변하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개괄하면 우리는 지금 「신화」가 비밀리에 창작되던 시대에 비하여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화」에서 계시하고 묘술한 많은 정치문제, 사회문제, 문학문제들이 해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성인에 대한 시책이 변화되었고 문학예술에 대한 지도사상이 변화되었고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도 변화되였고 지난 세기 50년대 중기로부터 우리의 생활을 지배해오던 좌적인 시책이 규정되였으며 ꡐ반우파투쟁의 확대화ꡑ, ꡐ반우경주의운동ꡑ, ꡐ무산계급문화대혁명ꡑ 중에서 생긴 수많은 억울한 안건들이 해결되었다. 이 와중에서 김학철도 무죄를 선고받게 되고 「신화」의 원고도 찾게 되고 당적도 회복하게 되고 노혁명가로서의 정치우대와 물질대우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도 께끗하게 끝이 나고 인제는 한편의 문학작품으로서의 「신화」, 한 개의 문학현상으로서의 「신화」의 운명에 대한 연구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전개될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바로 세상일인 것 같다.
1996년 11월에 집필한 졸문 ꡐ김학철의 전신발전궤적이 주는 계시ꡑ8)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신화」는 김학철로 하여금 10년 도형을 받게하고 옥고가 끝난 다음 몇년 뒤에 다시 무죄를 판결받게 한 작품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이지만 구경 어떤 작품인가는 전문을 읽어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쓰고서 「최후의 분대장」의 360쪽의 김학철의 자아소개를 인용하고 또 다음과 같이 썼다.

「신화」는 24년의 정치박해가 김학철의 신념을 꺽지 못했으며 의지를 쇠퇴시키지 못했으며 천성적인 성실성으로 구축된 정신세계를 허물어놓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여 도리어 그의 신념을 더 건강하게 하고 비판이성을 성숙시키고 홀로서기를 더 완성시키고 자기의 문학풍격을 되찾게 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 후 1998년 필자의 평론집 『격변기의 문학선택』을 묶을 때 이 졸문도 수록하였는데 출판사측에서 바로 내가 인용한 김학철의 「신화」를 읽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목을 삭제해버렸다.
이 한가지 사실을 통하여 나는 피부로써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금방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 오랜 세월 지속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다.

1997년 봄 영국에 있는 한 음악가의 성의에 의하여 나는 「신화」란책을 얻을 수 있었다. 한번 읽어본 나는 아주 흥분되어 졸문 「김학철의 문학을 본보기로 민족정신의 횃불을 추겨들자」9)에 다음과 같이 쓴바 있다.

요즈음 나는 큰 흥분속에서 김학철로 하여금 10년 옥고를 치르게 하 문제의 소설 「20세기의 신화」를 읽고 있다. 중국에서 아직 판권을 가지지 못한 책을 구경 어떻게 읽겠는가는 사람마다 견해가 제나름이겠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하여 김학철의 문학과 인격과 량지에 대하여 전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전에 한번 생각해봤던 것일지라도 다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60년대 초라는 시대적 여건에서 중국의 다른 누가 감히 좌경노선과 좌경노선에서 파생된 제시책에 대하여 김학철처럼 비판이성의 횃불을 추겨들 수 있었던가? 곽말약? 파금? 모순? 모두 하지 못한 것을 김학철이 해낸 것이다.

이것은 사실 「신화」를 읽고 하고싶은 나의 말의 10분의 1도 안되는것이였지만 여러 방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압력을 받았었다. 여기서 나는 또 한번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신화」에 대한 평론이나 연구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신화」를 놓고 지속되는 이야기의 핵심적인 화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ꡐ벌거벗은 임금ꡑ을 ꡐ벌거벗었다ꡑ고 말한 것을 어떻게 보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ꡒ철조망으로 들리지 않는 강제노동수용소에 또 봄이 왔다ꡓ 이렇게 시작해가지고 ꡒ철조망으로 들리지 않은 세계 최대의 강제노동수용소에 또 다시 겨울이 닥쳐왔다ꡓ 이렇게 끝을 맺는 이 소설에서 나는 6억 5천만 인민의 하늘같이 우러르는 ꡐ태양ꡑ을 천안문성루 위에 올라서있는 벌거벗은 황제라고 규정지었다. 그리고 밤낮없이 다들 위대하다, 위대하다고 웨쳐대는데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위대한가?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그 알몸둥이 국왕하고 다를 게 뭔가? 그 놈이 그 놈이지!… 중국은 지금 대가리 하나뿐인데 발이 수십억 개나 달린 무슨 거대한 그리마(절족동물)같은 괴물로 변해버렸다. 사고는 내가 혼자 도맡아할테니 저희들은 그저 부지런히 손발만 놀리면 되느리라. 이와같이 비양하는 것으로써 ꡐ태양ꡑ의 절대권위에 나는 도전하였다.10)

