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詩공부시간]- 詩쓰기와 자아찾기
2016년 03월 16일 23시 52분  조회:327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 쓰기와 자아 찾기 - 이은봉

1. 언어, 나, 자아발견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지 2년이 지나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직접 발화를 하지 못하는 농아도 두 살이 넘으면 말, 곧 언어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두 살이 넘으면 말을 한다는 것,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언어로 상징되는 사회현실 속에 들어오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현실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말이다. 말이라는 도구가 없는 사회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캉은 언어 이전의 삶을 가리켜 상상계라고 하고, 언어 이후의 삶을 가리켜 상징계라고 한다. 결국 전자는 요람의 삶을 뜻하고, 후자는 사회현실의 삶을 뜻한다. 요람의 삶에는 내가 없다. 내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주체로 자각되어 있지 않은 '나'라고 해야 옳다. 따라서 상처도 고통도 지각할 수 없는 천국을 살고 있는 것이 요람에서의 '나'의 삶이다.

요람에서의 '나'와 사회현실에서의 '나'는 삶의 존재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회현실은 요람과는 달리 생존경쟁이 냉혹하고 살벌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사회현실을 이처럼 냉혹하고 살벌하게 만드는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이론의 여지없이 그것은 언어이다. 언어는 화살촉이 되기도 하고 폭탄이 되기도 하며 '나'의, 개인의 삶을 결정한다.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언어 때문에 무서워 떨고, 아파 신음하고 있다.

물론 그 반대로 언어 때문에 즐거워 환호하고 기뻐 웃는 사람들도 많다. 이처럼 말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기도 하고 붙여놓기도 한다. 시의 언어도 다를 바 없다. 어떤 시는 '나'라는 존재를 고통에 빠지게도 하고 어떤 시는 '나'라는 존재를 '행복'에 젖게도 한다.

이처럼 사회현실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던 언어로 가득 차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사회현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넘치는 언어에 치어 살고 있다. 물론 언어에 치지 않고 언어를 즐기고 향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언어의 칼날에 찔려 오랫동안 신음을 해본 체험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누구인가.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는 당연히 '나'일 수밖에 없다. 언제나 나는 '말'을 통해 나 자신 밖의 사회현실 속으로, 곧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세상도 언어를 통해 내 속으로 들어오기는 마찬가지이다. 흔히 이 때의 나를 개념화하여 '자아'라고 하고, 세상을 개념화하여 세계라고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주체가 나, 곧 자아라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언어를 통해 자아는 그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해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체성을 확보해간다는 것은 내가 나라는 의식, 곧 자아의식을 형성해간다는 것을 뜻한다. 자아의식이라는 용어는 자아개념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자아개념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더없이 중요한 작용과 역할을 한다. 모든 자아는 자신의 정체성, 곧 자아개념에 맞게 사회현실과 관계하고 사회현실에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자아개념은 본래 나란 무엇이고 누구인가, 나란 있는가 없는가 등의 질문과 함께 형성되어 가기 마련이다. 이런 질문과 함께 하는 자아의 탐구는 우선 자아를 발견하도록 한다.

자아를 발견하도록 하는 자아탐구는 타자탐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아가 가장 먼저 인식하는 타자는 가족이다.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동생들로부터 자아는 처음 타자를 인식하고 경험한다. 타자를 인식하고 경험한다는 것은 주체가 저 자신을 작동시킨다는 뜻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저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 반문해보지 못한 사람도 없지는 않으리라. 특히 지난 봉건 시대에는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미처 개인으로서의 자아가 계발되어 있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대 자본주의사회에 와서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해야 옳다. 개인의식, 곧 자아의식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것이 근대 자본주의사회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대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인가 하는 자아에 대한 반문과 인식은 따라서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늘의 근대 자본주의사회를 결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 개인으로서의 '나', 곧 주체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곧 개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전면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회가 근대자본주의 사회이다.

