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되고 싶다
-임보(1940~ )
나팔바지에 찢어진 학생모 눌러 쓰고
휘파람 불며 하릴없이 골목을 오르내리던
고등학교 2학년쯤의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네거리 빵집에서 곰보빵을 앞에 놓고
끝도 없는 너의 수다를 들으며 들으며
푸른 눈썹 밑 반짝이는 눈동자에 빠지고 싶다
(…)
토요일 오후 짐자전거의 뒤에 너를 태우고
들판을 거슬러 강둑길을 달리고 싶다, 달리다
융단보다 포근한 클로버 위에 함께 넘어지고 싶다
(…)
“오빠”는 사랑받는 젊은 남성에게 붙여진 시들지 않는 기표(記標)다. 세월이 가도 오빠는 그대로 있어서, 나이를 먹는 남성들은 언제든 그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팔순을 얼마 앞에 둔 시인도 “오빠가 되고 싶다”. “푸른 눈썹”의 소녀를 뒤에 태우고 달리다 “포근한 클로버 위에 함께” 넘어지는 꿈은 얼마나 풋풋한가. 세상의 모든 청춘들이 이 시절을 지났고, 또 지나고 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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