이것이 바로 내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졸고 ꡒ김학철의 정신발전궤적이 주는 제시ꡓ에 인용하였으나 후에 평론집을 출판할 때 삭제당한 인용문인데 우리가 「신화」를 읽는데 가장 필수적인 대목이며 역시 이것이 바로 「신화」의 이야기를 지속시키는 핵심문제로서 누구나 「신화」의 평론이나 연구에서 회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또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나라 임금이 정말 벌거벗었는가? 벗지 않았는가? 벌거벗은 임금을 벌거벗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없는가? 어째서 어떠 사람들은 임금이 벌거벗은 것을 보아낼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보아낼 수 없는가? 벌거벗은 임금을 벌거벗었다고 말하는 것이 죄로 되는가? 되지 않는가? 어째서 벌거벗은 것을 알고서도 많은 사람들이 벌거벗었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가? 등등.
이런 문제들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거의 전부의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을 죄다 동원하여야 가능할 것인데 이 글에서 반드시 해답해야 할 것은 김학철이 ꡐ벌거벗은 임금ꡑ을 ꡐ벌거벗었다ꡑ고 말하는 것이 잘못인가? 죄로 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ꡐ문학대혁명ꡑ이 결속된지도 25년이 되는 오늘 모택동이 범한 착오는 이니 당의 문건으로 명확히 결정지었으므로 여기에서 다른 시비가 있을 수 없다.11)
오히려 우리가 놀랍게 생각되는 것은 김학철 선생은 모택동이 6억5천만 인민들의 대 구원의 별로 칭송되고 신이자 태양으로 노래되던 시기에 신(神)의 아들로서 절대적인 신성불가침범의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점이다.
안드르센의 그 ꡐ벌거벗은 임금ꡑ을 벌거벗었다고 소리칠 수 있는 그 천진성과 용기는 오래 오래 세상사람들이 특히 현대지성인으로 자처하는 철학가, 작가, 시인, 기자 등등 사람들의 본보기로 되고 칭송의 대상으로 되지 비난의 대상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김학철의 「신화」가 탈고된지 30여 년이 지나서야 중국의 당대 철학가 리택후(李澤厚), 문학가 류재복(劉在福), 소설가 량효성(粱曉聲) 등 사람들이 ꡐ벌거벗은 임금ꡑ을 ꡐ벌거벗었다ꡑ는 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12)
여기서 우리는 김학철의 실천하는 현대지성인의 량지와 책임감과 인격에 대하여 재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지성이란 무엇인가? 이것도 중국에서는 리론이 많고 여론이 구구한 제목인데 숫한 정의중에 최근 어느 프랑스 사회학자의 정의가 사람들에게 주는 계시가 크다.
그에 의하면 지성인이란 자기가 장악한 지식으로써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그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 즉 지식으로 사회에 유리한 일을 하는 사람이 지성인인데 권력이 인간에게 주는 육체적 폭력과 상징적 폭력중에서 주로 상징적 폭력의 현상을 벗기여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학철이야말로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장 우러러보이는 실천하는 지성인임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신화」의 주제사상은 극히 풍부한 바 ꡐ벌거벗은 임금ꡑ을 벌거벗었다고 말한것외에 또 많은 내용이 있다. 심조광, 임일평, 바이얼린스트 채 등 ꡐ우파분자ꡑ들이 운명적으로 겪는 인생의 좌절과 생명의 고뇌, 천성적인 량만과 강철의 신념은 지난 세기 후반엽 20여년간 중국사회의 제일 밑바닥 인생을 영위한 ꡐ우파분자ꡑ라고 일컫는 한무리 사람들의 정신실존, 생존상황일 뿐만 아니라 한 세대 중국 지식인들의 정신실존, 생존상황이기도 하며, 어찌보면 인류가 숙명적으로 안고있는 문제와 고민이기도 한 것이다. 또 황너구리, 마미이라, 박 복수주의자의 언어와 행실이 우리에게 주는 계시가 크다. 이들은 중국의ㅈ 정치문화 혹은, 전쟁문화가 낳은 기형아들인데 김학철이 말하는 ꡐ프로레타리아투사ꡑ의 전형들이다. 이들은 한 방면으로는 계급투쟁의 선봉대이며 다른 방면에서는 도덕주의자들이다. 이에 대하여 리택후 선생은 다음과 같이 개괄한 바 있다.

