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에 몸을 비벼본다...
[시 창작의 실제]
1. 시란 무엇인가
/김영천
1 시란 무엇인가
연 전에 제가 섬진강 시인 김용택시인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또 작년엔 목포문협 행사에 와서
아주 짧게 강의를 하고 간 적이 있는데요.
그가 근무하는 학교는 섬진강가 언덕위에 있는
학교인데 아주 작은 미니 초등학교랍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폐교가 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요즘 학생들이 자꾸만 불어나고 있다합니다.
그 학교 학생들이 전부 시인이 되어서 시집도
내고 한다는 소문에 글솜씨가 있는 아이들이
도시에서 전학을 오기 때문이지요.
그럼 이 시인은 그 아이들에게 어떤 시 교육을
시키는 것일까요?
그는 결코 아이들게게 따로 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그 자연을 보는 훈련을 시킨다고
합니다. 시간만 나면 산으로 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연을 보는 훈련을 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나서
그 것들을 본대로 쓰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훌륭한 시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시를 잘 쓰는 세 가지 이론이 들어있습니다.
그 하나는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자연은 물론이지만 시집도 많이 읽으라는 것입니다.
간접 경험도 중요한 것이니까요.
둘째는 많이 써보는 것입니다. 많이 보았으면 또
본대로 쓴다면 많이 쓸 것은 분명하지요.
셋째는 아이들의 눈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눈길은 순수하지요.
아무런 가식이 없습니다
시는 가식이 있으면 좋지 않은 시가 되기 쉽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좋은 시인이 되려면
많은 경험을 하셔야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많은 경험도 그 경험 중에 들어갑니다.
그 다음에 그 경험들을 시로 써내는 것입니다.
다만 순수한 마음으로요.
그렇다면 이렇게 우리가 공부를 하며
또 써보고자하는 시란 무엇일까요?
우선 우리 모두는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안도현님이 금년 새로 발간한 책에 나와 있는
<도둑들>이란 시의 첫 연을 보면
생각해보면, 딱 한 번이었다
내 열두어 살쯤에 기역자 손전등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푸석하고 컴컴해진 초가집 처마 속으
로 잽싸게 손을 밀어넣었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아무래도 초가집 지붕 처마 속으로 손을 넣어
참새를 잡던 경험을 그대로 늘어놓고 있습니다.아
무리 읽어보아도 그 경험을 그대로 옮겨 놓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이렇게 쓰는 것이 시라면 여러분이 못쓸 것이
무엇입니까?
안도현이라면 지금 제일 잘 팔리는 시인 중에 하나
이거든요. 또 시도 아주 잘 쓰는 시인입니다.
그러나 이 속에는 어렸을 때의 아름다운 추억이
들어 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참새의 펄떡이는
심장을 손에 쥐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던 사랑이 들어있기에 시가 되는
것입니다.
김억이란 시인의 시를 한 번 볼까요.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이 것의 그의 시 <오다 가다>의 첫 연입니다.
정말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입니다.
몇 행으로 구분해놓아서 그렇지 그저 한 줄로
늘어놓으면 누가 시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이 시가 되는 것은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사이지만 사알짝 웃어주고 간다든지
아는 척을 하고 가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기에
그런 사랑을 표현하고 있기에 시가 됩니다.
시는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시인이 되지 않습니다.
흔히 우리가 젊어서 피가 끓을 때
특히 이성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때는 그 누구 하나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하루에 절반은 시인으로 하루에 절반은 철학자
로 살았던 것이 아닌가 할 정도입니다
여러분도 그랬지요?
그래서 그 나이에 시들을 많이 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그 절절한 사랑을
옮기기만 하면 시인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평생 그렇게 뜨거운 사랑만 하고
있을 수도 없고, 또 그런 감상적인 시만 계속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그 것은 우리의 사랑의 대상을 한 사람 연인에서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내 주위의 모든 자연
과 사물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만큼 시의 소재가 많아지겠지요.
그리고 그들을 뜨겁게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난을 사랑해서 난에 관한 연작시를 쓰기
도하고 어떤 분은 바둑이나, 화초, 바다, 도자기,
강, 여행, 등등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시들을 많이 쓰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 언어에서 아름다운 말과 추한
말이 있듯이 우리가 시가 될 말을 골라서 써야 할
것입니다.
아무 언어나 자기의 관심사를 기록하면 그 것은
시가 아니라 일지나 단순한 기록서가 되고 말 것
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시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데요.
작은강의실 제1강 시창작 강의를 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부터 하는 강의는 실제로 시를 쓰실 분들에게
시의 행과 연의 구분이라든지, 제목을 붙이는 방법
이라든지 시의 마무리에 관한 것을 서로 연구해보
려고 합니다.
오늘은 첫 시간이니 이 정도로 강의를 마치구요.
김용택시인을 찾아갔다가 썼던 제 시 한편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 시인을 찾아서-김용택 **
-김영천
그 작은 운동장도 얼마나 크냐고 대견해하며
몇 명 안되는 아이들과 궁그르며 뛰놀고
끙끙거리며 시도 쓰고
더러 강으로 고기잡이도 가는 시인은
우리더러 너무 어른이라 한다
강이나 들길에서 함부로 만나는
자운영이나 사철쑥이 아니고
쇠똥이나 반딧불이나 개구리가 아니고
우리더러 너무 사람이라 한다
왕방울 같은 눈을 쓰윽 쓱 돌리며 쳐다보더니
아이들이 시를 참 잘 써요
쉽게 쓰거든요
우리를 얼른 보내고 밖에 나가서
너무도 넉넉한 햇살이나
이제 막 물오른 들녘이나 강물하고 뛰놀고 싶을까
사진 찍는 것도 마다하고 서둘러 들어간다
시인을 보러 가서야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골 풍경이나
순한 아이들이나
쉽게 쓰는 시가 다 똑 같다는 것을
겨우 알았다
안도현님의 최근작 <시인>을 올립니다.
나무 속에
보일러가 들어 있다 뜨거운 물이
겨울에도 나무의 몸 속을 그르렁그르렁 돌아다닌다
내 몸의 급수 탱크에도 물이 가득 차면
詩, 그것이 바람난 살구꽃처럼 터지려나
보일러 공장 아저씨는
살구나무에 귀를 갖다대고
몸을 비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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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달 / 정일근
달
- 경주 남산
정 일 근
부처골 빈 절터에 앉아 찻물을 끓이며
찻잔 속의 달이 익길 기다리는 저녁
산은 광배 같은 둥근 경주 남산
달은 유월 보름달 두둥실 떠올라 기다리고
어두워질수록 노랗게 익는 달 보라
찻잔 가득 고소하게 익는 달 보라.
정일근 시집 <경주 남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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