근대 자본주의사회에 와서 자아에 대한 반문과 인식은 대강 사춘기를 거치면서 구체화된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개인으로서 '나'라는 자아는 타자를 인식하게 되고, 그 타자를 통해서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 인간의 성장과정에 비추어 볼 때 사춘기만큼 중요한 시기는 없다. 사춘기는 자아가 세계로부터 분리되어 독립된 주체로 바로 서게 되는 시기이다. 사춘기에 방황이 심한 것도 사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자아와 세계에 대한 반문과 인식을 통해 저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 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아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누구라도 저 자신을 실현하도록 부추기기 마련이다. 여기서 저 자신을 실현한다는 것은 사회현실 속에 저 자신을 투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사회현실 속에 저 자신을 바로 세우려고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아실현은 '나'에 대해 반문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그리하여 자아를 발견해 가는 사람에게는 숙명적으로 뒤따라오는 성장의 과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아발견과 자아실현이 시간적 순차에 의해 線條的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아실현의 과정에 처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저 자신의 자아를 새롭게 발견하고 깨달아 가는 것이 주체로서의 개인이다. 그것은 시를 쓰는 주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를 쓰는 자아, 곧 시인도 계속해서 자신을 발견하고 깨닫는 동시에 발견하고 깨달은 것을 실현하는 과정을 살아가기 마련이다.
==================================================================================

300. 김수영 사진 / 정호승










金洙暎 사진

정 호 승

때묻은 런닝셔츠 바람으로
턱을 괴고
어디를 향해 있는지도 모르는
분명 열흘 곡기를 끊은 듯한
그 궹한
김수영의 눈빛을 평생 따라가다 보면
한순간 만난다
그 눈빛이 흘리는 눈물과
그 눈물이 이루는 강물과
그 강물의 따라 흐르는 나뭇잎 한 장을
만난다
그 나뭇잎 위에 말없이 앉아
어머니를 생각하는
한 마리 개미를 만난다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62 프랑스 시인 - 기욤 아폴리네르 2021-01-27 0 3261
2161 미국 시인 -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2021-01-26 0 2207
2160 미국 시인 - 월러스 스티븐스 2021-01-26 0 2233
2159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21-01-26 0 2113
2158 미국 시인 - 엘리엇 2021-01-26 0 2496
2157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21-01-26 0 2407
2156 미국 시인 - 엘리자베스 비숍, 에이드리언 리치 2021-01-26 0 2405
2155 미국 시인 - 제임스 디키 2021-01-26 0 2208
2154 미국 시인 - 필립 레빈 2021-01-26 0 2257
2153 미국 시인 - 리처드 휴고 2021-01-26 0 1944
2152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레트키 2021-01-26 0 2221
2151 미국 시인 - 존 베리먼 2021-01-26 0 2292
2150 미국 시인 - 앤 섹스턴 2021-01-26 0 2315
2149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21-01-26 0 2016
2148 미국 시인 - 칼 샌드버그 2021-01-26 0 2445
2147 시적 개성 목소리의 적임자 - 글릭; 노벨문학상 문턱 넘다... 2020-10-09 0 2369
2146 고대 음유시인 - 호메로스 2020-03-09 0 3722
2145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20-03-01 0 3647
2144 한국 시인, 생명운동가 - 김지하 2020-01-23 0 3385
2143 한국 최초 시집... 2019-12-16 0 3747
2142 조선 후기 시인 - 김택영 2019-12-06 0 3588
2141 토속적, 향토적, 민족적 시인 - 백석 2019-11-18 0 5564
2140 한국 최초의 서사시 시인 - 김동환 2019-10-30 0 3431
2139 한국 순수시 시인 - 김영랑 2019-09-29 0 5313
2138 [시인과 시대] - 문둥이 시인 2019-08-07 0 3887
2137 일본 시인 - 미야자와겐지 2018-12-18 0 4151
2136 "쓰레기 아저씨" = "환경미화원 시인" 2018-11-15 0 3706
213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고추밭 2018-08-20 0 4199
2134 동시의 생명선은 어디에 있는가... 2018-07-09 2 3400
2133 인도 시인 - 나이두(윤동주 흠모한 시인) 2018-07-09 0 4244
2132 저항시인, 민족시인, "제2의 윤동주" - 심련수 2018-05-28 0 4874
2131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알 루미 2018-05-04 0 5340
2130 이탈리아 시인 - 에우제니오 몬탈레 2018-04-26 0 5232
2129 프랑스 시인 - 보들레르 2018-04-19 0 6649
2128 윤동주가 숭배했던 시인 백석 2018-04-05 0 5014
2127 일본 동요시인 巨星 - 가네코 미스즈 2018-03-31 0 5117
2126 영국 시인 - 월리엄 블레이크 2018-03-22 0 3173
2125 오스트리아 시인 - 잉게보르크 바하만 2018-03-06 0 4319
2124 미국 시인 - 아치볼드 매클리시 2018-02-22 0 4892
2123 조숙한 동성련애자 천재 시인 - 랭보 2017-12-27 0 7432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