그들은 각종 형태의 양면파들로서 혹은 여우처럼 간사하기도 하고 호랑이같이 날쌔기도 하며 혹은 얼굴에 웃음을 바르고 허리에 굽신거리기도 하며 혹은 뒤에서 활을 쏘아 사람을 죽이기도 하며 혹은 코뚜레를 꿴 송아지처럼 순종하기도 한다. 그들은 밀고신을 쓰고 아첨을 하며 혁명적 구호를 부르면서 극히 비열한 짓도 거리낌없이 해낸다. 그들은 겁이 나서 벌벌 떨면서도 흉악하고 잔인한 짓을 하며 내내 좌우를 잘 둘러맞추고 뜻을 이루어 위로 곧추 승진을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시대가 낳은 명물은 우리의 문예작품에 아직 씌여지지 못하고 있다.13)

「신화」에서 황너구리나 마미이라는 예술상에서 아주 풍만하게 창조되지는 못했지만 중국의 정치문화, 전쟁문화가 만들어 놓은 ꡐ프로레타리아투사ꡑ의 기본 성격과 기질을 기본상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서도 우리는 김학철의 비수처럼 날카로운 붓끝을 새삼스럽게 감촉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김학철의 「신화」는 결코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치소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ꡐ우파분자ꡑ들의 생활수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고뇌어린 삶을 재현한 것은 사실이고, 또 일인독재에 대한 울분에 넘친 격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비판이성이 번쩍이는 것도 사실이고, 또 황너구리, 마미이라 등 ꡐ푸로레타리아투사ꡑ들에 대한 풍자와 조소로 충만되였지만 「신화」의 밑바닥에 도도히 굽이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며 인간의 존엄에 대한 드높은 옹호정신이다. 김학철은 이점에 대하여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프로레타리아 독재의 이름으로 국민경제를 파탄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은 죄보다도 억 몇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추하게 가장 야비하게 망가뜨린 죄가 훨씬 더 컸다. 선량하던 사람들이 다 승냥이가 돼버렸기에 말이다.14)
여기서 우리는 김학철의 가슴에 충만된 인도주의 정신을 보아낼 수 있으며 또 여기로부터 「신화」는 단순 정치소설 뿐만이 아니라 문학의 본체에 접근한 예술문학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4. 언어, 문체 그리고 수사학


어느 작품이 예술문학작품이 옳으냐 아니냐는 물론 사상성에 의하여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문학본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언어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하여 결정된다. 「신화」의 언어에 대하여서는 고은선생이 일찍 '우리 말의 보고라고 일컬어질 만큼 구수하고 생생한 모국어 구사에다 절묘한 비유로 이루어진 그의 문학은 별초 홍명희 이래 우리 민족어를 진정으로 계승했고 가장 신명나는 문학을 이뤘다'15)고 평가했는데 완전히 동의하면서 여기서 편폭의 제한으로 더 전개하지 않기로 한다.
문체상에서 보면 「신화」는 김학철의 다른 장편소설과 마찬가지로 소설문체, 잡문문체, 설화문체가 묘한 화합을 이룬 것으로 독특한 김학철의 문학의 문체를 이루고 있다.

또 숱한 에피소드로써 작품의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는 것도 김학철의 여느 작품에서와 같은 독특한 풍격을 과시하고 있다.
콩 볶은이 장수가 한알씩 한알씩 낱개로 콩알을 세어서 판 이야기, 바이얼린스트 채가 자기의 바이얼린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공동묘지에 찾아가서 「찌고이너바이젠」을 켠 이야기 등등은 그야말로 김학철의 문학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절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며 의미심장하다.
이밖에도 전편 「신화」에는 수많은 반어와 해학적인 언어로 100만대 1이라는 열세에 처하여서도 전투정신을 잊지 않고 유모어 감각을 잊지 않는 김학철의 여유적적한 심태와 역설적인 정신상태를 재치있게 보여주고 있다.

5. 맺는 말


펜을 놓으면서 생각해 보니 이 글은 평론글이라기보다 한 편의 독후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심심히 느끼게 되며, 「신화」와 같이 이렇게 만민이 우르러보고 천세만세 길이 빛날 작품과 나의 이 글이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저 이 글의 작자는 김학철의 그 인격과 신념을 배우는 한 개 환걸로 이런 글을 썼다는 것만 이해해주면 나로서는 만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시 '우파분자'로 20여년 고뇌의 삶을 영위했던 한 작가의 말로 자신을 격려하면서 이 글을 끝마치련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흩어지면 다시 모이고 부상을 당하면 아픔을 참고 죽어도 혼은 흩어지지 않고 사나 죽으나 모두 인민을 위하여 작은 일이라도 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신념이다.'16)
역시 김학철의 신념이며 「신화」의 최심층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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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7 [문단소식]- 황금의 가을에 "가을의 눈"을 보다... 2024-09-09 0 1049
3116 [문단소식]- 중국조선족 시인들 시향이 바다로 건너 섬으로 가다... 2024-09-09 0 1137
3115 20세기의 신화/김학철(제목 클릭하기... 訪問文章 클릭해 보기...) 2024-08-23 0 1253
3114 김학철/정판룡 2024-08-23 0 1280
311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노벨평화상" 경매 기부, 남의 일이 아니다. 2023-04-21 0 3867
311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영화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29 0 3346
3111 [그것이 알고싶다] - "청와대로 가보쟈..." 2022-05-14 0 2949
3110 [세상만사] - "문제...문제" 2022-05-14 0 2242
3109 [해외문단소식] -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2022-05-09 0 2729
3108 [해외문단소식]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2022-05-09 0 2644
310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피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822
310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이야기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535
310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그림책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409
31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록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741
310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무라토프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485
310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언어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494
310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노래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3-24 0 2782
3100 [그것이 알고싶다] - "노벨 평화상" 2022-03-24 0 2566
309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평화상" + "인도주의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3-24 0 2640
3098 [세상만사] - "고래 똥 = 로또"... 2021-10-12 0 3236
3097 [별의별] - "둥글다"와 "평평하다"... 2021-09-13 0 3137
3096 [세상만사] - "표면이 벗겨진 금메달" 박물관으로... 2021-09-02 0 2692
3095 자유 자유 그리고 자유... 2021-08-07 0 2729
309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생태복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7-14 0 2783
3093 [별의별] - 소똥과 신성화... 2021-06-25 0 3062
3092 [세상만사] - 윤여순 / 윤여정 + (딸) = 원동력 어머니... 2021-06-04 0 3039
309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코끼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6-04 0 3057
3090 [문단소식] - 송화강반에 피여나는 문학의 향연... 2021-05-23 0 2723
3089 김승종 譚詩 "추억 다섯개비"를 고향 향해 올리나니... 2021-05-23 0 3022
308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대기오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22 0 2976
308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의 녀신",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6 0 3080
308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미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6 0 3233
308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와 미인"... 2021-05-16 0 3353
308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와 시인의 죽음"... 2021-05-16 0 3393
308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쥐 떼와의 전쟁",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5 0 3348
3082 [세상만사] - 심봤다... 억... 2021-05-10 0 3037
3081 [세상만사] - 천종산삼... 억... 2021-05-10 2 2813
3080 [세상만사] - 100년 산삼 한뿌리... 억... 2021-05-10 0 3019
3079 [그것이 알고싶다] - "민성보" 2021-05-10 2 3338
3078 [별의별] - 코끼리와 새둥지 새끼새 2021-05-10 0 3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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